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겨울 수목원 살린 ‘빛 축제’

입력 2016.12.30 (19:45) 수정 2016.12.3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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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 말기인 16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왕국에서는 왕가(王家)의 행차를 기념하기 위해 거리 곳곳에 조명 장식품을 달았다. 처음엔 왕실과 귀족사회의 호의를 얻어 시작됐지만 점차 가톨릭 성자를 기리기 위한 빛의 축제로 발전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시작된 이 축제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고 미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2003년 부천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국에서 비슷한 빛 축제가 열린다. '루미나리에(Luminarie)'에 대한 얘기다.

한국형 루미나리에 ‘오색별빛정원전’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아침고요수목원은 특색 있는 정원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백두산 식물 300여 종을 포함해 5,000여 종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고 영화 '편지(1997)'와 KBS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2010-2011)'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침고요수목원에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수목원의 특성상 겨울 입장객 수가 다른 계절에 비해 유난히 적었다. 2006년 한 해 동안 수목원을 찾은 입장객은 모두 64만 명이다. 이 가운데 겨울(12월~2월) 입장객은 7만 3,000명으로 11%에 불과했다. 생기 가득한 수목원의 정원이 겨울만 되면 어둡고 인적 뜸한 산골짜기 바뀌는 것이다.

고민 끝에 수목원은 정원에 별빛을 주제로 한 조명을 설치했다. 어둡던 정원에 불빛을 비추자 추운 날씨에도 입장객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고요한 숲 속의 루미나리에인 '오색별빛정원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7년 시작된 오색별빛정원전은 올해로 10회째다. 처음엔 일부 정원에만 조명을 설치했지만 지금은 수목원 33만㎡ 전체가 별빛으로 가득하다. 올해부터는 높이 5m에 이르는 미니어처 집들이 모인 숲 속 마을이 생겼다. 집 안에는 아이들이 들어가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m 높이의 대형 곰 형상이 마을 입구를 지킨다.

수목원 한 가운데 위치한 잔디밭은 푸른빛 조명으로 뒤덮여 바다가 됐다. 빛물결 위로는 돌고래가 뛰어오른다. 호박모양의 마차와 나무를 감싼 덩굴, 어른 키만 한 버섯과 꽃, 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우산까지 조형물 하나하나가 이채롭다. 100m 길이의 빛담길과 빛터널, 흔들다리는 낭만 가득한 겨울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준다.




조형물들은 외부에서 만들어 들여오거나 용역 업체를 통해 설치된 것이 아니다. 모두 수목원 직원들이 직접 조명을 구입해 일일이 설치했다. 사용된 전구 개수는 1,00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외면받던 겨울의 정원이 점차 활기를 띄어갔다. 오색별빛정원전이 시작된 뒤 매년 입장객은 꾸준히 늘었다. 지금은 연간 115만 명이 찾는 가평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겨울에만 39만 명이 찾아 전체 입장객 가운데 34%를 차지한다. 빛 축제를 시작하기 전보다 겨울 입장객 수는 5배 넘게 늘었다. 다른 계절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아졌다. 2015년엔 경기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야간 관광명소 10선에 올랐다.

외국인 입장객 수도 2015년 2만 5,919명에서 2016년 6만 9,878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허용신(23·말레이시아)씨는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다"며 "다른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 정원은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오색별빛축제는 숲과 정원, 별빛을 주제로 하는 한국형 루미나리에다. 겨울밤 빛의 향연은 2017년 3월 26일까지 계속된다. 점등 시간은 오후 5시 1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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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30 19:45:01
    • 수정2016-12-30 19:45:30
    취재K
르네상스 시대 말기인 16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왕국에서는 왕가(王家)의 행차를 기념하기 위해 거리 곳곳에 조명 장식품을 달았다. 처음엔 왕실과 귀족사회의 호의를 얻어 시작됐지만 점차 가톨릭 성자를 기리기 위한 빛의 축제로 발전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시작된 이 축제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고 미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2003년 부천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국에서 비슷한 빛 축제가 열린다. '루미나리에(Luminarie)'에 대한 얘기다.

한국형 루미나리에 ‘오색별빛정원전’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아침고요수목원은 특색 있는 정원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백두산 식물 300여 종을 포함해 5,000여 종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고 영화 '편지(1997)'와 KBS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2010-2011)'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침고요수목원에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수목원의 특성상 겨울 입장객 수가 다른 계절에 비해 유난히 적었다. 2006년 한 해 동안 수목원을 찾은 입장객은 모두 64만 명이다. 이 가운데 겨울(12월~2월) 입장객은 7만 3,000명으로 11%에 불과했다. 생기 가득한 수목원의 정원이 겨울만 되면 어둡고 인적 뜸한 산골짜기 바뀌는 것이다.

고민 끝에 수목원은 정원에 별빛을 주제로 한 조명을 설치했다. 어둡던 정원에 불빛을 비추자 추운 날씨에도 입장객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고요한 숲 속의 루미나리에인 '오색별빛정원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7년 시작된 오색별빛정원전은 올해로 10회째다. 처음엔 일부 정원에만 조명을 설치했지만 지금은 수목원 33만㎡ 전체가 별빛으로 가득하다. 올해부터는 높이 5m에 이르는 미니어처 집들이 모인 숲 속 마을이 생겼다. 집 안에는 아이들이 들어가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m 높이의 대형 곰 형상이 마을 입구를 지킨다.

수목원 한 가운데 위치한 잔디밭은 푸른빛 조명으로 뒤덮여 바다가 됐다. 빛물결 위로는 돌고래가 뛰어오른다. 호박모양의 마차와 나무를 감싼 덩굴, 어른 키만 한 버섯과 꽃, 나무 위를 날아다니는 우산까지 조형물 하나하나가 이채롭다. 100m 길이의 빛담길과 빛터널, 흔들다리는 낭만 가득한 겨울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준다.




조형물들은 외부에서 만들어 들여오거나 용역 업체를 통해 설치된 것이 아니다. 모두 수목원 직원들이 직접 조명을 구입해 일일이 설치했다. 사용된 전구 개수는 1,00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외면받던 겨울의 정원이 점차 활기를 띄어갔다. 오색별빛정원전이 시작된 뒤 매년 입장객은 꾸준히 늘었다. 지금은 연간 115만 명이 찾는 가평의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겨울에만 39만 명이 찾아 전체 입장객 가운데 34%를 차지한다. 빛 축제를 시작하기 전보다 겨울 입장객 수는 5배 넘게 늘었다. 다른 계절과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아졌다. 2015년엔 경기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야간 관광명소 10선에 올랐다.

외국인 입장객 수도 2015년 2만 5,919명에서 2016년 6만 9,878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허용신(23·말레이시아)씨는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것 같다"며 "다른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이 정원은 정말 아름답다"고 말했다.


오색별빛축제는 숲과 정원, 별빛을 주제로 하는 한국형 루미나리에다. 겨울밤 빛의 향연은 2017년 3월 26일까지 계속된다. 점등 시간은 오후 5시 1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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