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왜 끼어들어”…말다툼이 결국 살인까지

입력 2016.12.29 (08:31) 수정 2016.12.2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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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갑자기 오른쪽에서 차량 한 대가 끼어들어 사고가 날 뻔 합니다.

이번엔 견인차 한 대가 도로 위를 이리저리 오가며 끼어들기를 합니다.

때로는 끼어들기가 발단이 돼 도로 위에서 이렇게 싸움까지 벌어지는데요.

끼어들기 때문에 위협을 느꼈거나 감정이 상했던 경험 운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최근 끼어들기로 시작된 말다툼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평범한 택시 기사였는데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결국,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도로 위 위험천만한 끼어들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택시 기사가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 앉아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택시 밖에선, 한 남성이 택시 기사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손에 뭔가를 들고 택시로 다가온 남성,

잠시 뒤, 택시 주변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녹취> 목격자 A(음성변조) : “우리는 차를 때려 부수는 줄 알았어. 처음에는. 화가 나니까 차를 저렇게 때려 부수나 싶어서…….”

알고 보니 한 남성에 둔기를 들고 와 택시 기사에게 휘두른 겁니다.

<녹취> 목격자 A(음성변조) : “차를 때려 부수면 유리 깨지는 소리도 나고 할 텐데 아무 소리가 없어. 그래서 나중에 가까이 가봤더니 사람이 이렇게 개구리 엎드려 있듯이 엎드려 있더라고요.”

택시기사는 둔기에 맞아 크게 다쳤고, 잠시 뒤 현장에는 119구급차량이 도착했습니다.

<녹취> 출동 구급대원(음성변조) : “저쪽에 사람 쓰러져 있다고 빨리 가보라고 해서 가보니까 택시 조수석 옆에. 엎드려서 쓰러져 계셨고요. 택시 옆에 혈흔이 많이 있었고요.”

택시기사 63살 곽 모 씨는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곽 씨를 둔기로 폭행한 남성은 47살 엄 모 씨로 엄 씨 역시 택시 기사였는데요.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 있던 엄 씨는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녹취> 목격자 B(음성변조) : “가해자가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었는데 경찰 오자마자 내가 죽였다고 벌떡 일어나서 손을 내밀더라고요. 수갑 채우라고요.”

대체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참극을 벌인 걸까.

사건의 발단은 바로 끼어들기였습니다.

택시기사인 두 사람은 같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는데요.

숨진 곽 씨가 차선을 바꾸자 뒤따라 달리던 엄 씨가 경적을 울리며 시비가 붙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5백 미터 구간 정도밖에 안 돼요. 둘이 같이 간 거는. 끼어들기를 했다고 해서 시비가 된 거예요. 처음에.”

경적을 울리면서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두 사람.

얼마 가지 않아 두 사람은 건널목에서 신호대기를 받고 멈췄는데요.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횡단보도 앞에서 만나서 대화하다가 ‘왜 이 정도 갖고 빵빵거리느냐’고 피해자가 그러니까 가해자가 ‘뭐야 이 XX’ 하고 욕을 한마디 했어요. 그러니까 ‘어? 욕했어. 너 이리로 따라와.’ 하면서 둘이 이제 사건 장소에서 만난 거예요.”

두 사람은 결국 길가에 차를 세우고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옥신각신 시작된 다툼은 점점 큰 감정싸움으로 치달았고 욕설까지 오가게 됐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말싸움하던 중에 ‘피해자가 너 욕했어? 어? 나 그러면 신고한다.’ 그렇게 하니까 이제 그 말에 더 격분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곽 씨의 말에 자신의 차로 돌아간 엄 씨는 차 트렁크에 실려 있던 둔기를 꺼내와 곽 씨를 향해 내리친 겁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차 수리하기 위해서 (둔기를) 차에 싣고 다녔대요.”

사건이 일어난 곳은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대로변, 게다가 한밤중도 아닌 오전 시각이었는데요.

운전 중 ‘끼어들기’로 시작된 갈등이 결국, 처음 만난 사람을 둔기로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겁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죄송하다고 같이 택시업을 하니까 미안하다고 됐다고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쫓아와서……. 조금만 참았으면 아이고.”

끼어들기로 인한 시비는 대다수의 운전자가 경험하기 마련입니다.

<인터뷰> 윤지연(대전 서구) : “깜빡이를 안 켜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보면 사고 위험이 있으니까 깜짝깜짝 놀랄 때 그게 제일 화가 나더라고요.”

<인터뷰> 고남석(대전 동구) :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이 있으면 화가 나죠. 끼어들고 미안하다고 비상등이라도 한 번 켜주면 괜찮은데 급브레이크를 밟는다거나…….”

그렇다면 끼어들기로 인한 분노의 원인은 대체 뭘까?

<녹취> 최승원(교수/덕성여대 심리학과) :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두 가지 심리가 상태가 교차하거든요. 누군가가 새치기를 할 거라는 피해에 대한 어떤 두려움과 아, 나는 지금 줄을 서고 있는데 이거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공존하는데요. 사실 누가 끼어들기를 한다라는 거는 이 어떤 공정한 규정이 깨진다는 측면에서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 여기에서 좀 더 공격적인 측면이 강화될 수 있고요.”

정체가 심한 고속도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친 말을 내뱉기 시작합니다.

<녹취> “×××이 돌아서. ××××가 죽으려고.”

주행 중인 차량 앞을 가로 막아서고 욕설과 고성을 내뱉습니다.

<녹취> “내려, ×××아. 아씨. 야. 죽 고 싶으냐? 야. 죽을래.”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차를 멈춰 세운 남성.

삼단봉을 들고 와 뒤 차량을 내려치기 시작합니다.

<녹취> “지금 앞 유리창 깨졌고요. 지금 빨리 좀 와주세요. 네 빨리 좀 와주세요.”

<녹취> "내려. 내려! ×××야. 내리라고."

또 다른 도로.

차선을 무시하고 방향 등도 켜지 않은 차량이 갑자기 앞으로 끼어듭니다.

경적을 울리자, 갑자기 급정거를 해대는 앞 차량.

운전자는 심한 위협감을 느꼈습니다.

<인터뷰> 이◯◯(음성변조) : “제가 안 좋았던 것은 고의 급정거를 두 번씩이나 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처음에 했을 때 놀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치는데, 한 번 더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건 (문제가 있죠.)”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주변에 있는 다른 차량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

실제 이런 사건의 가해자 역시 평범한 운전자들이 대부분인데요.

<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외피 효과, 혹은 갑옷 효과라고 하는데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이 난폭해지는 이유는 자기 실제적 힘이나 전투력보다는 차가 가지고 있는 사이즈나 무기를 조종하는 것과 똑같으므로 그로 인한 공격성이 분명히 나타날 수가 있다는 이야기죠.”

경찰은 범행에 쓰인 둔기에 대해 정밀감식을 벌이는 한편 엄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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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왜 끼어들어”…말다툼이 결국 살인까지
    • 입력 2016-12-29 08:36:31
    • 수정2016-12-29 12: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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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갑자기 오른쪽에서 차량 한 대가 끼어들어 사고가 날 뻔 합니다.

이번엔 견인차 한 대가 도로 위를 이리저리 오가며 끼어들기를 합니다.

때로는 끼어들기가 발단이 돼 도로 위에서 이렇게 싸움까지 벌어지는데요.

끼어들기 때문에 위협을 느꼈거나 감정이 상했던 경험 운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최근 끼어들기로 시작된 말다툼이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평범한 택시 기사였는데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결국,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도로 위 위험천만한 끼어들기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택시 기사가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 앉아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습니다.

택시 밖에선, 한 남성이 택시 기사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손에 뭔가를 들고 택시로 다가온 남성,

잠시 뒤, 택시 주변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녹취> 목격자 A(음성변조) : “우리는 차를 때려 부수는 줄 알았어. 처음에는. 화가 나니까 차를 저렇게 때려 부수나 싶어서…….”

알고 보니 한 남성에 둔기를 들고 와 택시 기사에게 휘두른 겁니다.

<녹취> 목격자 A(음성변조) : “차를 때려 부수면 유리 깨지는 소리도 나고 할 텐데 아무 소리가 없어. 그래서 나중에 가까이 가봤더니 사람이 이렇게 개구리 엎드려 있듯이 엎드려 있더라고요.”

택시기사는 둔기에 맞아 크게 다쳤고, 잠시 뒤 현장에는 119구급차량이 도착했습니다.

<녹취> 출동 구급대원(음성변조) : “저쪽에 사람 쓰러져 있다고 빨리 가보라고 해서 가보니까 택시 조수석 옆에. 엎드려서 쓰러져 계셨고요. 택시 옆에 혈흔이 많이 있었고요.”

택시기사 63살 곽 모 씨는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곽 씨를 둔기로 폭행한 남성은 47살 엄 모 씨로 엄 씨 역시 택시 기사였는데요.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 있던 엄 씨는 자신의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습니다.

<녹취> 목격자 B(음성변조) : “가해자가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었는데 경찰 오자마자 내가 죽였다고 벌떡 일어나서 손을 내밀더라고요. 수갑 채우라고요.”

대체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참극을 벌인 걸까.

사건의 발단은 바로 끼어들기였습니다.

택시기사인 두 사람은 같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는데요.

숨진 곽 씨가 차선을 바꾸자 뒤따라 달리던 엄 씨가 경적을 울리며 시비가 붙었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5백 미터 구간 정도밖에 안 돼요. 둘이 같이 간 거는. 끼어들기를 했다고 해서 시비가 된 거예요. 처음에.”

경적을 울리면서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두 사람.

얼마 가지 않아 두 사람은 건널목에서 신호대기를 받고 멈췄는데요.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횡단보도 앞에서 만나서 대화하다가 ‘왜 이 정도 갖고 빵빵거리느냐’고 피해자가 그러니까 가해자가 ‘뭐야 이 XX’ 하고 욕을 한마디 했어요. 그러니까 ‘어? 욕했어. 너 이리로 따라와.’ 하면서 둘이 이제 사건 장소에서 만난 거예요.”

두 사람은 결국 길가에 차를 세우고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옥신각신 시작된 다툼은 점점 큰 감정싸움으로 치달았고 욕설까지 오가게 됐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말싸움하던 중에 ‘피해자가 너 욕했어? 어? 나 그러면 신고한다.’ 그렇게 하니까 이제 그 말에 더 격분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곽 씨의 말에 자신의 차로 돌아간 엄 씨는 차 트렁크에 실려 있던 둔기를 꺼내와 곽 씨를 향해 내리친 겁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차 수리하기 위해서 (둔기를) 차에 싣고 다녔대요.”

사건이 일어난 곳은 사람들의 통행이 잦은 대로변, 게다가 한밤중도 아닌 오전 시각이었는데요.

운전 중 ‘끼어들기’로 시작된 갈등이 결국, 처음 만난 사람을 둔기로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로 이어진 겁니다.

<녹취> 목격자(음성변조) : “죄송하다고 같이 택시업을 하니까 미안하다고 됐다고 하면 되지 뭘 그렇게 쫓아와서……. 조금만 참았으면 아이고.”

끼어들기로 인한 시비는 대다수의 운전자가 경험하기 마련입니다.

<인터뷰> 윤지연(대전 서구) : “깜빡이를 안 켜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보면 사고 위험이 있으니까 깜짝깜짝 놀랄 때 그게 제일 화가 나더라고요.”

<인터뷰> 고남석(대전 동구) :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이 있으면 화가 나죠. 끼어들고 미안하다고 비상등이라도 한 번 켜주면 괜찮은데 급브레이크를 밟는다거나…….”

그렇다면 끼어들기로 인한 분노의 원인은 대체 뭘까?

<녹취> 최승원(교수/덕성여대 심리학과) :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두 가지 심리가 상태가 교차하거든요. 누군가가 새치기를 할 거라는 피해에 대한 어떤 두려움과 아, 나는 지금 줄을 서고 있는데 이거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공존하는데요. 사실 누가 끼어들기를 한다라는 거는 이 어떤 공정한 규정이 깨진다는 측면에서 아주 큰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 여기에서 좀 더 공격적인 측면이 강화될 수 있고요.”

정체가 심한 고속도로,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친 말을 내뱉기 시작합니다.

<녹취> “×××이 돌아서. ××××가 죽으려고.”

주행 중인 차량 앞을 가로 막아서고 욕설과 고성을 내뱉습니다.

<녹취> “내려, ×××아. 아씨. 야. 죽 고 싶으냐? 야. 죽을래.”

그러고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차를 멈춰 세운 남성.

삼단봉을 들고 와 뒤 차량을 내려치기 시작합니다.

<녹취> “지금 앞 유리창 깨졌고요. 지금 빨리 좀 와주세요. 네 빨리 좀 와주세요.”

<녹취> "내려. 내려! ×××야. 내리라고."

또 다른 도로.

차선을 무시하고 방향 등도 켜지 않은 차량이 갑자기 앞으로 끼어듭니다.

경적을 울리자, 갑자기 급정거를 해대는 앞 차량.

운전자는 심한 위협감을 느꼈습니다.

<인터뷰> 이◯◯(음성변조) : “제가 안 좋았던 것은 고의 급정거를 두 번씩이나 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처음에 했을 때 놀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치는데, 한 번 더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건 (문제가 있죠.)”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주변에 있는 다른 차량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

실제 이런 사건의 가해자 역시 평범한 운전자들이 대부분인데요.

<터뷰> 염건령(선임연구위원/한국범죄학연구소) : “외피 효과, 혹은 갑옷 효과라고 하는데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이 난폭해지는 이유는 자기 실제적 힘이나 전투력보다는 차가 가지고 있는 사이즈나 무기를 조종하는 것과 똑같으므로 그로 인한 공격성이 분명히 나타날 수가 있다는 이야기죠.”

경찰은 범행에 쓰인 둔기에 대해 정밀감식을 벌이는 한편 엄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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