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 신화’를 무너뜨린 한 통의 이메일…회생 재기는?

입력 2017.01.13 (15:37) 수정 2017.01.13 (17: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스팀 청소기를 빅히트하며 한국 청소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벤처 기업인의 '대표 주자' 한경희(53)씨. 그녀가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

한씨가 대표인 한경희생활과학의 주채권은행인 IBK 기업은행은 12일 "지난달 말 한경희 생활과학이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 절차에 돌입해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실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2015년에 순손실이 300억원대를 넘기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회생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한경희씨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 여성 기업인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였다.

[연관기사] ☞ [여자의 아침] 살림 노하우로 창업…1000억 매출

교육부 공무원이자 워킹맘으로 살았던 한 씨는 주부로서 느꼈던 불편함에 착안해 만든 스팀 청소기가 대 히트를 치면서 생활 가전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005년에는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면서 포브스 등 외국 언론에서도 주목할 만한 여성 기업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는 달리 회사의 성장세는 길지 못했다. 주력 제품인 스팀청소기와 스팀 다리미가 인기를 끌자 대기업까지 유사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이익은 줄었다. 이에 한경희 생활과학은 화장품, 음식물처리기, 전기 프라이팬, 정수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안간힘을 썼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경희 신화를 무너뜨린 한 통의 이메일

회사를 결정적으로 어려움에 빠뜨린 것은 미국 투자 건이었다.

재미블로거 안치용씨의 블로그와 업계 설명에 따르면 한경희 생활과학의 한국법인(한코퍼레이션)과 미국 법인(한코퍼레이션 USA)은 지난해 9월 29일 일리노이북부 연방법원에 스파클링드링크 시스템이노베이션센터(SDS), 아론 세르쥬 부에노, 토마스 스왑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금액과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포함해 48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565억원의 거액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SDS는 홍콩 법인인 동시에 미국 시카고에도 설립된 법인이고, 부에노는 프랑스와 이스라엘 국적을, 스왑은 독일 국적을 가진 개인인 것으로 나온다.

한씨(미국명 로미한)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의하면 발단은 2014년 부에노가 한씨에게 보낸 이메일이었다. 부에노가 메일을 통해 접근하며 한경희생활과학과 SDS의 상호 협력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출처: 시크릿오브코리아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 블로그)출처: 시크릿오브코리아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 블로그)

부에노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18개월 이내 IPO(기업공개)를 통해 75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부에노는 "한 씨의 명성을 잘 알고 있고, 남성 중심의 한국 문화에서 여성 기업인으로서 기업 운영에 어려운 점이 많다는 걸 이해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이 미국에서 재정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접근했다고 한다.

부에노는 세계적인 회사인 플렉스트로닉스가 자신들의 탄산수 제조기와 그 원료인 파우드 생산을 담당한다면서 스팀 청소기 이후 대박 아이템을 찾던 한 씨의 마음을 사로 잡는 데 성공한다.

이에 한경희 생활과학은 2014년 8월 부에노와 SDS 탄산수 제조기의 아시아, 중동, 오스트리아, 오세아니아 등의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그 해 12월에는 북미지역 독점 판매 계약까지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한경희 생활과학은 부에노측에 1200만 달러를 선지불했다.


이 후 문제가 생겼다. 부에노측이 공급한 첫 번째 샘플을 받아 본 결과 탄산수 제조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무렵 부에노는 플렉스트로닉스가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고백한다. 1200만 달러를 이미 지불한 한씨는 투자를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그럼에도 부에노는 약속된 돈을 모두 지불하라고 요구하며 지난해 7월 한국상사 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고, 이에 한씨는 이의를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거액의 투자 손실까지 입은 마당에 한경희생활과학은 뚜렷한 히트 상품을 내지 못하면서 경영 실적은 계속 악화됐다. 지난 2014년 대규모 적자를 낸 뒤, 지난해 3월31일까지 금융당국에 제출하게 돼 있는 2015년 감사보고서를 지난해 12월에서야 제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말 "감사 절차 실시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5년치 감사보고서에 '감사 거절 의견'을 냈다.

쇼핑업계 관계자는 "스팀 청소기와 다리미의 판매가 꺾였고, 수많은 미투제품(인기 상품의 유사 상품)이 나오면서 한경희생활과학의 영업 실적이 빠르게 악화됐다"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고 투자한 것도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경희생활과학은 신제품군을 보완하고 유통망을 재정비해 회생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는 성장의 기반이 된 스팀 가전 쪽의 기술력을 강화한 청소기와 다리미를 올해 안으로 내놓고 주방 도구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건강식 배달서비스업도 계획대로 계속 진행한다.

한경희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워크아웃은 재무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 제품 출시나 공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 주력 사업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신사업을 추진해 회사를 제자리로 돌려 놓겠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한경희 신화’를 무너뜨린 한 통의 이메일…회생 재기는?
    • 입력 2017-01-13 15:37:17
    • 수정2017-01-13 17:34:29
    취재K
스팀 청소기를 빅히트하며 한국 청소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벤처 기업인의 '대표 주자' 한경희(53)씨. 그녀가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

한씨가 대표인 한경희생활과학의 주채권은행인 IBK 기업은행은 12일 "지난달 말 한경희 생활과학이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 절차에 돌입해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한 실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4년부터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2015년에 순손실이 300억원대를 넘기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 회생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한경희씨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 여성 기업인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였다.

[연관기사] ☞ [여자의 아침] 살림 노하우로 창업…1000억 매출

교육부 공무원이자 워킹맘으로 살았던 한 씨는 주부로서 느꼈던 불편함에 착안해 만든 스팀 청소기가 대 히트를 치면서 생활 가전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2005년에는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면서 포브스 등 외국 언론에서도 주목할 만한 여성 기업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는 달리 회사의 성장세는 길지 못했다. 주력 제품인 스팀청소기와 스팀 다리미가 인기를 끌자 대기업까지 유사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이익은 줄었다. 이에 한경희 생활과학은 화장품, 음식물처리기, 전기 프라이팬, 정수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안간힘을 썼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경희 신화를 무너뜨린 한 통의 이메일

회사를 결정적으로 어려움에 빠뜨린 것은 미국 투자 건이었다.

재미블로거 안치용씨의 블로그와 업계 설명에 따르면 한경희 생활과학의 한국법인(한코퍼레이션)과 미국 법인(한코퍼레이션 USA)은 지난해 9월 29일 일리노이북부 연방법원에 스파클링드링크 시스템이노베이션센터(SDS), 아론 세르쥬 부에노, 토마스 스왑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금액과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포함해 48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565억원의 거액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SDS는 홍콩 법인인 동시에 미국 시카고에도 설립된 법인이고, 부에노는 프랑스와 이스라엘 국적을, 스왑은 독일 국적을 가진 개인인 것으로 나온다.

한씨(미국명 로미한)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의하면 발단은 2014년 부에노가 한씨에게 보낸 이메일이었다. 부에노가 메일을 통해 접근하며 한경희생활과학과 SDS의 상호 협력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출처: 시크릿오브코리아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 블로그)
부에노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18개월 이내 IPO(기업공개)를 통해 75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부에노는 "한 씨의 명성을 잘 알고 있고, 남성 중심의 한국 문화에서 여성 기업인으로서 기업 운영에 어려운 점이 많다는 걸 이해한다. 한경희생활과학이 미국에서 재정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접근했다고 한다.

부에노는 세계적인 회사인 플렉스트로닉스가 자신들의 탄산수 제조기와 그 원료인 파우드 생산을 담당한다면서 스팀 청소기 이후 대박 아이템을 찾던 한 씨의 마음을 사로 잡는 데 성공한다.

이에 한경희 생활과학은 2014년 8월 부에노와 SDS 탄산수 제조기의 아시아, 중동, 오스트리아, 오세아니아 등의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그 해 12월에는 북미지역 독점 판매 계약까지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한경희 생활과학은 부에노측에 1200만 달러를 선지불했다.


이 후 문제가 생겼다. 부에노측이 공급한 첫 번째 샘플을 받아 본 결과 탄산수 제조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무렵 부에노는 플렉스트로닉스가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고백한다. 1200만 달러를 이미 지불한 한씨는 투자를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그럼에도 부에노는 약속된 돈을 모두 지불하라고 요구하며 지난해 7월 한국상사 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고, 이에 한씨는 이의를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거액의 투자 손실까지 입은 마당에 한경희생활과학은 뚜렷한 히트 상품을 내지 못하면서 경영 실적은 계속 악화됐다. 지난 2014년 대규모 적자를 낸 뒤, 지난해 3월31일까지 금융당국에 제출하게 돼 있는 2015년 감사보고서를 지난해 12월에서야 제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말 "감사 절차 실시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5년치 감사보고서에 '감사 거절 의견'을 냈다.

쇼핑업계 관계자는 "스팀 청소기와 다리미의 판매가 꺾였고, 수많은 미투제품(인기 상품의 유사 상품)이 나오면서 한경희생활과학의 영업 실적이 빠르게 악화됐다"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고 투자한 것도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경희생활과학은 신제품군을 보완하고 유통망을 재정비해 회생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사는 성장의 기반이 된 스팀 가전 쪽의 기술력을 강화한 청소기와 다리미를 올해 안으로 내놓고 주방 도구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건강식 배달서비스업도 계획대로 계속 진행한다.

한경희 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워크아웃은 재무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 제품 출시나 공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 주력 사업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 신사업을 추진해 회사를 제자리로 돌려 놓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