[취재후] “해경은 정말 해체됐나?”

입력 2016.12.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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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해경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서해해경 소속 1,500톤급 함정을 타고 3박 4일동안 NLL 부근 서해 먼바다에 나가 있었는데요. 취재를 다녀오니 이렇게 묻는 주위 사람들이 있더군요.

"해경은 세월호 참사 때에 해체되지 않았어?" "해경이 아직도 있어?"

과연 해경은 정말 해체된 걸까요? 그렇다면 지금 불법조업 단속을 벌이는 해경은 누구일까요? 이런 의문에 답이 될만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모두를 놀라게 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2014년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4일만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해경은 해체하기로 했다"며 "수사 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해양구조 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국가안전처가 맡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가안전처는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서 모든 유형의 재난에 현장중심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발언은 당시 큰 사회적 충격을 불러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해경에 대해 비판여론이 고조되긴 했지만, '개혁'이 아닌 '해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탓입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단체나 조직에 대해서는 무조건 '해체'를 붙이는 패러디가 유행하기도 했죠.


Q1 해경은 정말 해체되었나?

먼저 '해체'라는 말의 정의부터 짚어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해체'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체 따위가 흩어짐. 또는 그것을 흩어지게 함. (2)체제나 조직 따위가 붕괴함. 또는 그것을 붕괴하게 함. 이 의미를 적용하면 박 대통령이 해경을 흩어지게 하거나 붕괴하게 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해경은 해체된 걸까요? 대통령 담화 이후에도 조직이 대부분 유지됐다는 점에서 적어도 사전적 정의로는 아닙니다. 그럼 뭐가 달라진 걸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발표 이후 진행된 해경의 변화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이름입니다. '해양경찰'에서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정식 명칭이 바뀐 건데요. 하지만 줄임말이 '해경'으로 같은 데다가, '해양경찰'이 쓰던 방패 모양의 마크를 '해양경비안전본부'가 그대로 쓰고 있어 일반인들이 그 차이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해경은 영문이름 역시 변경 이후인 'Korea Coast Guard'와 예전에 쓰던 'National Maritime Police' 혼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장에서 쓰이는 여러 장비 역시 여전히 '해양경찰'이라고 표기된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조직'입니다. 해양경찰은 원래 해양수산부의 외청이었지만, 담화 이후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새로 신설된 국민안전처의 하부조직이 됐습니다. 중앙행정기관의 지위를 상실한 셈인데요.

'해경청장'은 '해양경비안전본부장'으로 이름과 지위가 바뀌었고요. 조직도를 보면 기존의 6국·관, 22과·1담당관, 67계·팀이 3국, 14과 45계·팀으로 바뀌었는데 큰 기능상의 차이는 없습니다. 서해를 총괄하던 서해지방청이 '서해본부'와 '중부본부'로 나뉜 것과 해상 구조기능 강화를 위해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신설된 정도가 눈에 띄는 점입니다.

법적인 '신분'과 '직무'를 살펴볼까요. 과거의 '해양경찰'은 (육지)경찰과 마찬가지로 '경찰공무원법'을 통해 그 신분이 보장됐습니다. '경찰공무원법'은 국가경찰공무원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규정하는 법령입니다.

해경이 해체된 뒤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뀐 이후에도 그대로 '경찰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업무에서 적용되는 법률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해양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통해 직무의 범위가 권한이 규정됐는데요.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뀐 이후에도 똑같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적용됩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바뀐 거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드실 텐데요.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기능상의 일부 조정이 있긴 했습니다. 해양경찰이 유지하고 있던 '수사'와 '정보'기능이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는 축소된 건데요. 예전에는 육상에서 발생해도 바다와 관련된 범죄면 '해양경찰'이 수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발생장소가 '바다 위'일 경우에만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수사할 수 있습니다.

인원을 보면 '해경 해체' 직전인 지난 2014년 10월 기준으로 해경의 총원은 8,784명이었습니다.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뀐 이후에는 2016년 4월 기준으로 9,155명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사와 정보인력 일부가 (육지)경찰로 빠져나갔지만, 과거 해양수산부가 담당하던 항만VTS(Vessel Traffic Service, 해상교통관제)을 '해양경비안전본부'가 흡수하면서 인원이 조금 더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역시 해경 해체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인원 차이가 300명 안팎으로 크지 않습니다.


Q2 해경 해체 결정을 누가 내렸나?

동행 취재 도중 한 해경 관계자는 저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최순실이 해경 해체 지시 내렸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나요?" 저도 궁금해서 지난 기사와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전격적인 '해경 해체' 발표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과정을 살펴보면 그럴 만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세월호 담화에 앞서 2014년 5월 13일 열린 국무회의와, 담화 발표 직전인 5월 17일, 18일 이틀간 열린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해경 해체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해경은 이 회의에서 '해경 구조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이라는 문건까지 만들어 개혁안을 준비했으며, 이 안이 회의에서 설명되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지난 11월 11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한 질의에서 "해경에서는 대통령이 해경 개혁을 발표한다고 해서 개혁안을 다 준비해놨는데 바로 해체 발표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 의원은 또 "해경 해체는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았는데 이게 최순실의 지시"라며 "왜 그랬는지 알겠느냐. 이건 7시간을 숨기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송의원은 그 근거로 청와대와 해경 내부 관계자들의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데요. 당시 국회에 출석했던 황교안 국무총리는 "안전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서 해경 해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여러가지 다른 의견이 있지만 해경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해경은 해체 발표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해경 관련된 내용이 대통령 담화에 나올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해체는 생각 못 했죠. 기능상으로는 없어질 수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어요." 이 해경은 또 세월호 당시 해경이 잘못한 점들이 있긴 하지만 "대통령의 책임까지 모두 해경에 떠넘기기 위한 충격요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Q3 해경 해체 결정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

이렇게 갑작스러운 '해체발표'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기능 조정 과정에서 해양 관련 범죄가 사각지대로 남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다를 통한 밀수범죄는 과거에 해양경찰이 포괄적으로 수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바다 위'에서 적발이 되어야만 수사가 가능한 건데요.

바다를 통한 밀입국 역시 육지에서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바다를 잘 알아야만 수사가 가능한 항만 공사 비리 등 해운업과 관련된 수사 역시 과거보다 빈틈이 많아졌다는 평가입니다.

한 해경은 해경 해체 이후 수사뿐만 아니라 구조 업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수욕장 안전 감시 업무가 자치단체로 넘어갔는데,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이를 대학생 아르바이트 등 비전문 인력에게 이를 맡기고 있어 '안전 공백'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이 해경은 "사실 해수욕장 근무는 안 하면 인력 사정상 해경에게는 좋을 수도 있지만, 해경이 하는 게 국민 안전의 입장에서 봤을 땐 해경이 맡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라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보여준 구조 능력은 사실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일부 해경은 해경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해경에 대한 전국민적인 비판 여론이 고조된 건 자연스러운 결과였죠. 저 역시 당시 해경을 비판하는 여러 가지 보도를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대한민국이 해양주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해경이 수행하는 해양 구조, 경비, 수사의 업무 자체가 사라지는 건 불가능합니다. 해경 해체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해경 해체가 과연 정답이었을까요?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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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해경은 정말 해체됐나?”
    • 입력 2016-12-16 16:31:47
    취재후·사건후
지난달 해경의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서해해경 소속 1,500톤급 함정을 타고 3박 4일동안 NLL 부근 서해 먼바다에 나가 있었는데요. 취재를 다녀오니 이렇게 묻는 주위 사람들이 있더군요.

"해경은 세월호 참사 때에 해체되지 않았어?" "해경이 아직도 있어?"

과연 해경은 정말 해체된 걸까요? 그렇다면 지금 불법조업 단속을 벌이는 해경은 누구일까요? 이런 의문에 답이 될만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모두를 놀라게 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2014년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4일만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해경은 해체하기로 했다"며 "수사 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해양구조 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국가안전처가 맡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국가안전처는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서 모든 유형의 재난에 현장중심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발언은 당시 큰 사회적 충격을 불러왔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해경에 대해 비판여론이 고조되긴 했지만, '개혁'이 아닌 '해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던 탓입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단체나 조직에 대해서는 무조건 '해체'를 붙이는 패러디가 유행하기도 했죠.


Q1 해경은 정말 해체되었나?

먼저 '해체'라는 말의 정의부터 짚어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해체'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체 따위가 흩어짐. 또는 그것을 흩어지게 함. (2)체제나 조직 따위가 붕괴함. 또는 그것을 붕괴하게 함. 이 의미를 적용하면 박 대통령이 해경을 흩어지게 하거나 붕괴하게 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렇다면 해경은 해체된 걸까요? 대통령 담화 이후에도 조직이 대부분 유지됐다는 점에서 적어도 사전적 정의로는 아닙니다. 그럼 뭐가 달라진 걸까요?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발표 이후 진행된 해경의 변화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이름입니다. '해양경찰'에서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정식 명칭이 바뀐 건데요. 하지만 줄임말이 '해경'으로 같은 데다가, '해양경찰'이 쓰던 방패 모양의 마크를 '해양경비안전본부'가 그대로 쓰고 있어 일반인들이 그 차이를 알아채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해경은 영문이름 역시 변경 이후인 'Korea Coast Guard'와 예전에 쓰던 'National Maritime Police' 혼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장에서 쓰이는 여러 장비 역시 여전히 '해양경찰'이라고 표기된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조직'입니다. 해양경찰은 원래 해양수산부의 외청이었지만, 담화 이후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새로 신설된 국민안전처의 하부조직이 됐습니다. 중앙행정기관의 지위를 상실한 셈인데요.

'해경청장'은 '해양경비안전본부장'으로 이름과 지위가 바뀌었고요. 조직도를 보면 기존의 6국·관, 22과·1담당관, 67계·팀이 3국, 14과 45계·팀으로 바뀌었는데 큰 기능상의 차이는 없습니다. 서해를 총괄하던 서해지방청이 '서해본부'와 '중부본부'로 나뉜 것과 해상 구조기능 강화를 위해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신설된 정도가 눈에 띄는 점입니다.

법적인 '신분'과 '직무'를 살펴볼까요. 과거의 '해양경찰'은 (육지)경찰과 마찬가지로 '경찰공무원법'을 통해 그 신분이 보장됐습니다. '경찰공무원법'은 국가경찰공무원의 책임 및 직무의 중요성과 신분 및 근무조건의 특수성을 규정하는 법령입니다.

해경이 해체된 뒤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뀐 이후에도 그대로 '경찰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업무에서 적용되는 법률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해양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통해 직무의 범위가 권한이 규정됐는데요.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뀐 이후에도 똑같이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적용됩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바뀐 거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드실 텐데요.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것처럼 기능상의 일부 조정이 있긴 했습니다. 해양경찰이 유지하고 있던 '수사'와 '정보'기능이 '해양경비안전본부'에서는 축소된 건데요. 예전에는 육상에서 발생해도 바다와 관련된 범죄면 '해양경찰'이 수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발생장소가 '바다 위'일 경우에만 '해양경비안전본부'가 수사할 수 있습니다.

인원을 보면 '해경 해체' 직전인 지난 2014년 10월 기준으로 해경의 총원은 8,784명이었습니다.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뀐 이후에는 2016년 4월 기준으로 9,155명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사와 정보인력 일부가 (육지)경찰로 빠져나갔지만, 과거 해양수산부가 담당하던 항만VTS(Vessel Traffic Service, 해상교통관제)을 '해양경비안전본부'가 흡수하면서 인원이 조금 더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역시 해경 해체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인원 차이가 300명 안팎으로 크지 않습니다.


Q2 해경 해체 결정을 누가 내렸나?

동행 취재 도중 한 해경 관계자는 저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최순실이 해경 해체 지시 내렸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나요?" 저도 궁금해서 지난 기사와 자료들을 찾아봤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전격적인 '해경 해체' 발표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과정을 살펴보면 그럴 만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세월호 담화에 앞서 2014년 5월 13일 열린 국무회의와, 담화 발표 직전인 5월 17일, 18일 이틀간 열린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해경 해체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해경은 이 회의에서 '해경 구조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이라는 문건까지 만들어 개혁안을 준비했으며, 이 안이 회의에서 설명되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지난 11월 11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관련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한 질의에서 "해경에서는 대통령이 해경 개혁을 발표한다고 해서 개혁안을 다 준비해놨는데 바로 해체 발표가 나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 의원은 또 "해경 해체는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았는데 이게 최순실의 지시"라며 "왜 그랬는지 알겠느냐. 이건 7시간을 숨기려고 그러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송의원은 그 근거로 청와대와 해경 내부 관계자들의 신빙성 있는 제보를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데요. 당시 국회에 출석했던 황교안 국무총리는 "안전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해서 해경 해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여러가지 다른 의견이 있지만 해경의 기능이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해경은 해체 발표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해경 관련된 내용이 대통령 담화에 나올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해체는 생각 못 했죠. 기능상으로는 없어질 수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어요." 이 해경은 또 세월호 당시 해경이 잘못한 점들이 있긴 하지만 "대통령의 책임까지 모두 해경에 떠넘기기 위한 충격요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습니다.


Q3 해경 해체 결정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

이렇게 갑작스러운 '해체발표'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기능 조정 과정에서 해양 관련 범죄가 사각지대로 남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다를 통한 밀수범죄는 과거에 해양경찰이 포괄적으로 수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바다 위'에서 적발이 되어야만 수사가 가능한 건데요.

바다를 통한 밀입국 역시 육지에서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바다를 잘 알아야만 수사가 가능한 항만 공사 비리 등 해운업과 관련된 수사 역시 과거보다 빈틈이 많아졌다는 평가입니다.

한 해경은 해경 해체 이후 수사뿐만 아니라 구조 업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수욕장 안전 감시 업무가 자치단체로 넘어갔는데,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이를 대학생 아르바이트 등 비전문 인력에게 이를 맡기고 있어 '안전 공백'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이 해경은 "사실 해수욕장 근무는 안 하면 인력 사정상 해경에게는 좋을 수도 있지만, 해경이 하는 게 국민 안전의 입장에서 봤을 땐 해경이 맡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라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보여준 구조 능력은 사실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일부 해경은 해경으로서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해경에 대한 전국민적인 비판 여론이 고조된 건 자연스러운 결과였죠. 저 역시 당시 해경을 비판하는 여러 가지 보도를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대한민국이 해양주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해경이 수행하는 해양 구조, 경비, 수사의 업무 자체가 사라지는 건 불가능합니다. 해경 해체 전과 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해경 해체가 과연 정답이었을까요?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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