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근무 끝난 뒤 직장상사 이메일·SNS 금지

입력 2017.01.0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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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앵커 > 프랑스에선 올해 1월 1일부터 업무 시간이 끝나면 노동자들에게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을 보낼 수 없게 됐습니다. 새로운 노동법이 시행됐기 때문인데요. 오늘 이 얘기 글로벌 이슈에서 해봅니다.


이재석 기자. 이 법이 지난해 프랑스 의회를 통과해서 올해부터 시행된다는 거죠?

○이재석 기자 > 그렇습니다. 우리도 사실 퇴근 뒤에도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이나 SNS를 보내는 직장 상사 때문에 집에 가서도 편하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프랑스도 그런 고민을 오랫동안 했나 봅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노동법이 1월 1일부터 시행입니다. 이 법 이름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비접속 권리법'입니다. 좀 어렵죠. 말 그대로 '접속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법이다, 뭐 이런 겁니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업무 관련된 이메일이나 SNS 같은 걸 주고받지 못하게 한다는 얘기죠. 집에선 푹 쉬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적용 대상 기업은 50명 이상을 고용한 회사입니다. 지금 프랑스는 법정 노동시간이 1주일에 35시간이거든요. 한국이 40시간이니까 우리보다 5시간 적죠.

선진국 가운데 가장 적은 축에 속하는데, 이 35시간 외에는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지도 않아야 하고 처리하지도 않아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후 6시에 퇴근한다 그러면 직장 상사가 그 이후 저녁시간에 부하 직원한테 업무 지시를 하는 이메일이나 SNS를 보낼 수 없는 겁니다.

■김진희 앵커 > 워낙에 스마트폰 때문에 퇴근 뒤에도 이메일이다 뭐다 해서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니까 이런 거 아니겠어요.


▲지난해 '쉬운 해고' 등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민들

○이재석 기자 > 그렇죠. 사실 지난해 프랑스에선 노동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거든요.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 있었기 때문에 노동계가 반발했던 건데, 이 이메일 금지법만큼은 별다른 반대 없이 통과됐습니다.

그동안에는 노동 선진국이라 하는 프랑스에서도, 집에 가서 업무를 봐도 별도로 수당을 받거나 하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집에서까지 업무가 연장되는 게 과중한 스트레스를 주고 수면 장애 등 각종 문제를 준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또 만약 주말에 상사가 보내는 업무 이메일에 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 직원을 해고할 경우, 이 법이 보호막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김진희 앵커 > 그런데 사실 법은 법이고, 과연 현실에서 기업들이 잘 지킬까 하는 의구가 듭니다.

○이재석 기자 > 그렇긴 하죠. 당장 우리만 해도 이런 법이 도입된다고 상상을 해보면 글쎄요, 잘 지켜질까요. 아마 방송계에서도 잘 이행되기가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긴 합니다.


프랑스의 이번 법도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안 지켜도 그만이에요. 그런데 프랑스는 그래도 프랑스죠. 선진국 가운데서 노동계가 상대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구요, 경찰한테도 파업권이 있는 나라니까요.

노동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워낙 발달돼 있는 곳이라서 이 법을 대놓고 안 지키는 것도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법 적용 대상이 50인 이상 비교적 규모가 있는 사업장이라 안 지켰을 때 노조가 문제를 삼겠죠.

■김진희 앵커 > 네, 과연 잘 정착될지 관련 기사가 나중에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프랑스처럼 법으로 제정하는 것 말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하는 곳도 있나요?


○이재석 기자 > 있습니다. BBC 기사를 보니까 독일의 자동차 회사죠, '다임러'는 이미 2014년부터 업무 시간이 끝나면 직장 상사가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도 그 이메일이 자동 삭제되도록 노사협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역시 독일의 사회적 문화가 반영된 거라고 봐야겠죠. 어쨌든 쉴 땐 확실히 쉬는 게 노동자 개인에게도 좋고, 또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퍼질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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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2 21:01:14
    국제
■김진희 앵커 > 프랑스에선 올해 1월 1일부터 업무 시간이 끝나면 노동자들에게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을 보낼 수 없게 됐습니다. 새로운 노동법이 시행됐기 때문인데요. 오늘 이 얘기 글로벌 이슈에서 해봅니다.


이재석 기자. 이 법이 지난해 프랑스 의회를 통과해서 올해부터 시행된다는 거죠?

○이재석 기자 > 그렇습니다. 우리도 사실 퇴근 뒤에도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이나 SNS를 보내는 직장 상사 때문에 집에 가서도 편하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프랑스도 그런 고민을 오랫동안 했나 봅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노동법이 1월 1일부터 시행입니다. 이 법 이름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비접속 권리법'입니다. 좀 어렵죠. 말 그대로 '접속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법이다, 뭐 이런 겁니다.

근무시간이 끝나면 업무 관련된 이메일이나 SNS 같은 걸 주고받지 못하게 한다는 얘기죠. 집에선 푹 쉬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적용 대상 기업은 50명 이상을 고용한 회사입니다. 지금 프랑스는 법정 노동시간이 1주일에 35시간이거든요. 한국이 40시간이니까 우리보다 5시간 적죠.

선진국 가운데 가장 적은 축에 속하는데, 이 35시간 외에는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지도 않아야 하고 처리하지도 않아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후 6시에 퇴근한다 그러면 직장 상사가 그 이후 저녁시간에 부하 직원한테 업무 지시를 하는 이메일이나 SNS를 보낼 수 없는 겁니다.

■김진희 앵커 > 워낙에 스마트폰 때문에 퇴근 뒤에도 이메일이다 뭐다 해서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니까 이런 거 아니겠어요.


▲지난해 '쉬운 해고' 등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민들

○이재석 기자 > 그렇죠. 사실 지난해 프랑스에선 노동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거든요.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 있었기 때문에 노동계가 반발했던 건데, 이 이메일 금지법만큼은 별다른 반대 없이 통과됐습니다.

그동안에는 노동 선진국이라 하는 프랑스에서도, 집에 가서 업무를 봐도 별도로 수당을 받거나 하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집에서까지 업무가 연장되는 게 과중한 스트레스를 주고 수면 장애 등 각종 문제를 준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또 만약 주말에 상사가 보내는 업무 이메일에 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 직원을 해고할 경우, 이 법이 보호막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김진희 앵커 > 그런데 사실 법은 법이고, 과연 현실에서 기업들이 잘 지킬까 하는 의구가 듭니다.

○이재석 기자 > 그렇긴 하죠. 당장 우리만 해도 이런 법이 도입된다고 상상을 해보면 글쎄요, 잘 지켜질까요. 아마 방송계에서도 잘 이행되기가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긴 합니다.


프랑스의 이번 법도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습니다. 안 지켜도 그만이에요. 그런데 프랑스는 그래도 프랑스죠. 선진국 가운데서 노동계가 상대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구요, 경찰한테도 파업권이 있는 나라니까요.

노동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워낙 발달돼 있는 곳이라서 이 법을 대놓고 안 지키는 것도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법 적용 대상이 50인 이상 비교적 규모가 있는 사업장이라 안 지켰을 때 노조가 문제를 삼겠죠.

■김진희 앵커 > 네, 과연 잘 정착될지 관련 기사가 나중에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프랑스처럼 법으로 제정하는 것 말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하는 곳도 있나요?


○이재석 기자 > 있습니다. BBC 기사를 보니까 독일의 자동차 회사죠, '다임러'는 이미 2014년부터 업무 시간이 끝나면 직장 상사가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도 그 이메일이 자동 삭제되도록 노사협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역시 독일의 사회적 문화가 반영된 거라고 봐야겠죠. 어쨌든 쉴 땐 확실히 쉬는 게 노동자 개인에게도 좋고, 또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퍼질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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