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료가 대학교수로?…낙하산에 칼빼든 일본

입력 2017.01.18 (18:38) 수정 2017.02.0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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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부과학성일본 문부과학성

한국처럼 내놓고 노골적이지만 않지만, 일본 공직사회에도 낙하산 논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문부과학성의 전직 관료가 대학에 재취업한 사례를 놓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관료의 낙하산 인사 알선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료의 낙하산 인사를 감시하는 정부 '재취업 등 감시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조사위가 엄정한 처분를 권고하는 것을 포함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치가 실행되면 낙하산 문제로 인한 첫 권고조치가 된다.

와세다 대학와세다 대학

NHK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의 전 고등교육국장이 지난 2015년 퇴직 2개월 뒤 와세다 대학의 교수로 취임한 것을 놓고, '재취업 등 감시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문제의 채용과정에서 문부성의 인사과가 관여한 정황을 발견했다. 문부성이 감독위에 제출한 메일에는 여러 간부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미 2016년(지난해)말부터 전 사무차관을 포함해 여러 관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낙하산 감시위원회'가 나서다

일본 국가공무원법은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를 엄격히 막고 있다. 관료들이 다른 직원이나 전직 직원을 영리기업 등에 재취업하도록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감시위원회는 이번 재취업 과정에서 문부성이 조직적으로 낙하산 인사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면서, 여러 간부들을 대상으로 엄정한 처분을 요구하는 권고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문부과학성 차관 문부과학성 차관

문부과학성-자민당 문부과학부회 회의문부과학성-자민당 문부과학부회 회의

이와 관련해, 문부과학성 차관이 자민당의 문부과학부회에 참석해 감시위원회의 조사 사실을 확인했다. 2015년 당시 고등교육국장이 와세다 대학에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인사과 직원이 대학 측에 국장의 정보를 제공한 행위 등이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감시위원회의 조사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적정하고 엄정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이뤄졌다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위원회의 엄정한 감시 아래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재취업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직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낙하산'

문부과학성문부과학성

일본 정부가 낙하산에 대해서 예민하고 엄격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일탈에 의한 충격 효과'보다는 '불투명성에 의한 해악'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낙하산. 원래는 비행중인 항공기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안전하게 땅 위에 내리도록 하는 도구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더 익숙한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 '기분 나쁘게' 들리는 두 번째 뜻이다. 즉, 채용이나 승진 등의 인사에서, 배후에 있는 높은 사람의 은밀한 지원이나 힘을 이르는 말이다. 주로 '낙하산 인사', '낙하산 공천' 등의 용례로 쓰이는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사람 자체까지 폭넓게 지칭하기도 한다.

발탁 인사가 전부 낙하산은 아니다. 절차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규정에 의해 시스템에 의한 인사가 이뤄진다면, 관련 기관이나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인사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면 된다. 그러나 낙하산은 시스템 뒤에 숨어서 특정 인물을 점찍어 내려보낸다. 절차의 투명성도 결과에 대한 책임도 거부한다. 그래서 문제다.

'낙하산족'은 일반적으로 스스로를 '능력에 따른 발탁 인사'의 결과라고 착각하거나 기만하기 쉽다. 그 편이 편하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태여 다른 사람에게 그런 허위의식을 강권한다면 더 큰 문제이다. 하급 직원이나 동료들 입장에서는 난감하고 불쾌한 일이다. 낙하산이 설치는 조직은 건강할 수 없다. 공조직에서 낙하산이 활개치면 나라를 망칠 수 있다.

유능함과 인품으로 낙하산의 굴레를 벗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조직의 역량과 성장 잠재력까지 갉아먹는데 그치기 마련이다.

낙하산 인사를 안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 정작 인사권을 쥐면 낙하산 인사에 앞장서고, 그러면서도 낙하산 인사가 없다고 강변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더 나아가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직원에게 보복인사를 남발하기도 한다. 이러면, 조직의 건강성은 유지될 수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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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관료가 대학교수로?…낙하산에 칼빼든 일본
    • 입력 2017-01-18 18:38:53
    • 수정2017-02-01 17:50:01
    특파원 리포트
일본 문부과학성 한국처럼 내놓고 노골적이지만 않지만, 일본 공직사회에도 낙하산 논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문부과학성의 전직 관료가 대학에 재취업한 사례를 놓고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관료의 낙하산 인사 알선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료의 낙하산 인사를 감시하는 정부 '재취업 등 감시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조사위가 엄정한 처분를 권고하는 것을 포함한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치가 실행되면 낙하산 문제로 인한 첫 권고조치가 된다. 와세다 대학 NHK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의 전 고등교육국장이 지난 2015년 퇴직 2개월 뒤 와세다 대학의 교수로 취임한 것을 놓고, '재취업 등 감시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문제의 채용과정에서 문부성의 인사과가 관여한 정황을 발견했다. 문부성이 감독위에 제출한 메일에는 여러 간부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미 2016년(지난해)말부터 전 사무차관을 포함해 여러 관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낙하산 감시위원회'가 나서다 일본 국가공무원법은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를 엄격히 막고 있다. 관료들이 다른 직원이나 전직 직원을 영리기업 등에 재취업하도록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감시위원회는 이번 재취업 과정에서 문부성이 조직적으로 낙하산 인사에 관여한 혐의가 있다면서, 여러 간부들을 대상으로 엄정한 처분을 요구하는 권고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문부과학성 차관 문부과학성-자민당 문부과학부회 회의 이와 관련해, 문부과학성 차관이 자민당의 문부과학부회에 참석해 감시위원회의 조사 사실을 확인했다. 2015년 당시 고등교육국장이 와세다 대학에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인사과 직원이 대학 측에 국장의 정보를 제공한 행위 등이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감시위원회의 조사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적정하고 엄정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이뤄졌다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위원회의 엄정한 감시 아래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재취업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직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낙하산' 문부과학성 일본 정부가 낙하산에 대해서 예민하고 엄격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일탈에 의한 충격 효과'보다는 '불투명성에 의한 해악'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낙하산. 원래는 비행중인 항공기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안전하게 땅 위에 내리도록 하는 도구를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더 익숙한 것은 보통 사람들에게 '기분 나쁘게' 들리는 두 번째 뜻이다. 즉, 채용이나 승진 등의 인사에서, 배후에 있는 높은 사람의 은밀한 지원이나 힘을 이르는 말이다. 주로 '낙하산 인사', '낙하산 공천' 등의 용례로 쓰이는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사람 자체까지 폭넓게 지칭하기도 한다. 발탁 인사가 전부 낙하산은 아니다. 절차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규정에 의해 시스템에 의한 인사가 이뤄진다면, 관련 기관이나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인사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면 된다. 그러나 낙하산은 시스템 뒤에 숨어서 특정 인물을 점찍어 내려보낸다. 절차의 투명성도 결과에 대한 책임도 거부한다. 그래서 문제다. '낙하산족'은 일반적으로 스스로를 '능력에 따른 발탁 인사'의 결과라고 착각하거나 기만하기 쉽다. 그 편이 편하니까. 그냥 그렇게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태여 다른 사람에게 그런 허위의식을 강권한다면 더 큰 문제이다. 하급 직원이나 동료들 입장에서는 난감하고 불쾌한 일이다. 낙하산이 설치는 조직은 건강할 수 없다. 공조직에서 낙하산이 활개치면 나라를 망칠 수 있다. 유능함과 인품으로 낙하산의 굴레를 벗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조직의 역량과 성장 잠재력까지 갉아먹는데 그치기 마련이다. 낙하산 인사를 안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 정작 인사권을 쥐면 낙하산 인사에 앞장서고, 그러면서도 낙하산 인사가 없다고 강변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더 나아가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직원에게 보복인사를 남발하기도 한다. 이러면, 조직의 건강성은 유지될 수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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