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킹 증거 제로” VS “푸틴의 앞잡이”

입력 2017.01.03 (11:20) 수정 2017.01.0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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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해킹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는 등 강력한 보복 조처를 내린 이후 미국 민주당 진영과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제로"라며 오바마 행정부의 조처를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이런 발언을 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를 '푸틴의 앞잡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는 등 두 진영간의 대결이 감정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 “러시아의 선거개입 증거는 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2일(현지시각)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해킹' 사건과 관련해 "현재 주류 매체는 러시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하는데,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제로"라고 주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보도 논조를 비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스파이서 내정자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해킹단체 'APT 28'과 'APT 29'를 앞세워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클린턴 대선 캠프의 선대본부장인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연방수사국과 국토안보부의 13쪽짜리 합동 보고서와 관련해 "해킹은 잘못된 것이고, 사람들은 해킹으로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 그 보고서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DNC가 앞으로 자신들의 IT 보안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관한 설명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해킹을 당했는지와 러시아가 불법적인 무언가를 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

스파이서 내정자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연방수사국과 국토안보부의 보고서는 최종적인 것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정보기관 수장들로부터 브리핑을 받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당신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나에게 당선인의 반응이 어떠냐고 묻고 있다"고 되묻기도 했다.

스파이서 내정자의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러시아의 대선 개입 해킹 의혹에 대해 "우스운 얘기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해 온 데 이어 최근에는 "해킹의 배후를 증명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다. 누가 했는지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의 고강도 제재를 단행한 데 대해서도 "이제는 더 크고 더 좋은 일로 넘어가야 할 때"라며 지지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 외교관 맞추방 등 보복에 나서지 않기로 하자 트위터에 "푸틴의 보복제재 유보 결정은 훌륭한 조치다. 그가 똑똑하다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다"며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 민주당,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푸틴의 앞잡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미국 민주당 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2일(현지시각) 전국의 당원들에게 '푸틴의 앞잡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러시아 옹호 발언을 한 트럼프 당선인과 스파이서 내정자를 강력히 비난했다.

DNC는 이메일에서 '트럼프는 종종 자신만의 사실을 창조한다'는 전직 백악관 대변인들의 전날 NBC 방송 인터뷰 내용을 거론한 뒤 "이에 때맞춰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가 방송에 나와 '러시아가 DNC와 클린턴 캠프 관리들의 이메일을 해킹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파이서 내정자가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릭 워커 DNC 부대변인도 별도의 성명에서 "트럼프와 그의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가 러시아의 대선개입에 대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워커 부대변인은 이어 "이번 해킹 사건은 외국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공격한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트럼프 차기 정부는 미국 정보기관을 신뢰하고 러시아를 처벌하는 대신 거꾸로 우리의 정보기관을 공격하고 푸틴의 대선개입 행위는 방어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가기] “민주당, 백악관 대변인은 푸틴의 앞잡이”(더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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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해킹 증거 제로” VS “푸틴의 앞잡이”
    • 입력 2017-01-03 11:20:57
    • 수정2017-01-03 13:07:27
    취재K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해킹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는 등 강력한 보복 조처를 내린 이후 미국 민주당 진영과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제로"라며 오바마 행정부의 조처를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이런 발언을 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를 '푸틴의 앞잡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는 등 두 진영간의 대결이 감정 대결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 “러시아의 선거개입 증거는 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2일(현지시각)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해킹' 사건과 관련해 "현재 주류 매체는 러시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하는데,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제로"라고 주장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보도 논조를 비판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스파이서 내정자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해킹단체 'APT 28'과 'APT 29'를 앞세워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클린턴 대선 캠프의 선대본부장인 존 포데스타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연방수사국과 국토안보부의 13쪽짜리 합동 보고서와 관련해 "해킹은 잘못된 것이고, 사람들은 해킹으로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 그 보고서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DNC가 앞으로 자신들의 IT 보안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관한 설명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해킹을 당했는지와 러시아가 불법적인 무언가를 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
스파이서 내정자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연방수사국과 국토안보부의 보고서는 최종적인 것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직 정보기관 수장들로부터 브리핑을 받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당신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나에게 당선인의 반응이 어떠냐고 묻고 있다"고 되묻기도 했다.

스파이서 내정자의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러시아의 대선 개입 해킹 의혹에 대해 "우스운 얘기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해 온 데 이어 최근에는 "해킹의 배후를 증명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다. 누가 했는지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의 고강도 제재를 단행한 데 대해서도 "이제는 더 크고 더 좋은 일로 넘어가야 할 때"라며 지지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 외교관 맞추방 등 보복에 나서지 않기로 하자 트위터에 "푸틴의 보복제재 유보 결정은 훌륭한 조치다. 그가 똑똑하다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었다"며 푸틴 대통령을 칭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미 민주당,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푸틴의 앞잡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미국 민주당 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2일(현지시각) 전국의 당원들에게 '푸틴의 앞잡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러시아 옹호 발언을 한 트럼프 당선인과 스파이서 내정자를 강력히 비난했다.

DNC는 이메일에서 '트럼프는 종종 자신만의 사실을 창조한다'는 전직 백악관 대변인들의 전날 NBC 방송 인터뷰 내용을 거론한 뒤 "이에 때맞춰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가 방송에 나와 '러시아가 DNC와 클린턴 캠프 관리들의 이메일을 해킹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파이서 내정자가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릭 워커 DNC 부대변인도 별도의 성명에서 "트럼프와 그의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가 러시아의 대선개입에 대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워커 부대변인은 이어 "이번 해킹 사건은 외국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공격한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트럼프 차기 정부는 미국 정보기관을 신뢰하고 러시아를 처벌하는 대신 거꾸로 우리의 정보기관을 공격하고 푸틴의 대선개입 행위는 방어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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