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는 왜 사람을 공격할까?

입력 2017.01.22 (10:31) 수정 2017.02.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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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파리를 갈 때는 '빅5(Big5)'를 기억하자. 사자·코끼리·표범·코뿔소·버팔로 이렇게 다섯 동물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왜 '빅5'일까? 아프리카 밖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멋진 동물들을 '빅5'라고 하는 걸까? 아니다. 사냥꾼들이 꼽은 최적의 사냥감들이다. 근래에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빅5' 트로피 헌팅(Trophy Hunting : 여흥 목적의 야생 동물 사냥)이 인기가 높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희생되는 동물이 버팔로다. 다섯 동물 가운데 개체수가 가장 많은 데다, 동물보호구역 밖에 서식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리카 버팔로의 수는 90만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무분별한 동물 포획에 반대하는 인도주의 학회(The Humane Society)는 트로피 헌팅으로 희생된 동물의 숫자를 추적했다. 지난 10년 간 미국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사냥한 '빅5' 수만 3만 2천 마리가 넘는다. 이 중 1만 7천 마리가 버팔로다. 버팔로에게 인간은 생태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 [다운받기] Trophy Hunting by the Numbers(2016), 인도주의 학회[PDF]

소과 동물인 버팔로는 몸 길이가 최대 3.4m, 몸무게는 1t이 넘는다. 인간이 접근하면 뿔로 들이받아 공격한다. 이렇게 한 해마다 200명이 넘는 사람이 버팔로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걷다가 버팔로와 마주친다면?

성장이 끝난 수컷 버팔로의 몸무게는 1t이 넘는다. 갈고리 모양의 뿔이 넓고 굴게 뻗을 수록 강한 종이다.성장이 끝난 수컷 버팔로의 몸무게는 1t이 넘는다. 갈고리 모양의 뿔이 넓고 굴게 뻗을 수록 강한 종이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로부터 100km 거리에 헬스 게이트(Hell's Gate) 국립공원이 있다. 헬스 게이트, 그러니까 '지옥의 문'은 좁은 협곡으로 이뤄진 화산 지대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사자·하이에나 등 맹수가 득실거리는 다른 국립공원과 다르게 기린·가젤 같은 초식동물이 대부분이다. 케냐에서 유일하게 보행이 허용된 국립공원이다.

이곳에 버팔로가 서식하고 있다. 멀리 떨어진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사정거리 안이라면 언제든 뿔로 들이받을 준비가 돼 있다.

KBS 취재진은 헬스 게이트 국립공원 숲속에서 버팔로 무리를 찾았다.KBS 취재진은 헬스 게이트 국립공원 숲속에서 버팔로 무리를 찾았다.

요즘 같은 건기에는 한낯 햇살이 뜨겁다. 버팔로들은 보통 국립공원 보행로에서 떨어진 풀숲에서 낮 시간을 보낸다. 암컷과 새끼 버팔로를 중심으로 30~40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수컷 버팔로 몇몇이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경호'를 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인기척도 없이 다가와 인간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냥꾼들 사이에서 버팔로는 '검은 저승사자(the Black Death)'로 불린다.

버팔로들은 오후 4~5시가 되서야 초원으로 나온다. 풀을 뜯기 위해서다. 보행로 근처까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관광객들이 버팔로를 마주치게 된다.

버팔로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호기심에 접근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보행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버팔로가 길을 막고 있다면? 자전거를 들고 보행로를 빠져나와 버팔로 무리를 빙 둘러 가는 편을 추천한다.

‘밀림의 왕’ 사자조차 버팔로를 먹잇감으로 삼아 공격하다 거꾸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밀림의 왕’ 사자조차 버팔로를 먹잇감으로 삼아 공격하다 거꾸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버팔로는 번식기인 우기에 더 난폭해진다. 또, 무리 가운데 새끼가 있을 때 더 민감해진다. 버팔로 새끼를 먹잇감으로 삼아 공격하는 사자를 버팔로 무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응징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생태계에서 천적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버팔로와 거리가 가까워졌다면? 그래서 버팔로가 나에게로 돌진한다면? 버팔로 뿔보다 높은 지대가 있다면 뛰어 올라가야 한다. 사자들이 버팔로의 공격을 받을 때 주로 쓰는 '줄행랑'법이다. 평지라면 도망치기보다는 땅바닥에 바짝 엎드리는 편이 낫다. 최대 공격 무기인 뿔 공격을 피하는 게 먼저다.

거대 초식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드물다.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경우가 더 많다.거대 초식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드물다.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경우가 더 많다.

버팔로 같은 덩치가 큰 초식동물, 예를 들어 하마나 코뿔소, 코끼리, 기린 등끼리는 서로 공격하는 일이 드물다. 오히려 호수, 초원 등 한 공간에서 함께 풀을 뜯거나 물을 마시는 장면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꺼히 곁을 내주는 것이다.

결국 버팔로가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는, 버팔로가 사자를 공격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오랜 기간 잔혹하게 사냥을 당해온 데 대한 반작용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인간은 그저 여흥 거리로 동물 목숨을 거둬왔다. 야생동물 사냥을 옹호하는 미국의 국제사파리클럽(Safari Club International)은 회원수만 5만 명이다. 가장 많이, 가장 적극적으로 동물을 사냥한 회원들을 뽑아 정기적으로 상도 준다.

아프리카 버팔로는 현재 국제자연보호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지정한 '관심필요종(Least Concern)'이다. 멸종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개체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 사자 세실(Cecil)이 불법 트로피 헌팅으로 희생되면서, 무분별한 사냥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분노는 그 때뿐, '잔혹한 여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연관기사] ☞ [뉴스9] ‘위험한 버팔로’…한해 2백 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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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팔로는 왜 사람을 공격할까?
    • 입력 2017-01-22 10:31:18
    • 수정2017-02-01 17:51:03
    특파원 리포트
아프리카 사파리를 갈 때는 '빅5(Big5)'를 기억하자. 사자·코끼리·표범·코뿔소·버팔로 이렇게 다섯 동물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왜 '빅5'일까? 아프리카 밖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멋진 동물들을 '빅5'라고 하는 걸까? 아니다. 사냥꾼들이 꼽은 최적의 사냥감들이다. 근래에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빅5' 트로피 헌팅(Trophy Hunting : 여흥 목적의 야생 동물 사냥)이 인기가 높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희생되는 동물이 버팔로다. 다섯 동물 가운데 개체수가 가장 많은 데다, 동물보호구역 밖에 서식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프리카 버팔로의 수는 90만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무분별한 동물 포획에 반대하는 인도주의 학회(The Humane Society)는 트로피 헌팅으로 희생된 동물의 숫자를 추적했다. 지난 10년 간 미국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사냥한 '빅5' 수만 3만 2천 마리가 넘는다. 이 중 1만 7천 마리가 버팔로다. 버팔로에게 인간은 생태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 [다운받기] Trophy Hunting by the Numbers(2016), 인도주의 학회[PDF] 소과 동물인 버팔로는 몸 길이가 최대 3.4m, 몸무게는 1t이 넘는다. 인간이 접근하면 뿔로 들이받아 공격한다. 이렇게 한 해마다 200명이 넘는 사람이 버팔로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걷다가 버팔로와 마주친다면? 성장이 끝난 수컷 버팔로의 몸무게는 1t이 넘는다. 갈고리 모양의 뿔이 넓고 굴게 뻗을 수록 강한 종이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로부터 100km 거리에 헬스 게이트(Hell's Gate) 국립공원이 있다. 헬스 게이트, 그러니까 '지옥의 문'은 좁은 협곡으로 이뤄진 화산 지대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사자·하이에나 등 맹수가 득실거리는 다른 국립공원과 다르게 기린·가젤 같은 초식동물이 대부분이다. 케냐에서 유일하게 보행이 허용된 국립공원이다. 이곳에 버팔로가 서식하고 있다. 멀리 떨어진 사람을 먼저 공격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사정거리 안이라면 언제든 뿔로 들이받을 준비가 돼 있다. KBS 취재진은 헬스 게이트 국립공원 숲속에서 버팔로 무리를 찾았다. 요즘 같은 건기에는 한낯 햇살이 뜨겁다. 버팔로들은 보통 국립공원 보행로에서 떨어진 풀숲에서 낮 시간을 보낸다. 암컷과 새끼 버팔로를 중심으로 30~40마리가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수컷 버팔로 몇몇이 무리에서 따로 떨어져 '경호'를 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인기척도 없이 다가와 인간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냥꾼들 사이에서 버팔로는 '검은 저승사자(the Black Death)'로 불린다. 버팔로들은 오후 4~5시가 되서야 초원으로 나온다. 풀을 뜯기 위해서다. 보행로 근처까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 관광객들이 버팔로를 마주치게 된다. 버팔로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호기심에 접근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보행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버팔로가 길을 막고 있다면? 자전거를 들고 보행로를 빠져나와 버팔로 무리를 빙 둘러 가는 편을 추천한다. ‘밀림의 왕’ 사자조차 버팔로를 먹잇감으로 삼아 공격하다 거꾸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버팔로는 번식기인 우기에 더 난폭해진다. 또, 무리 가운데 새끼가 있을 때 더 민감해진다. 버팔로 새끼를 먹잇감으로 삼아 공격하는 사자를 버팔로 무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응징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생태계에서 천적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버팔로와 거리가 가까워졌다면? 그래서 버팔로가 나에게로 돌진한다면? 버팔로 뿔보다 높은 지대가 있다면 뛰어 올라가야 한다. 사자들이 버팔로의 공격을 받을 때 주로 쓰는 '줄행랑'법이다. 평지라면 도망치기보다는 땅바닥에 바짝 엎드리는 편이 낫다. 최대 공격 무기인 뿔 공격을 피하는 게 먼저다. 거대 초식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는 일이 드물다.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경우가 더 많다. 버팔로 같은 덩치가 큰 초식동물, 예를 들어 하마나 코뿔소, 코끼리, 기린 등끼리는 서로 공격하는 일이 드물다. 오히려 호수, 초원 등 한 공간에서 함께 풀을 뜯거나 물을 마시는 장면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꺼히 곁을 내주는 것이다. 결국 버팔로가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는, 버팔로가 사자를 공격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오랜 기간 잔혹하게 사냥을 당해온 데 대한 반작용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인간은 그저 여흥 거리로 동물 목숨을 거둬왔다. 야생동물 사냥을 옹호하는 미국의 국제사파리클럽(Safari Club International)은 회원수만 5만 명이다. 가장 많이, 가장 적극적으로 동물을 사냥한 회원들을 뽑아 정기적으로 상도 준다. 아프리카 버팔로는 현재 국제자연보호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지정한 '관심필요종(Least Concern)'이다. 멸종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개체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 사자 세실(Cecil)이 불법 트로피 헌팅으로 희생되면서, 무분별한 사냥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분노는 그 때뿐, '잔혹한 여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연관기사] ☞ [뉴스9] ‘위험한 버팔로’…한해 2백 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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