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플러스] 재벌총수 구속하면 과연 경제가 무너질까?

입력 2017.01.16 (11:19) 수정 2017.01.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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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나 그 일가의 구속이 문제가 되면 매번 반복되는 주장이 있다.

첫째, 재벌 총수나 그 일가를 구속하면 긴급한 경영 현안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 상태가 악화된다고 주장한다.

둘째, 재벌 총수가 아무리 불법 행위를 저질렀더라도 이를 처벌하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손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주장 중에 우선 첫번째인 기업 경영 상태 악화부터 살펴보자. 재벌 총수의 구속으로 정말 기업 경영이 악화된다면 총수 구속으로 그 기업의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이며 눈에 띄게 하락할 것이다.

■ '재벌 총수 구속 뒤 주가 오른 경우 적지 않아'

그러나 지금까지 재벌 총수 구속 사례로 볼 때 주가가 뚜력하게 하락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재벌 총수 구속 이후 주가가 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7년 폭행 혐의로 김승연 회장이 구속된 기간 동안 한화그룹 시가 총액은 6조 9천억원에서 8조 7천억원으로 26%나 높아졌다. 당시 코스피 상승폭은 6%에 불과했기 때문에 4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었다.

또한 2011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이 구속기소된 이후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약 7개월 동안 오리온의 시총은 35%나 급등하며 시장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6년 4월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구속된 시기에는 현대차 그룹의 시가총액이 38조 6천억원에서 34조 8천억원으로 시총이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는 13% 하락해 총수 구속 이후 오히려 주가 하락을 잘 방어한 셈이었다.

물론 재벌총수 구속 이후 주가지수보다 주가가 더 하락한 기업도 있다. 태광 산업 그룹은 이호진 회장이 구속된 이후 시가총액이 22%나 줄었다.

하지만 역대 총수 구속 사례로 볼 때 총수 구속 이후 주가가 오른 경우가 적지 않아 재벌 총수 구속이 경영 위기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미약하다.

두 번째 주장은 총수 구속이 국가 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이다. 물론 총수 구속이 한 번으로 끝나는 1회성 사건이어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이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 '총수라고 봐주면... 경제 범죄 반복, 성장에 악영향'

하지만 재벌의 부패나 정경유착 문제는 경제학 게임이론(Game Theory)에서 1회성 게임이 아닌 무한 반복 게임에 해당한다. 무한 반복 게임과 1회성 게임의 결론은 완전히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재벌의 심각한 경제 범죄를 결코 1회성으로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로 바라봤다가는 오판을 하기 쉽다.

즉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게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말처럼 당장 눈앞의 경제를 위해 재벌을 계속 봐주게 되면 우리 경제 성장에 해악을 끼치는 경제 범죄가 반복되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고질적인 부패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자리잡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는 고작 100점 만점에 56점에 불과해 90점대인 북유럽은 커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인 69.6점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부패경제학(Corruption Economics)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패인식지수가 10포인트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7%p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우리가 북유럽 수준으로 부패인식지수를 높이면 경제성장률이 해마다 2%p이상 높아져, 다시 고성장 국가군으로 복귀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부패를 눈감아주면 저성장 국가로 끝없이 추락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 하루만 사는 것이 아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의 구속 문제는 먼 미래를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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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1-16 13: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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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총수나 그 일가의 구속이 문제가 되면 매번 반복되는 주장이 있다.

첫째, 재벌 총수나 그 일가를 구속하면 긴급한 경영 현안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 상태가 악화된다고 주장한다.

둘째, 재벌 총수가 아무리 불법 행위를 저질렀더라도 이를 처벌하면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손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주장 중에 우선 첫번째인 기업 경영 상태 악화부터 살펴보자. 재벌 총수의 구속으로 정말 기업 경영이 악화된다면 총수 구속으로 그 기업의 주가가 민감하게 움직이며 눈에 띄게 하락할 것이다.

■ '재벌 총수 구속 뒤 주가 오른 경우 적지 않아'

그러나 지금까지 재벌 총수 구속 사례로 볼 때 주가가 뚜력하게 하락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재벌 총수 구속 이후 주가가 오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7년 폭행 혐의로 김승연 회장이 구속된 기간 동안 한화그룹 시가 총액은 6조 9천억원에서 8조 7천억원으로 26%나 높아졌다. 당시 코스피 상승폭은 6%에 불과했기 때문에 4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었다.

또한 2011년 오리온 담철곤 회장이 구속기소된 이후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약 7개월 동안 오리온의 시총은 35%나 급등하며 시장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6년 4월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구속된 시기에는 현대차 그룹의 시가총액이 38조 6천억원에서 34조 8천억원으로 시총이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는 13% 하락해 총수 구속 이후 오히려 주가 하락을 잘 방어한 셈이었다.

물론 재벌총수 구속 이후 주가지수보다 주가가 더 하락한 기업도 있다. 태광 산업 그룹은 이호진 회장이 구속된 이후 시가총액이 22%나 줄었다.

하지만 역대 총수 구속 사례로 볼 때 총수 구속 이후 주가가 오른 경우가 적지 않아 재벌 총수 구속이 경영 위기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미약하다.

두 번째 주장은 총수 구속이 국가 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이다. 물론 총수 구속이 한 번으로 끝나는 1회성 사건이어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이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 '총수라고 봐주면... 경제 범죄 반복, 성장에 악영향'

하지만 재벌의 부패나 정경유착 문제는 경제학 게임이론(Game Theory)에서 1회성 게임이 아닌 무한 반복 게임에 해당한다. 무한 반복 게임과 1회성 게임의 결론은 완전히 반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재벌의 심각한 경제 범죄를 결코 1회성으로 바라보는 근시안적 사고로 바라봤다가는 오판을 하기 쉽다.

즉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게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말처럼 당장 눈앞의 경제를 위해 재벌을 계속 봐주게 되면 우리 경제 성장에 해악을 끼치는 경제 범죄가 반복되고, 그 결과 장기적으로 고질적인 부패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자리잡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는 고작 100점 만점에 56점에 불과해 90점대인 북유럽은 커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인 69.6점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부패경제학(Corruption Economics)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패인식지수가 10포인트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7%p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우리가 북유럽 수준으로 부패인식지수를 높이면 경제성장률이 해마다 2%p이상 높아져, 다시 고성장 국가군으로 복귀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부패를 눈감아주면 저성장 국가로 끝없이 추락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 하루만 사는 것이 아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의 구속 문제는 먼 미래를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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