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없는 조류생태공원…어쩌다 이 지경?

입력 2017.01.02 (13:55) 수정 2017.01.0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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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에 자리 잡은 야생조류 생태공원(633,547㎡, 19만 평)입니다. 기러기와 재두루미, 오리류 등 다양한 새들을 야생 그대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조성했습니다. 지난해 준공되자마자 아름다운 도시 경관에 부여하는 '아시아 도시 경관상'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야생조류'공원에 걸맞게 사진 왼쪽에 2층짜리 탐조대가 보입니다.

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 탐조대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 탐조대

탐조대 옥상탐조대 옥상

탐조대 옥상에 오르면 생태공원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멀리 있는 새들을 보기 위한 망원경도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정작 새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습지에는 흔한 청둥오리조차 없습니다. 들판에도 기러기 한 마리 없습니다. 새를 보러 온 사람도 없습니다. 탐조대 건물 자체가 텅 비었습니다. 새 한 마리 없는 '야생조류 생태공원'... 어찌 된 걸까요?


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양쪽 끝에 유수지가 있고 동쪽은 습지원, 서쪽엔 낱알들녘이 있습니다. 습지원에는 웅덩이를 만들어 오리류 등이 서식하게 하고, 낱알들녘에는 낙곡을 먹는 기러기나 재두루미 등이 올 수 있도록 구성한 겁니다. 얼핏 다양한 새들이 오도록 계획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딴판입니다.

김포 야생조류생태공원 습지원김포 야생조류생태공원 습지원


습지원 웅덩이 위로 데크 길이 이리저리 설치돼 있습니다. 공원 가장자리뿐만 아니라 물웅덩이 가운데도 길이 이어집니다. 습지 전체에 여기저기 산책로를 내다보니 새들이 사람과 떨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되질 않습니다. 야생 오리류가 올 리가 없습니다.

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 낱알들녘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 낱알들녘

한때 기러기떼로 덮였다는 낱알들녁은 더 황당합니다. 잡초가 사람 키만큼 빽빽하게 자란 채 들판을 덮었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둔 겁니다. 과거 농경지였지만 2년 전 소금물이 들어오는 염해 피해 때문에 농사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러니 새들의 먹이인 낙곡이 없습니다. 풀도 베지 않다 보니 기러기들이 아예 내려앉을 수도 없습니다. 수풀 속에는 천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새들은 우거진 수풀을 피합니다.


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 유수지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 유수지

유수지에는 국적 불명의 풍차가 서 있습니다. 새들이 자극적인 붉은색을 꺼리는데도 빨간색 지붕을 얹었습니다. 풍차 주변으로 역시 산책로가 빽빽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야생'이나 '생태'라는 단어보다는 '인공'과 '조경'이 어울리는 전형적인 도심 공원의 모습입니다. 조류 관찰이 아니라 그저 사람들의 산책을 위한 공원인 겁니다.




공원에는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개는 새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야생조류' 공원이라면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새 한 마리 없는 공원인데 어쩌겠나요. 공원 둘레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울타리나 출입구도 따로 없습니다. 말로만 '야생'일 뿐 실제는 '야생'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아무런 조치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야생조류 생태공원에 자리 잡은 ‘김포에코센터’야생조류 생태공원에 자리 잡은 ‘김포에코센터’

야생조류 생태공원은 김포 신도시 개발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신도시 개발로 철새들의 안전한 서식 공간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계획된 겁니다. 국토부는 당시 '신도시 주민이 생태환경을 관찰하고 체험하는 학습의 장'이 될 거라면서 '신도시 최초의 야생조류 생태공원'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참새참새

공원이 문을 연 지 2년이 지난 지금, 제가 공원에서 유일하게 목격한 야생조류는 참새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참새라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요? 김포시 공원관리소 관계자는 내년에는 낱알들녘에 먹이를 뿌려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습지원 산책로는 겨울철 사람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새들을 볼 수 있을까요? 정작 자연의 생명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역시 헛수고로 끝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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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없는 조류생태공원…어쩌다 이 지경?
    • 입력 2017-01-02 13:55:01
    • 수정2017-01-02 13:59:50
    취재K
김포시에 자리 잡은 야생조류 생태공원(633,547㎡, 19만 평)입니다. 기러기와 재두루미, 오리류 등 다양한 새들을 야생 그대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조성했습니다. 지난해 준공되자마자 아름다운 도시 경관에 부여하는 '아시아 도시 경관상'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야생조류'공원에 걸맞게 사진 왼쪽에 2층짜리 탐조대가 보입니다.

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 탐조대
탐조대 옥상
탐조대 옥상에 오르면 생태공원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멀리 있는 새들을 보기 위한 망원경도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정작 새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습지에는 흔한 청둥오리조차 없습니다. 들판에도 기러기 한 마리 없습니다. 새를 보러 온 사람도 없습니다. 탐조대 건물 자체가 텅 비었습니다. 새 한 마리 없는 '야생조류 생태공원'... 어찌 된 걸까요?


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양쪽 끝에 유수지가 있고 동쪽은 습지원, 서쪽엔 낱알들녘이 있습니다. 습지원에는 웅덩이를 만들어 오리류 등이 서식하게 하고, 낱알들녘에는 낙곡을 먹는 기러기나 재두루미 등이 올 수 있도록 구성한 겁니다. 얼핏 다양한 새들이 오도록 계획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딴판입니다.

김포 야생조류생태공원 습지원

습지원 웅덩이 위로 데크 길이 이리저리 설치돼 있습니다. 공원 가장자리뿐만 아니라 물웅덩이 가운데도 길이 이어집니다. 습지 전체에 여기저기 산책로를 내다보니 새들이 사람과 떨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되질 않습니다. 야생 오리류가 올 리가 없습니다.

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 낱알들녘
한때 기러기떼로 덮였다는 낱알들녁은 더 황당합니다. 잡초가 사람 키만큼 빽빽하게 자란 채 들판을 덮었습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둔 겁니다. 과거 농경지였지만 2년 전 소금물이 들어오는 염해 피해 때문에 농사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러니 새들의 먹이인 낙곡이 없습니다. 풀도 베지 않다 보니 기러기들이 아예 내려앉을 수도 없습니다. 수풀 속에는 천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새들은 우거진 수풀을 피합니다.


김포 야생조류 생태공원 유수지
유수지에는 국적 불명의 풍차가 서 있습니다. 새들이 자극적인 붉은색을 꺼리는데도 빨간색 지붕을 얹었습니다. 풍차 주변으로 역시 산책로가 빽빽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야생'이나 '생태'라는 단어보다는 '인공'과 '조경'이 어울리는 전형적인 도심 공원의 모습입니다. 조류 관찰이 아니라 그저 사람들의 산책을 위한 공원인 겁니다.




공원에는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개는 새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야생조류' 공원이라면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새 한 마리 없는 공원인데 어쩌겠나요. 공원 둘레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울타리나 출입구도 따로 없습니다. 말로만 '야생'일 뿐 실제는 '야생'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아무런 조치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야생조류 생태공원에 자리 잡은 ‘김포에코센터’
야생조류 생태공원은 김포 신도시 개발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신도시 개발로 철새들의 안전한 서식 공간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계획된 겁니다. 국토부는 당시 '신도시 주민이 생태환경을 관찰하고 체험하는 학습의 장'이 될 거라면서 '신도시 최초의 야생조류 생태공원'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참새
공원이 문을 연 지 2년이 지난 지금, 제가 공원에서 유일하게 목격한 야생조류는 참새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참새라도 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요? 김포시 공원관리소 관계자는 내년에는 낱알들녘에 먹이를 뿌려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습지원 산책로는 겨울철 사람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새들을 볼 수 있을까요? 정작 자연의 생명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역시 헛수고로 끝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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