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北 결핵 퇴치 20년 한 길…유진벨재단

입력 2017.01.07 (08:20) 수정 2017.01.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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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016년에는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북한의 잇따른 핵 도발과 그에 따른 대북제재 때문이었죠?

네, 대북 지원이 곧 북핵 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힘들어할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그런 중에도 20년째 중단없이 북한 결핵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면서요?

네. 바로 유진벨 재단인데요, 최근 북한을 촬영한 귀한 영상과 함께 유진벨 재단의 끊임없는 활동 비결을 홍은지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서울 프레스 센터.

대북 지원 민간단체인 유진벨재단의 방북 보고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지난해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이뤄진 대북 지원 단체의 유일한 북한 방문 결과를 설명하는 자립니다.

<녹취> “여기는 개성이에요. 개성은 (결핵 상황이) 좀 나을지 몰라요...”

1995년 대북 식량지원을 시작한 이 재단은 1997년부터는 결핵, 10년 전부터는 특히 다양한 약제에 내성을 보인다는 뜻의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정치 해결될 때까지 가다려 달라고 한다는 것은 죽으란 말 밖에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많은 환자들은 약을 안 먹으면 6개월 안에 죽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심각한 건강문제는 첫째도, 둘째도 ‘결핵’이라고 강조하는 유진벨재단.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대북 지원의 끈을 놓지 못하는 건 약속한 날에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북한 주민들 때문입니다.

지난 해 11월, 유진벨재단 관계자들이 탄 버스가 어둠을 헤치고 달려간 곳은 북한 내 다제내성 결핵 센터.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새벽같이 나와 그들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보입니다.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다제내성 (결핵)은 균 유전자가 바뀌어진 슈퍼결핵입니다. 결핵은 결핵이지만 (원인이) 약을 불규칙적으로 먹든지... 이제는 그 환자들에게 걸린(전염된) 사람도 다 첫날부터 다제내성 환자예요.”

추운 날씨지만 감염의 우려 때문에 신규 환자 등록과 기존 환자의 진료 모두 실외에서 진행됩니다.

열심히 폐 속 깊은 곳 객담을 뱉어내는 환자들...

이때 균을 발견해야만 신규 환자로 등록돼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요.

다제내성 결핵 약이 워낙 귀하다보니 안타까운 사연도 많습니다.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등록된 환자는) 중년 같은 남자인데 청년이 왔단 말이에요. 그래서 알아보니까 이 친구가 자기 죽은 아버지 옷을 입고 모자도 쓰고 위장해서 아버지 약을 (받으러 왔어요). 얼마나 받고 싶었겠어요. 간호원들, 의사도 울고 뭐 이 환자도 울고...”

워낙 균이 강해 독한 약을 쓰다 보니 구토 등 부작용도 심한데요.

하지만 그것을 잘 이겨내면 완치율은 최고 75%에 이릅니다.

<녹취> 김대혁(北 다제내성결핵 치료 환자) : “이 약을 먹고 살 수 있나 아닌 게 아니라 의심을 절반도 가지고 있었는데, 약 먹고 선생님들의 치료가 있은 다음부터 신심(믿음)이 생겨... 약을 보내주신 최규연 선생님과 여기 요양원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의료진의 다음 방북 때까지 환자들이 6개월 동안 먹을 약...

후원자들의 사진이 붙은 약상자들에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녹취> “꽃피는 날에 만나요. 따뜻할 때...”

떠나는 의료진을 배웅하는 환자들...그들에게 6개월 후를 기약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늘 조마조마합니다.

<녹취>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이 환자들이 먹다가 (치료가) 끝나기 전에 약이 끊어지면 추가 내성이 생기거든요. 이건 의료 재난이에요.”

유진벨 재단이 설립될 때부터 함께한 한 후원 단체의 사무실...

북한의 핵 도발 등 때문에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논란이 되는 시기에 후원자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인터뷰> 정혜광(유진벨재단 후원자) : “우리를 겨냥하는 무기를 만든다고 그러는데 우리가 마음이 편할 리가 없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치되었다라고 하는 기쁜 소식과 사진을 볼 때 참으로 기쁘고 좋은 마음들이 생겨나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북한 결핵 치료 사업을 계속 할 수 있는 건 지원의 투명성과 뚜렷한 소신 덕분이라는데요.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초정치적이어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좋아도, 나빠도 그 환자들에게 하는 그 목숨의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신을 갖고 추진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다제내성 결핵 환자를 위한 조립식 격리 병동입니다.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함께 사는 가족은 물론이고, 의료진에게도 감염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외부와 격리된 병동이 필요한데요.

건축 비용을 고려해 만든 것이 조립식 병동...

북한에 현재 10개의 조립식 병동이 있는데, 올해 20개를 더 만들려는 겁니다.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2016년부터는 이런 전염 방지 시설을 보내는 것이 금지가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거에 대해서 좀 통일부하고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치료에 실패한 다재내성 결핵환자는 평균 5년 안에 사망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은 다재내성 결핵이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병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를 위해서도 북한의 결핵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최세문(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조교수) : “북한과 인접국가인 중국, 러시아도 다제내성 결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거든요. (환자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결국은 남한의 비용으로 치료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되는 것이거든요.”

북한 내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일 년에 4, 5천 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유진벨재단이 수용 가능한 신규 환자는 천 명 정도.

환자 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한반도는 적어도 질병 차원에서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질병 관리가 어쩌면 통일의 첫 발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건강한 남과 북’으로 공존하는 것..
.
이를 위한 지금의 노력이 차질 없이 진행돼 통일의 그날 값진 결실로 꽃피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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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北 결핵 퇴치 20년 한 길…유진벨재단
    • 입력 2017-01-07 08:26:14
    • 수정2017-01-07 08:53:30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지난 2016년에는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이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북한의 잇따른 핵 도발과 그에 따른 대북제재 때문이었죠?

네, 대북 지원이 곧 북핵 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힘들어할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그런 중에도 20년째 중단없이 북한 결핵 치료에 매진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면서요?

네. 바로 유진벨 재단인데요, 최근 북한을 촬영한 귀한 영상과 함께 유진벨 재단의 끊임없는 활동 비결을 홍은지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서울 프레스 센터.

대북 지원 민간단체인 유진벨재단의 방북 보고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지난해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이뤄진 대북 지원 단체의 유일한 북한 방문 결과를 설명하는 자립니다.

<녹취> “여기는 개성이에요. 개성은 (결핵 상황이) 좀 나을지 몰라요...”

1995년 대북 식량지원을 시작한 이 재단은 1997년부터는 결핵, 10년 전부터는 특히 다양한 약제에 내성을 보인다는 뜻의 ‘다제내성 결핵’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정치 해결될 때까지 가다려 달라고 한다는 것은 죽으란 말 밖에 안 됩니다. 왜냐하면 많은 환자들은 약을 안 먹으면 6개월 안에 죽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심각한 건강문제는 첫째도, 둘째도 ‘결핵’이라고 강조하는 유진벨재단.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대북 지원의 끈을 놓지 못하는 건 약속한 날에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북한 주민들 때문입니다.

지난 해 11월, 유진벨재단 관계자들이 탄 버스가 어둠을 헤치고 달려간 곳은 북한 내 다제내성 결핵 센터.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새벽같이 나와 그들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보입니다.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다제내성 (결핵)은 균 유전자가 바뀌어진 슈퍼결핵입니다. 결핵은 결핵이지만 (원인이) 약을 불규칙적으로 먹든지... 이제는 그 환자들에게 걸린(전염된) 사람도 다 첫날부터 다제내성 환자예요.”

추운 날씨지만 감염의 우려 때문에 신규 환자 등록과 기존 환자의 진료 모두 실외에서 진행됩니다.

열심히 폐 속 깊은 곳 객담을 뱉어내는 환자들...

이때 균을 발견해야만 신규 환자로 등록돼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요.

다제내성 결핵 약이 워낙 귀하다보니 안타까운 사연도 많습니다.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등록된 환자는) 중년 같은 남자인데 청년이 왔단 말이에요. 그래서 알아보니까 이 친구가 자기 죽은 아버지 옷을 입고 모자도 쓰고 위장해서 아버지 약을 (받으러 왔어요). 얼마나 받고 싶었겠어요. 간호원들, 의사도 울고 뭐 이 환자도 울고...”

워낙 균이 강해 독한 약을 쓰다 보니 구토 등 부작용도 심한데요.

하지만 그것을 잘 이겨내면 완치율은 최고 75%에 이릅니다.

<녹취> 김대혁(北 다제내성결핵 치료 환자) : “이 약을 먹고 살 수 있나 아닌 게 아니라 의심을 절반도 가지고 있었는데, 약 먹고 선생님들의 치료가 있은 다음부터 신심(믿음)이 생겨... 약을 보내주신 최규연 선생님과 여기 요양원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의료진의 다음 방북 때까지 환자들이 6개월 동안 먹을 약...

후원자들의 사진이 붙은 약상자들에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녹취> “꽃피는 날에 만나요. 따뜻할 때...”

떠나는 의료진을 배웅하는 환자들...그들에게 6개월 후를 기약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늘 조마조마합니다.

<녹취>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이 환자들이 먹다가 (치료가) 끝나기 전에 약이 끊어지면 추가 내성이 생기거든요. 이건 의료 재난이에요.”

유진벨 재단이 설립될 때부터 함께한 한 후원 단체의 사무실...

북한의 핵 도발 등 때문에 대북 지원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논란이 되는 시기에 후원자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인터뷰> 정혜광(유진벨재단 후원자) : “우리를 겨냥하는 무기를 만든다고 그러는데 우리가 마음이 편할 리가 없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치되었다라고 하는 기쁜 소식과 사진을 볼 때 참으로 기쁘고 좋은 마음들이 생겨나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북한 결핵 치료 사업을 계속 할 수 있는 건 지원의 투명성과 뚜렷한 소신 덕분이라는데요.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초정치적이어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좋아도, 나빠도 그 환자들에게 하는 그 목숨의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소신을 갖고 추진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다제내성 결핵 환자를 위한 조립식 격리 병동입니다.

결핵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함께 사는 가족은 물론이고, 의료진에게도 감염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외부와 격리된 병동이 필요한데요.

건축 비용을 고려해 만든 것이 조립식 병동...

북한에 현재 10개의 조립식 병동이 있는데, 올해 20개를 더 만들려는 겁니다.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2016년부터는 이런 전염 방지 시설을 보내는 것이 금지가 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거에 대해서 좀 통일부하고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치료에 실패한 다재내성 결핵환자는 평균 5년 안에 사망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은 다재내성 결핵이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병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를 위해서도 북한의 결핵 문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최세문(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조교수) : “북한과 인접국가인 중국, 러시아도 다제내성 결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거든요. (환자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결국은 남한의 비용으로 치료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 되는 것이거든요.”

북한 내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일 년에 4, 5천 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유진벨재단이 수용 가능한 신규 환자는 천 명 정도.

환자 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인터뷰> 인세반(유진벨재단 회장) : “한반도는 적어도 질병 차원에서는 분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질병 관리가 어쩌면 통일의 첫 발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건강한 남과 북’으로 공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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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한 지금의 노력이 차질 없이 진행돼 통일의 그날 값진 결실로 꽃피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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