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상속형 부자가 넘쳐나게 됐을까?

입력 2017.01.0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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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식 부자 중에서 상속형 부자가 무려 10명 중 6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돼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 비해 상속형 부자 비중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미국 포브스에서 매년 발표하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4개국 상위 주식 부자를 국가별로 40명씩 꼽아본 결과, 2017년 우리나라 주식부자 40명 중 25명이 상속형 부자로 나타나 상속형 부자의 비율이 62.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상속형 부자 비율이 30%, 미국이 25%, 중국이 2.5%인 것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한국의 상속형 부자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10년 전인 2007년과 비교할 때 부자들의 1인당 자산 증가율은 중국이 192%로 가장 높았고, 한국이 170%, 미국이 87%, 일본이 62%를 기록했다.

그런데 상속세율만 보면 이처럼 상속형 부자 비율이 높은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이고, 가산세를 합치면 65%로 명목상 세율은 다른 나라에 전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재벌들은 온갖 편법 상속을 통해 증여세와 상속세를 회피하면서 부를 상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8조 원대 주식부자로 떠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60여억 원을 증여받고 16억 원의 증여세를 낸 뒤 이를 기반으로 삼아 8조 원대로 자신의 재산을 불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삼성 계열사의 도움은 물론 국민연금의 지원까지 받았다. 그 결과 삼성 계열사의 수많은 일반 주주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자신도 잘 모르는 사이 직간접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 증식 과정을 도운 셈이 되었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 중에는 자신의 자녀에게 비상장 기업을 만들도록 하고 자신의 계열사들을 동원해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자녀들의 재산 증식을 도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만일 대기업 계열사들이 총수의 자녀 회사에 제 값을 받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거나 반대로 자녀들이 만든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비싸게 사주게 되면 계열사의 소액 주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이나 탈법이 발견되어도 그 처벌이 절감한 세금보다도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법을 지키는 것보다 불법이나 탈법을 저지르는 것이 더 이득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처럼 부유층에서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1994년만해도 계층 이동 가능성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이 60.1%나 되었고, 부정적인 답변은 5.3%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21.8%로 줄어들고, 부정적인 답변이 무려 62.5%로 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만 유독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는 현상이 심화되면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 것도 바꿀수 없다는 패배의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패배의식이 커지면 경제 전체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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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왜 상속형 부자가 넘쳐나게 됐을까?
    • 입력 2017-01-04 15:42:06
    취재K
우리나라 주식 부자 중에서 상속형 부자가 무려 10명 중 6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돼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 비해 상속형 부자 비중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미국 포브스에서 매년 발표하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4개국 상위 주식 부자를 국가별로 40명씩 꼽아본 결과, 2017년 우리나라 주식부자 40명 중 25명이 상속형 부자로 나타나 상속형 부자의 비율이 62.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상속형 부자 비율이 30%, 미국이 25%, 중국이 2.5%인 것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한국의 상속형 부자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10년 전인 2007년과 비교할 때 부자들의 1인당 자산 증가율은 중국이 192%로 가장 높았고, 한국이 170%, 미국이 87%, 일본이 62%를 기록했다.

그런데 상속세율만 보면 이처럼 상속형 부자 비율이 높은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이고, 가산세를 합치면 65%로 명목상 세율은 다른 나라에 전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재벌들은 온갖 편법 상속을 통해 증여세와 상속세를 회피하면서 부를 상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8조 원대 주식부자로 떠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60여억 원을 증여받고 16억 원의 증여세를 낸 뒤 이를 기반으로 삼아 8조 원대로 자신의 재산을 불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삼성 계열사의 도움은 물론 국민연금의 지원까지 받았다. 그 결과 삼성 계열사의 수많은 일반 주주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자신도 잘 모르는 사이 직간접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 증식 과정을 도운 셈이 되었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 중에는 자신의 자녀에게 비상장 기업을 만들도록 하고 자신의 계열사들을 동원해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자녀들의 재산 증식을 도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만일 대기업 계열사들이 총수의 자녀 회사에 제 값을 받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거나 반대로 자녀들이 만든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비싸게 사주게 되면 계열사의 소액 주주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이나 탈법이 발견되어도 그 처벌이 절감한 세금보다도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 총수 일가 입장에서는 법을 지키는 것보다 불법이나 탈법을 저지르는 것이 더 이득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처럼 부유층에서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1994년만해도 계층 이동 가능성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이 60.1%나 되었고, 부정적인 답변은 5.3%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21.8%로 줄어들고, 부정적인 답변이 무려 62.5%로 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만 유독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는 현상이 심화되면 결국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 것도 바꿀수 없다는 패배의식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패배의식이 커지면 경제 전체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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