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1=‘9’ 일까? ‘9.0’ 일까?

입력 2017.01.05 (06:55) 수정 2017.02.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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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온라인상을 달궜던 한장의 사진이다.

초등학교 3학년 부모가 선생님의 채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올린 사연. 3.9+5.1=9.0이라고 답을 썼는데, 0을 지워야 한다며 감점처리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0'이 유효숫자라서 거기에 쓰면 안된다고 선생님이 그랬단다. 흠. 유효숫자...부끄럽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이 한장의 사진으로 일본 내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제기됐다.

수학 선생님이 원리에 충실하게 채점했다는 의견과 '유효 숫자'라는 의미 자체를 모르는 초등학생에게 이를 적용해 채점해 맞느냐하는 반론들. 초등학교 수학 교육 현장을 이분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란은 이어졌다.

오죽 화제가 됐으면 연말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떤게 맞는지 답을 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자문을 구한 사람은 교토대 모리 시게후미 교수. 수학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필즈상'을 지난 1990년 수상했고, 현재도 교토대 고등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세계적인 수학자이다.

모리 교수의 답은 간단했다. "애초부터 간결한 표현을 하라는 등의 조건을 부여했다면 9.0에 감점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사회자가 "어느 쪽도 괜찮다는 판단?"이냐고 묻자, 명쾌하게 "당연하죠.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수학 문제 논란의 핵심은 일본 수학 교육의 경직성에 있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또 다른 예를 들며 부피를 구할 때 '가로 x 세로 x 높이'인 식을 학생이 '높이 x 가로 x 세로'로 변경해 답을 구하면 감점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모리 교수는 "수학자로서는 어느 쪽도 맞아요. 어떻게 넣어도 부피는 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모리 교수가 강조한 것은 수학에서의 창의성. 19세기 최고의 수학자라는 칭송을 듣는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를 예로 들며, 가우스는 어려서부터 정해진 룰 그대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냈다는 점을 설명했다.

교사가 가르친 대로 식을 쓰지 않았다고 접근 방식이 다른 식을 쓴 학생에게 감점을 주는 일본 수학 교육 현장의 실상을 꼬집는 수학자의 모습에는 답답함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묻어났다.

OECD 국가 중 수학 과목 흥미도 꼴지를 달리는 우리나라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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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5.1=‘9’ 일까? ‘9.0’ 일까?
    • 입력 2017-01-05 06:55:16
    • 수정2017-02-01 17:45:47
    특파원 리포트
지난해 11월 온라인상을 달궜던 한장의 사진이다. 초등학교 3학년 부모가 선생님의 채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올린 사연. 3.9+5.1=9.0이라고 답을 썼는데, 0을 지워야 한다며 감점처리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0'이 유효숫자라서 거기에 쓰면 안된다고 선생님이 그랬단다. 흠. 유효숫자...부끄럽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이 한장의 사진으로 일본 내에서는 뜨거운 논란이 제기됐다. 수학 선생님이 원리에 충실하게 채점했다는 의견과 '유효 숫자'라는 의미 자체를 모르는 초등학생에게 이를 적용해 채점해 맞느냐하는 반론들. 초등학교 수학 교육 현장을 이분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논란은 이어졌다. 오죽 화제가 됐으면 연말 한 TV 프로그램에서 어떤게 맞는지 답을 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자문을 구한 사람은 교토대 모리 시게후미 교수. 수학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필즈상'을 지난 1990년 수상했고, 현재도 교토대 고등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세계적인 수학자이다. 모리 교수의 답은 간단했다. "애초부터 간결한 표현을 하라는 등의 조건을 부여했다면 9.0에 감점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사회자가 "어느 쪽도 괜찮다는 판단?"이냐고 묻자, 명쾌하게 "당연하죠.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수학 문제 논란의 핵심은 일본 수학 교육의 경직성에 있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는 또 다른 예를 들며 부피를 구할 때 '가로 x 세로 x 높이'인 식을 학생이 '높이 x 가로 x 세로'로 변경해 답을 구하면 감점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모리 교수는 "수학자로서는 어느 쪽도 맞아요. 어떻게 넣어도 부피는 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모리 교수가 강조한 것은 수학에서의 창의성. 19세기 최고의 수학자라는 칭송을 듣는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를 예로 들며, 가우스는 어려서부터 정해진 룰 그대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새로운 해법을 찾아냈다는 점을 설명했다. 교사가 가르친 대로 식을 쓰지 않았다고 접근 방식이 다른 식을 쓴 학생에게 감점을 주는 일본 수학 교육 현장의 실상을 꼬집는 수학자의 모습에는 답답함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묻어났다. OECD 국가 중 수학 과목 흥미도 꼴지를 달리는 우리나라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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