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원 횡령으로 해고가 가능할까?

입력 2017.01.18 (11:45) 수정 2017.01.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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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400만 원도 아닌 2천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17년 동안 다닌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영화에서나 봄 직한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게 됐다.

‘2,400원 해고’ 항소심서 회사 측 승소

버스요금 2,400원을 적게 입금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운전사가 1심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광주고등법원이 오늘(18일) 전북의 한 고속버스회사가 해고한 운전기사 53살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해고확인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연관기사] ☞ ‘2천4백 원 횡령’ 버스기사 항소심서 ‘해고 정당’

이 사건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3월 말, 전북의 한 시외버스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버스운전 기사 이 모(당시 50세) 씨에 대한 해고를 의결하고 4월 초순 이 씨에게 해고를 최종 통보했다.

전북 완주와 서울을 오가는 버스회사의 17년 차 베테랑 운전사인 이 씨는 해고통보를 받기 두 달 전쯤, 매표소가 없어 현금을 받아야 하는 간이 정류소에서 탄 승객 4명이 현금으로 낸 버스요금 4만 6,400원(1인당 요금 1만 1,600원) 가운데 4만 4,000원만 회사에 입금했다.

2,400원 적게 입금했다며 운전기사 해고

하지만 회사 측은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한 것이라며 이 씨를 해고했다.

이 씨는 "잔돈이 부족한 손님들이었고 회사에 4만 4,000원으로 보고한 것은 당시 착오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회사는 "CCTV로 정확히 얼마를 받았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황상 지폐를 받고 동전 600원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장면 등을 통해 2,400원을 착복했다"고 단정하며 해고했다.

회사 측은 CCTV 등을 증거로 제시하고 운전사 이 씨가 2,400원을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역 노동계 등에서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 씨를 표적 징계한 것이라면 반발했다.(당시버스 CCTV화면) 회사 측은 CCTV 등을 증거로 제시하고 운전사 이 씨가 2,400원을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역 노동계 등에서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 씨를 표적 징계한 것이라면 반발했다.(당시버스 CCTV화면)


단순 실수라는 운전사의 주장에 회사 측은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횡령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지역노동계에서는 운전사 이씨가 이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 민주노총에 가입한 사실 때문에 회사 측이 표적 징계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결국 이 씨는 법원에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제2민사부는 2015년 10월 이 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 2,38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연관기사] ☞ ‘2400원 횡령’ 버스 기사 해고 무효 판결

1심에서는 ‘과한 징계’ 운전기사 승소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차비 일부를 빠뜨린 채 입금한 것은 징계 사유가 맞다"며 "하지만 원고가 17년간 한 번도 돈을 잘못 입금한 적이 없고, 2,400원이 부족하다고 해고한 것은 과한 징계"라고 설명했다.

회사측이 이씨에게 해고를 통보하자 지역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해고 무효를 주장하며 노동부 앞에서 항위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회사측이 이씨에게 해고를 통보하자 지역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해고 무효를 주장하며 노동부 앞에서 항위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2심은 “운송수입금 착복” 해고 정당 판결

이에 반발한 사측은 항소했고 재판 결과는 뒤바뀌었다.

광주고법 전주 제1민사부는 18일 이 씨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살펴보면 원고가 승차요금 2,400원을 피고에게 입금하지 않은 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피고의 단체협약에서 해고사유로 정한 '운송수입금 착복'에 해당한다고 보여 해고와 관련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노조와 협의를 통해 모든 버스에 CCTV를 설치했고 CCTV 수당을 지급한 점, 'CCTV 판독 결과 운전사의 수입원 착복이 적발됐을 때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란 단체협약 등을 근거로 이 씨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고의적인 착복이 아니라 실수로 버스비를 누락했다"며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고 대법원까지 가 진실을 밝히고 복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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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00원 횡령으로 해고가 가능할까?
    • 입력 2017-01-18 11:45:40
    • 수정2017-01-18 11:54:43
    취재K
2천400만 원도 아닌 2천4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17년 동안 다닌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

영화에서나 봄 직한 이런 황당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게 됐다.

‘2,400원 해고’ 항소심서 회사 측 승소

버스요금 2,400원을 적게 입금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운전사가 1심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광주고등법원이 오늘(18일) 전북의 한 고속버스회사가 해고한 운전기사 53살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해고확인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연관기사] ☞ ‘2천4백 원 횡령’ 버스기사 항소심서 ‘해고 정당’

이 사건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3월 말, 전북의 한 시외버스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버스운전 기사 이 모(당시 50세) 씨에 대한 해고를 의결하고 4월 초순 이 씨에게 해고를 최종 통보했다.

전북 완주와 서울을 오가는 버스회사의 17년 차 베테랑 운전사인 이 씨는 해고통보를 받기 두 달 전쯤, 매표소가 없어 현금을 받아야 하는 간이 정류소에서 탄 승객 4명이 현금으로 낸 버스요금 4만 6,400원(1인당 요금 1만 1,600원) 가운데 4만 4,000원만 회사에 입금했다.

2,400원 적게 입금했다며 운전기사 해고

하지만 회사 측은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한 것이라며 이 씨를 해고했다.

이 씨는 "잔돈이 부족한 손님들이었고 회사에 4만 4,000원으로 보고한 것은 당시 착오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회사는 "CCTV로 정확히 얼마를 받았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황상 지폐를 받고 동전 600원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장면 등을 통해 2,400원을 착복했다"고 단정하며 해고했다.

회사 측은 CCTV 등을 증거로 제시하고 운전사 이 씨가 2,400원을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역 노동계 등에서는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 씨를 표적 징계한 것이라면 반발했다.(당시버스 CCTV화면)

단순 실수라는 운전사의 주장에 회사 측은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횡령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지역노동계에서는 운전사 이씨가 이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 민주노총에 가입한 사실 때문에 회사 측이 표적 징계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결국 이 씨는 법원에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손을 들어줬다.

전주지법 제2민사부는 2015년 10월 이 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에 받지 못한 임금 2,38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연관기사] ☞ ‘2400원 횡령’ 버스 기사 해고 무효 판결

1심에서는 ‘과한 징계’ 운전기사 승소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차비 일부를 빠뜨린 채 입금한 것은 징계 사유가 맞다"며 "하지만 원고가 17년간 한 번도 돈을 잘못 입금한 적이 없고, 2,400원이 부족하다고 해고한 것은 과한 징계"라고 설명했다.

회사측이 이씨에게 해고를 통보하자 지역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해고 무효를 주장하며 노동부 앞에서 항위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2심은 “운송수입금 착복” 해고 정당 판결

이에 반발한 사측은 항소했고 재판 결과는 뒤바뀌었다.

광주고법 전주 제1민사부는 18일 이 씨에 대한 해고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증거를 살펴보면 원고가 승차요금 2,400원을 피고에게 입금하지 않은 것은 착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의에 의한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피고의 단체협약에서 해고사유로 정한 '운송수입금 착복'에 해당한다고 보여 해고와 관련한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노조와 협의를 통해 모든 버스에 CCTV를 설치했고 CCTV 수당을 지급한 점, 'CCTV 판독 결과 운전사의 수입원 착복이 적발됐을 때 금액의 다소를 불문하고 해임을 원칙으로 한다'란 단체협약 등을 근거로 이 씨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고의적인 착복이 아니라 실수로 버스비를 누락했다"며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고 대법원까지 가 진실을 밝히고 복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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