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토막난 국민연금…알고보니 18년전 가출한 전처가…

입력 2016.12.29 (15:56) 수정 2016.12.2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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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여성과 1975년 결혼한 한모(63)씨.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성격 차이로 다툼이 잦았고 갈등은 커졌다. 결국 결혼 11년 만에 아내는 가출했다. 그 후 18년간 법적으로는 부부였지만, 왕래조차 없었다. 부부는 2004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한씨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매월 받던 국민연금 77만4천원이 어느날 갑자기 49만1천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유를 파악해보니 인생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전처가 국민연금에 '분할연금'을 신청한 것이었다.

분할연금이란 이혼 배우자에게도 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집에서 자녀를 키우거나 가사노동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혼인 기간 가정에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하고 노후를 보장하려는 취지다.

분할연금을 신청하기 위해선 ①이혼해야 하고 ②상대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타야 하며 ③상대 배우자와의 혼인 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에다 ④분할연금을 청구한 본인이 노령연금 수급연령(2016년 현재는 61세)에 이르러야 한다.


한씨의 전처는 한씨의 국민연금을 분할 하는데 형식적인 요건을 갖춘 것이다.

한씨는 억울했다. 결혼 생활보다 가출 기간이 더 긴 전처가 자신의 연금을 나눠 갖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분할연금을 규정한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혼 책임 있는 배우자나 가출로 사실상 결혼 생활이 없던 배우자까지 연금을 나눠 가질 수 있게 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배해 위헌이란 주장이었다.

헌재는 29일 현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이 한씨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해당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해서 무효로 하지는 않지만, 2018년 6월30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법률혼 관계에 있었지만 별거·가출 등으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일률적으로 혼인 기간에 포함시켜 분할연금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제도의 재산권적 성격을 몰각하는 것으로, 입법형성권의 재량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단, 김창종 재판관은 같은 법 다른 조항에서 연금 분할 비율을 별도로 정할 수 있게끔 규정돼 있다며 해당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소수 의견을 냈다.

분할연금 제도는 그간 국민연금에만 적용됐지만, 올해부터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별정우체국연금에까지 확대됐다. 군인연금도 2018년부터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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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 토막난 국민연금…알고보니 18년전 가출한 전처가…
    • 입력 2016-12-29 15:56:44
    • 수정2016-12-29 22:09:01
    취재K
동갑내기 여성과 1975년 결혼한 한모(63)씨.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성격 차이로 다툼이 잦았고 갈등은 커졌다. 결국 결혼 11년 만에 아내는 가출했다. 그 후 18년간 법적으로는 부부였지만, 왕래조차 없었다. 부부는 2004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한씨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매월 받던 국민연금 77만4천원이 어느날 갑자기 49만1천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유를 파악해보니 인생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전처가 국민연금에 '분할연금'을 신청한 것이었다.

분할연금이란 이혼 배우자에게도 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집에서 자녀를 키우거나 가사노동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혼인 기간 가정에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하고 노후를 보장하려는 취지다.

분할연금을 신청하기 위해선 ①이혼해야 하고 ②상대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타야 하며 ③상대 배우자와의 혼인 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여기에다 ④분할연금을 청구한 본인이 노령연금 수급연령(2016년 현재는 61세)에 이르러야 한다.


한씨의 전처는 한씨의 국민연금을 분할 하는데 형식적인 요건을 갖춘 것이다.

한씨는 억울했다. 결혼 생활보다 가출 기간이 더 긴 전처가 자신의 연금을 나눠 갖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분할연금을 규정한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혼 책임 있는 배우자나 가출로 사실상 결혼 생활이 없던 배우자까지 연금을 나눠 가질 수 있게 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배해 위헌이란 주장이었다.

헌재는 29일 현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이 한씨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해당 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해서 무효로 하지는 않지만, 2018년 6월30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법률혼 관계에 있었지만 별거·가출 등으로 실질적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을 일률적으로 혼인 기간에 포함시켜 분할연금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제도의 재산권적 성격을 몰각하는 것으로, 입법형성권의 재량을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단, 김창종 재판관은 같은 법 다른 조항에서 연금 분할 비율을 별도로 정할 수 있게끔 규정돼 있다며 해당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소수 의견을 냈다.

분할연금 제도는 그간 국민연금에만 적용됐지만, 올해부터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별정우체국연금에까지 확대됐다. 군인연금도 2018년부터 도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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