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오바마 대통령의 책상’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입력 2017.01.20 (20:22) 수정 2017.01.2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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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CNN은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그 가족들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The Legacy of Michelle Obama’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업적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내보내더니 이어서 ‘THE END: THE LAST DAYS OF THE OBAMA WHITE HOUSE’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나날들이라는 특집물을 방송하고, 오늘은 트럼프 취임식에 대한 예고 기사와 더불어 ‘MICHELLE AND BARACK OBAMA'S LAST WALK IN THE WHITE HOUSE’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산책이라는 소소한 일상까지 세밀하고 세심하게 보도하고 있다.

출처: 미셸 오바마 인스타그램출처: 미셸 오바마 인스타그램

CNN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제 곧 있으면 권좌를 떠나는 대통령 일가의 일거수 일투족에 애정어린 관심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데는 미국 특유의 '인정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 그 직분이 그 누구에게라도 정말로 쉽지 않다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애정어린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일 거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해 미국의 한 전직 외교관으로부터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현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의 교수이자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닉 번스(Nicholas Burns)로부터다.

“오바마 대통령의 하루가 어떻게 시작될 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미국 대통령은 아름다운 집에 살고, 워싱턴에서 가장 가깝고 편한 출근길을 가졌으며 백악관에 근사한 집무실(the Oval Office)과 거기까지 가는 길엔 아름다운 장미 정원(the Rose Garden)도 지나가게 돼 있다. 집무실에 도착하면 그에게는 두 개의 inboxes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다른 경영진들처럼 하나의 inbox엔 국내 현안과 관련된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모든 사안사안마다 야당인 공화당의 공세에 대해 예상하고 막아내야 함은 물론이다.

외교정책 inbox는 또 어떤가. 못지 않게 빼곡하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로 가장 심각한 경제 불황을 지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실업률은 또 어떤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이는 비단 어느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같은 불황에서 빠져 나오려는 노력은 이제 전지구적 문제이다.

그 뿐인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어떤가? 짐작하건대 그런 문제들을 다루는 데서 비롯된 중압감이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이 리비아 사태를 대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도록 했을 것이다. 파병을 결정하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어떻게 하면 이라크에서 미군을 명예롭게 철수시킬까도 못지 않게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이라크 문제를 좀 더 생각해보자.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이라크 전 발발 때보다도 이라크 국민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또 지금까지 오는 동안 서로 의견이 달라 아랍, 이슬람, 때로는 유럽의 국가들까지도 관계가 틀어진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고민했어야 했을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만이 오바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전부였다면 4년이라는 임기 내에 충분히 다 해결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대통령은 몇 해 전 일본에서 있었던 쓰나미 같은 큰 재앙이 닥쳤을 때처럼 우방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적극 나서서 도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외교 이슈는 국내 이슈보다 더 광범위하다.

여기까지가 다가 아니다.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들은 또 어떤가? 북핵 문제, 이란 핵 문제, 또 이란이 배후에서 다른 중동 우방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은 어마어마한 도전들에 직면해 있고, 이 밖에 아직 근처에도 가지 못한, 언급조차 하지 못한 전지구적 과제들도 산더미다. 국경을 초월한 인신매매 문제, 국제 범죄 조직들, 마약 카르텔들, 전염병 문제, 기아와 빈곤 문제, 대량 살상 무기와 테러리즘의 연계 등 생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가 많다. 오늘 날 자살 테러범들이 활개를 치는 이런 예측 불가, 상시 위협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는 대통령의 머리에서 떠날 줄 모르는 고민일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오바마 대통령이라면, 집무실인 Oval Office에 출근해 이런 외교 정책 inbox만 바라보다가 국내 문제 inbox엔 미처 신경조차 쓰지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야말로 엄청난 부담이다.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작전 수행 때 상황실에서 다른 관리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작전 수행 때 상황실에서 다른 관리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아마도 이러한 연유로 취임식 때 까맣던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는 지난 8년 동안 반백이 되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만난 또 한 명의 한국인, 미국 터프츠 대학교 국제 대학원 이성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매우 냉정하고 단호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오바마 2기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 시진핑 체제, 그리고 푸틴 정권 출범에 맞춰 북한이 2013년 2월 12일 중국의 춘절 기간 3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같은 해 4월 29일 민간 전문가 5명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 초대한 자리에서였는데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자문을 구했고, 한국 국적자로는 유일하게 초대되었던 이성윤 교수는 정식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1시간 20분에 걸쳐 북한 핵 문제와 장거리 미사일, 북한의 인권 개선 방안, 중국의 대북 압박 역할과 그 가능성, 한국과 일본의 역할 등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고 한다.

그때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가 어찌나 엄하고 '시간을 아껴서 할 말만 하라'는 은근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풍겨주었던지 그 자리에 모였던 나이 많은 전문가들조차도 얼어서 쩔쩔 맬 정도였다고 하니 오바마는 아마 그런 태도로 지난 8년간을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문제들과 당면하면서 달려왔을 것이다.

2013년 4월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민간 전문가들과 안보 관련 회의 중인 오바마 대통령2013년 4월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민간 전문가들과 안보 관련 회의 중인 오바마 대통령

그런 오바마가 이제는 다시 '시민'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전통에 따라 대통령으로서의 고별 연설과 고별 편지에서 오바마는 또 한 번의 명언들을 남겼다.

[관련 링크]
☞ 오바마 고별 연설 링크
☞ 오바마 고별 편지


오바마는 '나', '내가 지도자다'라는 말 대신 '여러분', '당신들이 변화의 주역이다'라는 말을 수 차례 강조했고, '그런 미국 국민들의 지도자로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고 자부심을 느끼며 감사해했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 트럼프에 대해서도 '속단하지 말고 기회를 주면서 우선 지켜보자'고 지지자들을 달랬다. 물론 그 기저에는 '그 사람을 뽑은 우리의 책임을 생각하기 전에 무작정 뽑힌 사람부터 탓하고 보는(blame the leaders we elect without examining our own role in electing them) 태도를 지양하고 민주적으로 뽑힌 대통령을 일단 인정해주고 기다려보자, 미국을 위해서.'라는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이 깔려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오바마의 고별 연설은 민주당원과 지지자들은 물론, 정책적으로 오바마에 동의하지 않았던 많은 공화당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고별 연설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고별 연설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를 보내는 미국 국민들은 '오바마의 어떤 점이 가장 그리울까?'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품위=Decency"라고 이야기한다.

언제나 스스로 품위를 잃지 않으며, 마음에서 우러나온 연설을 하고, 비록 자신이 지지하지 않았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조국을 위해서 인수인계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하겠다고 약속하는, 그러면서도 50여 분간의 고별 연설에서 유일하게 아내와 가족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눈물 짓고, "매일매일 자신을 가르쳐주고, 자신을 더 나은 대통령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Every day, I learned from you. You made me a better President, and you made me a better man)"고 예의를 갖출 줄 아는 그런 인간다움과 인품을, 그들은 앞으로 가장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백악관에서 청소부와 손맞춤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백악관에서 청소부와 손맞춤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

[관련 링크] ☞ 오바마 최고의 연설로 꼽히는 Amazing Grace

그러면서도 초지일관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change)'와 '우리는 할 수 있다 (Yes, we can), 그리고 '당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자신을 믿으며 나아가기를 멈추지 말라'고 독려하면서 '그 곁에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그런 책임감 있는 '지도자'를.......

퍼스트 독 '보Bo'와 백악관 복도를 뛰어가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퍼스트 독 '보Bo'와 백악관 복도를 뛰어가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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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오바마 대통령의 책상’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 입력 2017-01-20 20:22:30
    • 수정2017-01-20 23:53:28
    취재후·사건후
며칠 전부터 CNN은 미국의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와 그 가족들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The Legacy of Michelle Obama’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업적에 대한 특집 기사를 내보내더니 이어서 ‘THE END: THE LAST DAYS OF THE OBAMA WHITE HOUSE’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나날들이라는 특집물을 방송하고, 오늘은 트럼프 취임식에 대한 예고 기사와 더불어 ‘MICHELLE AND BARACK OBAMA'S LAST WALK IN THE WHITE HOUSE’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백악관에서의 마지막 산책이라는 소소한 일상까지 세밀하고 세심하게 보도하고 있다. 출처: 미셸 오바마 인스타그램 CNN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이제 곧 있으면 권좌를 떠나는 대통령 일가의 일거수 일투족에 애정어린 관심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데는 미국 특유의 '인정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 그 직분이 그 누구에게라도 정말로 쉽지 않다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애정어린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일 거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해 미국의 한 전직 외교관으로부터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현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의 교수이자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닉 번스(Nicholas Burns)로부터다. “오바마 대통령의 하루가 어떻게 시작될 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미국 대통령은 아름다운 집에 살고, 워싱턴에서 가장 가깝고 편한 출근길을 가졌으며 백악관에 근사한 집무실(the Oval Office)과 거기까지 가는 길엔 아름다운 장미 정원(the Rose Garden)도 지나가게 돼 있다. 집무실에 도착하면 그에게는 두 개의 inboxes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다른 경영진들처럼 하나의 inbox엔 국내 현안과 관련된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모든 사안사안마다 야당인 공화당의 공세에 대해 예상하고 막아내야 함은 물론이다. 외교정책 inbox는 또 어떤가. 못지 않게 빼곡하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계 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래로 가장 심각한 경제 불황을 지나고 있으며 그로 인한 실업률은 또 어떤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이는 비단 어느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같은 불황에서 빠져 나오려는 노력은 이제 전지구적 문제이다. 그 뿐인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은 어떤가? 짐작하건대 그런 문제들을 다루는 데서 비롯된 중압감이 아마도 오바마 대통령이 리비아 사태를 대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도록 했을 것이다. 파병을 결정하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어떻게 하면 이라크에서 미군을 명예롭게 철수시킬까도 못지 않게 큰 고민이었을 것이다. 이라크 문제를 좀 더 생각해보자. 오바마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이라크 전 발발 때보다도 이라크 국민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또 지금까지 오는 동안 서로 의견이 달라 아랍, 이슬람, 때로는 유럽의 국가들까지도 관계가 틀어진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고민했어야 했을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만이 오바마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의 전부였다면 4년이라는 임기 내에 충분히 다 해결하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대통령은 몇 해 전 일본에서 있었던 쓰나미 같은 큰 재앙이 닥쳤을 때처럼 우방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에도 적극 나서서 도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외교 이슈는 국내 이슈보다 더 광범위하다. 여기까지가 다가 아니다.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들은 또 어떤가? 북핵 문제, 이란 핵 문제, 또 이란이 배후에서 다른 중동 우방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은 어마어마한 도전들에 직면해 있고, 이 밖에 아직 근처에도 가지 못한, 언급조차 하지 못한 전지구적 과제들도 산더미다. 국경을 초월한 인신매매 문제, 국제 범죄 조직들, 마약 카르텔들, 전염병 문제, 기아와 빈곤 문제, 대량 살상 무기와 테러리즘의 연계 등 생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가 많다. 오늘 날 자살 테러범들이 활개를 치는 이런 예측 불가, 상시 위협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는 대통령의 머리에서 떠날 줄 모르는 고민일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오바마 대통령이라면, 집무실인 Oval Office에 출근해 이런 외교 정책 inbox만 바라보다가 국내 문제 inbox엔 미처 신경조차 쓰지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그야말로 엄청난 부담이다.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작전 수행 때 상황실에서 다른 관리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아마도 이러한 연유로 취임식 때 까맣던 오바마 대통령의 머리는 지난 8년 동안 반백이 되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만난 또 한 명의 한국인, 미국 터프츠 대학교 국제 대학원 이성윤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매우 냉정하고 단호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오바마 2기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 시진핑 체제, 그리고 푸틴 정권 출범에 맞춰 북한이 2013년 2월 12일 중국의 춘절 기간 3차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같은 해 4월 29일 민간 전문가 5명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 초대한 자리에서였는데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자문을 구했고, 한국 국적자로는 유일하게 초대되었던 이성윤 교수는 정식으로 오바마 대통령에게 1시간 20분에 걸쳐 북한 핵 문제와 장거리 미사일, 북한의 인권 개선 방안, 중국의 대북 압박 역할과 그 가능성, 한국과 일본의 역할 등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고 한다. 그때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가 어찌나 엄하고 '시간을 아껴서 할 말만 하라'는 은근하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풍겨주었던지 그 자리에 모였던 나이 많은 전문가들조차도 얼어서 쩔쩔 맬 정도였다고 하니 오바마는 아마 그런 태도로 지난 8년간을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문제들과 당면하면서 달려왔을 것이다. 2013년 4월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민간 전문가들과 안보 관련 회의 중인 오바마 대통령 그런 오바마가 이제는 다시 '시민'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전통에 따라 대통령으로서의 고별 연설과 고별 편지에서 오바마는 또 한 번의 명언들을 남겼다. [관련 링크] ☞ 오바마 고별 연설 링크 ☞ 오바마 고별 편지 오바마는 '나', '내가 지도자다'라는 말 대신 '여러분', '당신들이 변화의 주역이다'라는 말을 수 차례 강조했고, '그런 미국 국민들의 지도자로서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이었다'고 자부심을 느끼며 감사해했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 트럼프에 대해서도 '속단하지 말고 기회를 주면서 우선 지켜보자'고 지지자들을 달랬다. 물론 그 기저에는 '그 사람을 뽑은 우리의 책임을 생각하기 전에 무작정 뽑힌 사람부터 탓하고 보는(blame the leaders we elect without examining our own role in electing them) 태도를 지양하고 민주적으로 뽑힌 대통령을 일단 인정해주고 기다려보자, 미국을 위해서.'라는 '민주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이 깔려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오바마의 고별 연설은 민주당원과 지지자들은 물론, 정책적으로 오바마에 동의하지 않았던 많은 공화당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고별 연설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 오바마를 보내는 미국 국민들은 '오바마의 어떤 점이 가장 그리울까?'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품위=Decency"라고 이야기한다. 언제나 스스로 품위를 잃지 않으며, 마음에서 우러나온 연설을 하고, 비록 자신이 지지하지 않았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조국을 위해서 인수인계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하겠다고 약속하는, 그러면서도 50여 분간의 고별 연설에서 유일하게 아내와 가족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눈물 짓고, "매일매일 자신을 가르쳐주고, 자신을 더 나은 대통령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Every day, I learned from you. You made me a better President, and you made me a better man)"고 예의를 갖출 줄 아는 그런 인간다움과 인품을, 그들은 앞으로 가장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백악관에서 청소부와 손맞춤을 하는 오바마 대통령 [관련 링크] ☞ 오바마 최고의 연설로 꼽히는 Amazing Grace 그러면서도 초지일관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change)'와 '우리는 할 수 있다 (Yes, we can), 그리고 '당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자신을 믿으며 나아가기를 멈추지 말라'고 독려하면서 '그 곁에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그런 책임감 있는 '지도자'를....... 퍼스트 독 '보Bo'와 백악관 복도를 뛰어가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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