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통화스와프 중단…일본의 노림수는?

입력 2017.01.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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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을 구실로 지난 주말 한일 통화스왑의 논의 중단을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아베 총리는 '소녀상 철거'를 위해 일본이 10억엔을 지불했다는 표현까지 했고, 일본 언론에는 '입금 사기'라는 일본 정부관계자의 발언도 실렸다. 아사히 신문과 교도통신 등은 조 바이든 미국부통령도 아베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일 간의 위안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마치 미국 정부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한국 언론들은 오히려 바이든 부통령이 일본 정부에 자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한일 스와프 논의 중단과 주한 일본대사와 영사 소환 등 강경 조치를 잇달아 내놓은 6일 오후, 시민들이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을 쳐다보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일본 정부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한일 스와프 논의 중단과 주한 일본대사와 영사 소환 등 강경 조치를 잇달아 내놓은 6일 오후, 시민들이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을 쳐다보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국을 구해 낸 것이 '한미 통화스와프'

통화스와프는 외환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국 통화를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 계약 상대국 통화로 바꿔 인출해 외환보유액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외환유동성의 안전판의 하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다시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었다. 이 때 한국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 바로 2008년 10월 30일 신제윤 당시 국제업무관리관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 미국과 타결한 300억 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였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상타결이 전해지자 미화 1달러 값은 1422원에서 1250원으로 172원이나 급락했고 우리나라 은행들의 CDS프리미엄(부도위험에 따른 가산금리)도 급락했다. 외화자금 조달이나 만기연장이 그만큼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한일 통화스와프 계약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된 한달쯤 후 3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고 한일 관계가 호전됐을 때인 2011년 700억 달러 규모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전후 급격히 줄기 시작해 2015년에는 모두 해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위안부 문제 합의 후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다시 협상이 시작된 지 넉 달만에 일본 정부가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위기 발생하면 '외환유동성'에 취약하다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 건을 일본 정부가 건드린 것이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다.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중간재와 완성품을 수출하는 수출 주도형 경제다. 따라서 한국의 외환유동성 위기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교역 규모는 줄었어도 지난해 경상 수지와 무역수지는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양호하다. 따라서 현재의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와 무역수지를 볼 때, 일본의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 Fed는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Fed가 기준금리를 0.25%p올린 뒤 국내에서 해외로 50억 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준이 올해 세 차례 더 기준 금리를 올릴 경우 얼마나 더 달러화가 해외로 빠져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사이에 무역전쟁이 일어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진다. 열흘 뒤면 출범하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보호 무역주의를 내세운다. 미국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과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강력한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고 중국이 보복에 나서는 G2간의 무역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수출이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G2간의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완성품을 수출하면서 얻었던 수출증대효과는 급격히 축소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우리 수출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만일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올해 10월로 끝나는 한중간의 600억 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의 연장과 함께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진해 왔던 것이다. 외환유동성의 안전판을 더욱 든든히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은 이런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배치 문제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진 중국 정부에게도 일본 정부는 '통화스와프 중단'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외환유동성의 가장 든든한 안전판은 굳건한 한미동맹'

외환유동성의 가장 든든한 안전한은 바로 굳건한 '한미동맹'이다. 우리 외교부는 '한미 동맹 빛샐 틈도 없이 견고하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1997년 외환위기는 외화자금을 단기로 빌려와 장기로 빌려준 '미스매칭'이 하나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외환위기를 현실화시켰던 것은 바로 한미동맹 약화였다. 당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차관을 제공하고 대우자동차가 폴란드 정치인을 매수해 미국 자동차회사를 제치고 폴란드의 국민차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한미동맹을 약화시켰다. 그결과 미국은 한국을 외환위기로 내몰았다. 미국은 일본 정부에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에는 한국 정부를 도와줘서는 안된다는 통보까지 했다고 엄낙용 당시 재정경제원 국제담당 차관보는국회의 외환위기 청문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일본은 지금 트럼프 당선자와 새 각료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다.
아베총리는 트럼프 당선 직후 미국에 건너가 트럼프를 당선자를 이미 한 차례 만났다.
또 오는 20일에 있을 트럼프대통령 취임 일주일 후에는 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일본은 미일 동맹의 강화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있는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한 외교를 펼칠 인재와 역량은 있는가? 한미 통화스와프를 이뤄냈던 것처럼 한미간에 우호적인 경제외교를 이끌 인재는 있는가? 비통한 심정으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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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9 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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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을 구실로 지난 주말 한일 통화스왑의 논의 중단을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아베 총리는 '소녀상 철거'를 위해 일본이 10억엔을 지불했다는 표현까지 했고, 일본 언론에는 '입금 사기'라는 일본 정부관계자의 발언도 실렸다. 아사히 신문과 교도통신 등은 조 바이든 미국부통령도 아베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일 간의 위안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마치 미국 정부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한국 언론들은 오히려 바이든 부통령이 일본 정부에 자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한일 스와프 논의 중단과 주한 일본대사와 영사 소환 등 강경 조치를 잇달아 내놓은 6일 오후, 시민들이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을 쳐다보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국을 구해 낸 것이 '한미 통화스와프'

통화스와프는 외환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국 통화를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 계약 상대국 통화로 바꿔 인출해 외환보유액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외환유동성의 안전판의 하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다시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었다. 이 때 한국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 바로 2008년 10월 30일 신제윤 당시 국제업무관리관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 미국과 타결한 300억 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였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상타결이 전해지자 미화 1달러 값은 1422원에서 1250원으로 172원이나 급락했고 우리나라 은행들의 CDS프리미엄(부도위험에 따른 가산금리)도 급락했다. 외화자금 조달이나 만기연장이 그만큼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한일 통화스와프 계약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된 한달쯤 후 3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고 한일 관계가 호전됐을 때인 2011년 700억 달러 규모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 전후 급격히 줄기 시작해 2015년에는 모두 해지됐다. 그러나 지난해 위안부 문제 합의 후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다시 협상이 시작된 지 넉 달만에 일본 정부가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위기 발생하면 '외환유동성'에 취약하다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 건을 일본 정부가 건드린 것이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다.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중간재와 완성품을 수출하는 수출 주도형 경제다. 따라서 한국의 외환유동성 위기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일 때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교역 규모는 줄었어도 지난해 경상 수지와 무역수지는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양호하다. 따라서 현재의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와 무역수지를 볼 때, 일본의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 Fed는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Fed가 기준금리를 0.25%p올린 뒤 국내에서 해외로 50억 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준이 올해 세 차례 더 기준 금리를 올릴 경우 얼마나 더 달러화가 해외로 빠져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사이에 무역전쟁이 일어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진다. 열흘 뒤면 출범하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보호 무역주의를 내세운다. 미국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과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강력한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고 중국이 보복에 나서는 G2간의 무역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수출이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G2간의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완성품을 수출하면서 얻었던 수출증대효과는 급격히 축소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우리 수출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져 경상수지가 악화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만일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올해 10월로 끝나는 한중간의 600억 달러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의 연장과 함께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진해 왔던 것이다. 외환유동성의 안전판을 더욱 든든히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은 이런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배치 문제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진 중국 정부에게도 일본 정부는 '통화스와프 중단' 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외환유동성의 가장 든든한 안전판은 굳건한 한미동맹'

외환유동성의 가장 든든한 안전한은 바로 굳건한 '한미동맹'이다. 우리 외교부는 '한미 동맹 빛샐 틈도 없이 견고하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1997년 외환위기는 외화자금을 단기로 빌려와 장기로 빌려준 '미스매칭'이 하나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외환위기를 현실화시켰던 것은 바로 한미동맹 약화였다. 당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차관을 제공하고 대우자동차가 폴란드 정치인을 매수해 미국 자동차회사를 제치고 폴란드의 국민차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한미동맹을 약화시켰다. 그결과 미국은 한국을 외환위기로 내몰았다. 미국은 일본 정부에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전에는 한국 정부를 도와줘서는 안된다는 통보까지 했다고 엄낙용 당시 재정경제원 국제담당 차관보는국회의 외환위기 청문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일본은 지금 트럼프 당선자와 새 각료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있다.
아베총리는 트럼프 당선 직후 미국에 건너가 트럼프를 당선자를 이미 한 차례 만났다.
또 오는 20일에 있을 트럼프대통령 취임 일주일 후에는 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일본은 미일 동맹의 강화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있는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한 외교를 펼칠 인재와 역량은 있는가? 한미 통화스와프를 이뤄냈던 것처럼 한미간에 우호적인 경제외교를 이끌 인재는 있는가? 비통한 심정으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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