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옥’…사법부는 정말 재벌에 관대할까?

입력 2017.01.20 (16:40) 수정 2017.01.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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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검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국내 최대 재벌을 위한 봐주기 결정이라는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늘(2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증과 증거인멸이 우려됨에도 법원이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며 법률가 59명이 오는 25일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을 규탄하는 노숙 농성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구속의 사유로 "법원이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 부정, 증거 인멸, 도망의 우려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경우 범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만 있어도 구속이 가능한데 '법률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은 기소 후 본격 재판 시에 적용될 증거법칙을, 소명만을 필요로 하는 영장재판에 적용한 결정이라는 게 비판의 주요 요지다.

많은 국민들은 이 같은 법원의 관대한 결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피의자가 국내 재벌의 최정점에 서 있는 이 부회장이었기 때문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Too big to jail(너무 커서 감옥에는 못 보낸다)'는 이른바 대마불옥(大馬不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오랜 불신처럼 실제로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시 재벌 등 기업인 피고인에게 정말로 관대한 결정을 내렸을까?


주요 기업인 구속영장 58% 기각…일반인은 19% 불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장을 내린 당사자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지방법원에서 영장전담 판사를 맡고 있다.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조 부장판사가 맡은 기업인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분석해 봤다.

대상은 CEO급 전문 경영인이나 재벌 오너 일가로 한정했다.

분석 결과 조 부장판사는 이 전 부회장을 포함해 모두 12차례에 걸쳐 주요 기업인들을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고, 이 가운데 58%인 7명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이 기각된 기업인들 가운데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관련자인 존 리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와 배출가스 시험성적 조작과 관련된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전 사장, 천7백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큰 이슈가 됐던 당사자들도 포함돼 있다.

사례가 많지 않긴 하지만 기업인들에 대한 이 같은 영장 발부비율은 일반인들과는 크게 다른 수치다.

한 언론이 대검찰청을 통해 입수한 통계자료 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검찰은 모두 2만155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 가운데 1만6395건을 발부해 구속영장 발부율은 81%였고, 기각률은 19%에 불과했다.

58%에 달하는 기업인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률은 일반인들에 비하면 3배 이상이나 될 정도로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인 것이다.


재벌들 불구속 비율, 일반 기업인에 비해 2배

더 큰 문제는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 교수와 최한수 조세재정연구원 박사가 2015년 아시아 법경제 학회지에 기고한 논문을 보면 기업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가운데 재벌의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비율은 67%로 비재벌의 38%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 등 기업인 범죄자들로, 재벌은 공정거래위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기업인들이다.



영장 실질심사 단계에서부터의 재벌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판결은 실제 판결로까지 이어진다.

기업인 피고인들에 대한 252건의 재판 가운데 실형을 받은 비율은 재벌의 경우 21%로, 32%인 비재벌에 비해 11%포인트가 낮았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국민들의 법감정이 전혀 근거가 없진 않다는 것이다.

논문은 법원이 재벌에 대해 관대한 처벌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사법 시스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대기업 총수에게 실형을 선고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대마불옥(大馬不獄·Too big to jail)'이 작용했기 때문이며, 특히 재벌 내부거래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창민 교수는 "많은 연구 결과는 법이 경제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이는 주주 등 투자자 보호를 통해서 금융시장이 발전해 실물시장에 대한 훌륭한 젖줄이 된다는 것이다."라며 "사법부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경제의 기초 인프라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어야지 몇몇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집에서 수사를 받게 만들어 준다고 떨어진 국가와 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냐"고 법원의 대마불옥 관행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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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마불옥’…사법부는 정말 재벌에 관대할까?
    • 입력 2017-01-20 16:40:40
    • 수정2017-01-21 09:42:40
    취재K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검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국내 최대 재벌을 위한 봐주기 결정이라는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늘(2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증과 증거인멸이 우려됨에도 법원이 국민의 기대를 배신했다"며 법률가 59명이 오는 25일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을 규탄하는 노숙 농성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구속의 사유로 "법원이 피고인이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 부정, 증거 인멸, 도망의 우려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을 경우 범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만 있어도 구속이 가능한데 '법률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한 것은 기소 후 본격 재판 시에 적용될 증거법칙을, 소명만을 필요로 하는 영장재판에 적용한 결정이라는 게 비판의 주요 요지다.

많은 국민들은 이 같은 법원의 관대한 결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피의자가 국내 재벌의 최정점에 서 있는 이 부회장이었기 때문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Too big to jail(너무 커서 감옥에는 못 보낸다)'는 이른바 대마불옥(大馬不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오랜 불신처럼 실제로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시 재벌 등 기업인 피고인에게 정말로 관대한 결정을 내렸을까?


주요 기업인 구속영장 58% 기각…일반인은 19% 불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결장을 내린 당사자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조의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부터 서울지방법원에서 영장전담 판사를 맡고 있다.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조 부장판사가 맡은 기업인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를 분석해 봤다.

대상은 CEO급 전문 경영인이나 재벌 오너 일가로 한정했다.

분석 결과 조 부장판사는 이 전 부회장을 포함해 모두 12차례에 걸쳐 주요 기업인들을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했고, 이 가운데 58%인 7명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영장이 기각된 기업인들 가운데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관련자인 존 리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와 배출가스 시험성적 조작과 관련된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전 사장, 천7백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큰 이슈가 됐던 당사자들도 포함돼 있다.

사례가 많지 않긴 하지만 기업인들에 대한 이 같은 영장 발부비율은 일반인들과는 크게 다른 수치다.

한 언론이 대검찰청을 통해 입수한 통계자료 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검찰은 모두 2만155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 가운데 1만6395건을 발부해 구속영장 발부율은 81%였고, 기각률은 19%에 불과했다.

58%에 달하는 기업인들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률은 일반인들에 비하면 3배 이상이나 될 정도로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인 것이다.


재벌들 불구속 비율, 일반 기업인에 비해 2배

더 큰 문제는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 교수와 최한수 조세재정연구원 박사가 2015년 아시아 법경제 학회지에 기고한 논문을 보면 기업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가운데 재벌의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비율은 67%로 비재벌의 38%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 등 기업인 범죄자들로, 재벌은 공정거래위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기업인들이다.



영장 실질심사 단계에서부터의 재벌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판결은 실제 판결로까지 이어진다.

기업인 피고인들에 대한 252건의 재판 가운데 실형을 받은 비율은 재벌의 경우 21%로, 32%인 비재벌에 비해 11%포인트가 낮았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국민들의 법감정이 전혀 근거가 없진 않다는 것이다.

논문은 법원이 재벌에 대해 관대한 처벌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사법 시스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대기업 총수에게 실형을 선고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대마불옥(大馬不獄·Too big to jail)'이 작용했기 때문이며, 특히 재벌 내부거래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창민 교수는 "많은 연구 결과는 법이 경제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이는 주주 등 투자자 보호를 통해서 금융시장이 발전해 실물시장에 대한 훌륭한 젖줄이 된다는 것이다."라며 "사법부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 경제의 기초 인프라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어야지 몇몇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이 집에서 수사를 받게 만들어 준다고 떨어진 국가와 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냐"고 법원의 대마불옥 관행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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