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견만리] 위기의 정치, 답은 ‘시민’에게 있다

입력 2017.01.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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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과 혐오가 세계 정치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한국을 비롯해 남미,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부정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퇴진 요구 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는 모두의 기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 이유를 기성 정치가 더 이상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배신감과 엘리트 정치인에 대한 분노가 극단적인 선택을 불러온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성정치에 분노한 사람들은 변화를 꿈꾼다. 위기를 맞이한 정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공정한 자원분배를 위해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가 바람직한 자원 분배로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국의 한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내 노동자와 CEO 간의 임금 격차는 300배에 달한다. 노동자의 임금이 10% 인상되는 동안 CEO의 임금은 1,00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불평등한 경제시스템을 만든 정치권에 사람들의 분노와 불신이 쏟아지고 있다. 많은 정치인이 국민의 대표임을 망각한 채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돈과 권력을 가진, 기득권을 위한 정치를 펼쳤기 때문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로 "갈수록 미국 내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기성 정치권은 이를 외면했다"며 "'변화'를 바라던 시민들은 결국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소득 격차가 미국 다음으로 높은 나라로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불평등의 확산 속도로만 놓고 보면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민의 대변 못하는, 공약들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공약이 있다. 바로 표심을 노린 대규모 지역 개발 사업이다. 그중에는 1년 국가 예산에 버금가는 규모의 건설 사업들도 있다. 정치인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들을 남발한 이유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그 예다. 지금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정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인천시는 표심을 잡기 위해 사업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스마트시티', '아시안게임 유치' 등의 공약들을 남발하다가 2014년 13조라는 부채를 짊어지게 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시 부채를 한 2조를 줄이는 과정에서 복지나 교육이나 문화나 환경에 충분히 투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 중심'의 새로운 정치

한 조사에 따르면 '나를 대표하는 정당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나라 국민의 약 80%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기존 정당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 곳곳에선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당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정치판의 로빈 후드로 불리는 해적당이 제2당에 올라서면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평균연령 37세의 젊은 정당, 오성운동이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으며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과 비슷한 정치, 경제 환경을 가진 나라 스페인. 오랜 기간 군사 정권의 지배를 받고, 민주화 이후에도 40년 넘게 양당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40년 묵은 양당 구조를 무너뜨렸다. 과도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일어난 대규모 시위 이후,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당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가 탄생한 것이다.


신생정당 포데모스는 69석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3당으로 떠올랐다. 포데모스는 국회의원의 연봉과 임기를 제한하는 등 특권을 내려놓고 누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당의 주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이 정당의 중심에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선 결과 정치와 일상의 벽이 허문 사례다.

강 교수는 포데모스 현상이야말로 "왜 정치가 시민과 함께 가야 하는지 시민의 참여가 정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IT 기술로 '강한 유권자' 되기!

한국은 지난 대통령 탄핵 소추 과정에서 IT를 통해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바로 '박근혝 닷컴'이 그 예다.


2016년 12월 1일 생긴 '박근혝 닷컴'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청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이트다. 국회의원 300명의 사진과 사무실 연락처, 이메일 주소, 트위터·페이스북 주소 정보 등이 게재됐다.

시민들은 지역구 의원에게 직접 이메일로 탄핵 청원을 하고, 문자와 전화로 성난 시민의 뜻을 직접 전달했다. 결국 탄핵을 주저하고, 당리 당론을 고민하던 국회의원들은 234대 56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시민의 뜻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시민들이 참여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점점 더 밖으로 나올 때 국회가 국민을 무서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프로그래머-


아르헨티나의 한 IT 플랫폼 개발자는 '정치'를 두고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19세기에 만들어진 정치제도와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선출된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대의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 시스템이라 여겼고 이러한 생각은 정치가 정치인들만의 영역으로 그치는 현상을 낳았다. 시민들은 다시 권력을 가진 주체가 되어 그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시도 중이다.


1월 13일 (금)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명견만리'에서는 정치학자 강원택 교수가 프레젠터로 출연해 정치가 위기를 맞이한 이유와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본다.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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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견만리] 위기의 정치, 답은 ‘시민’에게 있다
    • 입력 2017-01-11 18:31:36
    명견만리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과 혐오가 세계 정치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한국을 비롯해 남미,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 부정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퇴진 요구 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다.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는 모두의 기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 이유를 기성 정치가 더 이상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배신감과 엘리트 정치인에 대한 분노가 극단적인 선택을 불러온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성정치에 분노한 사람들은 변화를 꿈꾼다. 위기를 맞이한 정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공정한 자원분배를 위해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가 바람직한 자원 분배로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국의 한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내 노동자와 CEO 간의 임금 격차는 300배에 달한다. 노동자의 임금이 10% 인상되는 동안 CEO의 임금은 1,00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불평등한 경제시스템을 만든 정치권에 사람들의 분노와 불신이 쏟아지고 있다. 많은 정치인이 국민의 대표임을 망각한 채 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돈과 권력을 가진, 기득권을 위한 정치를 펼쳤기 때문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로 "갈수록 미국 내 소득 격차가 심화되고 있지만, 미국의 기성 정치권은 이를 외면했다"며 "'변화'를 바라던 시민들은 결국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소득 격차가 미국 다음으로 높은 나라로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불평등의 확산 속도로만 놓고 보면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불평등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민의 대변 못하는, 공약들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공약이 있다. 바로 표심을 노린 대규모 지역 개발 사업이다. 그중에는 1년 국가 예산에 버금가는 규모의 건설 사업들도 있다. 정치인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들을 남발한 이유는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그 예다. 지금 전국에서 유일하게 재정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인천시는 표심을 잡기 위해 사업 타당성을 따지지 않고 '스마트시티', '아시안게임 유치' 등의 공약들을 남발하다가 2014년 13조라는 부채를 짊어지게 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시 부채를 한 2조를 줄이는 과정에서 복지나 교육이나 문화나 환경에 충분히 투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 중심'의 새로운 정치

한 조사에 따르면 '나를 대표하는 정당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나라 국민의 약 80%가 '없다'고 응답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기존 정당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 곳곳에선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당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정치판의 로빈 후드로 불리는 해적당이 제2당에 올라서면서 돌풍을 이어가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평균연령 37세의 젊은 정당, 오성운동이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으며 화제로 떠올랐다.


한국과 비슷한 정치, 경제 환경을 가진 나라 스페인. 오랜 기간 군사 정권의 지배를 받고, 민주화 이후에도 40년 넘게 양당 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40년 묵은 양당 구조를 무너뜨렸다. 과도한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일어난 대규모 시위 이후,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당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가 탄생한 것이다.


신생정당 포데모스는 69석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3당으로 떠올랐다. 포데모스는 국회의원의 연봉과 임기를 제한하는 등 특권을 내려놓고 누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당의 주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이 정당의 중심에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선 결과 정치와 일상의 벽이 허문 사례다.

강 교수는 포데모스 현상이야말로 "왜 정치가 시민과 함께 가야 하는지 시민의 참여가 정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IT 기술로 '강한 유권자' 되기!

한국은 지난 대통령 탄핵 소추 과정에서 IT를 통해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바로 '박근혝 닷컴'이 그 예다.


2016년 12월 1일 생긴 '박근혝 닷컴'은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청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이트다. 국회의원 300명의 사진과 사무실 연락처, 이메일 주소, 트위터·페이스북 주소 정보 등이 게재됐다.

시민들은 지역구 의원에게 직접 이메일로 탄핵 청원을 하고, 문자와 전화로 성난 시민의 뜻을 직접 전달했다. 결국 탄핵을 주저하고, 당리 당론을 고민하던 국회의원들은 234대 56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시민의 뜻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시민들이 참여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점점 더 밖으로 나올 때 국회가 국민을 무서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프로그래머-


아르헨티나의 한 IT 플랫폼 개발자는 '정치'를 두고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19세기에 만들어진 정치제도와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사람들은 선출된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대의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 시스템이라 여겼고 이러한 생각은 정치가 정치인들만의 영역으로 그치는 현상을 낳았다. 시민들은 다시 권력을 가진 주체가 되어 그 변화를 이끌어내려고 시도 중이다.


1월 13일 (금)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명견만리'에서는 정치학자 강원택 교수가 프레젠터로 출연해 정치가 위기를 맞이한 이유와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본다.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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