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또 ‘불법 장시간 노동’ 물의…‘미쓰비시’에서도

입력 2017.01.12 (08:55) 수정 2017.02.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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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에서도…“잔업시간 줄여 신고하랬어요”

유명 대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불법 장시간 노동을 강권하다가 들통 나 형사 처벌 대상에 오르는 사례가 일본에서 잇따르고 있다.

2016년(지난해) 하반기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고 대기업 '덴쓰'직원의 '과로자살' 파문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유명 대기업 '미쓰비시'에서 불법 장시간 노동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2017년(올해) 1월 11일 일본 가나가와 노동국은 '미쓰비시 전기'법인과 피해자의 전 상급직원을 노동기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가나가와 노동국은 미쓰비시가 2014년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동안, 입사 1년 차인 남성 직원에게 노동조합과 합의한 시간 외 근무 시간을 초과해서 불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이 동의한 잔업시간의 상한선은 한 달에 60시간이었다. 그러나 해당 직원에게 78시간의 야근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형사처벌 수순에 들어가자마자, 미쓰비시 전기는 곧바로 머리를 숙였다. 이번 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관계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노동기준법을 위반했다가 적발된 기업체가 으레 그러하듯이 지금은 그런 불법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현재는 모든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적절한 노동시간을 유지하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사처벌 수순에 들어가야 사과한다?


이러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6년(지난해) 6월이었다. 미쓰비시 전기의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의 연구소에서 반도체 레이저 연구를 담당했던 30대 남성 직원이 우울증을 앓다가 해고됐다.

근로기준감독서의 조사 결과는 11월에야 나왔다. 한 달 100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잔업이 우울증의 발병 원인이라면서 산업재해 인정 결정이 나왔다. 그리고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회사 측이 불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강권한 사실을 이번에 노동당국이 확인한 것이다.


해당 직원이 언론 등을 통해 호소한 내용은 훨씬 더 심각했다. '가장 힘들 때는 거의 휴식이 없었다.', '160시간의 잔업이 있었다.', '회사 측에서 잔업시간을 스스로 줄여서 신고하라고 했다.', '노무관리가 이상하다고 호소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등. 게다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회사 측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번에 회사 측의 잘못이 인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개미처럼 일하는 것은 더는 미덕일 수 없다

최근 일본 광고업계 대기업 덴쓰의 사장이 '불법노동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했다.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맞물려 기업체들도 이런저런 후속조치에 나섰다.

'개미처럼 일하는 일본인'이라는 말이 있다. 근면 성실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직장인의 모습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미담처럼 들리지만, 시선을 달리 보면 무시무시한 말이다. 사람이 개미처럼 일한다면 과로사하기에 십상이다. 죽음에 이르지 않아도 죽음만큼 고통스러운 질병에 이르기 쉽다.

업무가 늘어나면 직원을 더 채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 관점의 상식이지만 경영자 관점에서는 낭비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수당' 조금 더 주고, 기존 직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것은 경영자 관점의 상식이지만 노동자 관점에서는 착취이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 합의로 '진짜 상식'선에서 이뤄지는 곳은 '건강한 사회'이다.


정부의 강도 높은 조사와 처벌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총리가 앞장서서 장시간 노동 관행의 문제점을 비난하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피해자 혹은 피해자 유족이 없었다면, 일본의 대기업들이 이처럼 흔쾌히 '불법 장시간 노동'의 잘못을 인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여전히 일본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으며, 기업체의 사장이나 임원 등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다.

당연히 제기되는 또 다른 궁금증. 그렇다면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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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서 또 ‘불법 장시간 노동’ 물의…‘미쓰비시’에서도
    • 입력 2017-01-12 08:55:29
    • 수정2017-02-01 17:48:08
    특파원 리포트
‘미쓰비시’에서도…“잔업시간 줄여 신고하랬어요” 유명 대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불법 장시간 노동을 강권하다가 들통 나 형사 처벌 대상에 오르는 사례가 일본에서 잇따르고 있다. 2016년(지난해) 하반기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고 대기업 '덴쓰'직원의 '과로자살' 파문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유명 대기업 '미쓰비시'에서 불법 장시간 노동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2017년(올해) 1월 11일 일본 가나가와 노동국은 '미쓰비시 전기'법인과 피해자의 전 상급직원을 노동기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가나가와 노동국은 미쓰비시가 2014년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동안, 입사 1년 차인 남성 직원에게 노동조합과 합의한 시간 외 근무 시간을 초과해서 불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이 동의한 잔업시간의 상한선은 한 달에 60시간이었다. 그러나 해당 직원에게 78시간의 야근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형사처벌 수순에 들어가자마자, 미쓰비시 전기는 곧바로 머리를 숙였다. 이번 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관계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노동기준법을 위반했다가 적발된 기업체가 으레 그러하듯이 지금은 그런 불법 행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현재는 모든 사업장에서 노동시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적절한 노동시간을 유지하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형사처벌 수순에 들어가야 사과한다? 이러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6년(지난해) 6월이었다. 미쓰비시 전기의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의 연구소에서 반도체 레이저 연구를 담당했던 30대 남성 직원이 우울증을 앓다가 해고됐다. 근로기준감독서의 조사 결과는 11월에야 나왔다. 한 달 100시간이 넘는 장시간의 잔업이 우울증의 발병 원인이라면서 산업재해 인정 결정이 나왔다. 그리고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회사 측이 불법적으로 장시간 노동을 강권한 사실을 이번에 노동당국이 확인한 것이다. 해당 직원이 언론 등을 통해 호소한 내용은 훨씬 더 심각했다. '가장 힘들 때는 거의 휴식이 없었다.', '160시간의 잔업이 있었다.', '회사 측에서 잔업시간을 스스로 줄여서 신고하라고 했다.', '노무관리가 이상하다고 호소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등. 게다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도 회사 측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번에 회사 측의 잘못이 인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개미처럼 일하는 것은 더는 미덕일 수 없다 최근 일본 광고업계 대기업 덴쓰의 사장이 '불법노동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을 발표했다.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맞물려 기업체들도 이런저런 후속조치에 나섰다. '개미처럼 일하는 일본인'이라는 말이 있다. 근면 성실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직장인의 모습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미담처럼 들리지만, 시선을 달리 보면 무시무시한 말이다. 사람이 개미처럼 일한다면 과로사하기에 십상이다. 죽음에 이르지 않아도 죽음만큼 고통스러운 질병에 이르기 쉽다. 업무가 늘어나면 직원을 더 채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 관점의 상식이지만 경영자 관점에서는 낭비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수당' 조금 더 주고, 기존 직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것은 경영자 관점의 상식이지만 노동자 관점에서는 착취이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 합의로 '진짜 상식'선에서 이뤄지는 곳은 '건강한 사회'이다. 정부의 강도 높은 조사와 처벌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총리가 앞장서서 장시간 노동 관행의 문제점을 비난하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피해자 혹은 피해자 유족이 없었다면, 일본의 대기업들이 이처럼 흔쾌히 '불법 장시간 노동'의 잘못을 인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여전히 일본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으며, 기업체의 사장이나 임원 등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이다. 당연히 제기되는 또 다른 궁금증. 그렇다면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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