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홍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장) “AI 긴급 행동 지침 현장서 안 지켜져” ①

입력 2016.12.20 (09:57) 수정 2016.12.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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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6년 12월 20일(화요일)
□ 출연자 : 김재홍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장)

 

“AI 긴급 행동 지침 현장서 안 지켜져”

[윤준호] 신종 AI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한 달 만에 경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으로 AI가 확산됐습니다. 지금까지 1900만 마리를 집어삼킨 ‘H5N6형’에 이어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해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방역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지만 정부의 대책이 우왕좌왕했고 초기 대응도 너무나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시적으로라도 백신을 접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인 김재홍 교수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김재홍]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AI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어제도 추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미 너무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AI가 확산돼버린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까지 된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김재홍] 크게 몇 가지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일단 초기 유입 단계에서 철새 감염이 아주 광범위하게 일어났습니다. H5N6가 서로 다른 종류로 5종이 들어왔다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유입됐고요.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 확산됐습니다. 두 번째로 큰 요인은 정부와 지자체의 초동 방역 실패 또 늑장 대응 때문에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고 확산된 측면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축산 농가의 방역 인식이 굉장히 해이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전의 ‘H5N8형’ 증상이 조금 약했던 면이 있어서 신고도 잘 안 하는 바람에 총체적인 위기가 합쳐서 나온 게 이번 사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윤준호] 지금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능한 조치는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재홍]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 살처분 박멸하는 이런 차단 방역 조기 근절 원칙이 확실히 준수되어야 합니다. 효과가 미지수인 백신을 논할 때는 아니고 이때일수록 500m 살처분 원칙부터 해서 바이러스를 조기에 국내에서 없애버려야 됩니다.

[윤준호]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AI 바이러스가 지금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두 가지의 AI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된 것은 처음이죠?

[김재홍] 네, 처음입니다. 워낙 AI 바이러스 진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속도가 빠르니까 이번에 들어온 H5N6만 해도 중국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를 해 봤더니 무려 34개의 유전자형이 혼재돼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진화가 빠르기 때문에 이제까지는 평균 2년마다 AI가 유입됐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매년 서로 다른 게 혼합해서 들어올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연계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윤준호] 두 가지 AI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게 된 이런 상황. 대책에 대해서 뭔가 변화를 줘야 되는 것 아닙니까?

[김재홍] 조기에 검색을 해서 조기에 경고를 하고 그동안 해이해져 있던 방역 인식을 강화해서 원칙대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히 지름길이 있을 수 없죠.

[윤준호] 교수님께서도 초기 대응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긴급 행동 지침이라는 매뉴얼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긴급 행동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고 애매해서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매뉴얼이 어떻게 돼 있기에 그런 거죠?

[김재홍] 그렇지는 않고요. 긴급 행동 지침 SOP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동안 국내에 지금까지 6차례 유입된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다듬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긴급 행동 지침 매뉴얼대로 안 한 게 문제입니다. 실제로는 현장에서 방역을 어떻게 하고 소독을 어떻게 하고 살처분 방식은 어떻게 하고 이런 게 다 정해져 있는데 현장에 가 보면 이게 안 지켜집니다.

[윤준호] 현장에서 그걸 왜 안 지키죠?

[김재홍] 지금은 방역 인력 자체가 지자체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살처분만 해도 사람을 못 구하니까 용역 인력을 투입했는데 끝나고 나면 용역 인력 관리도 제대로 안 됩니다. 살처분 농장의 사후 관리, 이동 통제도 해야 되는데 방치되고 이런 일들이 자행되니까 살처분 현장이 새로운 전염원이 되는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뉴얼대로 안 되는 부분이 현장에 가면 너무나 많습니다.

[윤준호] 제가 기억하기로 2년 전에 AI 상태였을 때 그때 군 병력이 동원돼서 매몰 처분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도움을 많이 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군 병력을 동원해서 하지 않았습니까? 총체적이고 일관적으로 했으면 처음부터 막을 수 있었던 부분 아닙니까? 왜 안 된 겁니까?

[김재홍] 맞습니다. 그 부분은 자녀를 군 부대에 보낸 부모들이 과거에 반대를 하고 그래서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군이 투입된다면 일사분란하게 행해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 방역면에서는 아주 바람직하므로 조기에 군이 투입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일본 같은 경우도 자위대 병력이 투입돼서 효과적으로 일관되게 총체적인 대응을 했지 않습니까?

[김재홍] 그렇습니다. 투입된 병력이나 방역 인력한테 백신 접종을 하고 타미플루를 먹이고 방역 장비를 착용하게 하면 인체 감염 우려는 거의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초동 방역 인력은 현장에 투입이 되어야 합니다.

[윤준호] 살아 있는 닭 유통 문제도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이걸 금지했다가 허용했다가 또 지자체에서 말이 나오니까 또 재금지 하는 식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거죠?

[김재홍] 그 부분은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으로 봐야 됩니다. 외국 같으면 위험한 기간에는 살아 있는 닭 판매 시장 자체를 폐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토종닭이라든가 여러 가지 산업계의 요구 때문에 폐쇄를 했다가 다시 열었다가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데 위험한 기간에는 폐쇄를 해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물러설 수 있는 방역은 제2의 국방이라고 하는데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윤준호] 그렇죠. 일본 이야기를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일본과 우리가 이번에 AI 발생 시점이 비슷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에 우리는 1900만 마리를 매몰 처분하고도 AI는 여전히 잡히지 않는 상태입니다. 일본은 80만 마리 매몰 처분으로 AI를 막고 있다고 하는데 왜 이런 차이가 벌어졌다고 보십니까?

[김재홍] 일단 우리나라하고 일본은 산업 구조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오리고기를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리고기가 보양식이라고 찾다 보니까 오리 산업이 엄청 큽니다. 일본은 오리 산업 자체가 극히 미미해서 거의 없다고 보면 되는데 오리가 AI 확산하고 피해를 폭증시키는 데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새가 오는 도래지 인근에 오리가 못 오게 해야 되는데 바로 옆 논밭에서 키우니까 철새 바이러스가 바로 오리에게 왔다가 오리에서 닭이나 가금 산업으로 연결되는 링크 역할을 유경오리가 해 주고 있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이 일본하고 결정적인 차이가 된다고 봅니다. 또 일본은 초기에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하는데 우리는 자꾸 편법을 쓰거나 매뉴얼대로 안 지키는 사태가 자꾸 벌어지고 있는 거죠.

[윤준호] 초기 대응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최근 언론 보도에서도 있었지만 일본 같은 경우는 AI 확진이 나오자마자 총리실에서 대책 본부를 마련했는데 우리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서야, 그것도 농식품부 산하에다가 만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만큼 안일했다고 봐야 되는 거죠?

[김재홍] 그렇죠. AI에 국가가 범정부적으로 총체적으로 나와야 되는데 어느 한 부처에다가 맡길 사항은 아닙니다. 축산 농가, 언론 다 합쳐서 조기에 대응을 해야 이게 초동 방역이 가능하거든요. 농식품부에 맡기고만 있을 상황은 아닙니다.

[윤준호] 그런데 상황이 이 정도가 되니까 구제역처럼 한시적으로라도 백신을 사용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앞서 교수님께서는 백신 사용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씀하셨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김재홍]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지금 딱 맞는 백신 바이러스가 있다고 가정해도 제조업체에서 만들어서 보급하려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확실하게 검증된 백신 바이러스가 없는 상태에서 초기에 살처분 박멸을 해야 될 처지에 백신 운운하다가는 그만큼 행정력이나 국가적 소모, 낭비를 하게 됩니다. 또한 백신을 하게 되면 닭에서도 오리처럼 증상이 잘 안 나타날 수가 있거든요. 그러면 축산 농가에서 그것을 신고를 안 하게 되고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오리고기, 닭고기 같은 게 시중에 유통될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그래서 백신을 쓰는 국가는 어떻게 해도 박멸을 못하고 개발이 늦고 인체 감염이 일어난 그런 나라들에서 백신을 씁니다. 선진국에서 백신을 쓰는 전례는 없습니다. 초기에 우리 주변에서 이 바이러스를 없애버리는 게 가장 최선의 길입니다.

[윤준호]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박멸. 차단 방역과 매몰 처분. 원칙적인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말씀이신데요.

[김재홍] 그렇습니다. 조기에 없애버리면 걱정을 안 해도 되죠.

[윤준호] 그런데 철새가 이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옮겼다고 이야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가창오리가 국내에 들어와 있고 이달 말까지 20만 마리가 더 들어온다는 거 아닙니까? 이 영암호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고 해서 이 부분에서 막아질 수 있겠습니까?

[김재홍] 그 부분을 통제한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철새는 철새대로 생태계에서 존재하게 하고 지금 문제는 일단 유입되고 나면 국내 축산 농가끼리 오염된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서의 수평 전파가 더 문제거든요. 그런데 철새는 철새 도래지에서 있게 하면 바이러스가 그 자리에서 생겨났다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일단 가금 농가 쪽에 수평 전염이 확산되는 이런 위험 요인을 찾아내서 거기에 집중하는 게 더 옳다고 봅니다.

[윤준호] 그런데 서울대공원에서 황새와 원앙까지도 AI 양성 반응이 나와서 매몰 처분을 했습니다. 서울대공원 쪽의 나머지 조류에 대해서 괜찮을지, 그리고 서울대공원까지 AI가 퍼졌다고 할 경우 안전지대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김재홍] 그렇습니다. 서울대공원도 인근 과천 저수지가 있어서 철새가 출몰하고 있고 실제로 대공원에도 먹이가 있으니까 야생 조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과천에서 분리된 예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전국에 광범위하게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판단해야 됩니다. 과천 대공원에도 추가로 나온다면 전체가 오염된 것으로 생각하고 그쪽에 있는 조류를 단호하게 없애는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윤준호] 교수님, 마지막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아주 가깝게 보는 게 도심 비둘기입니다. 참새들도 많고요. 도심 비둘기들은 문제가 없겠습니까?

[김재홍] 참새하고 비둘기는 AI 바이러스에 대해서 저항성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래서 감염되면 일시적으로 전파 가능성은 있지만 그 위험성이 상존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물새류가 가장 위험합니다. 도심 비둘기 같은 것은 큰 염려를 안 하셔도 되지만 그래도 과천 대공원이나 이런 곳에 있는 주변 참새나 비둘기는 잡아서 조사는 해 봐야 됩니다.

[윤준호] 사람들도 비둘기나 분변 같은 것에 가까이 가면 안 되겠죠.

[김재홍] 큰 위험은 없습니다마는 너무 공포심을 가지고 접근할 것은 아닙니다.

[윤준호]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홍]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서울대 김재홍 수의과대학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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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재홍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장) “AI 긴급 행동 지침 현장서 안 지켜져” ①
    • 입력 2016-12-20 09:57:03
    • 수정2016-12-20 10:15:57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
□ 방송일시 : 2016년 12월 20일(화요일)
□ 출연자 : 김재홍 교수(서울대 수의과대학장)

 

“AI 긴급 행동 지침 현장서 안 지켜져”

[윤준호] 신종 AI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지 한 달 만에 경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으로 AI가 확산됐습니다. 지금까지 1900만 마리를 집어삼킨 ‘H5N6형’에 이어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됐다고 해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방역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지만 정부의 대책이 우왕좌왕했고 초기 대응도 너무나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시적으로라도 백신을 접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대 수의과대학장인 김재홍 교수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김재홍]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AI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어제도 추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미 너무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AI가 확산돼버린 것이 사실입니다. 이렇게까지 된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김재홍] 크게 몇 가지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일단 초기 유입 단계에서 철새 감염이 아주 광범위하게 일어났습니다. H5N6가 서로 다른 종류로 5종이 들어왔다고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유입됐고요.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 확산됐습니다. 두 번째로 큰 요인은 정부와 지자체의 초동 방역 실패 또 늑장 대응 때문에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고 확산된 측면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축산 농가의 방역 인식이 굉장히 해이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전의 ‘H5N8형’ 증상이 조금 약했던 면이 있어서 신고도 잘 안 하는 바람에 총체적인 위기가 합쳐서 나온 게 이번 사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윤준호] 지금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능한 조치는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재홍]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 살처분 박멸하는 이런 차단 방역 조기 근절 원칙이 확실히 준수되어야 합니다. 효과가 미지수인 백신을 논할 때는 아니고 이때일수록 500m 살처분 원칙부터 해서 바이러스를 조기에 국내에서 없애버려야 됩니다.

[윤준호]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AI 바이러스가 지금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두 가지의 AI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된 것은 처음이죠?

[김재홍] 네, 처음입니다. 워낙 AI 바이러스 진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속도가 빠르니까 이번에 들어온 H5N6만 해도 중국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를 해 봤더니 무려 34개의 유전자형이 혼재돼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진화가 빠르기 때문에 이제까지는 평균 2년마다 AI가 유입됐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매년 서로 다른 게 혼합해서 들어올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만큼 자연계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윤준호] 두 가지 AI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하게 된 이런 상황. 대책에 대해서 뭔가 변화를 줘야 되는 것 아닙니까?

[김재홍] 조기에 검색을 해서 조기에 경고를 하고 그동안 해이해져 있던 방역 인식을 강화해서 원칙대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히 지름길이 있을 수 없죠.

[윤준호] 교수님께서도 초기 대응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긴급 행동 지침이라는 매뉴얼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긴급 행동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고 애매해서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매뉴얼이 어떻게 돼 있기에 그런 거죠?

[김재홍] 그렇지는 않고요. 긴급 행동 지침 SOP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동안 국내에 지금까지 6차례 유입된 과정에서 굉장히 많이 다듬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긴급 행동 지침 매뉴얼대로 안 한 게 문제입니다. 실제로는 현장에서 방역을 어떻게 하고 소독을 어떻게 하고 살처분 방식은 어떻게 하고 이런 게 다 정해져 있는데 현장에 가 보면 이게 안 지켜집니다.

[윤준호] 현장에서 그걸 왜 안 지키죠?

[김재홍] 지금은 방역 인력 자체가 지자체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살처분만 해도 사람을 못 구하니까 용역 인력을 투입했는데 끝나고 나면 용역 인력 관리도 제대로 안 됩니다. 살처분 농장의 사후 관리, 이동 통제도 해야 되는데 방치되고 이런 일들이 자행되니까 살처분 현장이 새로운 전염원이 되는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뉴얼대로 안 되는 부분이 현장에 가면 너무나 많습니다.

[윤준호] 제가 기억하기로 2년 전에 AI 상태였을 때 그때 군 병력이 동원돼서 매몰 처분이라든가 이런 부분에 도움을 많이 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군 병력을 동원해서 하지 않았습니까? 총체적이고 일관적으로 했으면 처음부터 막을 수 있었던 부분 아닙니까? 왜 안 된 겁니까?

[김재홍] 맞습니다. 그 부분은 자녀를 군 부대에 보낸 부모들이 과거에 반대를 하고 그래서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군이 투입된다면 일사분란하게 행해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 방역면에서는 아주 바람직하므로 조기에 군이 투입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일본 같은 경우도 자위대 병력이 투입돼서 효과적으로 일관되게 총체적인 대응을 했지 않습니까?

[김재홍] 그렇습니다. 투입된 병력이나 방역 인력한테 백신 접종을 하고 타미플루를 먹이고 방역 장비를 착용하게 하면 인체 감염 우려는 거의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초동 방역 인력은 현장에 투입이 되어야 합니다.

[윤준호] 살아 있는 닭 유통 문제도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이걸 금지했다가 허용했다가 또 지자체에서 말이 나오니까 또 재금지 하는 식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된 거죠?

[김재홍] 그 부분은 산업체의 요구를 반영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으로 봐야 됩니다. 외국 같으면 위험한 기간에는 살아 있는 닭 판매 시장 자체를 폐쇄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토종닭이라든가 여러 가지 산업계의 요구 때문에 폐쇄를 했다가 다시 열었다가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데 위험한 기간에는 폐쇄를 해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물러설 수 있는 방역은 제2의 국방이라고 하는데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윤준호] 그렇죠. 일본 이야기를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일본과 우리가 이번에 AI 발생 시점이 비슷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에 우리는 1900만 마리를 매몰 처분하고도 AI는 여전히 잡히지 않는 상태입니다. 일본은 80만 마리 매몰 처분으로 AI를 막고 있다고 하는데 왜 이런 차이가 벌어졌다고 보십니까?

[김재홍] 일단 우리나라하고 일본은 산업 구조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오리고기를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리고기가 보양식이라고 찾다 보니까 오리 산업이 엄청 큽니다. 일본은 오리 산업 자체가 극히 미미해서 거의 없다고 보면 되는데 오리가 AI 확산하고 피해를 폭증시키는 데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새가 오는 도래지 인근에 오리가 못 오게 해야 되는데 바로 옆 논밭에서 키우니까 철새 바이러스가 바로 오리에게 왔다가 오리에서 닭이나 가금 산업으로 연결되는 링크 역할을 유경오리가 해 주고 있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이 일본하고 결정적인 차이가 된다고 봅니다. 또 일본은 초기에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하는데 우리는 자꾸 편법을 쓰거나 매뉴얼대로 안 지키는 사태가 자꾸 벌어지고 있는 거죠.

[윤준호] 초기 대응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최근 언론 보도에서도 있었지만 일본 같은 경우는 AI 확진이 나오자마자 총리실에서 대책 본부를 마련했는데 우리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서야, 그것도 농식품부 산하에다가 만들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만큼 안일했다고 봐야 되는 거죠?

[김재홍] 그렇죠. AI에 국가가 범정부적으로 총체적으로 나와야 되는데 어느 한 부처에다가 맡길 사항은 아닙니다. 축산 농가, 언론 다 합쳐서 조기에 대응을 해야 이게 초동 방역이 가능하거든요. 농식품부에 맡기고만 있을 상황은 아닙니다.

[윤준호] 그런데 상황이 이 정도가 되니까 구제역처럼 한시적으로라도 백신을 사용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앞서 교수님께서는 백신 사용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씀하셨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김재홍] 이론적으로는 가능한데 지금 딱 맞는 백신 바이러스가 있다고 가정해도 제조업체에서 만들어서 보급하려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확실하게 검증된 백신 바이러스가 없는 상태에서 초기에 살처분 박멸을 해야 될 처지에 백신 운운하다가는 그만큼 행정력이나 국가적 소모, 낭비를 하게 됩니다. 또한 백신을 하게 되면 닭에서도 오리처럼 증상이 잘 안 나타날 수가 있거든요. 그러면 축산 농가에서 그것을 신고를 안 하게 되고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오리고기, 닭고기 같은 게 시중에 유통될 위험성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그래서 백신을 쓰는 국가는 어떻게 해도 박멸을 못하고 개발이 늦고 인체 감염이 일어난 그런 나라들에서 백신을 씁니다. 선진국에서 백신을 쓰는 전례는 없습니다. 초기에 우리 주변에서 이 바이러스를 없애버리는 게 가장 최선의 길입니다.

[윤준호]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박멸. 차단 방역과 매몰 처분. 원칙적인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말씀이신데요.

[김재홍] 그렇습니다. 조기에 없애버리면 걱정을 안 해도 되죠.

[윤준호] 그런데 철새가 이번에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옮겼다고 이야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 가창오리가 국내에 들어와 있고 이달 말까지 20만 마리가 더 들어온다는 거 아닙니까? 이 영암호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고 해서 이 부분에서 막아질 수 있겠습니까?

[김재홍] 그 부분을 통제한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고요. 철새는 철새대로 생태계에서 존재하게 하고 지금 문제는 일단 유입되고 나면 국내 축산 농가끼리 오염된 사람이나 차량에 의해서의 수평 전파가 더 문제거든요. 그런데 철새는 철새 도래지에서 있게 하면 바이러스가 그 자리에서 생겨났다가 소멸될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일단 가금 농가 쪽에 수평 전염이 확산되는 이런 위험 요인을 찾아내서 거기에 집중하는 게 더 옳다고 봅니다.

[윤준호] 그런데 서울대공원에서 황새와 원앙까지도 AI 양성 반응이 나와서 매몰 처분을 했습니다. 서울대공원 쪽의 나머지 조류에 대해서 괜찮을지, 그리고 서울대공원까지 AI가 퍼졌다고 할 경우 안전지대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김재홍] 그렇습니다. 서울대공원도 인근 과천 저수지가 있어서 철새가 출몰하고 있고 실제로 대공원에도 먹이가 있으니까 야생 조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과천에서 분리된 예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전국에 광범위하게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판단해야 됩니다. 과천 대공원에도 추가로 나온다면 전체가 오염된 것으로 생각하고 그쪽에 있는 조류를 단호하게 없애는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윤준호] 교수님, 마지막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아주 가깝게 보는 게 도심 비둘기입니다. 참새들도 많고요. 도심 비둘기들은 문제가 없겠습니까?

[김재홍] 참새하고 비둘기는 AI 바이러스에 대해서 저항성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래서 감염되면 일시적으로 전파 가능성은 있지만 그 위험성이 상존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물새류가 가장 위험합니다. 도심 비둘기 같은 것은 큰 염려를 안 하셔도 되지만 그래도 과천 대공원이나 이런 곳에 있는 주변 참새나 비둘기는 잡아서 조사는 해 봐야 됩니다.

[윤준호] 사람들도 비둘기나 분변 같은 것에 가까이 가면 안 되겠죠.

[김재홍] 큰 위험은 없습니다마는 너무 공포심을 가지고 접근할 것은 아닙니다.

[윤준호]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재홍] 네, 감사합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서울대 김재홍 수의과대학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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