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고무도장’ 되지 않겠다” 반기 드는 장관들

입력 2017.01.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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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공식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장관 내정자들이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핵확산 방지,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CNN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 등이 주요 현안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무장관 내정자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상원 법사위원회의 인준청문회 시작 전 손녀를 품에 안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EPA)법무장관 내정자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상원 법사위원회의 인준청문회 시작 전 손녀를 품에 안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EPA)

세션스, "트럼프의 '고무도장' 되지 않겠다"

제프 세션스 법무 장관 내정자는 10일 (현지시각)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도를 넘으면 과감히 노(NO)라고 말하고, 대통령의 생각이라면 살피지도 않고 인가하는 '고무도장'이 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션스는 또 "정치인과 정권 핵심의 외압을 버텨내는 장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슬람교도 입국 거부 등 트럼프의 핵심 공약에 대해서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세션스는 "종교 집단으로 이슬람교도가 미국 입국을 거부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나라에 이바지한 훌륭한 이슬람교도가 많으며, 미국인들은 종교의 자유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션스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테러 전력이 있는 나라에서 오는 개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애초 이슬람교도 입국 금지 공약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고 전했다. 세션스 내정자는 물고문에 반대하는 뜻도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

틸러슨, "러시아는 영원한 비우호적인 적국"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 내정자는 11일 (현지시각)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국무부의 중요 역할 중 하나는 핵확산 방지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이어 "지구의 핵무기 수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그냥 저버릴 수는 없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틸러슨의 내정자의 말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고, 당선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핵 군비경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틸러슨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폐기하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밝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도우려고 해킹으로 미 대선에 개입했다고 미 정보당국이 결론 낸 것을 두고 "러시아가 미국에 위협이 되며 미국 이익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러시아의 해킹 사실을 부인하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이다가 뒤늦게 러시아가 대선 해킹의 배후라고 인정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밝힌 입장과는 달리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더 강력한 군사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틸러슨은 특히 "러시아는 가치체계가 완전히 달라 미국과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는 비우호적 적국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제재 유지 여부에 대해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 트럼프 당선인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국토안보장관 내정자인 존 켈리 전 남부사령관이 인준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AP)국토안보장관 내정자인 존 켈리 전 남부사령관이 인준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AP)

켈리," 물리적인 멕시코 장벽 효과 없을 것"

국토안보장관으로 내정된 존 켈리도 '멕시코 국경 장벽'을 비롯한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에 대해 견해차를 보였다. 켈리는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국경 장벽 공약에 대한 질문을 받자 "물리적인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겹겹이 쌓인 방어(layered defense)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켈리가 장관 내정자로 지명된 국토안보부는 앞으로 멕시코 국경 장벽과 이슬람교도 이민 심사 강화, 시민에 대한 대규모 정보 수집 등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집행하게 된다.

켈리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와 이슬람교도를 겨냥한 대규모 정보수집 역시 헌법상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켈리는 "(대 테러에서) 종교와 같은 요소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고 이에 집중하는 건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인종이나 종교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켈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에 반대한다고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기도 했다. 켈리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정책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으며 이에 자신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켈리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에 대해서도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켈리는 "의회가 조처해 미국에서는 이제 물고문 또는 그 외 어떤 형태의 고문도 절대적으로 부적절하고 불법이다."라며 미국 법을 절대적으로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문 기술에 관해서는 미국인들이 예상하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이전부터 활용해 온 제네바협약을 계속해서 준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트럼프 핵심 정책을 집행할 주요 부처 장관 내정자들의 트럼프와 다른 견해를 나타냄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이 출범 초부터 내각과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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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고무도장’ 되지 않겠다” 반기 드는 장관들
    • 입력 2017-01-12 13:20:01
    취재K
오는 20일 공식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장관 내정자들이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핵확산 방지,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CNN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 등이 주요 현안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무장관 내정자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이 상원 법사위원회의 인준청문회 시작 전 손녀를 품에 안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EPA)
세션스, "트럼프의 '고무도장' 되지 않겠다"

제프 세션스 법무 장관 내정자는 10일 (현지시각)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도를 넘으면 과감히 노(NO)라고 말하고, 대통령의 생각이라면 살피지도 않고 인가하는 '고무도장'이 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션스는 또 "정치인과 정권 핵심의 외압을 버텨내는 장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슬람교도 입국 거부 등 트럼프의 핵심 공약에 대해서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세션스는 "종교 집단으로 이슬람교도가 미국 입국을 거부당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나라에 이바지한 훌륭한 이슬람교도가 많으며, 미국인들은 종교의 자유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션스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테러 전력이 있는 나라에서 오는 개인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애초 이슬람교도 입국 금지 공약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고 전했다. 세션스 내정자는 물고문에 반대하는 뜻도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P)
틸러슨, "러시아는 영원한 비우호적인 적국"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렉스 틸러슨 내정자는 11일 (현지시각)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국무부의 중요 역할 중 하나는 핵확산 방지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이어 "지구의 핵무기 수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그냥 저버릴 수는 없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틸러슨의 내정자의 말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고, 당선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핵 군비경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틸러슨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폐기하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밝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도우려고 해킹으로 미 대선에 개입했다고 미 정보당국이 결론 낸 것을 두고 "러시아가 미국에 위협이 되며 미국 이익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러시아의 해킹 사실을 부인하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이다가 뒤늦게 러시아가 대선 해킹의 배후라고 인정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밝힌 입장과는 달리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응해 우크라이나에 더 강력한 군사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틸러슨은 특히 "러시아는 가치체계가 완전히 달라 미국과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는 비우호적 적국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제재 유지 여부에 대해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 트럼프 당선인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국토안보장관 내정자인 존 켈리 전 남부사령관이 인준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AP)
켈리," 물리적인 멕시코 장벽 효과 없을 것"

국토안보장관으로 내정된 존 켈리도 '멕시코 국경 장벽'을 비롯한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공약에 대해 견해차를 보였다. 켈리는 상원 청문회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국경 장벽 공약에 대한 질문을 받자 "물리적인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겹겹이 쌓인 방어(layered defense)가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켈리가 장관 내정자로 지명된 국토안보부는 앞으로 멕시코 국경 장벽과 이슬람교도 이민 심사 강화, 시민에 대한 대규모 정보 수집 등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집행하게 된다.

켈리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와 이슬람교도를 겨냥한 대규모 정보수집 역시 헌법상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켈리는 "(대 테러에서) 종교와 같은 요소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고 이에 집중하는 건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인종이나 종교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등록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켈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에 반대한다고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기도 했다. 켈리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정책을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으며 이에 자신이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켈리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에 대해서도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켈리는 "의회가 조처해 미국에서는 이제 물고문 또는 그 외 어떤 형태의 고문도 절대적으로 부적절하고 불법이다."라며 미국 법을 절대적으로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심문 기술에 관해서는 미국인들이 예상하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이전부터 활용해 온 제네바협약을 계속해서 준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트럼프 핵심 정책을 집행할 주요 부처 장관 내정자들의 트럼프와 다른 견해를 나타냄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이 출범 초부터 내각과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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