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채소밭 흔적도 지울까?

입력 2016.12.30 (17:56) 수정 2016.12.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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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을 출입하다 보면 흥미 있는 취재 장소가 하나 있다. 남쪽 잔디밭(South Lawn)에 있는 채소밭이다. 매년 봄(4월)과 가을(10월) 두 차례 그곳에서 행사가 열린다. 봄에는 채소를 심고 가을에는 채소를 수확한다.

이 날이 되면 출입기자들이 대거 채소밭 주변으로 모여든다. 백악관 남쪽 광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미셸 여사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통령 부인이 쪼그리고 앉아서 손과 얼굴에 흙을 묻히며 땅을 파고 때론 옷을 추켜올리며 시골 아주머니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흔치 않은 사진거리다.

아래 영상은 기자가 KBS 워싱턴 지국장으로 일하던 2015년 4월 백악관 채소밭에서 어린이들과 채소를 심고 있는 미셸 여사를 현장에서 스틸 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을 이용해서 촬영한 것이다.



‘백악관 채소밭’은 건강 캠페인 장소

미셸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던 2009년 봄에 잔디를 갈아엎고 채소밭부터 만들었다. 이 채소밭은 단순한 채소밭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반찬거리용 채소를 직접 길러서 제공하는 것에 관심들이 모아졌지만 곧바로 국민 건강 캠페인 장소로 발전했다.


매년 봄가을 공개 행사 때에는 전국 각지의 어린이들과 유명 인사들이 초청된다. 그 자리에서 채식이 강조되고 어린이 비만 방지를 위한 메시지들이 전파된다.

미셸여사가 주도하는 전국적인 조직으로 Let’s Move라는 운동도 태동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채소밭에 나와 일을 거들며 캠페인을 도울 만큼 미셸 여사의 채소밭 메시지는 중요한 미션이 됐다.


최근 돌아가는 얘기를 들으니 이런 채소밭에도 위기가 닥쳤다고 한다. 백악관 주인이 트럼프로 바뀌면 채소밭부터 갈아엎을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트위터 등을 통해 벌써 압력을 넣는 사람들도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채식이 아니라 정크 푸드를 더 신뢰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나 딸 이방카는 손에 흙 묻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지적이다.

존폐 위기에 처한 ‘백악관 채소밭’

미셸 여사는 최근 채소밭 앞에 ‘백악관 채소밭(White House Kitchen Garden)’이라고 크게 적힌 비석을 세웠다. 채소밭을 없애지 못하게 하려는 일종의 대못 박기다. 또 채소밭 유지 관련 대통령 행정 명령을 발동시키고 채소밭 유지에 쓸 250만 달러의 기부금도 마련해뒀다. 채소밭을 지키려는 미셸 여사의 노력이 눈물겨워 보이지만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오바마 지우기 못지 않을 것이라는 멜라니아의 미셸 지우기는 앞마당에서부터 시작될 공산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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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을 출입하다 보면 흥미 있는 취재 장소가 하나 있다. 남쪽 잔디밭(South Lawn)에 있는 채소밭이다. 매년 봄(4월)과 가을(10월) 두 차례 그곳에서 행사가 열린다. 봄에는 채소를 심고 가을에는 채소를 수확한다.

이 날이 되면 출입기자들이 대거 채소밭 주변으로 모여든다. 백악관 남쪽 광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미셸 여사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통령 부인이 쪼그리고 앉아서 손과 얼굴에 흙을 묻히며 땅을 파고 때론 옷을 추켜올리며 시골 아주머니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흔치 않은 사진거리다.

아래 영상은 기자가 KBS 워싱턴 지국장으로 일하던 2015년 4월 백악관 채소밭에서 어린이들과 채소를 심고 있는 미셸 여사를 현장에서 스틸 카메라의 동영상 기능을 이용해서 촬영한 것이다.



‘백악관 채소밭’은 건강 캠페인 장소

미셸 여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던 2009년 봄에 잔디를 갈아엎고 채소밭부터 만들었다. 이 채소밭은 단순한 채소밭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반찬거리용 채소를 직접 길러서 제공하는 것에 관심들이 모아졌지만 곧바로 국민 건강 캠페인 장소로 발전했다.


매년 봄가을 공개 행사 때에는 전국 각지의 어린이들과 유명 인사들이 초청된다. 그 자리에서 채식이 강조되고 어린이 비만 방지를 위한 메시지들이 전파된다.

미셸여사가 주도하는 전국적인 조직으로 Let’s Move라는 운동도 태동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채소밭에 나와 일을 거들며 캠페인을 도울 만큼 미셸 여사의 채소밭 메시지는 중요한 미션이 됐다.


최근 돌아가는 얘기를 들으니 이런 채소밭에도 위기가 닥쳤다고 한다. 백악관 주인이 트럼프로 바뀌면 채소밭부터 갈아엎을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트위터 등을 통해 벌써 압력을 넣는 사람들도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채식이 아니라 정크 푸드를 더 신뢰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나 딸 이방카는 손에 흙 묻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지적이다.

존폐 위기에 처한 ‘백악관 채소밭’

미셸 여사는 최근 채소밭 앞에 ‘백악관 채소밭(White House Kitchen Garden)’이라고 크게 적힌 비석을 세웠다. 채소밭을 없애지 못하게 하려는 일종의 대못 박기다. 또 채소밭 유지 관련 대통령 행정 명령을 발동시키고 채소밭 유지에 쓸 250만 달러의 기부금도 마련해뒀다. 채소밭을 지키려는 미셸 여사의 노력이 눈물겨워 보이지만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오바마 지우기 못지 않을 것이라는 멜라니아의 미셸 지우기는 앞마당에서부터 시작될 공산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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