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 기각, 특검의 판단 착오였나

입력 2017.01.19 (15:24) 수정 2017.01.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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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이 큰 파장을 부르고 있다. 범죄 피의자 구속에 대한 법적 논쟁부터, 촛불 민심의 사회적 논쟁까지 다양하다. 법원은 왜 구속영장을 기각했나? 특검은 과연 판단 착오를 한 것인가?

형사소송법상 기본원칙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인 사유로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인신구속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용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①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②증거 인멸 우려가 있거나 ③도주할 가능성이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에다 법원은 구속 사유를 심사 할 때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기도 한다.

즉 형소법 규정을 충실히 따른다면 촛불 민심으로 대표되는 국민 여론, 혹은 삼성이 주장하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은 영장 발부를 결정하는데 고려 사항이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봐왔다. 법적으로만 봐도 이 부회장에게 적용되는 뇌물공여죄가 ‘징역 5년 이하’, 국회 증언감정법상 위증죄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중죄이다. 여기다 주요 부회장은 주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도주 우려는 없다 해도 그룹 총수의 지위를 이용해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할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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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유는 뭘까.

이 부회장 구속 여부를 심사한 조의연(51·사법연수원 24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는 한마디로 기소 내용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대가로 최순실 측에 승마를 지원했고, 청와대가 이 과정에 개입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조종했다는 판단이다.

반면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과 승마 지원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지원이 이뤄졌으니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논리로 반박해 왔다. 삼성물산 합병이 승마 지원보다 먼저 이뤄진 점만 봐도 대가 관계가 없다는 항변이었다.

18일 법원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 때도 이 문제를 놓고 특검과 변호인 간에 치열한 논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판사는 "대가 관계와 부정 청탁 소명 정도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현 수사 단계에서 입증되지 않았다며 일단 삼성 쪽 손을 들어줬다.

특검은 또 뇌물 목적으로 삼성전자의 자금을 최 씨 측에 송금했으므로 횡령에도 해당한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뇌물인지 아닌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으므로 횡령 역시 본 재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증 부분에서도 이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 청문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에 관해서 '위증은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는 것인데, 기억에 어긋나는 증언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법원은 이런 제반 사항들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이 방어권을 보장받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일단 판단했다.

변호인단의 송우철 변호사는 영장 심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뇌물공여죄에 있어 대가성 여부였다"며 "충분히 소명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이 기각되자 특검은 영장 심사가 이 부회장의 구금 여부를 판단한 것일 뿐 영장 기각이 수사의 본질적인 내용에 관한 최종적인 평가는 아니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수사 동력을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자체에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특검의 법리 적용은 일차적으로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면세점 선정 및 사면 등과 관련해 박 대통령 측과 긴밀히 교감한 정황이 있는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특검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특검과 피의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어 견해 차이 때문으로 판단된다"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장 기각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다른 뇌물죄 사례와 비교할 때 영장 청구를 다소 서두른 것이 기각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상황은 뇌물을 받은 공무원(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공무원 주변 인물과 뇌물을 줬다는 사람만 조사해 영장을 청구한 모양새”라며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임을 감안하면 도주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성급한 것으로 법원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영장 기각이 이 부회장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특검이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와 관련해 핵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영장을 보완해 재 청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깨진 징역 3년, 집유 5년 공식

설사 불구속으로 재판이 이뤄지더라도 이 부회장은 안심할 수 없다.

과거부터 법조계에는 대기업 총수에게는‘징역 3년, 집유 5년’이라는 공식이 적용된다는 얘기가 많았다. 역대 재벌 총수들의 비리 사건에서 법원이 ‘경제 기여도’ 등을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실제로 처벌하지 않았던 전례가 많았던 것을 비꼰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태도는 많이 바뀌었다. 대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해 비판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법원은 최근 대기업 총수에 대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600억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지만, 법원은 2013년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최 회장은 이후 2015년 8.15 광복절 사면으로 풀려날 때까지 2년 6개월을 복역했다.

앞서 한화 김승연 회장도 배임 혐의로 불구속됐지만 2012년 1심 법원은 그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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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향후 법원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다면 법원이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다른 대기업 총수 사례를 볼 때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재판은 대법원 파기환송심을 거쳐 기소 3년1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심만 1년간 진행됐다. 대법원에서 최종 형이 확정될때까지 2년1개월이 걸렸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비리 혐의에 대한 재판은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에 등장하는 이 부회장의 혐의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 특검의 공소장이 공개돼야 구체적인 혐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보면 뇌물 공여, 제3자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430여억원 지원을 약속하고 실제로 250여억원을 건넨 것으로 봤다.

삼성그룹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의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가 영장에 적시됐다.

또 삼성그룹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이권을 챙기려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했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중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특검은 뇌물수수죄는 실제 돈이 건너가지 않았더라도 약속한 행위만으로도 성립해 430억원 전체에 뇌물 공여와 제3자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독일 유령법인에 지급되기로 약속한 돈과 실제 건너간 돈 210여억원에는 일반 뇌물 혐의를, 각각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인 미르·K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너간 204억원과 16억2천800만원에는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영수증 증빙자료를 갖추는 등 회계 처리를 했더라도 유령회사인 코레스포츠에 실제로 35억원을 지급한 것은 특정 지배주주, 즉 이 부회장 1인을 위한 행위로 간주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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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9 15:24:46
    • 수정2017-01-19 15: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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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이 큰 파장을 부르고 있다. 범죄 피의자 구속에 대한 법적 논쟁부터, 촛불 민심의 사회적 논쟁까지 다양하다. 법원은 왜 구속영장을 기각했나? 특검은 과연 판단 착오를 한 것인가? 형사소송법상 기본원칙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인 사유로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인신구속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용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①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②증거 인멸 우려가 있거나 ③도주할 가능성이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에다 법원은 구속 사유를 심사 할 때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기도 한다. 즉 형소법 규정을 충실히 따른다면 촛불 민심으로 대표되는 국민 여론, 혹은 삼성이 주장하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은 영장 발부를 결정하는데 고려 사항이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봐왔다. 법적으로만 봐도 이 부회장에게 적용되는 뇌물공여죄가 ‘징역 5년 이하’, 국회 증언감정법상 위증죄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중죄이다. 여기다 주요 부회장은 주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도주 우려는 없다 해도 그룹 총수의 지위를 이용해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할 가능성은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관기사] ☞ “박 대통령이 강하게 압박”…소환되는 이재용의 승부수 그럼에도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유는 뭘까. 이 부회장 구속 여부를 심사한 조의연(51·사법연수원 24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이 밝힌 영장 기각 사유는 한마디로 기소 내용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대가로 최순실 측에 승마를 지원했고, 청와대가 이 과정에 개입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조종했다는 판단이다. 반면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과 승마 지원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지원이 이뤄졌으니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논리로 반박해 왔다. 삼성물산 합병이 승마 지원보다 먼저 이뤄진 점만 봐도 대가 관계가 없다는 항변이었다. 18일 법원에서 열린 영장 실질 심사 때도 이 문제를 놓고 특검과 변호인 간에 치열한 논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판사는 "대가 관계와 부정 청탁 소명 정도에 비춰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뇌물죄의 구성 요건인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이 현 수사 단계에서 입증되지 않았다며 일단 삼성 쪽 손을 들어줬다. 특검은 또 뇌물 목적으로 삼성전자의 자금을 최 씨 측에 송금했으므로 횡령에도 해당한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뇌물인지 아닌지가 아직 명확하지 않으므로 횡령 역시 본 재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증 부분에서도 이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 청문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에 관해서 '위증은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는 것인데, 기억에 어긋나는 증언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법원은 이런 제반 사항들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이 방어권을 보장받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고 일단 판단했다. 변호인단의 송우철 변호사는 영장 심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뇌물공여죄에 있어 대가성 여부였다"며 "충분히 소명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이 기각되자 특검은 영장 심사가 이 부회장의 구금 여부를 판단한 것일 뿐 영장 기각이 수사의 본질적인 내용에 관한 최종적인 평가는 아니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수사 동력을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자체에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특검의 법리 적용은 일차적으로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면세점 선정 및 사면 등과 관련해 박 대통령 측과 긴밀히 교감한 정황이 있는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특검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전 긴급 브리핑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특검과 피의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 있어 견해 차이 때문으로 판단된다"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장 기각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다른 뇌물죄 사례와 비교할 때 영장 청구를 다소 서두른 것이 기각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법원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상황은 뇌물을 받은 공무원(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않고 공무원 주변 인물과 뇌물을 줬다는 사람만 조사해 영장을 청구한 모양새”라며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임을 감안하면 도주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성급한 것으로 법원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영장 기각이 이 부회장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특검이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와 관련해 핵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영장을 보완해 재 청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깨진 징역 3년, 집유 5년 공식 설사 불구속으로 재판이 이뤄지더라도 이 부회장은 안심할 수 없다. 과거부터 법조계에는 대기업 총수에게는‘징역 3년, 집유 5년’이라는 공식이 적용된다는 얘기가 많았다. 역대 재벌 총수들의 비리 사건에서 법원이 ‘경제 기여도’ 등을 이유로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실제로 처벌하지 않았던 전례가 많았던 것을 비꼰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태도는 많이 바뀌었다. 대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해 비판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법원은 최근 대기업 총수에 대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600억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지만, 법원은 2013년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최 회장은 이후 2015년 8.15 광복절 사면으로 풀려날 때까지 2년 6개월을 복역했다. 앞서 한화 김승연 회장도 배임 혐의로 불구속됐지만 2012년 1심 법원은 그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연관기사] ☞ 병색 깊던 회장님의 쾌유 비결은? 따라서 향후 법원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가 인정된다면 법원이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다른 대기업 총수 사례를 볼 때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재판은 대법원 파기환송심을 거쳐 기소 3년1개월여 만에 마무리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1심만 1년간 진행됐다. 대법원에서 최종 형이 확정될때까지 2년1개월이 걸렸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의 비리 혐의에 대한 재판은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이기 때문에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에 등장하는 이 부회장의 혐의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 특검의 공소장이 공개돼야 구체적인 혐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를 보면 뇌물 공여, 제3자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박 대통령과 최씨 측에 430여억원 지원을 약속하고 실제로 250여억원을 건넨 것으로 봤다. 삼성그룹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가 세운 독일의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가 영장에 적시됐다. 또 삼성그룹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이권을 챙기려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했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중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특검은 뇌물수수죄는 실제 돈이 건너가지 않았더라도 약속한 행위만으로도 성립해 430억원 전체에 뇌물 공여와 제3자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이 가운데 독일 유령법인에 지급되기로 약속한 돈과 실제 건너간 돈 210여억원에는 일반 뇌물 혐의를, 각각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인 미르·K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너간 204억원과 16억2천800만원에는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영수증 증빙자료를 갖추는 등 회계 처리를 했더라도 유령회사인 코레스포츠에 실제로 35억원을 지급한 것은 특정 지배주주, 즉 이 부회장 1인을 위한 행위로 간주해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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