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오바마’의 마지막 논문…“청정에너지가 답”

입력 2017.01.16 (16:21) 수정 2017.01.1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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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현직 대통령의 논문이 실렸다. 주인공은 바로 오는 20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사이언스'하면 어렵고 복잡한 수식들로 가득찬 과학 논문들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정책 포럼(Policy Forum)이라는 코너에는 종종 비과학자들의 글이 실리기도 한다. 논문의 제목은 '거부할 수 없는 청정에너지의 모멘텀'(The irreversible momentum of clean energy)이다. '모멘텀'이란 원래 운동량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인데, 여기서는 기세나 추세 등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오바마는 왜 청정에너지에 대한 논문을 썼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A4 용지로 출력하면 레퍼런스(인용)를 빼고 3페이지 분량의 글을 읽다보니 의문이 풀렸다. 일단 논문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이대로 증가하면 2100년쯤 전지구 평균기온이 4℃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작한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하고 이는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기간동안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리고 왜 청정에너지라는 추세를 거부할 수 없는지 자신의 믿음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선언한다.


"경제는 성장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고"

흔히 생각하기에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한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국이나 유럽, 중국까지 선진국들이 이룬 경제 규모의 엄청난 증가는 석탄과 석유라는 화석연료에 빚을 지고 있다. 지금도 기후변화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마자 기업들은 규제 강화라며 성장이 뒷걸음칠 거라고 반발한다. 정말 그럴까?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한 2008년 이후부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실시했는데, 2015년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2008년과 비교해 9.5% 줄였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경제는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GDP(국내총생산)으로 계산해보면 GDP 1달러당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18%나 줄어들었다. 석탄과 석유 등 어찌보면 '더러운 에너지'에 의존하던 미국 경제가 이렇게 '깨끗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청정에너지에 있었다.

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굳이 화석연료를 부활시킬 필요가 없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주장한다.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굳이 화석연료를 부활시킬 필요가 없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주장한다.

미국 전기 생산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1%였지만, 2015년에는 33%로 늘어났다. 석탄의 상당 부분을 천연가스가 대체했기 때문인데 천연가스는 메탄을 배출하기는 하지만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청정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석탄 발전소가 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될 수 있었던 원인은 신기술 개발로 가스 생산 비용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설명했다.

청정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될 경우 굳이 석탄이나 석유 발전을 부활시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재생에너지의 경우는 더 극적이다. 2008년과 2015년 사이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 생산 비용을 비교해봤더니 풍력의 경우 41% 줄었고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전지판 비용은 54%나 싸졌다.

구글은 올해부터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구글은 올해부터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경우 올해부터 전사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월마트도 내년부터는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공언했다. 이렇게 태양광과 풍력 산업이 성장하면 미국에서만 36만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될 전망인데, 석탄 발전소로 창출되는 고용 인원인 16만명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대신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4℃의 기온 상승이 일어나면-이를 방치하게 되면-경제적으로 입게될 손실은 어마어마하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강조한다. 전세계 GDP는 1~5% 가량 손실을 입고 미 연방 예산으로 치면 매년 3400억~6900억 달러(400~800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쯤되면 결론은 명백하다. 이제 퇴임을 1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은 논문의 말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도 자신만의 정책을 가지고 있겠지만 최신 과학과 경제 성과들이 말해주는 '청정에너지의 거부할 수 없는 모멘텀'에 대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이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밝힌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적 입장과 화석 연료 부흥을 암시하는 메시지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이런 논문을 기고한 게 아닐까?

지난해 8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학협회저널에 실은 '보건 의료개혁' 관련 논문지난해 8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학협회저널에 실은 '보건 의료개혁' 관련 논문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논문 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미국의 보건의료 개혁'(United States Health Care Reform: Progress to Date and Next Steps)이라는 논문을 실었는데, 영국의 온라인학술활동 분석기관인 '알트메트릭'이 선정한 2016년 인기 과학논문 1위에 선정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히는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인 '오바마 케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논문은 무려 315개의 기사로 다뤄졌고 8943개의 트윗과 200개의 페이스북 포스트 등으로 공유돼 총점 8063점을 얻었다. 지난해 유력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꼽히던 '중력파 검출' 논문의 경우 총점 4660점으로 3위에 랭크됐으니 오바마의 논문이 누린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과학기자로서 어쨌든 과학저널에 2편의 논문을 발표한 대통령과 8년간 함께한 미국 국민들이 몹시 부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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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임 오바마’의 마지막 논문…“청정에너지가 답”
    • 입력 2017-01-16 16:21:25
    • 수정2017-01-16 19:21:34
    취재K
미국의 저명한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현직 대통령의 논문이 실렸다. 주인공은 바로 오는 20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사이언스'하면 어렵고 복잡한 수식들로 가득찬 과학 논문들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정책 포럼(Policy Forum)이라는 코너에는 종종 비과학자들의 글이 실리기도 한다. 논문의 제목은 '거부할 수 없는 청정에너지의 모멘텀'(The irreversible momentum of clean energy)이다. '모멘텀'이란 원래 운동량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인데, 여기서는 기세나 추세 등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오바마는 왜 청정에너지에 대한 논문을 썼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A4 용지로 출력하면 레퍼런스(인용)를 빼고 3페이지 분량의 글을 읽다보니 의문이 풀렸다. 일단 논문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배출이 이대로 증가하면 2100년쯤 전지구 평균기온이 4℃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작한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하고 이는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기간동안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리고 왜 청정에너지라는 추세를 거부할 수 없는지 자신의 믿음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선언한다. "경제는 성장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고" 흔히 생각하기에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한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국이나 유럽, 중국까지 선진국들이 이룬 경제 규모의 엄청난 증가는 석탄과 석유라는 화석연료에 빚을 지고 있다. 지금도 기후변화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마자 기업들은 규제 강화라며 성장이 뒷걸음칠 거라고 반발한다. 정말 그럴까?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한 2008년 이후부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실시했는데, 2015년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2008년과 비교해 9.5% 줄였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 경제는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GDP(국내총생산)으로 계산해보면 GDP 1달러당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18%나 줄어들었다. 석탄과 석유 등 어찌보면 '더러운 에너지'에 의존하던 미국 경제가 이렇게 '깨끗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청정에너지에 있었다. 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굳이 화석연료를 부활시킬 필요가 없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주장한다. 미국 전기 생산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1%였지만, 2015년에는 33%로 늘어났다. 석탄의 상당 부분을 천연가스가 대체했기 때문인데 천연가스는 메탄을 배출하기는 하지만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청정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석탄 발전소가 천연가스 발전소로 대체될 수 있었던 원인은 신기술 개발로 가스 생산 비용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설명했다. 청정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될 경우 굳이 석탄이나 석유 발전을 부활시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재생에너지의 경우는 더 극적이다. 2008년과 2015년 사이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 생산 비용을 비교해봤더니 풍력의 경우 41% 줄었고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전지판 비용은 54%나 싸졌다. 구글은 올해부터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경우 올해부터 전사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월마트도 내년부터는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공언했다. 이렇게 태양광과 풍력 산업이 성장하면 미국에서만 36만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될 전망인데, 석탄 발전소로 창출되는 고용 인원인 16만명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대신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4℃의 기온 상승이 일어나면-이를 방치하게 되면-경제적으로 입게될 손실은 어마어마하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강조한다. 전세계 GDP는 1~5% 가량 손실을 입고 미 연방 예산으로 치면 매년 3400억~6900억 달러(400~800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쯤되면 결론은 명백하다. 이제 퇴임을 1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은 논문의 말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도 자신만의 정책을 가지고 있겠지만 최신 과학과 경제 성과들이 말해주는 '청정에너지의 거부할 수 없는 모멘텀'에 대해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이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밝힌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적 입장과 화석 연료 부흥을 암시하는 메시지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이런 논문을 기고한 게 아닐까? 지난해 8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학협회저널에 실은 '보건 의료개혁' 관련 논문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논문 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미국의 보건의료 개혁'(United States Health Care Reform: Progress to Date and Next Steps)이라는 논문을 실었는데, 영국의 온라인학술활동 분석기관인 '알트메트릭'이 선정한 2016년 인기 과학논문 1위에 선정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히는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인 '오바마 케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논문은 무려 315개의 기사로 다뤄졌고 8943개의 트윗과 200개의 페이스북 포스트 등으로 공유돼 총점 8063점을 얻었다. 지난해 유력한 노벨물리학상 후보로 꼽히던 '중력파 검출' 논문의 경우 총점 4660점으로 3위에 랭크됐으니 오바마의 논문이 누린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과학기자로서 어쨌든 과학저널에 2편의 논문을 발표한 대통령과 8년간 함께한 미국 국민들이 몹시 부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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