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가족, 지인들과 주고 받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이 갈수록 다양하고 화려해지고 있다. 입체 멜로디 카드는 기본이고 1만 원대의 대형 카드가 등장하는가 하면 홀로그램 카드에 조명 카드 등 고급스런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카드는 어땠을까? 100년 전 우리나라에도 크리스마스카드가 있었을까?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에는?
KBS 'TV 쇼 진품명품'에서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진귀한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소개했다.
먼저 100년 전 대한제국 시절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에 주고 받았던 크리스마스 카드가 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생소한 모양의 이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시대적 배경이 숨겨져 있다.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알린 카드 한 장
아름다운 자태의 엽서 속 주인공. 사극에서나 볼 법한 조선시대 여성이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크리스마스카드로 보이지 않지만 카드 하단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원하는 의미의 "Best Wishies for A Happy Christmas"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양갓집 규수가 홍두깨에 천을 감아 뭔가를 두드리고 있는 듯한 이 크리스마스 카드는 사실 '연출'된 것이다. 김영준 근대유물 감정위원은 "서양에서 들어온 선교사에 의해 조선 시대 풍속·풍물을 바탕으로 연출된 사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양갓집 규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생이며, 방망이를 제대로 보면 다듬이질 방망이가 아니라 빨랫방망이"라고 김 감정위원은 지적했다. 또한 "홍두깨도 실제가 아니라 동그란 나무로 홍두깨를 대신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서 김 감정위원은 "조선 시대 말기 전통 병풍 양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910년대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대한제국 말기 혹은 일제강점기 초기에 만들어진 카드다.
중공군이 UN군에 보내는 크리스마스 편지
요즘 크리스마스카드라고 해도 손색없을 모양의 예쁜 문양의 카드. 안을 열어보니 UN군이 38선 앞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첨부돼 있다.
이 카드는 1953년 한국 전쟁이 벌어지던 중 만들어진 것으로 중공군이 유엔군에게 보낸 카드다. 'Greetings from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중공군의 인사)'라고 쓰인 이 카드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UN군에게 심리전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크리스는 "순수한 크리스마스카드를 악용한 것이 아니냐"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크리스마스카드
고급스러운 금색 문양이 찍혀있는 이 카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여러 사람에게 보낸 성탄 축하 카드다. 금색 문양은 '경무대(청와대의 이전 명칭)'를 나타낸 것으로 대통령이 보낸 카드임을 증명한다.
1940년대, 미군정청 시절의 카드
이 카드에 그려진 군복을 보면 언제적 카드인지 알 수 있다?! 그림 속 군복은 당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까지 한반도 전역에 주둔했던 미군의 군복이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한 달 후 한국에 들어온 미군 부대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까지 전국에 주둔했다. 이 카드에는 'Military Government of Korea(미군정청)'라고 쓰여있다.
연 날리는 풍경처럼 한국적인 풍경을 담은 크리스마스카드도 눈길을 끈다. 카드 안에는 '축 성탄'이라는 말과 함께 방망이질하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패널로 나온 브로닌은 "한국사람들이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연을 날리는 모습을 크리스마스카드로 만들다니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사진이 한 데 모여 있는 이 카드는 애육원에서 만든 카드다. '애육원'이란 고아들을 수용, 보호, 양육하는 시설로 현재의 보육원을 뜻한다. 당시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수용하던 공간이던 애육원에서는 물품과 기금을 보내준 외국인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정성스러운 편지를 동봉해 보냈다.
장당 50만 원짜리 크리스마스카드
이 카드 중에 가장 높은 감정가를 받은 카드는 무엇일까. 바로 1910년대에 만들어진 '기생' 카드와 이승만 대통령이 쓴 크리스마스 카드다.
1910년 당시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외국에 알릴 방법은 없었다. 이를 고민하던 외국 선교사들은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알릴 수 있는 대상을 고민하다가 조선의 여인이 방망이질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서 해외에 알린 것이다. 김 감정위원은 "이 카드는 희귀도가 높아서 5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크리스마스 카드 또한 50만 원으로 책정됐다. 김 감정위원은 그 이유를 "대통령 관련 수집가들의 수요가 많으므로 이승만 대통령의 것도 귀하다고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는 미국에서 온 크리스와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브로닌이 출연해 크리스마스카드와 설청도, 흑백상감청자표형병, 1938년 달력 등을 알아보고 감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방송은 12월 25일 '성탄 기획 TV쇼 진품명품' 다시보기로 볼 수 있다.
최정윤 kbs.choijy@kbs.co.kr
그렇다면 과거의 카드는 어땠을까? 100년 전 우리나라에도 크리스마스카드가 있었을까?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에는?
KBS 'TV 쇼 진품명품'에서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진귀한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소개했다.
먼저 100년 전 대한제국 시절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에 주고 받았던 크리스마스 카드가 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생소한 모양의 이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시대적 배경이 숨겨져 있다.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알린 카드 한 장
아름다운 자태의 엽서 속 주인공. 사극에서나 볼 법한 조선시대 여성이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크리스마스카드로 보이지 않지만 카드 하단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원하는 의미의 "Best Wishies for A Happy Christmas"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양갓집 규수가 홍두깨에 천을 감아 뭔가를 두드리고 있는 듯한 이 크리스마스 카드는 사실 '연출'된 것이다. 김영준 근대유물 감정위원은 "서양에서 들어온 선교사에 의해 조선 시대 풍속·풍물을 바탕으로 연출된 사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양갓집 규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생이며, 방망이를 제대로 보면 다듬이질 방망이가 아니라 빨랫방망이"라고 김 감정위원은 지적했다. 또한 "홍두깨도 실제가 아니라 동그란 나무로 홍두깨를 대신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서 김 감정위원은 "조선 시대 말기 전통 병풍 양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910년대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대한제국 말기 혹은 일제강점기 초기에 만들어진 카드다.
중공군이 UN군에 보내는 크리스마스 편지
요즘 크리스마스카드라고 해도 손색없을 모양의 예쁜 문양의 카드. 안을 열어보니 UN군이 38선 앞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첨부돼 있다.
이 카드는 1953년 한국 전쟁이 벌어지던 중 만들어진 것으로 중공군이 유엔군에게 보낸 카드다. 'Greetings from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중공군의 인사)'라고 쓰인 이 카드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UN군에게 심리전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크리스는 "순수한 크리스마스카드를 악용한 것이 아니냐"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크리스마스카드
고급스러운 금색 문양이 찍혀있는 이 카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여러 사람에게 보낸 성탄 축하 카드다. 금색 문양은 '경무대(청와대의 이전 명칭)'를 나타낸 것으로 대통령이 보낸 카드임을 증명한다.
1940년대, 미군정청 시절의 카드
이 카드에 그려진 군복을 보면 언제적 카드인지 알 수 있다?! 그림 속 군복은 당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까지 한반도 전역에 주둔했던 미군의 군복이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한 달 후 한국에 들어온 미군 부대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까지 전국에 주둔했다. 이 카드에는 'Military Government of Korea(미군정청)'라고 쓰여있다.
연 날리는 풍경처럼 한국적인 풍경을 담은 크리스마스카드도 눈길을 끈다. 카드 안에는 '축 성탄'이라는 말과 함께 방망이질하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패널로 나온 브로닌은 "한국사람들이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연을 날리는 모습을 크리스마스카드로 만들다니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사진이 한 데 모여 있는 이 카드는 애육원에서 만든 카드다. '애육원'이란 고아들을 수용, 보호, 양육하는 시설로 현재의 보육원을 뜻한다. 당시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수용하던 공간이던 애육원에서는 물품과 기금을 보내준 외국인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정성스러운 편지를 동봉해 보냈다.
장당 50만 원짜리 크리스마스카드
이 카드 중에 가장 높은 감정가를 받은 카드는 무엇일까. 바로 1910년대에 만들어진 '기생' 카드와 이승만 대통령이 쓴 크리스마스 카드다.
1910년 당시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외국에 알릴 방법은 없었다. 이를 고민하던 외국 선교사들은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알릴 수 있는 대상을 고민하다가 조선의 여인이 방망이질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서 해외에 알린 것이다. 김 감정위원은 "이 카드는 희귀도가 높아서 5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크리스마스 카드 또한 50만 원으로 책정됐다. 김 감정위원은 그 이유를 "대통령 관련 수집가들의 수요가 많으므로 이승만 대통령의 것도 귀하다고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는 미국에서 온 크리스와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브로닌이 출연해 크리스마스카드와 설청도, 흑백상감청자표형병, 1938년 달력 등을 알아보고 감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방송은 12월 25일 '성탄 기획 TV쇼 진품명품' 다시보기로 볼 수 있다.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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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제국’ 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의 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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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12-26 17:34:58
연말연시 가족, 지인들과 주고 받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이 갈수록 다양하고 화려해지고 있다. 입체 멜로디 카드는 기본이고 1만 원대의 대형 카드가 등장하는가 하면 홀로그램 카드에 조명 카드 등 고급스런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카드는 어땠을까? 100년 전 우리나라에도 크리스마스카드가 있었을까?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에는?
KBS 'TV 쇼 진품명품'에서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진귀한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소개했다.
먼저 100년 전 대한제국 시절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에 주고 받았던 크리스마스 카드가 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생소한 모양의 이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시대적 배경이 숨겨져 있다.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알린 카드 한 장
아름다운 자태의 엽서 속 주인공. 사극에서나 볼 법한 조선시대 여성이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크리스마스카드로 보이지 않지만 카드 하단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원하는 의미의 "Best Wishies for A Happy Christmas"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양갓집 규수가 홍두깨에 천을 감아 뭔가를 두드리고 있는 듯한 이 크리스마스 카드는 사실 '연출'된 것이다. 김영준 근대유물 감정위원은 "서양에서 들어온 선교사에 의해 조선 시대 풍속·풍물을 바탕으로 연출된 사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양갓집 규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생이며, 방망이를 제대로 보면 다듬이질 방망이가 아니라 빨랫방망이"라고 김 감정위원은 지적했다. 또한 "홍두깨도 실제가 아니라 동그란 나무로 홍두깨를 대신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서 김 감정위원은 "조선 시대 말기 전통 병풍 양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910년대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대한제국 말기 혹은 일제강점기 초기에 만들어진 카드다.
중공군이 UN군에 보내는 크리스마스 편지
요즘 크리스마스카드라고 해도 손색없을 모양의 예쁜 문양의 카드. 안을 열어보니 UN군이 38선 앞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첨부돼 있다.
이 카드는 1953년 한국 전쟁이 벌어지던 중 만들어진 것으로 중공군이 유엔군에게 보낸 카드다. 'Greetings from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중공군의 인사)'라고 쓰인 이 카드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UN군에게 심리전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크리스는 "순수한 크리스마스카드를 악용한 것이 아니냐"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크리스마스카드
고급스러운 금색 문양이 찍혀있는 이 카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여러 사람에게 보낸 성탄 축하 카드다. 금색 문양은 '경무대(청와대의 이전 명칭)'를 나타낸 것으로 대통령이 보낸 카드임을 증명한다.
1940년대, 미군정청 시절의 카드
이 카드에 그려진 군복을 보면 언제적 카드인지 알 수 있다?! 그림 속 군복은 당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까지 한반도 전역에 주둔했던 미군의 군복이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한 달 후 한국에 들어온 미군 부대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까지 전국에 주둔했다. 이 카드에는 'Military Government of Korea(미군정청)'라고 쓰여있다.
연 날리는 풍경처럼 한국적인 풍경을 담은 크리스마스카드도 눈길을 끈다. 카드 안에는 '축 성탄'이라는 말과 함께 방망이질하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패널로 나온 브로닌은 "한국사람들이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연을 날리는 모습을 크리스마스카드로 만들다니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사진이 한 데 모여 있는 이 카드는 애육원에서 만든 카드다. '애육원'이란 고아들을 수용, 보호, 양육하는 시설로 현재의 보육원을 뜻한다. 당시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수용하던 공간이던 애육원에서는 물품과 기금을 보내준 외국인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정성스러운 편지를 동봉해 보냈다.
장당 50만 원짜리 크리스마스카드
이 카드 중에 가장 높은 감정가를 받은 카드는 무엇일까. 바로 1910년대에 만들어진 '기생' 카드와 이승만 대통령이 쓴 크리스마스 카드다.
1910년 당시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외국에 알릴 방법은 없었다. 이를 고민하던 외국 선교사들은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알릴 수 있는 대상을 고민하다가 조선의 여인이 방망이질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서 해외에 알린 것이다. 김 감정위원은 "이 카드는 희귀도가 높아서 5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크리스마스 카드 또한 50만 원으로 책정됐다. 김 감정위원은 그 이유를 "대통령 관련 수집가들의 수요가 많으므로 이승만 대통령의 것도 귀하다고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는 미국에서 온 크리스와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브로닌이 출연해 크리스마스카드와 설청도, 흑백상감청자표형병, 1938년 달력 등을 알아보고 감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방송은 12월 25일 '성탄 기획 TV쇼 진품명품' 다시보기로 볼 수 있다.
최정윤 kbs.choijy@kbs.co.kr
그렇다면 과거의 카드는 어땠을까? 100년 전 우리나라에도 크리스마스카드가 있었을까?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에는?
KBS 'TV 쇼 진품명품'에서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진귀한 크리스마스 카드들을 소개했다.
먼저 100년 전 대한제국 시절 만들어진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대에 주고 받았던 크리스마스 카드가 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 생소한 모양의 이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시대적 배경이 숨겨져 있다.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알린 카드 한 장
아름다운 자태의 엽서 속 주인공. 사극에서나 볼 법한 조선시대 여성이 방망이질을 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크리스마스카드로 보이지 않지만 카드 하단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기원하는 의미의 "Best Wishies for A Happy Christmas"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양갓집 규수가 홍두깨에 천을 감아 뭔가를 두드리고 있는 듯한 이 크리스마스 카드는 사실 '연출'된 것이다. 김영준 근대유물 감정위원은 "서양에서 들어온 선교사에 의해 조선 시대 풍속·풍물을 바탕으로 연출된 사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양갓집 규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생이며, 방망이를 제대로 보면 다듬이질 방망이가 아니라 빨랫방망이"라고 김 감정위원은 지적했다. 또한 "홍두깨도 실제가 아니라 동그란 나무로 홍두깨를 대신한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서 김 감정위원은 "조선 시대 말기 전통 병풍 양식이 있는 것으로 보아 1910년대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대한제국 말기 혹은 일제강점기 초기에 만들어진 카드다.
중공군이 UN군에 보내는 크리스마스 편지
요즘 크리스마스카드라고 해도 손색없을 모양의 예쁜 문양의 카드. 안을 열어보니 UN군이 38선 앞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이 첨부돼 있다.
이 카드는 1953년 한국 전쟁이 벌어지던 중 만들어진 것으로 중공군이 유엔군에게 보낸 카드다. 'Greetings from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중공군의 인사)'라고 쓰인 이 카드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UN군에게 심리전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크리스는 "순수한 크리스마스카드를 악용한 것이 아니냐"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크리스마스카드
고급스러운 금색 문양이 찍혀있는 이 카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여러 사람에게 보낸 성탄 축하 카드다. 금색 문양은 '경무대(청와대의 이전 명칭)'를 나타낸 것으로 대통령이 보낸 카드임을 증명한다.
1940년대, 미군정청 시절의 카드
이 카드에 그려진 군복을 보면 언제적 카드인지 알 수 있다?! 그림 속 군복은 당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까지 한반도 전역에 주둔했던 미군의 군복이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한 달 후 한국에 들어온 미군 부대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까지 전국에 주둔했다. 이 카드에는 'Military Government of Korea(미군정청)'라고 쓰여있다.
연 날리는 풍경처럼 한국적인 풍경을 담은 크리스마스카드도 눈길을 끈다. 카드 안에는 '축 성탄'이라는 말과 함께 방망이질하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패널로 나온 브로닌은 "한국사람들이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연을 날리는 모습을 크리스마스카드로 만들다니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사진이 한 데 모여 있는 이 카드는 애육원에서 만든 카드다. '애육원'이란 고아들을 수용, 보호, 양육하는 시설로 현재의 보육원을 뜻한다. 당시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수용하던 공간이던 애육원에서는 물품과 기금을 보내준 외국인 후원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정성스러운 편지를 동봉해 보냈다.
장당 50만 원짜리 크리스마스카드
이 카드 중에 가장 높은 감정가를 받은 카드는 무엇일까. 바로 1910년대에 만들어진 '기생' 카드와 이승만 대통령이 쓴 크리스마스 카드다.
1910년 당시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외국에 알릴 방법은 없었다. 이를 고민하던 외국 선교사들은 조선의 크리스마스를 알릴 수 있는 대상을 고민하다가 조선의 여인이 방망이질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서 해외에 알린 것이다. 김 감정위원은 "이 카드는 희귀도가 높아서 50만 원으로 책정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크리스마스 카드 또한 50만 원으로 책정됐다. 김 감정위원은 그 이유를 "대통령 관련 수집가들의 수요가 많으므로 이승만 대통령의 것도 귀하다고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는 미국에서 온 크리스와 이탈리아 출신 크리스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브로닌이 출연해 크리스마스카드와 설청도, 흑백상감청자표형병, 1938년 달력 등을 알아보고 감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방송은 12월 25일 '성탄 기획 TV쇼 진품명품' 다시보기로 볼 수 있다.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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