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국정조사, 대책은 없나?
입력 2017.01.15 (22:43)
수정 2017.01.1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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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첫째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 9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988년 열린 일해재단 청문회 이후 28년 만입니다.)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을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 연관성 여부를 따지는 자리.
질의가 시작되자 총수들은 구체적인 대답 대신 모호한 변명만 되풀이합니다.
<인터뷰>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최순실에 대해선) 정말 송구스럽지만 정확히 제가 언제 들었는지 기억을 못하겠고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인터뷰> 정몽구(현대차그룹회장) : "내용은 뭐 하여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때 방문하셨는지...."
일부 의원은 청문회의 취지를 벗어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인터뷰> 이완영(새누리당 의원) : "이재용 부회장님, 베트남에 간 것 3분의 1만 다시 구미로 한국으로 오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 했습니다. 어떠세요? "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 아직 50도 안된 분이 어른들 앞에서, 국민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조롱하는 듯한, 국민들 놀리는 듯한 발언을 하면 안돼요."
다음날 열린 청문회에선 감정섞인 발언도 속출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진(국민의당 의원) : "김기춘 증인 당신께서는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일부 증인의 거짓말을 밝혀냈고 평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대기업 회장들이 정경유착을 끊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하는 등 성과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게 국민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인터뷰> 김진원(수원시 정자동) : "가끔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게 질문을 하는데 제대로 된 답변은 안나오고 다 회피하는 식으로 모른다 이런 식으로 하잖아요. 그게 약간 답답하긴 했어요."
<인터뷰> 신순이(경기도 부천시) : "저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안하고 그냥 재판해갖고 하는게 나을 것 같아요. 청문회 별로 이득이 없는 것 같애. 내가 봤을 때는.."
과거 국정조사도 비슷했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 등 모두 6차례의 국정조사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 중 일정을 마치고 결과보고서까지 채택이 된 건 단 2차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4차례는 증인 채택 등을 놓고 여야가 다투다 별 성과 없이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옥남(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 "여당같으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든지, 야당의원은 일반 시민들이나 진보적, 또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한다든지 이런 정치적인 계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았었죠."
최순실 국정조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7일.
미국 상원에서도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거대 통신업체 AT&T와 세계적 미디어 회사 타임워너의 합병이 시장 독점에 해당되는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지를 따지기 위한 청문회였습니다.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청문회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인터뷰> 랜덜 스티븐스(AT&T 최고경영자) : "AT&T와 세계적인 콘텐츠 공급자인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얻는 이익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제프리뷰케스(타임워너 최고경영자) : "소비자에게 더 큰 선택, 편의성, 가치, 그리고 더 중요한 경제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의원들 역시 호통이나 질책보다는 경청이 우선입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퍼듀(미 상원의원) : "이 합병을 통해 콘텐츠 공급자인 당신들이 더 저렴하고 좋은 콘텐츠를 AT&T 사용자들에 공급할 수 있도록 어떻게 AT&T가 돕는 건지 설명해주세요."
2013년 열린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역외탈세 청문회 역시 차분한 분위기에서 합리적으로 사실 관계를 따지는 데 집중됐습니다.
<인터뷰> 존 메케인(상원의원) : "제 생각에 당신은 해야할 일을 하는 꽤 똑똑한 사람이고 명성을 가진 터프가이입니다. 저는 이 대화를 즐기고 있는데요."
<인터뷰> 팀쿡(애플 최고경영자) : "여기 참석하게 되어서 매우 좋습니다. 또한 이것이 하나의 과정이 되길 원합니다. 저는 포괄적인 세법 개정안이 올해 통과되기를 정말 바랍니다. 애플이 도울 수 있는 방식으로 도우려고 이자리에 나왔습니다."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거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으로 질문하기 보다는 청문회의 원래 목적인 'HEARING' 즉 듣기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청문회 열어도 특정 정당에 유불리한 것을따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심도 있는논의하는 전통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청문회에서는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위증을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국회의 권위를 존중하는 정치 문화가 첫번째 이유이지만 제도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최순실 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던 2차 청문회.
하지만 정작 핵심인 최 씨는 공황장애를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성태 위원(국조특위 위원장) : "최순실 증인이 참석하지 않아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의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7차 청문회.
증인석은 텅 비었습니다.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된 20여 명 가운데 처음부터 출석한 사람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장제원(바른정당 의원) : "오늘 텅빈 증인석을 바라보니까 참 청문위원으로서 자괴감과 무력감과 참혹한 마음입니다."
불출석한 증인들이 제출한 사유서입니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이영선 행정관은 경호원으로서 업무상 비밀에 관해 구체적인 증언을 하기 어렵다, 다른 증인들은 어지럼증 등 질병이 있거나 방송 카메라앞에서 정확한 증언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습니다.
전체 7차 청문회 기간 동안 모두 132명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실제 출석한 인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4명에 그쳤습니다.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일부 예외 상황이 아닐 경우 청문회에 출석해야 하지만 사실상 무시한 겁니다.
<녹취> 최창렬(용인대 교양학부교수) : "강제 구인을 하자라든지 그런 것들을 좀 위헌을 벗어난 범위 내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부여해야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오히려 이 국정조사특위나 청문회에서 올바르게 진술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갖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출석한 증인이 거짓말하는 모습도 보는 사람을 분통터지게 했습니다.
현행법상 국정조사에 불출석할 경우에는 최대 3년의 징역이나 천만원의 벌금에, 위증시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과 비교해도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의 결정적 차이는 처벌의 강제성 여부입니다.
미국은 위증죄의 경우 국회 의결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며, 불출석 증인은 법원에 의뢰해 강제 동행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불출석이나 위증 증인을 고발하려면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다보니 고발 자체가 흐지부지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15차례 열린 국정조사에서 불출석이나 위증으로 고발된 증인은 21명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았고 실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일단 국정조사가 끝나면 국회에서 고발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고발을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유예하거나 법원이 무혐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국조특위 위원장) : "과거의 정치권력도 기업들하고 상당히 유착한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까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지는 못했어요. 그런 것들이 오늘날 이런 문화가 그냥 이렇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런 관행이 계속되면서 증인들이 국회의 권위를 인정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증인의 입장에서는 그날 하루만 피하면 되는거예요. 안나가. 나오더라도 하루종일 거짓말 하는거에요. 그리고 뭐 고발한다고 해도 소송가면 별 처분이 없거든요."
과거 국회가 일단 불러내고 보자며 무더기로 증인 신청을 하는 등 스스로 권위를 떨어트린 측면도 있습니다.
때문에 신중하게 증인을 채택하되 증인이 불출석이나 위증을 하면 반드시 처벌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창렬(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 "국회가 반드시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끔 강제성을 부여해야 되고, 또 검찰은 더 나아가서 국회에서 고발된 청문회에 관련된 위증이나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소할 수 있게끔하는 그러한 강제성을 두지 않으면 향후에도 위증이나 불출석 논란은 계속될수밖에 없다."
청문회의 운영방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문성 있는 소수의 의원이 모여서 밀도있게 청문회를 진행합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청문회 기간 제한 없이 단기가 아니라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청문회의 목적이기 때문에...
반면 우리는 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 수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위원은 모두 18명.
발언권을 골고루 나눠주다보니 1인당 첫 질문 시간은 7분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국조특위 위원장) : "증인들 상대로 심문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짧은 질의시간이에요. 그러니까 지켜보는 국민도 아 저 위원이 조금 더 하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끊어야대..또 이 방송이 되고 있으니까 심문 질의시간은 잘 지켜줘야된다는 그런 문제점, 그런게 아쉬웠죠."
국회의원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대신 각자 돋보이기 위해 중복되는 질문을 되풀이한 것도 청문회의 효율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미민주당 의원) : "모든 증인들이 나와서 모른다고 작정을 하고 나오는거거든요. 그러면 이것은 한 개인의 역량이나 개인기로 돌파하기에는 상당히 어렵죠. 그러면 하루종일 작전을 잘 짜야죠"
국정조사는 17세기 영국 명예혁명 이후 시작됐고 우리도 제헌의회부터 도입했습니다.
이후 5공 비리, IMF 환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의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가 국민적 관심을 모았습니다.
국정조사가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제도와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첫째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 9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988년 열린 일해재단 청문회 이후 28년 만입니다.)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을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 연관성 여부를 따지는 자리.
질의가 시작되자 총수들은 구체적인 대답 대신 모호한 변명만 되풀이합니다.
<인터뷰>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최순실에 대해선) 정말 송구스럽지만 정확히 제가 언제 들었는지 기억을 못하겠고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인터뷰> 정몽구(현대차그룹회장) : "내용은 뭐 하여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때 방문하셨는지...."
일부 의원은 청문회의 취지를 벗어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인터뷰> 이완영(새누리당 의원) : "이재용 부회장님, 베트남에 간 것 3분의 1만 다시 구미로 한국으로 오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 했습니다. 어떠세요? "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 아직 50도 안된 분이 어른들 앞에서, 국민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조롱하는 듯한, 국민들 놀리는 듯한 발언을 하면 안돼요."
다음날 열린 청문회에선 감정섞인 발언도 속출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진(국민의당 의원) : "김기춘 증인 당신께서는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일부 증인의 거짓말을 밝혀냈고 평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대기업 회장들이 정경유착을 끊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하는 등 성과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게 국민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인터뷰> 김진원(수원시 정자동) : "가끔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게 질문을 하는데 제대로 된 답변은 안나오고 다 회피하는 식으로 모른다 이런 식으로 하잖아요. 그게 약간 답답하긴 했어요."
<인터뷰> 신순이(경기도 부천시) : "저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안하고 그냥 재판해갖고 하는게 나을 것 같아요. 청문회 별로 이득이 없는 것 같애. 내가 봤을 때는.."
과거 국정조사도 비슷했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 등 모두 6차례의 국정조사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 중 일정을 마치고 결과보고서까지 채택이 된 건 단 2차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4차례는 증인 채택 등을 놓고 여야가 다투다 별 성과 없이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옥남(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 "여당같으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든지, 야당의원은 일반 시민들이나 진보적, 또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한다든지 이런 정치적인 계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았었죠."
최순실 국정조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7일.
미국 상원에서도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거대 통신업체 AT&T와 세계적 미디어 회사 타임워너의 합병이 시장 독점에 해당되는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지를 따지기 위한 청문회였습니다.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청문회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인터뷰> 랜덜 스티븐스(AT&T 최고경영자) : "AT&T와 세계적인 콘텐츠 공급자인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얻는 이익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제프리뷰케스(타임워너 최고경영자) : "소비자에게 더 큰 선택, 편의성, 가치, 그리고 더 중요한 경제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의원들 역시 호통이나 질책보다는 경청이 우선입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퍼듀(미 상원의원) : "이 합병을 통해 콘텐츠 공급자인 당신들이 더 저렴하고 좋은 콘텐츠를 AT&T 사용자들에 공급할 수 있도록 어떻게 AT&T가 돕는 건지 설명해주세요."
2013년 열린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역외탈세 청문회 역시 차분한 분위기에서 합리적으로 사실 관계를 따지는 데 집중됐습니다.
<인터뷰> 존 메케인(상원의원) : "제 생각에 당신은 해야할 일을 하는 꽤 똑똑한 사람이고 명성을 가진 터프가이입니다. 저는 이 대화를 즐기고 있는데요."
<인터뷰> 팀쿡(애플 최고경영자) : "여기 참석하게 되어서 매우 좋습니다. 또한 이것이 하나의 과정이 되길 원합니다. 저는 포괄적인 세법 개정안이 올해 통과되기를 정말 바랍니다. 애플이 도울 수 있는 방식으로 도우려고 이자리에 나왔습니다."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거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으로 질문하기 보다는 청문회의 원래 목적인 'HEARING' 즉 듣기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청문회 열어도 특정 정당에 유불리한 것을따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심도 있는논의하는 전통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청문회에서는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위증을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국회의 권위를 존중하는 정치 문화가 첫번째 이유이지만 제도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최순실 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던 2차 청문회.
하지만 정작 핵심인 최 씨는 공황장애를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성태 위원(국조특위 위원장) : "최순실 증인이 참석하지 않아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의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7차 청문회.
증인석은 텅 비었습니다.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된 20여 명 가운데 처음부터 출석한 사람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장제원(바른정당 의원) : "오늘 텅빈 증인석을 바라보니까 참 청문위원으로서 자괴감과 무력감과 참혹한 마음입니다."
불출석한 증인들이 제출한 사유서입니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이영선 행정관은 경호원으로서 업무상 비밀에 관해 구체적인 증언을 하기 어렵다, 다른 증인들은 어지럼증 등 질병이 있거나 방송 카메라앞에서 정확한 증언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습니다.
전체 7차 청문회 기간 동안 모두 132명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실제 출석한 인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4명에 그쳤습니다.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일부 예외 상황이 아닐 경우 청문회에 출석해야 하지만 사실상 무시한 겁니다.
<녹취> 최창렬(용인대 교양학부교수) : "강제 구인을 하자라든지 그런 것들을 좀 위헌을 벗어난 범위 내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부여해야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오히려 이 국정조사특위나 청문회에서 올바르게 진술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갖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출석한 증인이 거짓말하는 모습도 보는 사람을 분통터지게 했습니다.
현행법상 국정조사에 불출석할 경우에는 최대 3년의 징역이나 천만원의 벌금에, 위증시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과 비교해도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의 결정적 차이는 처벌의 강제성 여부입니다.
미국은 위증죄의 경우 국회 의결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며, 불출석 증인은 법원에 의뢰해 강제 동행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불출석이나 위증 증인을 고발하려면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다보니 고발 자체가 흐지부지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15차례 열린 국정조사에서 불출석이나 위증으로 고발된 증인은 21명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았고 실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일단 국정조사가 끝나면 국회에서 고발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고발을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유예하거나 법원이 무혐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국조특위 위원장) : "과거의 정치권력도 기업들하고 상당히 유착한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까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지는 못했어요. 그런 것들이 오늘날 이런 문화가 그냥 이렇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런 관행이 계속되면서 증인들이 국회의 권위를 인정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증인의 입장에서는 그날 하루만 피하면 되는거예요. 안나가. 나오더라도 하루종일 거짓말 하는거에요. 그리고 뭐 고발한다고 해도 소송가면 별 처분이 없거든요."
과거 국회가 일단 불러내고 보자며 무더기로 증인 신청을 하는 등 스스로 권위를 떨어트린 측면도 있습니다.
때문에 신중하게 증인을 채택하되 증인이 불출석이나 위증을 하면 반드시 처벌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창렬(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 "국회가 반드시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끔 강제성을 부여해야 되고, 또 검찰은 더 나아가서 국회에서 고발된 청문회에 관련된 위증이나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소할 수 있게끔하는 그러한 강제성을 두지 않으면 향후에도 위증이나 불출석 논란은 계속될수밖에 없다."
청문회의 운영방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문성 있는 소수의 의원이 모여서 밀도있게 청문회를 진행합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청문회 기간 제한 없이 단기가 아니라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청문회의 목적이기 때문에...
반면 우리는 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 수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위원은 모두 18명.
발언권을 골고루 나눠주다보니 1인당 첫 질문 시간은 7분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국조특위 위원장) : "증인들 상대로 심문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짧은 질의시간이에요. 그러니까 지켜보는 국민도 아 저 위원이 조금 더 하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끊어야대..또 이 방송이 되고 있으니까 심문 질의시간은 잘 지켜줘야된다는 그런 문제점, 그런게 아쉬웠죠."
국회의원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대신 각자 돋보이기 위해 중복되는 질문을 되풀이한 것도 청문회의 효율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미민주당 의원) : "모든 증인들이 나와서 모른다고 작정을 하고 나오는거거든요. 그러면 이것은 한 개인의 역량이나 개인기로 돌파하기에는 상당히 어렵죠. 그러면 하루종일 작전을 잘 짜야죠"
국정조사는 17세기 영국 명예혁명 이후 시작됐고 우리도 제헌의회부터 도입했습니다.
이후 5공 비리, IMF 환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의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가 국민적 관심을 모았습니다.
국정조사가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제도와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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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탕 국정조사, 대책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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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1-15 22:57:26
- 수정2017-01-15 23:22:24
<리포트>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첫째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 9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988년 열린 일해재단 청문회 이후 28년 만입니다.)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을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 연관성 여부를 따지는 자리.
질의가 시작되자 총수들은 구체적인 대답 대신 모호한 변명만 되풀이합니다.
<인터뷰>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최순실에 대해선) 정말 송구스럽지만 정확히 제가 언제 들었는지 기억을 못하겠고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인터뷰> 정몽구(현대차그룹회장) : "내용은 뭐 하여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때 방문하셨는지...."
일부 의원은 청문회의 취지를 벗어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인터뷰> 이완영(새누리당 의원) : "이재용 부회장님, 베트남에 간 것 3분의 1만 다시 구미로 한국으로 오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 했습니다. 어떠세요? "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 아직 50도 안된 분이 어른들 앞에서, 국민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조롱하는 듯한, 국민들 놀리는 듯한 발언을 하면 안돼요."
다음날 열린 청문회에선 감정섞인 발언도 속출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진(국민의당 의원) : "김기춘 증인 당신께서는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일부 증인의 거짓말을 밝혀냈고 평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대기업 회장들이 정경유착을 끊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하는 등 성과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게 국민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인터뷰> 김진원(수원시 정자동) : "가끔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게 질문을 하는데 제대로 된 답변은 안나오고 다 회피하는 식으로 모른다 이런 식으로 하잖아요. 그게 약간 답답하긴 했어요."
<인터뷰> 신순이(경기도 부천시) : "저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안하고 그냥 재판해갖고 하는게 나을 것 같아요. 청문회 별로 이득이 없는 것 같애. 내가 봤을 때는.."
과거 국정조사도 비슷했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 등 모두 6차례의 국정조사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 중 일정을 마치고 결과보고서까지 채택이 된 건 단 2차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4차례는 증인 채택 등을 놓고 여야가 다투다 별 성과 없이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옥남(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 "여당같으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든지, 야당의원은 일반 시민들이나 진보적, 또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한다든지 이런 정치적인 계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았었죠."
최순실 국정조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7일.
미국 상원에서도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거대 통신업체 AT&T와 세계적 미디어 회사 타임워너의 합병이 시장 독점에 해당되는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지를 따지기 위한 청문회였습니다.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청문회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인터뷰> 랜덜 스티븐스(AT&T 최고경영자) : "AT&T와 세계적인 콘텐츠 공급자인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얻는 이익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제프리뷰케스(타임워너 최고경영자) : "소비자에게 더 큰 선택, 편의성, 가치, 그리고 더 중요한 경제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의원들 역시 호통이나 질책보다는 경청이 우선입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퍼듀(미 상원의원) : "이 합병을 통해 콘텐츠 공급자인 당신들이 더 저렴하고 좋은 콘텐츠를 AT&T 사용자들에 공급할 수 있도록 어떻게 AT&T가 돕는 건지 설명해주세요."
2013년 열린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역외탈세 청문회 역시 차분한 분위기에서 합리적으로 사실 관계를 따지는 데 집중됐습니다.
<인터뷰> 존 메케인(상원의원) : "제 생각에 당신은 해야할 일을 하는 꽤 똑똑한 사람이고 명성을 가진 터프가이입니다. 저는 이 대화를 즐기고 있는데요."
<인터뷰> 팀쿡(애플 최고경영자) : "여기 참석하게 되어서 매우 좋습니다. 또한 이것이 하나의 과정이 되길 원합니다. 저는 포괄적인 세법 개정안이 올해 통과되기를 정말 바랍니다. 애플이 도울 수 있는 방식으로 도우려고 이자리에 나왔습니다."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거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으로 질문하기 보다는 청문회의 원래 목적인 'HEARING' 즉 듣기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청문회 열어도 특정 정당에 유불리한 것을따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심도 있는논의하는 전통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청문회에서는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위증을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국회의 권위를 존중하는 정치 문화가 첫번째 이유이지만 제도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최순실 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던 2차 청문회.
하지만 정작 핵심인 최 씨는 공황장애를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성태 위원(국조특위 위원장) : "최순실 증인이 참석하지 않아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의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7차 청문회.
증인석은 텅 비었습니다.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된 20여 명 가운데 처음부터 출석한 사람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장제원(바른정당 의원) : "오늘 텅빈 증인석을 바라보니까 참 청문위원으로서 자괴감과 무력감과 참혹한 마음입니다."
불출석한 증인들이 제출한 사유서입니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이영선 행정관은 경호원으로서 업무상 비밀에 관해 구체적인 증언을 하기 어렵다, 다른 증인들은 어지럼증 등 질병이 있거나 방송 카메라앞에서 정확한 증언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습니다.
전체 7차 청문회 기간 동안 모두 132명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실제 출석한 인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4명에 그쳤습니다.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일부 예외 상황이 아닐 경우 청문회에 출석해야 하지만 사실상 무시한 겁니다.
<녹취> 최창렬(용인대 교양학부교수) : "강제 구인을 하자라든지 그런 것들을 좀 위헌을 벗어난 범위 내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부여해야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오히려 이 국정조사특위나 청문회에서 올바르게 진술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갖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출석한 증인이 거짓말하는 모습도 보는 사람을 분통터지게 했습니다.
현행법상 국정조사에 불출석할 경우에는 최대 3년의 징역이나 천만원의 벌금에, 위증시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과 비교해도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의 결정적 차이는 처벌의 강제성 여부입니다.
미국은 위증죄의 경우 국회 의결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며, 불출석 증인은 법원에 의뢰해 강제 동행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불출석이나 위증 증인을 고발하려면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다보니 고발 자체가 흐지부지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15차례 열린 국정조사에서 불출석이나 위증으로 고발된 증인은 21명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았고 실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일단 국정조사가 끝나면 국회에서 고발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고발을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유예하거나 법원이 무혐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국조특위 위원장) : "과거의 정치권력도 기업들하고 상당히 유착한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까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지는 못했어요. 그런 것들이 오늘날 이런 문화가 그냥 이렇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런 관행이 계속되면서 증인들이 국회의 권위를 인정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증인의 입장에서는 그날 하루만 피하면 되는거예요. 안나가. 나오더라도 하루종일 거짓말 하는거에요. 그리고 뭐 고발한다고 해도 소송가면 별 처분이 없거든요."
과거 국회가 일단 불러내고 보자며 무더기로 증인 신청을 하는 등 스스로 권위를 떨어트린 측면도 있습니다.
때문에 신중하게 증인을 채택하되 증인이 불출석이나 위증을 하면 반드시 처벌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창렬(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 "국회가 반드시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끔 강제성을 부여해야 되고, 또 검찰은 더 나아가서 국회에서 고발된 청문회에 관련된 위증이나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소할 수 있게끔하는 그러한 강제성을 두지 않으면 향후에도 위증이나 불출석 논란은 계속될수밖에 없다."
청문회의 운영방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문성 있는 소수의 의원이 모여서 밀도있게 청문회를 진행합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청문회 기간 제한 없이 단기가 아니라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청문회의 목적이기 때문에...
반면 우리는 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 수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위원은 모두 18명.
발언권을 골고루 나눠주다보니 1인당 첫 질문 시간은 7분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국조특위 위원장) : "증인들 상대로 심문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짧은 질의시간이에요. 그러니까 지켜보는 국민도 아 저 위원이 조금 더 하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끊어야대..또 이 방송이 되고 있으니까 심문 질의시간은 잘 지켜줘야된다는 그런 문제점, 그런게 아쉬웠죠."
국회의원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대신 각자 돋보이기 위해 중복되는 질문을 되풀이한 것도 청문회의 효율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미민주당 의원) : "모든 증인들이 나와서 모른다고 작정을 하고 나오는거거든요. 그러면 이것은 한 개인의 역량이나 개인기로 돌파하기에는 상당히 어렵죠. 그러면 하루종일 작전을 잘 짜야죠"
국정조사는 17세기 영국 명예혁명 이후 시작됐고 우리도 제헌의회부터 도입했습니다.
이후 5공 비리, IMF 환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의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가 국민적 관심을 모았습니다.
국정조사가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제도와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첫째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 9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988년 열린 일해재단 청문회 이후 28년 만입니다.)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을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 연관성 여부를 따지는 자리.
질의가 시작되자 총수들은 구체적인 대답 대신 모호한 변명만 되풀이합니다.
<인터뷰>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 : "(최순실에 대해선) 정말 송구스럽지만 정확히 제가 언제 들었는지 기억을 못하겠고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인터뷰> 정몽구(현대차그룹회장) : "내용은 뭐 하여간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때 방문하셨는지...."
일부 의원은 청문회의 취지를 벗어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인터뷰> 이완영(새누리당 의원) : "이재용 부회장님, 베트남에 간 것 3분의 1만 다시 구미로 한국으로 오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평소에 했습니다. 어떠세요? "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죠? 아직 50도 안된 분이 어른들 앞에서, 국민들 앞에서 그런 식으로 조롱하는 듯한, 국민들 놀리는 듯한 발언을 하면 안돼요."
다음날 열린 청문회에선 감정섞인 발언도 속출했습니다.
<인터뷰> 김경진(국민의당 의원) : "김기춘 증인 당신께서는 죽어서 천당 가기 쉽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일부 증인의 거짓말을 밝혀냈고 평소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대기업 회장들이 정경유착을 끊겠다고 공개적으로 다짐하는 등 성과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정조사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게 국민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인터뷰> 김진원(수원시 정자동) : "가끔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게 질문을 하는데 제대로 된 답변은 안나오고 다 회피하는 식으로 모른다 이런 식으로 하잖아요. 그게 약간 답답하긴 했어요."
<인터뷰> 신순이(경기도 부천시) : "저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안하고 그냥 재판해갖고 하는게 나을 것 같아요. 청문회 별로 이득이 없는 것 같애. 내가 봤을 때는.."
과거 국정조사도 비슷했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 등 모두 6차례의 국정조사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 중 일정을 마치고 결과보고서까지 채택이 된 건 단 2차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4차례는 증인 채택 등을 놓고 여야가 다투다 별 성과 없이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이옥남(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 "여당같으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든지, 야당의원은 일반 시민들이나 진보적, 또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반영한다든지 이런 정치적인 계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았었죠."
최순실 국정조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7일.
미국 상원에서도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거대 통신업체 AT&T와 세계적 미디어 회사 타임워너의 합병이 시장 독점에 해당되는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주는지를 따지기 위한 청문회였습니다.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청문회에 출석해 국회의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립니다.
<인터뷰> 랜덜 스티븐스(AT&T 최고경영자) : "AT&T와 세계적인 콘텐츠 공급자인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얻는 이익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제프리뷰케스(타임워너 최고경영자) : "소비자에게 더 큰 선택, 편의성, 가치, 그리고 더 중요한 경제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의원들 역시 호통이나 질책보다는 경청이 우선입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퍼듀(미 상원의원) : "이 합병을 통해 콘텐츠 공급자인 당신들이 더 저렴하고 좋은 콘텐츠를 AT&T 사용자들에 공급할 수 있도록 어떻게 AT&T가 돕는 건지 설명해주세요."
2013년 열린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역외탈세 청문회 역시 차분한 분위기에서 합리적으로 사실 관계를 따지는 데 집중됐습니다.
<인터뷰> 존 메케인(상원의원) : "제 생각에 당신은 해야할 일을 하는 꽤 똑똑한 사람이고 명성을 가진 터프가이입니다. 저는 이 대화를 즐기고 있는데요."
<인터뷰> 팀쿡(애플 최고경영자) : "여기 참석하게 되어서 매우 좋습니다. 또한 이것이 하나의 과정이 되길 원합니다. 저는 포괄적인 세법 개정안이 올해 통과되기를 정말 바랍니다. 애플이 도울 수 있는 방식으로 도우려고 이자리에 나왔습니다."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거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으로 질문하기 보다는 청문회의 원래 목적인 'HEARING' 즉 듣기에 충실한 모습입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청문회 열어도 특정 정당에 유불리한 것을따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심도 있는논의하는 전통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청문회에서는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위증을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국회의 권위를 존중하는 정치 문화가 첫번째 이유이지만 제도적인 차이도 있습니다.
최순실 씨가 증인으로 채택됐던 2차 청문회.
하지만 정작 핵심인 최 씨는 공황장애를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성태 위원(국조특위 위원장) : "최순실 증인이 참석하지 않아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의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7차 청문회.
증인석은 텅 비었습니다.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된 20여 명 가운데 처음부터 출석한 사람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장제원(바른정당 의원) : "오늘 텅빈 증인석을 바라보니까 참 청문위원으로서 자괴감과 무력감과 참혹한 마음입니다."
불출석한 증인들이 제출한 사유서입니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이영선 행정관은 경호원으로서 업무상 비밀에 관해 구체적인 증언을 하기 어렵다, 다른 증인들은 어지럼증 등 질병이 있거나 방송 카메라앞에서 정확한 증언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습니다.
전체 7차 청문회 기간 동안 모두 132명이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실제 출석한 인원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64명에 그쳤습니다.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등 일부 예외 상황이 아닐 경우 청문회에 출석해야 하지만 사실상 무시한 겁니다.
<녹취> 최창렬(용인대 교양학부교수) : "강제 구인을 하자라든지 그런 것들을 좀 위헌을 벗어난 범위 내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부여해야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오히려 이 국정조사특위나 청문회에서 올바르게 진술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다라는 인식을 갖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출석한 증인이 거짓말하는 모습도 보는 사람을 분통터지게 했습니다.
현행법상 국정조사에 불출석할 경우에는 최대 3년의 징역이나 천만원의 벌금에, 위증시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과 비교해도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은 아닙니다.
한국과 미국의 결정적 차이는 처벌의 강제성 여부입니다.
미국은 위증죄의 경우 국회 의결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며, 불출석 증인은 법원에 의뢰해 강제 동행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불출석이나 위증 증인을 고발하려면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다보니 고발 자체가 흐지부지되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15차례 열린 국정조사에서 불출석이나 위증으로 고발된 증인은 21명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대부분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았고 실제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일단 국정조사가 끝나면 국회에서 고발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고발을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유예하거나 법원이 무혐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국조특위 위원장) : "과거의 정치권력도 기업들하고 상당히 유착한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까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지는 못했어요. 그런 것들이 오늘날 이런 문화가 그냥 이렇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런 관행이 계속되면서 증인들이 국회의 권위를 인정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증인의 입장에서는 그날 하루만 피하면 되는거예요. 안나가. 나오더라도 하루종일 거짓말 하는거에요. 그리고 뭐 고발한다고 해도 소송가면 별 처분이 없거든요."
과거 국회가 일단 불러내고 보자며 무더기로 증인 신청을 하는 등 스스로 권위를 떨어트린 측면도 있습니다.
때문에 신중하게 증인을 채택하되 증인이 불출석이나 위증을 하면 반드시 처벌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창렬(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 "국회가 반드시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끔 강제성을 부여해야 되고, 또 검찰은 더 나아가서 국회에서 고발된 청문회에 관련된 위증이나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소할 수 있게끔하는 그러한 강제성을 두지 않으면 향후에도 위증이나 불출석 논란은 계속될수밖에 없다."
청문회의 운영방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문성 있는 소수의 의원이 모여서 밀도있게 청문회를 진행합니다.
<인터뷰>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청문회 기간 제한 없이 단기가 아니라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청문회의 목적이기 때문에...
반면 우리는 청문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 수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위원은 모두 18명.
발언권을 골고루 나눠주다보니 1인당 첫 질문 시간은 7분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김성태(국조특위 위원장) : "증인들 상대로 심문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짧은 질의시간이에요. 그러니까 지켜보는 국민도 아 저 위원이 조금 더 하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끊어야대..또 이 방송이 되고 있으니까 심문 질의시간은 잘 지켜줘야된다는 그런 문제점, 그런게 아쉬웠죠."
국회의원들이 역할을 분담하는 대신 각자 돋보이기 위해 중복되는 질문을 되풀이한 것도 청문회의 효율성을 떨어뜨렸습니다.
<인터뷰> 안민석(더불어미민주당 의원) : "모든 증인들이 나와서 모른다고 작정을 하고 나오는거거든요. 그러면 이것은 한 개인의 역량이나 개인기로 돌파하기에는 상당히 어렵죠. 그러면 하루종일 작전을 잘 짜야죠"
국정조사는 17세기 영국 명예혁명 이후 시작됐고 우리도 제헌의회부터 도입했습니다.
이후 5공 비리, IMF 환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의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가 국민적 관심을 모았습니다.
국정조사가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제도와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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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영 기자 lotte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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