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③] “아빠 사랑해, 하늘나라 가서 잘 지내요”

입력 2016.12.22 (11:33) 수정 2016.12.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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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랑해. 하늘나라 가서 잘 지내요."

6살 승욱이는 아빠의 생전 마지막 귓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의 마지막을 감당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지만, 미국에 가 있다던 아빠가 미국이 아닌 하늘나라로 가게 됐다는 소식에 너무 놀랐을 법도 하지만 6살 승욱이는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 느낌으로 알고 있었나 봅니다.


승욱이 아빠 정우철 씨(34세)는 의사입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미래가 촉망되는 의사였습니다. 그런데 3년 전 어느날, 자신이 환자들을 돌보던 그 병원에서 예기치 못한 암을 선고받았습니다. 위암 4기.

병원의 모든 의료진이 우철 씨에게 매달렸습니다. 이미 많은 장기에 암세포가 퍼져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함께 고생하던 동료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습니다. 가까스로 수술이 끝났고 다행이 우철 씨는 조금씩 회복됐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 우철 씨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알게 됐습니다. 암을 진단받은 사람들이 서로 정보와 희망을 주고받는 공간이었습니다. 우철 씨는 그 곳에서 암 환자들을 상대로 무료 상담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환자들을 만났고, 환자들의 문의에 일일히 다 댓글을 달아줬습니다. 병원에서는 잘 듣지 못했던 환자 상태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회원들은 '우리들의 주치의'라며 우철 씨를 믿고 의지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겁니다. 다시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5살이던 아들에게 아빠의 병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승욱이 엄마는 아들에게 아빠가 미국에 갔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1년.

어느날 승욱이는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어디론가 향했습니다. 그리고 가는 도중, 엄마로부터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실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비로소1년 만에 다시 만난 아빠와 아들. 아빠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뿐인 아들에게 사력을 다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우리 승욱이가...
승욱이가 원하는 직업 가지고
그렇게 잘 살아."

"아빠, 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훌륭한 사람."

"그래. 아빠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아빠 사랑해. 하늘나라 가서 잘 지내요."


KBS 스페셜 [앎] 3부작 가운데 3부 '에디냐와 함께 한 4년'에서는 승욱이 부자의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이별 모습을 담았습니다. 3부 방송에서는 또 2부에 소개된 서진이 엄마의 마지막 모습 등 '호스피스'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는 암환자들의 사연을 전합니다. 이들이 삶의 끝자락에서 한 얘기는 무엇이었을까요. 가족들은 그로부터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요.


[앎] 3부작을 제작한 KBS 이호경 PD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괴롭고 울부짖는 게 아니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죽음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며 "암환자들이 고통 없이 아름답게 갈 수 있는 데는 '가정 호스피스' 제도의 역할이 컸다. 이번 프로그램이 '가정 호스피스' 제도가 더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스페셜 [앎] 3부작의 마지막편 '에디냐와 함께 한 4년'은 12월 25일 밤 10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연관기사]
☞ ① 암4기 젊은 엄마들의 간절한 투병기
☞ ② 하늘나라로 가는 엄마가 7살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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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앎③] “아빠 사랑해, 하늘나라 가서 잘 지내요”
    • 입력 2016-12-22 11:33:58
    • 수정2016-12-22 14: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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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랑해. 하늘나라 가서 잘 지내요." 6살 승욱이는 아빠의 생전 마지막 귓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의 마지막을 감당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지만, 미국에 가 있다던 아빠가 미국이 아닌 하늘나라로 가게 됐다는 소식에 너무 놀랐을 법도 하지만 6살 승욱이는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 느낌으로 알고 있었나 봅니다. 승욱이 아빠 정우철 씨(34세)는 의사입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미래가 촉망되는 의사였습니다. 그런데 3년 전 어느날, 자신이 환자들을 돌보던 그 병원에서 예기치 못한 암을 선고받았습니다. 위암 4기. 병원의 모든 의료진이 우철 씨에게 매달렸습니다. 이미 많은 장기에 암세포가 퍼져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함께 고생하던 동료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습니다. 가까스로 수술이 끝났고 다행이 우철 씨는 조금씩 회복됐습니다, 그리고 그 무렵 우철 씨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알게 됐습니다. 암을 진단받은 사람들이 서로 정보와 희망을 주고받는 공간이었습니다. 우철 씨는 그 곳에서 암 환자들을 상대로 무료 상담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환자들을 만났고, 환자들의 문의에 일일히 다 댓글을 달아줬습니다. 병원에서는 잘 듣지 못했던 환자 상태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회원들은 '우리들의 주치의'라며 우철 씨를 믿고 의지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된 겁니다. 다시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5살이던 아들에게 아빠의 병을 알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승욱이 엄마는 아들에게 아빠가 미국에 갔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1년. 어느날 승욱이는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어디론가 향했습니다. 그리고 가는 도중, 엄마로부터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실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비로소1년 만에 다시 만난 아빠와 아들. 아빠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나뿐인 아들에게 사력을 다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우리 승욱이가... 승욱이가 원하는 직업 가지고 그렇게 잘 살아." "아빠, 저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훌륭한 사람." "그래. 아빠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아빠 사랑해. 하늘나라 가서 잘 지내요." KBS 스페셜 [앎] 3부작 가운데 3부 '에디냐와 함께 한 4년'에서는 승욱이 부자의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이별 모습을 담았습니다. 3부 방송에서는 또 2부에 소개된 서진이 엄마의 마지막 모습 등 '호스피스'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한 죽음을 맞는 암환자들의 사연을 전합니다. 이들이 삶의 끝자락에서 한 얘기는 무엇이었을까요. 가족들은 그로부터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요. [앎] 3부작을 제작한 KBS 이호경 PD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괴롭고 울부짖는 게 아니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죽음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며 "암환자들이 고통 없이 아름답게 갈 수 있는 데는 '가정 호스피스' 제도의 역할이 컸다. 이번 프로그램이 '가정 호스피스' 제도가 더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스페셜 [앎] 3부작의 마지막편 '에디냐와 함께 한 4년'은 12월 25일 밤 10시 30분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연관기사] ☞ ① 암4기 젊은 엄마들의 간절한 투병기 ☞ ② 하늘나라로 가는 엄마가 7살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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