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서민경제를 구하라…생계형 대출 급증

입력 2016.12.31 (21:39) 수정 2016.12.31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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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가구의 한 달 평균 소득은 440만 원 가량입니다.

1년 전보다 조금 늘었다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줄었습니다.

특히 최하위 20% 가구는 6%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다 보니 올 상반기만 해도 보험사 해지환급금 규모가 1년 전보다 7천억 원이 늘었고, 적금의 중도해지 비율 역시 크게 높아졌습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보험이나 적금을 깨 생활자금을 융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이것도 힘든 서민들은 마이너스 통장이나 2금융권의 고금리 신용대출 등 이른바 생계형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 권하는 사회…생계형 대출 급증▼

<리포트>

<녹취> "직장을 제가 잃었어요. 정리해고죠."

40대 가장이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됐습니다.

고등학생 아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만 한 달에 150만 원.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세 식구 생활비를 벌지 못해 결국 저축은행에서 빚을 졌습니다.

<녹취> 이OO(40대 가장/음성변조) : "매달 200~300만 원 정도씩 대출을 받다 보니까 빚이 천5백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불었어요. 저금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고금리로 가는 거죠."

생활비를 위해 돈을 빌리는 이른바 '생계형 대출'은 2금융권에서 석달 동안 7조 5천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증가액이 은행권 대출의 2배입니다.

신용이 낮은 서민들이 높은 이자를 물고, 2금융권에서 급전을 빌리는 겁니다.

<녹취> 박OO(50대 대출자/음성변조) : "빚 독촉이 은행은 빠르게 들어오잖아요. 거기서 못 갚다보니까 2금융권 가고, 신용이 안 좋아지다보니까 대부업체로 가고..."

빚 돌려막기를 하다 불법 사금융 덫에 걸리기도 합니다.

40대 주부 최 모 씨는 불법 대부업자에게 시달리다 개인 회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OO(가정주부/음성변조) : "조금씩 모아서 내 집 하나 장만하는걸로 가족들이랑 목표를 세웠거든요. (생활비도 빠듯한데, 언제쯤 가능할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새해엔 좀 나아질거란 흔한 덕담조차 하기힘든 팍팍한 세밑입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대한민국 서민, ‘절벽’의 시대를 살다▼

<기자 멘트>

올 한해 우리는 전분기 대비 0%대 성장이라는 어두운 경제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그런데, 2016년의 터널을 빠져나오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바로 이런 낭떠러지, 절벽입니다.

20대 청년들은 '취업절벽'으로 내몰리고 있고, 30~40대는 치솟는 전월세값과 집값에 '주거절벽'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50대는 구조조정 한파로 언제 '고용절벽'으로 내몰릴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60대 이상은, 준비 안된 '노후 절벽'과 맞닥뜨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 국민소득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결국 국민들이 늘린 건 빚이었습니다.

가계부채는 1,3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서민들은 빚 갚느라 여윳돈 모으기 어려웠고, 때문에 소비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질 못하고 있습니다.

불황의 늪은 깊어져, 내년엔 2%대 성장도 불확실한 '성장절벽'에 서 있습니다.

이렇게 형편이 안 좋으니 아이낳기를 꺼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일할 사람이 없는 '인구절벽'으로 직진중입니다.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절벽'은 우리 경제를 더 아슬아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시작된 선진국들의 긴축 움직임, 보호무역주의 확산, 사드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 등 우리를 둘러싼 대외여건도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절벽의 시대에서, 어떻게 튼튼한 안전망을 만들어 2017년 새해를 준비해야할지, 최대수 기자가 그 해법을 고민해봤습니다.

▼“소득 늘려야 하는데”…특단의 대책 필요▼

<리포트>

비정규직 생활 6년째인 강인구 씨.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는 정규직 선발 공고를 보고 찾아가도 이런저런 자격조건을 따져 면접 보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강인구(29세/비정규직) : "계약직 그 것도 감사한 거예요. 계약직 공고가 떴는데 면접 보러 와라 이 자체도..."

강 씨 급여는 150만 원, 월세에 밥값, 휴대전화 할부금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인터뷰> 강인구(29세/비정규직) : "갖고 싶은 건 많은데 그것도 돈이 있어야 사는 거잖아요. 지금 나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건 그림의 떡이죠."

소비 여력이 없기는 50대 이상도 마찬가집니다.

은퇴 시점은 빨라졌는데 자녀 교육비에 노후 대비까지 돈 들어갈 데는 많습니다.

퇴직금만으론 감당이 안돼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빚만 떠안기 일쑵니다.

<인터뷰> 자영업자(음성변조) : "집 장만한다고 대출받은 것도 있을 텐데, 가게 준비한다고 대출까지 받은 상황에서 (가게가) 망가지면..."

우선 이들 취약계층을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영세 자영업자 보호 같은 재정지원책이 시급합니다.

<인터뷰>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저소득 저신용 계층에 대한 (재정·금융)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이 계층에 대한 소비확대가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위축을 불러오는 만큼, 정부가 연금같은 사회안전망 확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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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서민경제를 구하라…생계형 대출 급증
    • 입력 2016-12-31 21:40:03
    • 수정2016-12-31 23:01:32
    뉴스 9
<앵커 멘트>

우리나라 가구의 한 달 평균 소득은 440만 원 가량입니다.

1년 전보다 조금 늘었다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줄었습니다.

특히 최하위 20% 가구는 6%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다 보니 올 상반기만 해도 보험사 해지환급금 규모가 1년 전보다 7천억 원이 늘었고, 적금의 중도해지 비율 역시 크게 높아졌습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보험이나 적금을 깨 생활자금을 융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이것도 힘든 서민들은 마이너스 통장이나 2금융권의 고금리 신용대출 등 이른바 생계형 대출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지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 권하는 사회…생계형 대출 급증▼

<리포트>

<녹취> "직장을 제가 잃었어요. 정리해고죠."

40대 가장이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됐습니다.

고등학생 아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만 한 달에 150만 원.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세 식구 생활비를 벌지 못해 결국 저축은행에서 빚을 졌습니다.

<녹취> 이OO(40대 가장/음성변조) : "매달 200~300만 원 정도씩 대출을 받다 보니까 빚이 천5백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불었어요. 저금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고금리로 가는 거죠."

생활비를 위해 돈을 빌리는 이른바 '생계형 대출'은 2금융권에서 석달 동안 7조 5천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증가액이 은행권 대출의 2배입니다.

신용이 낮은 서민들이 높은 이자를 물고, 2금융권에서 급전을 빌리는 겁니다.

<녹취> 박OO(50대 대출자/음성변조) : "빚 독촉이 은행은 빠르게 들어오잖아요. 거기서 못 갚다보니까 2금융권 가고, 신용이 안 좋아지다보니까 대부업체로 가고..."

빚 돌려막기를 하다 불법 사금융 덫에 걸리기도 합니다.

40대 주부 최 모 씨는 불법 대부업자에게 시달리다 개인 회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OO(가정주부/음성변조) : "조금씩 모아서 내 집 하나 장만하는걸로 가족들이랑 목표를 세웠거든요. (생활비도 빠듯한데, 언제쯤 가능할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새해엔 좀 나아질거란 흔한 덕담조차 하기힘든 팍팍한 세밑입니다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대한민국 서민, ‘절벽’의 시대를 살다▼

<기자 멘트>

올 한해 우리는 전분기 대비 0%대 성장이라는 어두운 경제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그런데, 2016년의 터널을 빠져나오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바로 이런 낭떠러지, 절벽입니다.

20대 청년들은 '취업절벽'으로 내몰리고 있고, 30~40대는 치솟는 전월세값과 집값에 '주거절벽'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50대는 구조조정 한파로 언제 '고용절벽'으로 내몰릴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60대 이상은, 준비 안된 '노후 절벽'과 맞닥뜨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 국민소득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결국 국민들이 늘린 건 빚이었습니다.

가계부채는 1,3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서민들은 빚 갚느라 여윳돈 모으기 어려웠고, 때문에 소비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질 못하고 있습니다.

불황의 늪은 깊어져, 내년엔 2%대 성장도 불확실한 '성장절벽'에 서 있습니다.

이렇게 형편이 안 좋으니 아이낳기를 꺼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일할 사람이 없는 '인구절벽'으로 직진중입니다.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절벽'은 우리 경제를 더 아슬아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시작된 선진국들의 긴축 움직임, 보호무역주의 확산, 사드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 등 우리를 둘러싼 대외여건도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절벽의 시대에서, 어떻게 튼튼한 안전망을 만들어 2017년 새해를 준비해야할지, 최대수 기자가 그 해법을 고민해봤습니다.

▼“소득 늘려야 하는데”…특단의 대책 필요▼

<리포트>

비정규직 생활 6년째인 강인구 씨.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오는 정규직 선발 공고를 보고 찾아가도 이런저런 자격조건을 따져 면접 보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강인구(29세/비정규직) : "계약직 그 것도 감사한 거예요. 계약직 공고가 떴는데 면접 보러 와라 이 자체도..."

강 씨 급여는 150만 원, 월세에 밥값, 휴대전화 할부금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인터뷰> 강인구(29세/비정규직) : "갖고 싶은 건 많은데 그것도 돈이 있어야 사는 거잖아요. 지금 나 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건 그림의 떡이죠."

소비 여력이 없기는 50대 이상도 마찬가집니다.

은퇴 시점은 빨라졌는데 자녀 교육비에 노후 대비까지 돈 들어갈 데는 많습니다.

퇴직금만으론 감당이 안돼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빚만 떠안기 일쑵니다.

<인터뷰> 자영업자(음성변조) : "집 장만한다고 대출받은 것도 있을 텐데, 가게 준비한다고 대출까지 받은 상황에서 (가게가) 망가지면..."

우선 이들 취약계층을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영세 자영업자 보호 같은 재정지원책이 시급합니다.

<인터뷰> 성태윤(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저소득 저신용 계층에 대한 (재정·금융)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이 계층에 대한 소비확대가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소비위축을 불러오는 만큼, 정부가 연금같은 사회안전망 확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KBS 뉴스 최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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