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①] 암4기 젊은 엄마들의 간절한 투병기

입력 2016.12.19 (19:36) 수정 2016.12.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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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선고가 내려진다. 암이란다. 그것도 4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아이는 이제 5살, 엄마의 병 이야기를 하기엔, 그 이야기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다. 이제 곧 학교도 가야 하고, 챙겨줘야 할 일이 산더미같은데...그 아이의 삶 속에서 엄마의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현실을 나는, 우리 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잔인한 선물 ‘암4기’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 이 곳에는 암을 진단받고 정보와 희망을 찾아 온 회원, 4만 7천여 명이 가입해 있다. 특히 30-40대의 젊은 암환자, 그것도 암4기의 엄마 환자들이 많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다 어느날 덜컥 진단받은 '암4기'. 희망을 갖기엔 병이 너무 깊지만 또 삶을 포기하기에는 끝까지 책임져야 할 '엄마'로서의 숙제가 너무 많다.

"조금만 더, 아이가 좀 더 클 때까지만 시간을 주세요"

암이라는 잔인한 선물을 받고 생과 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살아가는 엄마들, KBS 스페셜이 '암4기 젊은 엄마들의 1년'을 화면으로 기록했다.


“조금 만 더 살게 해주세요”


언어치료사로 일하던 배남주(37) 씨. 그녀는 2년 전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이후 암세포가 난소와 복막으로 전이돼 4기 환자가 됐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엔 왜 하필 자신에게 그런 병이 찾아왔는지 화가 많이 났었다는 남주씨. 하지만 이제는 약간의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남편보다는, 아이들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암에 걸린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그녀. 병에 걸린 뒤 세상을 보는 눈도 완전히 바뀌었다. 전에는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사먹으며 나중을 바라보며 살았지만 이제는 '지금 이 순간, 돌아오지 않는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7살의 엄마, 그녀는 소망한다. "아이 학교 입학하는 것도 봐야하고, 교복 다림질도 해줘야 하고, 나중 남자친구 상담도 해줘야 하고, 딸들 아기 낳을 때 같이 호흡도 해 줘야 하는데...지금 말고 조금만 더, 아이들이 사람 구실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게 해주세요"라고.

“나는 아이들과 헤어지지 않는다”


둘째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던 중 가슴에 뭔가 만져져서 병원에 가게 됐다는 김현정(36) 씨.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중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게 된다. "수술을 못합니다. 뼈로 전이됐습니다."

엄마가 떠나버리면 얼굴조차 기억을 하지 못할 만큼 어린 두 딸. 그 딸들 앞에서 그녀는 매일 기도한다. "딱 15년만 시간을 주세요. 그 때까지만 있다가 부르면 그 때 가겠습니다." 그리고 늘 마음 속으로 '나을 수 있다. 나는 아이들과 헤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의 '엄마'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임신 중 ‘대장암 4기’ 선고


안선미(33) 씨는 2년 전 임신 중 갈비뼈 안쪽의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검사 후 진단받은 병명은 '대장암 4기'. '울면 뱃 속 아이한테 안 좋다'는 생각에 마음 놓고 울지도 못했다. 아이는 30주를 채우고 건강하게 태어났다. 아기를 낳은 뒤 선미 씨는 산후조리 대신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려 엄마가 아픈 걸 잘 몰라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그녀는 "10년 뒤에도 꼭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드러냈다.

남편은 대장암·부인은 림프종 4기


오은주 씨는 지난해 10월 남편이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5월, 자신도 림프종 4기라고 진단받았다. 37, 33살의 이 부부는 같이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인생이 너무 드라마 같아. 각본 없는 드라마..."

지난해 낳은 딸이 올해 첫 생일을 맞던 날. '딸의 돌잔치 날, 건강한 모습으로 옆을 지키겠다'는 은주 씨의 첫번째 미션도 이뤄졌다. 그리고 부부는 이제 두번째 미션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두번째 미션은 '딸의 유치원 입학식날, 엄마 아빠가 함께 손잡고 가는 것'이다.


4기 암환자인 젊은 엄마들의 투병 일기, 간절한 삶의 이유와 생의 끝자락에서 얻는 깨달음의 감동. KBS 스페셜 [앎] 3부작 중 첫번째인 '엄마의 자리'편은 오는 22일(목) 밤 10시에 KBS 1TV에서 방송된다.


이어 한 가족의 아름다운 이별 과정을 담은 2부 '서진아 엄마는'은 23일(금) 밤 10시에, 국내 최초의 호스피스 병원에서 임종자의 마지막 시간을 동행한 4년간의 여정, 3부 '에디냐와 함께 한 4년'은 25일 밤 10시 30분에 각각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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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앎①] 암4기 젊은 엄마들의 간절한 투병기
    • 입력 2016-12-19 19:36:06
    • 수정2016-12-19 19:36:53
    방송·연예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선고가 내려진다. 암이란다. 그것도 4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아이는 이제 5살, 엄마의 병 이야기를 하기엔, 그 이야기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다. 이제 곧 학교도 가야 하고, 챙겨줘야 할 일이 산더미같은데...그 아이의 삶 속에서 엄마의 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현실을 나는, 우리 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잔인한 선물 ‘암4기’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다. 이 곳에는 암을 진단받고 정보와 희망을 찾아 온 회원, 4만 7천여 명이 가입해 있다. 특히 30-40대의 젊은 암환자, 그것도 암4기의 엄마 환자들이 많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한 일상을 보내다 어느날 덜컥 진단받은 '암4기'. 희망을 갖기엔 병이 너무 깊지만 또 삶을 포기하기에는 끝까지 책임져야 할 '엄마'로서의 숙제가 너무 많다.

"조금만 더, 아이가 좀 더 클 때까지만 시간을 주세요"

암이라는 잔인한 선물을 받고 생과 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살아가는 엄마들, KBS 스페셜이 '암4기 젊은 엄마들의 1년'을 화면으로 기록했다.


“조금 만 더 살게 해주세요”


언어치료사로 일하던 배남주(37) 씨. 그녀는 2년 전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았다. 그리고 이후 암세포가 난소와 복막으로 전이돼 4기 환자가 됐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엔 왜 하필 자신에게 그런 병이 찾아왔는지 화가 많이 났었다는 남주씨. 하지만 이제는 약간의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남편보다는, 아이들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암에 걸린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그녀. 병에 걸린 뒤 세상을 보는 눈도 완전히 바뀌었다. 전에는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사먹으며 나중을 바라보며 살았지만 이제는 '지금 이 순간, 돌아오지 않는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7살의 엄마, 그녀는 소망한다. "아이 학교 입학하는 것도 봐야하고, 교복 다림질도 해줘야 하고, 나중 남자친구 상담도 해줘야 하고, 딸들 아기 낳을 때 같이 호흡도 해 줘야 하는데...지금 말고 조금만 더, 아이들이 사람 구실 할 수 있을 때까지만 살게 해주세요"라고.

“나는 아이들과 헤어지지 않는다”


둘째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하던 중 가슴에 뭔가 만져져서 병원에 가게 됐다는 김현정(36) 씨.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 위해 기다리던 중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게 된다. "수술을 못합니다. 뼈로 전이됐습니다."

엄마가 떠나버리면 얼굴조차 기억을 하지 못할 만큼 어린 두 딸. 그 딸들 앞에서 그녀는 매일 기도한다. "딱 15년만 시간을 주세요. 그 때까지만 있다가 부르면 그 때 가겠습니다." 그리고 늘 마음 속으로 '나을 수 있다. 나는 아이들과 헤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들의 '엄마'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임신 중 ‘대장암 4기’ 선고


안선미(33) 씨는 2년 전 임신 중 갈비뼈 안쪽의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검사 후 진단받은 병명은 '대장암 4기'. '울면 뱃 속 아이한테 안 좋다'는 생각에 마음 놓고 울지도 못했다. 아이는 30주를 채우고 건강하게 태어났다. 아기를 낳은 뒤 선미 씨는 산후조리 대신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려 엄마가 아픈 걸 잘 몰라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그녀는 "10년 뒤에도 꼭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드러냈다.

남편은 대장암·부인은 림프종 4기


오은주 씨는 지난해 10월 남편이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5월, 자신도 림프종 4기라고 진단받았다. 37, 33살의 이 부부는 같이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인생이 너무 드라마 같아. 각본 없는 드라마..."

지난해 낳은 딸이 올해 첫 생일을 맞던 날. '딸의 돌잔치 날, 건강한 모습으로 옆을 지키겠다'는 은주 씨의 첫번째 미션도 이뤄졌다. 그리고 부부는 이제 두번째 미션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두번째 미션은 '딸의 유치원 입학식날, 엄마 아빠가 함께 손잡고 가는 것'이다.


4기 암환자인 젊은 엄마들의 투병 일기, 간절한 삶의 이유와 생의 끝자락에서 얻는 깨달음의 감동. KBS 스페셜 [앎] 3부작 중 첫번째인 '엄마의 자리'편은 오는 22일(목) 밤 10시에 KBS 1TV에서 방송된다.


이어 한 가족의 아름다운 이별 과정을 담은 2부 '서진아 엄마는'은 23일(금) 밤 10시에, 국내 최초의 호스피스 병원에서 임종자의 마지막 시간을 동행한 4년간의 여정, 3부 '에디냐와 함께 한 4년'은 25일 밤 10시 30분에 각각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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