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불확실성’ 트럼프 시대 마침내 막 오르다

입력 2017.01.19 (15:52) 수정 2017.01.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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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가 출간된 지 꼭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갤브레이스가 이 책을 집필한 1977년, 세계 경제는 1차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크게 휘청거렸고 2차 석유파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미국은 성장속도는 둔화되고 물가상승은 빨라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국제무역과 세계 경제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1950~1975년 사이 지속한 경기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덕에 맞이했던 황금시대는 갑작스럽게 확대된 불확실성과 더불어 끝이 났다.

1977년에 출판된 불확실성 시대1977년에 출판된 불확실성 시대

2017년의 관점에서 1977년을 바라보면 어떨까?

"만일 갤브레이스가 2017년에 같은 책을 쓴다면 1970년대를 '확실성의 시대’라고 불렀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의 진단이다. 베리 아이켄그린은 그러면서 '초불확실성 시대'( The Age of Hyper-Uncertainty)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세계를 움직이는 '슈퍼 파워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펼지, 미국이 또 다른 글로벌 강국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지, 지난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를 만들어낸 반세계화, 반이민 등 이른바 '애국주의 포퓰리즘'은 얼마나 퍼져 나갈지 등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난제들이 곳곳에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2017년에 비하면 1977년의 불확실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게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의 분석이다.

[바로가기] ☞ '초불확실성 시대'(프로젝트 신디케이트)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 뉴욕 버펄로의 한 도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깃발을 팔고 있다. (사진=AP)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 뉴욕 버펄로의 한 도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깃발을 팔고 있다. (사진=AP)

오는 20일 트럼프 행정부 공식 출범

물론 그 '초불확실성 시대'의 핵심에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하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파문이 낳은 '정통성 시비'와 민주당 의원들의 취임식 집단 불참, 취임식 전 사상 최저의 지지율 등이 겹치며 트럼프 정부는 거센 '반트럼프' 민심 속에 4년 대장정의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또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초불확실성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극단적인 보호 무역주의와 반이슬람, 반이민의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인 신분이던 70여 일간의 정권 인수 과정에서부터 세계의 '기존 질서'를 흔들어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에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EPA)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에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EPA)

트럼프는 공식 취임도 하기 전에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을 협박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 그렇지 않으면 국경을 넘을 때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으름장에 포드와 피아트 크라이슬러, 도요타, 제너럴모터스는 물론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 등도 미국에 대한 투자 약속을 해야 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선 최대 공약의 이행을 위한 '마피아 보스'식 트럼프의 공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이 평소 그의 공약대로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할지 등 각종 보호 무역 조처가 실제 현실화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실현될 경우 세계 경제에 완전히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갈등 증폭 가능성 높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국제질서의 대변혁도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 강대국이 갈등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던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된 이후에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통화를 하는 등 중국 외교의 핵심 이익이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건드렸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압박에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 국가 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강력히 비판함으로써 트럼프를 대하는 중국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올해 11월로 예정된 19차 공산당 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의 초석을 놓으려 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강 대 강 대치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중 두 나라의 대치로 당장 두 나라의 군사력 경쟁의 장이 된 남중국해에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미-러시아 관계는?

미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관계도 국제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선개입 해킹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단행했다. 그동안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러시아와 가까워진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는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쓸모없는 기구'라고 비난한 바 있다.

반EU·반이민 정서는 얼마나 확대될까?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 투표가 가결된 데 이어 반이민을 내세운 트럼프의 당선으로 올해도 반이민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불 가능성이 크다.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당장 멕시코 국경지대에 당장 장벽을 건설하지는 않겠지만, 불법 체류자에 추방 등 반이민 등 정책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영국과 EU의 탈퇴 협상 ,반EU 공약을 내건 마린 르펜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 여부, '난민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을 결정할 10월의 독일 총선 등이 반이민 열풍의 척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치 일정이다.

이밖에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정책을 채택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벌써 이스라엘을 편들고 있다. 또 어렵게 성사된 이란과의 핵 합의를 '최악'이라고 비판해온 점도 변수이다. 가까스로 균형이 유지돼온 중동 전체가 화약고가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를 벼랑 끝으로 몰지 모르는 '트럼프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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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불확실성’ 트럼프 시대 마침내 막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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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K
2017년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가 출간된 지 꼭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갤브레이스가 이 책을 집필한 1977년, 세계 경제는 1차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크게 휘청거렸고 2차 석유파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미국은 성장속도는 둔화되고 물가상승은 빨라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국제무역과 세계 경제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1950~1975년 사이 지속한 경기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덕에 맞이했던 황금시대는 갑작스럽게 확대된 불확실성과 더불어 끝이 났다.

1977년에 출판된 불확실성 시대
2017년의 관점에서 1977년을 바라보면 어떨까?

"만일 갤브레이스가 2017년에 같은 책을 쓴다면 1970년대를 '확실성의 시대’라고 불렀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의 진단이다. 베리 아이켄그린은 그러면서 '초불확실성 시대'( The Age of Hyper-Uncertainty)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세계를 움직이는 '슈퍼 파워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펼지, 미국이 또 다른 글로벌 강국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지, 지난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를 만들어낸 반세계화, 반이민 등 이른바 '애국주의 포퓰리즘'은 얼마나 퍼져 나갈지 등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난제들이 곳곳에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2017년에 비하면 1977년의 불확실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게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의 분석이다.

[바로가기] ☞ '초불확실성 시대'(프로젝트 신디케이트)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미국 뉴욕 버펄로의 한 도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 깃발을 팔고 있다. (사진=AP)
오는 20일 트럼프 행정부 공식 출범

물론 그 '초불확실성 시대'의 핵심에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하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파문이 낳은 '정통성 시비'와 민주당 의원들의 취임식 집단 불참, 취임식 전 사상 최저의 지지율 등이 겹치며 트럼프 정부는 거센 '반트럼프' 민심 속에 4년 대장정의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또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초불확실성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극단적인 보호 무역주의와 반이슬람, 반이민의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인 신분이던 70여 일간의 정권 인수 과정에서부터 세계의 '기존 질서'를 흔들어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에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EPA)
트럼프는 공식 취임도 하기 전에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을 협박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 그렇지 않으면 국경을 넘을 때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의 으름장에 포드와 피아트 크라이슬러, 도요타, 제너럴모터스는 물론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 등도 미국에 대한 투자 약속을 해야 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선 최대 공약의 이행을 위한 '마피아 보스'식 트럼프의 공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이 평소 그의 공약대로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할지 등 각종 보호 무역 조처가 실제 현실화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실현될 경우 세계 경제에 완전히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갈등 증폭 가능성 높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국제질서의 대변혁도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 강대국이 갈등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던 트럼프 당선인이 당선된 이후에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통화를 하는 등 중국 외교의 핵심 이익이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까지 건드렸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압박에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 국가 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강력히 비판함으로써 트럼프를 대하는 중국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올해 11월로 예정된 19차 공산당 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의 초석을 놓으려 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강 대 강 대치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중 두 나라의 대치로 당장 두 나라의 군사력 경쟁의 장이 된 남중국해에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미-러시아 관계는?

미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관계도 국제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선개입 해킹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단행했다. 그동안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러시아와 가까워진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는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대서양 조약기구를 '쓸모없는 기구'라고 비난한 바 있다.

반EU·반이민 정서는 얼마나 확대될까?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 투표가 가결된 데 이어 반이민을 내세운 트럼프의 당선으로 올해도 반이민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불 가능성이 크다.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당장 멕시코 국경지대에 당장 장벽을 건설하지는 않겠지만, 불법 체류자에 추방 등 반이민 등 정책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3월 말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영국과 EU의 탈퇴 협상 ,반EU 공약을 내건 마린 르펜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 여부, '난민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4연임을 결정할 10월의 독일 총선 등이 반이민 열풍의 척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치 일정이다.

이밖에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정책을 채택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벌써 이스라엘을 편들고 있다. 또 어렵게 성사된 이란과의 핵 합의를 '최악'이라고 비판해온 점도 변수이다. 가까스로 균형이 유지돼온 중동 전체가 화약고가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를 벼랑 끝으로 몰지 모르는 '트럼프 시대'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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