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소녀상’, 우익 신문에 놀아난 韓日 정부

입력 2017.01.18 (18:29) 수정 2017.02.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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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산케이 신문의 1면.

'다케시마(독도)에 위안부상계획'이라는 커다란 제목의 1면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한국지방의원단(작은 글씨) 연내 설치 위해 모금 개시(큰 글씨)'로 뽑았다.

산케이 신문 17일 1면 톱산케이 신문 17일 1면 톱

경기도 의회의 독도 소녀상 설치 모금 계획에 대한 기사다. 국내에서 어떤 언론도 주요하게 다루지 않은 기사를 산케이 신문은 일본 내에서 지극히 '자극적일' 제목으로 1면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기사는 첫 문장에 모금 개시 시작 소식을 간단히 전한 뒤 "부산 총영사관 앞 위안부상(소녀상을 그렇게 칭한다. 깍아내리려는 의도로)이 위법적으로 설치된 지 얼마되지 않은 가운데, 한일간 새로운 외교 문제로 발전할 우려가 제기된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관련 기사로 5면에는 '일본 대사 한국 복귀 신중'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 언론 중 일본 대사의 조기 복귀에 가장 부정적인 것이 산케이다.)

17일 한국 외교부는 기시다 일본 외무부 장관의 "독도는 일본땅"이다라는 말로 시끄러웠다. 어떤 과정이었을까?

오전 통상적인 각료회의 후 기시다 외무부 장관이 현안 관련 일문일답을 가졌다. 일문일답 중 NHK가 기사화한 것은 '미일 정상회담 일정을 서둘러 조율하겠다'라는 내용이다. 질의의 중심이 무엇인지 알만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온 질문 하나가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설치'였다.

기시다 일본 외무장관기시다 일본 외무장관

기시다의 답변은 두 문장, "다케시마는 원래 국제법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다. 이런 입장에 비춰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나라의 입장이다"

독도 소녀상 질문을 누가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독도 소녀상 추진'이라는 자극적인 산케이 신문의 1면 보도가 질문의 촉발점이 됐음은 자명하다. 그리고 기시다 외무장관의 발언이 한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우리 정부의 규탄 표명, 주한 일본 총괄 공사 초치 후 항의가 이어졌다.

우리 정부의 조치 후 이번엔 아베 총리의 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 장관이 나서서 "다케시마(독도)의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추어도 수용할 수 없으며,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NHK가 관련 소식을 전하기 시작한 것도 관방장관의 입장 표명이 있었던 다음이다.

스가 일본 관방장관스가 일본 관방장관

우익 성향의 신문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뽑은 기사 하나가 가져온 파문이 양 정부를 오가며 점점 커져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한일 관계가 안 좋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핑퐁 비난전이다.

그 일이 있은 뒤 다음날인 18일 산케이 조간.

'역사전(歷史戰)'이라는 자극적인 시리즈 제목의 1면 기사는 '스가 관방 장관 한국에 항의'라고 부제가 뽑혔다. 자신들의 기사에 대한 양국 정부의 움직임에 산케이 신문이 매우 만족한 듯 느껴졌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까?

산케이 신문 18일 1면산케이 신문 18일 1면

산케이 신문은 일본 내에서도 대표적인 우익 성향 신문으로 꼽힌다.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에 있어서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부정하고, 난징 대학살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한국과 중국 등을 공격하는 기사를 실어왔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른 채 가다 보면, 시작점과 관계없이 상대방의 말에, 즉 과정에 자극받아 서로를 공격하게 되고 결국 상황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양국 국민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상대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 이미지와 불만을 갖게 된다.

한일 관계가 다시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럴 수록 더 잘 살펴야한다. 자칫 자기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떠밀려 흘러갈 수 있다. 그 만큼 한일 관계는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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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 소녀상’, 우익 신문에 놀아난 韓日 정부
    • 입력 2017-01-18 18:29:01
    • 수정2017-02-01 17:50:22
    특파원 리포트
17일 산케이 신문의 1면. '다케시마(독도)에 위안부상계획'이라는 커다란 제목의 1면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한국지방의원단(작은 글씨) 연내 설치 위해 모금 개시(큰 글씨)'로 뽑았다. 산케이 신문 17일 1면 톱 경기도 의회의 독도 소녀상 설치 모금 계획에 대한 기사다. 국내에서 어떤 언론도 주요하게 다루지 않은 기사를 산케이 신문은 일본 내에서 지극히 '자극적일' 제목으로 1면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기사는 첫 문장에 모금 개시 시작 소식을 간단히 전한 뒤 "부산 총영사관 앞 위안부상(소녀상을 그렇게 칭한다. 깍아내리려는 의도로)이 위법적으로 설치된 지 얼마되지 않은 가운데, 한일간 새로운 외교 문제로 발전할 우려가 제기된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관련 기사로 5면에는 '일본 대사 한국 복귀 신중'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 언론 중 일본 대사의 조기 복귀에 가장 부정적인 것이 산케이다.) 17일 한국 외교부는 기시다 일본 외무부 장관의 "독도는 일본땅"이다라는 말로 시끄러웠다. 어떤 과정이었을까? 오전 통상적인 각료회의 후 기시다 외무부 장관이 현안 관련 일문일답을 가졌다. 일문일답 중 NHK가 기사화한 것은 '미일 정상회담 일정을 서둘러 조율하겠다'라는 내용이다. 질의의 중심이 무엇인지 알만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온 질문 하나가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설치'였다. 기시다 일본 외무장관 기시다의 답변은 두 문장, "다케시마는 원래 국제법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다. 이런 입장에 비춰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나라의 입장이다" 독도 소녀상 질문을 누가 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독도 소녀상 추진'이라는 자극적인 산케이 신문의 1면 보도가 질문의 촉발점이 됐음은 자명하다. 그리고 기시다 외무장관의 발언이 한국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우리 정부의 규탄 표명, 주한 일본 총괄 공사 초치 후 항의가 이어졌다. 우리 정부의 조치 후 이번엔 아베 총리의 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 장관이 나서서 "다케시마(독도)의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추어도 수용할 수 없으며,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NHK가 관련 소식을 전하기 시작한 것도 관방장관의 입장 표명이 있었던 다음이다. 스가 일본 관방장관 우익 성향의 신문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뽑은 기사 하나가 가져온 파문이 양 정부를 오가며 점점 커져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한일 관계가 안 좋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핑퐁 비난전이다. 그 일이 있은 뒤 다음날인 18일 산케이 조간. '역사전(歷史戰)'이라는 자극적인 시리즈 제목의 1면 기사는 '스가 관방 장관 한국에 항의'라고 부제가 뽑혔다. 자신들의 기사에 대한 양국 정부의 움직임에 산케이 신문이 매우 만족한 듯 느껴졌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까? 산케이 신문 18일 1면 산케이 신문은 일본 내에서도 대표적인 우익 성향 신문으로 꼽힌다. 역사 문제나 영토 문제에 있어서 일본군 위안부의 실체를 부정하고, 난징 대학살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한국과 중국 등을 공격하는 기사를 실어왔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른 채 가다 보면, 시작점과 관계없이 상대방의 말에, 즉 과정에 자극받아 서로를 공격하게 되고 결국 상황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양국 국민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상대에 대해 막연한 부정적 이미지와 불만을 갖게 된다. 한일 관계가 다시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럴 수록 더 잘 살펴야한다. 자칫 자기도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떠밀려 흘러갈 수 있다. 그 만큼 한일 관계는 휘발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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