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마다 늘어나는 경비원 휴게시간…‘그게, 달갑지만은 않아요’
입력 2016.12.27 (13:47)
수정 2016.12.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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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 한 아파트에서 경비 노동자로 일하는 A 씨는 24시간씩 격일로 근무한다. 하루 24시간 중 쉬는시간(휴게시간)은 6시간. 야간 3시간과 점심, 저녁 각 90분씩이 쉬는시간이다.
그런데 내년 1월1일부터는 점심과 저녁시간이 2시간씩으로 늘어난다. 일터에 있는 24시간 중 일하는 시간이 1시간 줄어들고, 쉬는 시간이 1시간 늘어난 것이다.
줄어든 1시간 만큼 돈도 덜 받게 된다. 내년 1월1일부터 최저시급 인상(6,030원 -> 6,470원)으로 절대적으로 받는 돈은 늘어나지만, 휴게시간이 늘어난 탓에 매일 1시간 급여 6,470원씩 덜 받게 되는 것이다.
A 씨는 이와 관련해 “쉴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30분씩 쉬는시간이 늘어난 게 좋은게 아니다”라며 “편법으로 한시간 동안의 급여를 줄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보도블럭 교체에 몇 억원 씩 쓰면서, 440원 오른 것 때문에 최저임금 받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반면 이 아파트 주민생활센터장은 “고령의 경비노동자들을 배려해 쉬는 시간을 늘린 것이고, 급여를 줄이려는 꼼수가 아니다”라며 “우리뿐 아니라 많은 아파트가 휴게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의 경비 노동자를 배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아파트 경비노동자 절반이 휴게시간 늘어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46.4%가 “전년대비 휴게시간이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4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2015년에 이미 절반 가까운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이 전년보다 늘어난 셈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경비원 휴게시간이 늘어났는데, 최저임금 100% 적용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쓰이는 경향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휴게시간 늘어도 달갑지 않은 이유는..
휴게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휴게시간에도 제대로 쉬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조사에 따르면 455명의 서울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중 63.5%가 "휴게시간에 근무지 안에서 쉬고,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업무를 수행한다"고 응답했다. 쉬는 시간에도 초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별도 휴게공간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7.8%가 “휴게공간이 없고, 근무 초소에서 쉰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연관기사] ☞ 말 뿐인 휴식시간…쉴 곳 없는 경비원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정부는 지난 10월 아파트 경비원, 학교 당직 근로자 등 ‘감시 단속’ 업무 종사자들의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을 엄격하게 구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연관기사] ☞ 감시 근로자, 근로-휴게시간 시간 가이드라인 발표
아파트 경비원 같은 감시 단속 노동자가 쉬는시간에 확실히 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침을 발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최재혁 간사는 “최저임금이 매년 인상되는데, 일부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기 위해 무급 휴게시간을 늘리고 유급 근로시간을 줄이곤 한다”며 “때문에 최저임금이 올라도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총액이 늘지 않고 되려 노동시간은 증가한다. 이러한 꼼수에 대해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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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마다 늘어나는 경비원 휴게시간…‘그게, 달갑지만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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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우 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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