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뒷전’ 철거현장 사고 언제까지?

입력 2017.01.16 (18:37) 수정 2017.01.1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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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호텔 건물 철거 현장 붕괴서울 종로구 호텔 건물 철거 현장 붕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호텔 건물 철거 공사 현장이 붕괴돼 60대의 김 모씨와 40대의 조 모씨 등 인부 2명이 매몰돼 숨졌다. 당시 구조된 현장에 있던 인부는 "철거 작업을 할 때 세운 쇠파이프 기둥이 약해서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날인 8일 오후에는 부산 남구 문현동의 빈집 철거현장에서 60대 인부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혼자서 빈집을 철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현장에서의 인명 사고는 뉴스가 되어 보도되는 것보다 묻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워낙 자주 있는 사고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 신축·증축과 달리 신고 하면 바로 철거... 규제의 사각지대?

철거 현장에서 사고가 잦은 이유는 단순하다.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는 감리가 지켜보기도 하는데다, 건축법 등 각종 법령에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철거를 할 때는 상황이 다르다. 지자체에 신고를 하면 바로 철거에 들어갈 수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철거 계획서를 받아도 수리 기간이 하루 밖에 안되기 때문에 제대로 서류를 검토할 수 없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철거 업체들도 1~2장 짜리 형식적인 철거 계획서를 제출할 뿐"이라며, "어떻게 보면 자기 건물을 스스로 없애겠다는 건데, 지자체에서 꼼꼼하게 규제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했다.

2012년 서울 강남구 철거현장 붕괴 사고 현장2012년 서울 강남구 철거현장 붕괴 사고 현장

그나마, 이같은 '철거계획서'를 제출하게 된 것도 지난 2012년 서울 강남구에서 붕괴사고로 인명피해가 있고 난 다음이다. 당시 언론들은 "철거 공사의 경우 안전에 관련된 규제가 하나도 없다"며 법령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철거할 경우 철거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앞으로 건축법을 개정해 철거공사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그 때 이후로 철거 공사 현장의 안전을 위한 제도는 더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철거 현장에서의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종로구에 제출된 붕괴건물 철거계획서종로구에 제출된 붕괴건물 철거계획서

■ 철거 계획서는 먼지·소음 예방에 무게... 안전은 뒷전?

지자체에 제출하는 철거 계획서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안전'보다는 '먼지, 소음 발생'을 막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에 제출된 철거 계획서에는 '어떻게 먼지를 적게 할 것인지', '소음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주 내용이었다. 건물의 철거 계획이나, 지지대 설치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철거 공사 관계자들은 "지자체 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강남구 같은 경우는 먼지와 소음에 특히 민감해 더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본인들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은 철거 업체 스스로도 많이 생각해 보지 않은 눈치였다.

서울시는 이번 종로구 붕괴사고를 계기로 철거 공사를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허가제로 강화하는 방안을 2012년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에 규제를 강화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신고제를 허가제로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며, 현장에서의 안전 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허가제로 바꾼다 한들 철거 현장에서 안전을 중시하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철거 현장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찾아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감리'를 철거 현장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거공사 현장철거공사 현장

■ "철거 현장 위험해요... 안전 규제 필요"

철거 관련 규제가 많아지면, 실제 철거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절차만 많아지는 것은 아닌지 현장 인부들에게 물어봤다. 그러나, 다들 "철거 현장의 경우 안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모든 건설 공사 현장에서 사고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지만, 특히 철거의 경우 안전 의식이 유독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소규모 건물의 철거의 경우 숙련된 인력보다는 그날 그날 인력시장에서 모집한 비숙련 인력들이 주먹구구로 건물을 부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고를 당하는 경우 역시 가장 영세한 하청업체에서 모집한 어떤 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인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번에 종로에서 사고를 당한 인부 역시 청각장애자였고, 철거 업체도 하도급을 받은 업체였다.


16일 오전에도 평택 건설 현장에서 인부 한 명이 추락해 중상을 당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건설 현장인데도 일어난 사고였다. 안전에 대한 각종 규제를 받고, 감리를 지켜보는 건설 현장에서도 이렇듯 때로는 사고가 일어난다. 안전에 대한 규제도 미비하고, 현장에서의 안전 의식도 떨어지는 철거 현장에서의 사고는 더 잦을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현실이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하루 일을 찾아 헤매는 가장 영세한 인력들이 철거현장의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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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은 뒷전’ 철거현장 사고 언제까지?
    • 입력 2017-01-16 18:37:16
    • 수정2017-01-16 18:38:05
    취재K
서울 종로구 호텔 건물 철거 현장 붕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호텔 건물 철거 공사 현장이 붕괴돼 60대의 김 모씨와 40대의 조 모씨 등 인부 2명이 매몰돼 숨졌다. 당시 구조된 현장에 있던 인부는 "철거 작업을 할 때 세운 쇠파이프 기둥이 약해서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날인 8일 오후에는 부산 남구 문현동의 빈집 철거현장에서 60대 인부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혼자서 빈집을 철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거 현장에서의 인명 사고는 뉴스가 되어 보도되는 것보다 묻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워낙 자주 있는 사고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 신축·증축과 달리 신고 하면 바로 철거... 규제의 사각지대? 철거 현장에서 사고가 잦은 이유는 단순하다.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는 감리가 지켜보기도 하는데다, 건축법 등 각종 법령에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철거를 할 때는 상황이 다르다. 지자체에 신고를 하면 바로 철거에 들어갈 수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철거 계획서를 받아도 수리 기간이 하루 밖에 안되기 때문에 제대로 서류를 검토할 수 없다"며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철거 업체들도 1~2장 짜리 형식적인 철거 계획서를 제출할 뿐"이라며, "어떻게 보면 자기 건물을 스스로 없애겠다는 건데, 지자체에서 꼼꼼하게 규제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했다. 2012년 서울 강남구 철거현장 붕괴 사고 현장 그나마, 이같은 '철거계획서'를 제출하게 된 것도 지난 2012년 서울 강남구에서 붕괴사고로 인명피해가 있고 난 다음이다. 당시 언론들은 "철거 공사의 경우 안전에 관련된 규제가 하나도 없다"며 법령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을 철거할 경우 철거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앞으로 건축법을 개정해 철거공사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그 때 이후로 철거 공사 현장의 안전을 위한 제도는 더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철거 현장에서의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종로구에 제출된 붕괴건물 철거계획서 ■ 철거 계획서는 먼지·소음 예방에 무게... 안전은 뒷전? 지자체에 제출하는 철거 계획서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안전'보다는 '먼지, 소음 발생'을 막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에 제출된 철거 계획서에는 '어떻게 먼지를 적게 할 것인지', '소음은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주 내용이었다. 건물의 철거 계획이나, 지지대 설치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철거 공사 관계자들은 "지자체 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강남구 같은 경우는 먼지와 소음에 특히 민감해 더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본인들의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은 철거 업체 스스로도 많이 생각해 보지 않은 눈치였다. 서울시는 이번 종로구 붕괴사고를 계기로 철거 공사를 현행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허가제로 강화하는 방안을 2012년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에 규제를 강화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신고제를 허가제로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며, 현장에서의 안전 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허가제로 바꾼다 한들 철거 현장에서 안전을 중시하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철거 현장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찾아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감리'를 철거 현장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거공사 현장 ■ "철거 현장 위험해요... 안전 규제 필요" 철거 관련 규제가 많아지면, 실제 철거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절차만 많아지는 것은 아닌지 현장 인부들에게 물어봤다. 그러나, 다들 "철거 현장의 경우 안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모든 건설 공사 현장에서 사고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지만, 특히 철거의 경우 안전 의식이 유독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소규모 건물의 철거의 경우 숙련된 인력보다는 그날 그날 인력시장에서 모집한 비숙련 인력들이 주먹구구로 건물을 부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고를 당하는 경우 역시 가장 영세한 하청업체에서 모집한 어떤 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인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번에 종로에서 사고를 당한 인부 역시 청각장애자였고, 철거 업체도 하도급을 받은 업체였다. 16일 오전에도 평택 건설 현장에서 인부 한 명이 추락해 중상을 당한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대규모 건설 현장인데도 일어난 사고였다. 안전에 대한 각종 규제를 받고, 감리를 지켜보는 건설 현장에서도 이렇듯 때로는 사고가 일어난다. 안전에 대한 규제도 미비하고, 현장에서의 안전 의식도 떨어지는 철거 현장에서의 사고는 더 잦을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현실이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하루 일을 찾아 헤매는 가장 영세한 인력들이 철거현장의 위험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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