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경찰이 풀어 주자…여자 친구 찾아가 범행

입력 2017.01.23 (08:32) 수정 2017.01.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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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30대 여성이 주택가에서 폭행을 당해 숨진 일이 벌어졌습니다.

범인은 바로 헤어진 남자친구였습니다.

그런데 범행을 막을 결정적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3시간 전 남성이 집을 찾아와 억지로 문을 열려고 하자, 여성이 남성을 무단 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한 건데요

하지만 경찰은 처벌할 규정이 없다며 남성을 돌려보냈고 남성은 여성을 다시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한편, 제주도에선 경찰이 임의동행한 여중생이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연달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주차장을 나선 뒤 골목길로 유유히 걸어갑니다.

주머니에 손까지 넣고 태연한 모습인데요.

잠시 뒤 주민의 신고로 경찰과 119구급대가 골목에 도착하고, 주차장에 쓰러져 있던 여성 35살 이 모 씨를 구급차에 태웁니다.

<녹취> 당시 출동했던 구급대원 : "환자가 주차장 바닥에 엎드린 채 있었고 출혈과 얼굴 부종이 있고 의식이 좀 저하된 상태로 이송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맞은 듯 얼굴이 많이 부어 있고 의식조차 없던 여성,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녹취> 당시 출동했던 구급대원 : "저희한테 상황 설명을 해 준 건 친구인데 (피해자가) 전 남자친구한테 손과 발로 폭행당했다고 설명했어요."

가해자는 이 씨의 전 남자친구 33살 강 모 씨였습니다.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여자하고 남자하고 1년 전에 동거했는데, 1개월 전에 헤어졌어요. 남자친구가 다시 만나달라고 했는데 여자가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런 사건이 발생한 거예요."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이 씨가 거절하자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겁니다.

이 과정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친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지 나흘 만에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결정적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기 3시간 전, 이 씨는 자신의 집에 찾아온 강 씨를 주거 침입으로 112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여자가 신고해서 경찰관들이 출동했어요. 주거침입으로 신고돼서 파출소에서 나간 직원들이 상황 파악을 하고…….”

하지만 출동한 경찰관에게 강 씨는 자신이 이 집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강 씨는 주민등록등본 상에 이 씨의 동거인으로 올라있었습니다.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남자친구가 그 주소지로 전입신고가 돼 있었고, 생활비도 일부 지급되고 옷가지도 거기 있었고…….”

강 씨가 서류상 동거인이라 주거 침입으로 체포할 수 없었던 상황.

때마침 강 씨에겐 벌금 미납으로 인한 수배가 내려져 있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강 씨를 연행해갔는데요.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주거침입 혐의는 성립되지 않아서 주거침입으로는 (체포) 하지 못하고 남자가 마침 그때 70만 원 벌금 미납으로 수배돼 있었어요. 재물손괴. 그래서 파출소로 연행했는데 바로 내서 나간 거예요.”

벌금을 낸 강 씨는 파출소에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풀려났습니다.

그런데 파출소를 나온 강 씨는 다시 이 씨의 집 앞으로 왔습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며 이 씨를 주차장으로 불러낸 뒤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 강 씨를 대구에서 체포했습니다.

강 씨는 이 씨가 더 이상 만나주지 않아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는데요.

사건이 알려지자, 강 씨를 풀어준 경찰의 대응이 안일했다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경찰은 안타깝지만, 폭행 사건이 아니라 강 씨를 붙잡아 둘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폭행 그런 부분은 없었어요. 우리가 연인 사이에 폭행이 있으면 임시조치나 피해자에게 임시 숙소 입소를 권유하는데 그때 상황이 급박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찰은 또 강 씨를 풀어주면서 이 씨에게 연락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했다는 입장인데요.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다시 전화한 거예요. 그 여자한테. 이 친구를 더는 데리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내보내면서 (현관문 전자키) 비밀번호 바꾸고 다시 그 친구가 오면 112에 신고해서 연락하라고 하고…….”

하지만 경찰의 소극적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건웅(교수/명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사실혼 관계였다면 가정폭력 사건으로 분류돼서 분리할 수 있게 조치를 했을 텐데요. 이 사건에선 단순 폭력 사건으로만 분류해서 조치했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좀 미흡한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제주에선 여중생이 파출소에서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새벽, 파출소에서 어린 학생들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이 펜션에서 술을 마시던 중학생 10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임의동행한 겁니다.

<녹취> 박기남(제주 서부경찰서장) : “‘중학교 3학년 남녀 학생들이 술 파티를 하고 있다.’ 라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우리 경찰관들은 부모에게 인계해 줘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보호조치를 하기 위해 임의동행을 한 겁니다.”

경찰은 술을 팔고 숙소를 빌려준 종업원들을 입건하기에 앞서 학생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받던 한 여학생이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어디론가로 사라집니다.

잠시 뒤, 파출소 앞에 한 여학생이 쓰러져 있습니다.

20분쯤 지나서야 경찰이 쓰러진 여중생을 발견하고 119구급대가 여학생을 실어갑니다.

조사를 받던 김 모 양이 파출소에서 달아나려다 2층에서 추락한 겁니다.

<인터뷰> 김OO(음성변조) : “(경찰이) 조사받아야 한다고. 부모님들 싹 다 부를 거라고. 계속 죄송합니다고 했어요.”

사고가 나고 나서야 경찰의 연락을 받은 김 양의 어머니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인터뷰> 송OO(어머니) : “파출소 안에 도착했을 때 (경찰관이) ‘야 걱정하지 마.’ 라고 했으면 금방 갈 수 있는 상황인 걸 알았으면 얘도 불안해하지 않았을 거고 그런 일도 없었을 거고……. 근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김 양은 두 다리에 심한 골절상을 입어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녹취> 박기남(제주 서부경찰서장) : “(조사하느라) 주위가 좀 산만해진 측면도 있고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찰 행정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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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경찰이 풀어 주자…여자 친구 찾아가 범행
    • 입력 2017-01-23 08:33:37
    • 수정2017-01-23 09: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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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30대 여성이 주택가에서 폭행을 당해 숨진 일이 벌어졌습니다.

범인은 바로 헤어진 남자친구였습니다.

그런데 범행을 막을 결정적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3시간 전 남성이 집을 찾아와 억지로 문을 열려고 하자, 여성이 남성을 무단 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한 건데요

하지만 경찰은 처벌할 규정이 없다며 남성을 돌려보냈고 남성은 여성을 다시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한편, 제주도에선 경찰이 임의동행한 여중생이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연달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남성이 주차장을 나선 뒤 골목길로 유유히 걸어갑니다.

주머니에 손까지 넣고 태연한 모습인데요.

잠시 뒤 주민의 신고로 경찰과 119구급대가 골목에 도착하고, 주차장에 쓰러져 있던 여성 35살 이 모 씨를 구급차에 태웁니다.

<녹취> 당시 출동했던 구급대원 : "환자가 주차장 바닥에 엎드린 채 있었고 출혈과 얼굴 부종이 있고 의식이 좀 저하된 상태로 이송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맞은 듯 얼굴이 많이 부어 있고 의식조차 없던 여성,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녹취> 당시 출동했던 구급대원 : "저희한테 상황 설명을 해 준 건 친구인데 (피해자가) 전 남자친구한테 손과 발로 폭행당했다고 설명했어요."

가해자는 이 씨의 전 남자친구 33살 강 모 씨였습니다.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여자하고 남자하고 1년 전에 동거했는데, 1개월 전에 헤어졌어요. 남자친구가 다시 만나달라고 했는데 여자가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런 사건이 발생한 거예요."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이 씨가 거절하자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겁니다.

이 과정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친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지 나흘 만에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결정적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기 3시간 전, 이 씨는 자신의 집에 찾아온 강 씨를 주거 침입으로 112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여자가 신고해서 경찰관들이 출동했어요. 주거침입으로 신고돼서 파출소에서 나간 직원들이 상황 파악을 하고…….”

하지만 출동한 경찰관에게 강 씨는 자신이 이 집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강 씨는 주민등록등본 상에 이 씨의 동거인으로 올라있었습니다.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남자친구가 그 주소지로 전입신고가 돼 있었고, 생활비도 일부 지급되고 옷가지도 거기 있었고…….”

강 씨가 서류상 동거인이라 주거 침입으로 체포할 수 없었던 상황.

때마침 강 씨에겐 벌금 미납으로 인한 수배가 내려져 있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강 씨를 연행해갔는데요.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주거침입 혐의는 성립되지 않아서 주거침입으로는 (체포) 하지 못하고 남자가 마침 그때 70만 원 벌금 미납으로 수배돼 있었어요. 재물손괴. 그래서 파출소로 연행했는데 바로 내서 나간 거예요.”

벌금을 낸 강 씨는 파출소에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풀려났습니다.

그런데 파출소를 나온 강 씨는 다시 이 씨의 집 앞으로 왔습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며 이 씨를 주차장으로 불러낸 뒤 범행을 저지른 겁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 강 씨를 대구에서 체포했습니다.

강 씨는 이 씨가 더 이상 만나주지 않아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는데요.

사건이 알려지자, 강 씨를 풀어준 경찰의 대응이 안일했다며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경찰은 안타깝지만, 폭행 사건이 아니라 강 씨를 붙잡아 둘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폭행 그런 부분은 없었어요. 우리가 연인 사이에 폭행이 있으면 임시조치나 피해자에게 임시 숙소 입소를 권유하는데 그때 상황이 급박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찰은 또 강 씨를 풀어주면서 이 씨에게 연락하는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했다는 입장인데요.

<녹취> 강남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다시 전화한 거예요. 그 여자한테. 이 친구를 더는 데리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내보내면서 (현관문 전자키) 비밀번호 바꾸고 다시 그 친구가 오면 112에 신고해서 연락하라고 하고…….”

하지만 경찰의 소극적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건웅(교수/명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 “사실혼 관계였다면 가정폭력 사건으로 분류돼서 분리할 수 있게 조치를 했을 텐데요. 이 사건에선 단순 폭력 사건으로만 분류해서 조치했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좀 미흡한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제주에선 여중생이 파출소에서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새벽, 파출소에서 어린 학생들이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이 펜션에서 술을 마시던 중학생 10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임의동행한 겁니다.

<녹취> 박기남(제주 서부경찰서장) : “‘중학교 3학년 남녀 학생들이 술 파티를 하고 있다.’ 라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우리 경찰관들은 부모에게 인계해 줘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보호조치를 하기 위해 임의동행을 한 겁니다.”

경찰은 술을 팔고 숙소를 빌려준 종업원들을 입건하기에 앞서 학생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받던 한 여학생이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어디론가로 사라집니다.

잠시 뒤, 파출소 앞에 한 여학생이 쓰러져 있습니다.

20분쯤 지나서야 경찰이 쓰러진 여중생을 발견하고 119구급대가 여학생을 실어갑니다.

조사를 받던 김 모 양이 파출소에서 달아나려다 2층에서 추락한 겁니다.

<인터뷰> 김OO(음성변조) : “(경찰이) 조사받아야 한다고. 부모님들 싹 다 부를 거라고. 계속 죄송합니다고 했어요.”

사고가 나고 나서야 경찰의 연락을 받은 김 양의 어머니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인터뷰> 송OO(어머니) : “파출소 안에 도착했을 때 (경찰관이) ‘야 걱정하지 마.’ 라고 했으면 금방 갈 수 있는 상황인 걸 알았으면 얘도 불안해하지 않았을 거고 그런 일도 없었을 거고……. 근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김 양은 두 다리에 심한 골절상을 입어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녹취> 박기남(제주 서부경찰서장) : “(조사하느라) 주위가 좀 산만해진 측면도 있고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찰 행정이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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