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남편’ 보험 가입해 부인이 3억…무죄 판결

입력 2017.01.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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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있는 남편을 보험에 가입시키고 수억 원의 보험금을 챙겨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아내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의심은 가지만 아내가 남편의 질병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해 보험 사기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55·여)씨는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지난 1998년 7월 본인을 수익자와 계약자로,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합건강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A 씨와 남편은 청약서상 '계약 전 고지의무사항'의 주피보험자의 상태에 관한 질문 중 '현재 의사로부터 검사 또는 치료를 받고 있습니까', '최근 5년 이내 치료·복약·입원을 한 적 있습니까'를 묻는 항목에 '없다'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사실 피보험자인 남편은 고혈압과 뇌경색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보험 가입 직전인 그해 5월 병원에 입원하는 등 13차례 치료를 받았다.

이후 A 씨는 2004년 11월 남편에 대한 고혈압·뇌졸중 진단비 명목으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 2,000여만 원을 받고, 2014년까지 20회에 걸쳐 총 3억 1,700만 원을 받았다. 남편은 2014년 사망했다.

경찰은 2014년 보험 사기를 의심해 수사에 나섰고, 검찰은 A 씨가 보험금을 타내려는 목적으로 남편의 질병을 고의로 숨기고 보험에 가입했다며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A 씨는 보험 계약이 워낙 오래된 일이라 고지의무사항에 ‘없다’로 표시한 것이 보험설계사인지 본인인지 기억이 나지 않고, 당시에는 남편이 단순 과로 때문에 입원한 것으로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전재혁 판사는 오늘(23일)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판사는 "A 씨가 보험청약 당시 남편의 질병을 알면서 고의로 '질병이 없다'라고 기재한 것으로 강한 의심이 들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직접 고지의무사항에 '없다'로 적었는지와 남편의 질병을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전 판사는 "16년 전인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한 진술이기 때문에 진술이 불완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피보험자인 남편이 본인의 건강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실제로 남편이 '없다'에 동그라미를 표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남편이 보험 가입 이후부터 2004년까지 실제로 건강했고, 부인에게 자신의 질병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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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병 남편’ 보험 가입해 부인이 3억…무죄 판결
    • 입력 2017-01-23 11:41:35
    사회
질병이 있는 남편을 보험에 가입시키고 수억 원의 보험금을 챙겨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아내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의심은 가지만 아내가 남편의 질병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해 보험 사기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55·여)씨는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지난 1998년 7월 본인을 수익자와 계약자로,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는 ‘종합건강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A 씨와 남편은 청약서상 '계약 전 고지의무사항'의 주피보험자의 상태에 관한 질문 중 '현재 의사로부터 검사 또는 치료를 받고 있습니까', '최근 5년 이내 치료·복약·입원을 한 적 있습니까'를 묻는 항목에 '없다'라고 기재했다.

하지만 사실 피보험자인 남편은 고혈압과 뇌경색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보험 가입 직전인 그해 5월 병원에 입원하는 등 13차례 치료를 받았다.

이후 A 씨는 2004년 11월 남편에 대한 고혈압·뇌졸중 진단비 명목으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해 2,000여만 원을 받고, 2014년까지 20회에 걸쳐 총 3억 1,700만 원을 받았다. 남편은 2014년 사망했다.

경찰은 2014년 보험 사기를 의심해 수사에 나섰고, 검찰은 A 씨가 보험금을 타내려는 목적으로 남편의 질병을 고의로 숨기고 보험에 가입했다며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A 씨는 보험 계약이 워낙 오래된 일이라 고지의무사항에 ‘없다’로 표시한 것이 보험설계사인지 본인인지 기억이 나지 않고, 당시에는 남편이 단순 과로 때문에 입원한 것으로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2단독 전재혁 판사는 오늘(23일)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판사는 "A 씨가 보험청약 당시 남편의 질병을 알면서 고의로 '질병이 없다'라고 기재한 것으로 강한 의심이 들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A 씨가 직접 고지의무사항에 '없다'로 적었는지와 남편의 질병을 실제로 알고 있었는지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전 판사는 "16년 전인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한 진술이기 때문에 진술이 불완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피보험자인 남편이 본인의 건강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실제로 남편이 '없다'에 동그라미를 표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남편이 보험 가입 이후부터 2004년까지 실제로 건강했고, 부인에게 자신의 질병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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