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세월호’ 답변서, 핵심 빠지고 모순적

입력 2017.01.10 (23:16) 수정 2017.01.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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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이, 참사 1000일 만에 공식 문서로 정리됐다. 참사 당일 행적을 시간대별로 밝히라는 헌법재판소의 요구에 따른 것인데, 10일 제출된 답변서의 내용이 부실하고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15장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정작 핵심 내용은 빠져 있고, 모순적인 내용들이 적혀있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 앞장에선 "관저에서 대면 보고"
... 뒷장에선 "관저 드나든 비서관 없다" ?

박근혜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10일)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아래 두 가지 내용을 강조했다.
   첫째.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직접 관저 집무실로 찾아와 세월호 상황을 대면 보고했다"
   둘째. "점심식사 후에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으로부터
      세월호 관련 상황을 대면 보고 받았다"

그런데 바로 뒷장에는 이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을 서술해 놓았다.
    "그날 관저 출입은 대통령의 구강 부분에 필요한 약(가글액)을 가져온
    간호장교(신보라 대위)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직전 들어왔던
    미용 담당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관저에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박 대통령 스스로 수차례 확인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비서관들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려면 관저에 들어갔어야만 하는데, 비서관들은 출입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혔으니 모순이다.

2. 분 단위 도표에 없는 '대면 보고'


박 대통령 측은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시간대별 행적을 도표로도 작성해 첨부했다. 오전 9시 53분부터 대통령이 중앙대책안전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 30분까지, 짧게는 3분 길게는 41분 단위로 행적을 세세하게 밝혀 놓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도표에도 청와대 비서관들이 대면 보고를 했다는 시간과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3. 긴박했던 3시간 40분간 ... 엉뚱한 통화기록만 제출

제출된 답변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참사일 오전 10시 30분쯤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 오후 2시 11분, 김장수 당시 안보실장과 통화를 할 때까지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탈출하지 못 한 채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던 약 4시간 동안,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보고서만 받아봤을 뿐 사고 수습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박 대통령이 실제로 보고서를 챙겨 보고 침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당시)과 통화한 기록을 제출했다. 낮 12시 50분쯤, 기초연금법 관련 국회 협상 상황을 보고받느라 10분간 통화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세월호 대응을 위해 7차례나 통화했다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당시)과의 통화기록은 제출하지 않았다.

4. "대통령은 24시간 재택근무 체제"
      ... 하지만 참사 당일 24시간은 안 밝혀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일상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24시간 재택근무 체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관저에 머무는 시간까지 포함해 24시간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것으로 봐야한다는 뜻인데, 참사 당일 9시 이전의 행적에 대해선 답변서에 밝히지 않았다.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당일 중앙재해대책본부 방문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경호상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세월호 사고를 인지한 지 40분 뒤에야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이유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헌법재판소 "대통령 답변서, 요구에 못 미친다"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답변서가 탄핵심판의 기초 자료로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10일 법정에서, "헌재가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기억을 살려서 당일 행적에 대해 밝히라는 것인데, 제출된 답변서는 이 요구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진성 재판관은 특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김장수 실장과 통화한 기록을 제출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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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세월호’ 답변서, 핵심 빠지고 모순적
    • 입력 2017-01-10 23:16:56
    • 수정2017-01-10 23:20:23
    사회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이, 참사 1000일 만에 공식 문서로 정리됐다. 참사 당일 행적을 시간대별로 밝히라는 헌법재판소의 요구에 따른 것인데, 10일 제출된 답변서의 내용이 부실하고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15장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정작 핵심 내용은 빠져 있고, 모순적인 내용들이 적혀있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1. 앞장에선 "관저에서 대면 보고"
... 뒷장에선 "관저 드나든 비서관 없다" ?

박근혜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10일)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아래 두 가지 내용을 강조했다.
   첫째.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직접 관저 집무실로 찾아와 세월호 상황을 대면 보고했다"
   둘째. "점심식사 후에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으로부터
      세월호 관련 상황을 대면 보고 받았다"

그런데 바로 뒷장에는 이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을 서술해 놓았다.
    "그날 관저 출입은 대통령의 구강 부분에 필요한 약(가글액)을 가져온
    간호장교(신보라 대위)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직전 들어왔던
    미용 담당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관저에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박 대통령 스스로 수차례 확인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비서관들이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려면 관저에 들어갔어야만 하는데, 비서관들은 출입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혔으니 모순이다.

2. 분 단위 도표에 없는 '대면 보고'


박 대통령 측은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시간대별 행적을 도표로도 작성해 첨부했다. 오전 9시 53분부터 대통령이 중앙대책안전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 30분까지, 짧게는 3분 길게는 41분 단위로 행적을 세세하게 밝혀 놓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도표에도 청와대 비서관들이 대면 보고를 했다는 시간과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3. 긴박했던 3시간 40분간 ... 엉뚱한 통화기록만 제출

제출된 답변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참사일 오전 10시 30분쯤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 오후 2시 11분, 김장수 당시 안보실장과 통화를 할 때까지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탈출하지 못 한 채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던 약 4시간 동안,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보고서만 받아봤을 뿐 사고 수습과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박 대통령이 실제로 보고서를 챙겨 보고 침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당시)과 통화한 기록을 제출했다. 낮 12시 50분쯤, 기초연금법 관련 국회 협상 상황을 보고받느라 10분간 통화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세월호 대응을 위해 7차례나 통화했다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당시)과의 통화기록은 제출하지 않았다.

4. "대통령은 24시간 재택근무 체제"
      ... 하지만 참사 당일 24시간은 안 밝혀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일상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24시간 재택근무 체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관저에 머무는 시간까지 포함해 24시간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것으로 봐야한다는 뜻인데, 참사 당일 9시 이전의 행적에 대해선 답변서에 밝히지 않았다.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당일 중앙재해대책본부 방문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경호상 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세월호 사고를 인지한 지 40분 뒤에야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이유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헌법재판소 "대통령 답변서, 요구에 못 미친다"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답변서가 탄핵심판의 기초 자료로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10일 법정에서, "헌재가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기억을 살려서 당일 행적에 대해 밝히라는 것인데, 제출된 답변서는 이 요구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진성 재판관은 특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김장수 실장과 통화한 기록을 제출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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