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순실 게이트’ 또다른 공범인가?

입력 2017.01.11 (16:52) 수정 2017.01.11 (16: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무후무한 '최순실 국정농단'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을 또 다른 '뇌관'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왜 국민연금은 이해할 수 없는 찬성표를 던졌을까? 삼성과 최순실, 그리고 국민연금 사이엔 무엇이 또 누가 있을까?


삼성은 왜 정유라에게 말을 사줬나

2015년 8월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 삼성전자와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는 약 22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다. 삼성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정유라를 포함해 6명의 승마 유망주들의 훈련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중재하는 대가로 코레스포츠는 수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승마 선수는 '정유라' 단 한명 뿐이었다. 당시 삼성 측과 계약을 체결한 로베르토 쿠이퍼스 전 코레스포츠 대표는 "정유라를 제외한 승마 선수들은 본 적도 없고 이름조차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가 보기엔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한 것 같았어요. 돈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최고의 훈련지와 트레이너, 그리고 최고의 말이 필요하다고 했죠" (로베르토 쿠이퍼스 전 코레스포츠 대표)

코레스포츠의 실소유주가 최순실 모녀로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재단을 통로로 이용한 것이 아닌지, 삼성이 최순실 모녀에게 거액을 송금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재용은 정말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나


지난달 특검은 최 씨 모녀가 독일에서 지출한 내역을 확보했다. 공개된 '생활비 지출 내역서'와 '입출금 및 영수증 관리' 목록을 보면, 삼성 지원금 220억 원은 사실상 이들의 독일 생활비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최 씨와 노승일 전 비덱스포츠 직원이 주고 받은 메시지에 따르면 삼성의 지원금은 최 씨에게 직접 전달됐다.


지난해 12월 6일 개최된 '최순실 게이트' 1차 청문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삼성과 코레스포츠가 계약할 당시에도 최 씨를 몰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독일에서의 계약 한 달 전인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박 대통령은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왜 늦어지느냐"며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고 한다.

독대 후 이 부회장은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이틀 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계약을 위해 독일로 출국한다. 그리고 한 달 뒤인 8월 26일에는 삼성과 코레스포츠의 계약이 성사된다. 삼성이 이처럼 서둘러 계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연금은 왜 삼성의 손을 들어줬나


지난해 12월 21일 특검은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첫 압수수색 대상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었다.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수상한 지원 의혹에 국민연금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기 위해서였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독대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는 데 큰 관심이 있었다.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승계 구도를 완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계 자본 '엘리엇'을 비롯한 주주들은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큰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합병에 반대했다. 합병의 '캐스팅 보트'는 삼성물산 주식의 11%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있었다. 여러 자문기관의 부정적 의견에도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한다. 2015년 7월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결정됐고 국민연금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국민연금은 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의 손을 들어줬던 걸까. 당시 결정에 참여한 투자위원회 관계자들과 의결권 전문위원회 위원 등 복수의 관계자들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본다.

"국민연금은 합병 비율을 조금이라도, 0.01이라도 올려서 합병을 가결시키는 게 무조건 이득이거든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지분율이 높았던 삼성물산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게 당연합니다" (홍순탁 회계사)

현재 특검은 삼성 수뇌부와 정부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하고 있다. 삼성이 박 대통령에게 합병을 지지해달라는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대가성'에 주목한 것이다. 뇌물죄 성립 여부를 놓고 박 대통령과 삼성, 최순실 씨에게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월 11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KBS 2TV '추적 60분'에서는 삼성과 최순실 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집중 추적한다.

박성희 kbs.psh@kbs.co.kr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삼성, ‘최순실 게이트’ 또다른 공범인가?
    • 입력 2017-01-11 16:52:06
    • 수정2017-01-11 16:54:26
    방송·연예
전무후무한 '최순실 국정농단'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을 또 다른 '뇌관'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왜 국민연금은 이해할 수 없는 찬성표를 던졌을까? 삼성과 최순실, 그리고 국민연금 사이엔 무엇이 또 누가 있을까?


삼성은 왜 정유라에게 말을 사줬나

2015년 8월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 삼성전자와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는 약 22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다. 삼성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정유라를 포함해 6명의 승마 유망주들의 훈련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중재하는 대가로 코레스포츠는 수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승마 선수는 '정유라' 단 한명 뿐이었다. 당시 삼성 측과 계약을 체결한 로베르토 쿠이퍼스 전 코레스포츠 대표는 "정유라를 제외한 승마 선수들은 본 적도 없고 이름조차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가 보기엔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지원하기 위한 것 같았어요. 돈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최고의 훈련지와 트레이너, 그리고 최고의 말이 필요하다고 했죠" (로베르토 쿠이퍼스 전 코레스포츠 대표)

코레스포츠의 실소유주가 최순실 모녀로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재단을 통로로 이용한 것이 아닌지, 삼성이 최순실 모녀에게 거액을 송금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재용은 정말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나


지난달 특검은 최 씨 모녀가 독일에서 지출한 내역을 확보했다. 공개된 '생활비 지출 내역서'와 '입출금 및 영수증 관리' 목록을 보면, 삼성 지원금 220억 원은 사실상 이들의 독일 생활비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최 씨와 노승일 전 비덱스포츠 직원이 주고 받은 메시지에 따르면 삼성의 지원금은 최 씨에게 직접 전달됐다.


지난해 12월 6일 개최된 '최순실 게이트' 1차 청문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삼성과 코레스포츠가 계약할 당시에도 최 씨를 몰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독일에서의 계약 한 달 전인 2015년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박 대통령은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왜 늦어지느냐"며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고 한다.

독대 후 이 부회장은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등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이틀 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계약을 위해 독일로 출국한다. 그리고 한 달 뒤인 8월 26일에는 삼성과 코레스포츠의 계약이 성사된다. 삼성이 이처럼 서둘러 계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연금은 왜 삼성의 손을 들어줬나


지난해 12월 21일 특검은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첫 압수수색 대상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었다.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수상한 지원 의혹에 국민연금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기 위해서였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독대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는 데 큰 관심이 있었다.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승계 구도를 완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계 자본 '엘리엇'을 비롯한 주주들은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큰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합병에 반대했다. 합병의 '캐스팅 보트'는 삼성물산 주식의 11%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있었다. 여러 자문기관의 부정적 의견에도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한다. 2015년 7월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결정됐고 국민연금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국민연금은 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의 손을 들어줬던 걸까. 당시 결정에 참여한 투자위원회 관계자들과 의결권 전문위원회 위원 등 복수의 관계자들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본다.

"국민연금은 합병 비율을 조금이라도, 0.01이라도 올려서 합병을 가결시키는 게 무조건 이득이거든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지분율이 높았던 삼성물산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게 당연합니다" (홍순탁 회계사)

현재 특검은 삼성 수뇌부와 정부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 조사하고 있다. 삼성이 박 대통령에게 합병을 지지해달라는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대가성'에 주목한 것이다. 뇌물죄 성립 여부를 놓고 박 대통령과 삼성, 최순실 씨에게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월 11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KBS 2TV '추적 60분'에서는 삼성과 최순실 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집중 추적한다.

박성희 kbs.psh@kbs.co.kr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