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에서 몽골 이기다”…19년 만에 일본 환호

입력 2017.01.23 (16:15) 수정 2017.02.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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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구호(白鵬). 10년 간 일본 '스모계'를 지배한 최강자다.

지금까지 우승 횟수가 37회에 달하는 현역 최고의 스모 선수다. 우승 횟수에서 2위를 달리는 선수가 8번 우승, 3위가 3번 우승이니 그가 얼마나 최강의 레이스를 달렸는지 알 수 있다.


22일 일본은 최강자 학구호가 쓰러지는 장면에 환호했다. 학구호를 쓰러트린 선수는 키세노사토(稀勢の里).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의 모습은 NHK의 메인 뉴스를 장식했고 모든 신문은 1면에 그의 우승 소식을 전했다.



□ '몽골의 벽을 깨뜨리다'

일본 신문들이 1면에만 이 소식을 다룬게 아니다. 스포츠면에 보통 2개 면을 할애하고, 사회면에 관련 기사를 또 실었다. 성장사와 좌절, 부모와 은사의 이야기까지...그야말로 난리 법석이다.

"몽골의 벽을 깨뜨리다." 유력지인 마이니치 신문의 사회면 톱 기사의 제목이다. 일본 신문이 이렇게 학구호를 꺽은 키세노사토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이 제목 하나에 모두 함축돼 있다. 학구호는 몽골 출신. 키세노사토는 일본 출신이다.

일본의 스모는 일종의 계급제다. 제일 상위, 천하장사에 해당하는 요코즈나가 있고, 그 밑에 요코즈나에 도전하는 오오제키가 있다.

'요코즈나'는 단순히 한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주어지는 호칭이 아니다. 현재 규정을 보면 2개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그에 준하는 성적을 냈을 때 스모협회의 심사를 거쳐 그 칭호가 주어지도록 되어 있다. 1회 우승만으로 요코즈나가 된다면 오히려 그 숫자가 많을테지만 꾸준히 호 성적을 내야하는 만큼 현역 요코즈나는 학구호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3명이 모두 '몽골' 출신이라는데 일본 스모계가 안고 있는 딜레마가 숨어 있다.

□ 19년 만의 일본인 '요코즈나' 탄생

요코즈나는 명예와 부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자리다. 연간 6번 열리는 스모대회의 우승상금은 1억 원 정도. 하지만 이 수입은 부수입이라 불릴 정도로 요코즈나에게 푼돈에 불과하다. 기업이 요코즈나에게 일종의 격려금, 선물금 형식으로 건네는 돈만 연간 5억 원이 넘고, 여기에 광고수입 등까지 합치면 연 수입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그러한 요코즈나 자리에 자국 출신 선수가 한명도 없는 게 현재 일본 스모계의 현실이다. 일본인 천하장사가 배출된 것은 지난 99년이 마지막. 그 뒤로 배출된 4명의 요코즈나 가운데 1명은 미국 국적, 그리고 4명은 몽골 국적이었다.

현재 가장 강력한 스모꾼으로 칭해지는 학구호의 경우도 10대 때 몽고에서 스모를 하기 위해 건너와 일본에서 스모 선수로 성장한 경우다.

몽골에도 우리 씨름과 비슷한 '몽골 씨름'이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북방 계통의 강한 기골과 체력을 가지고 있어 일본 스모계에서는 일찍부터 유망한 어린 몽골 선수를 스카웃해 스모계에 투입해왔다. 그 결과 일본의 전통 스포츠인 스모는 '몽골' 선수들의 각축장이 돼 버리고 말았다.

그런 스모판에 일본 출신의 키세노사토가 학구호를 꺽고 우승하면서 '요코즈나' 심사에까지 오르게 되자 일본 전체가 흥분했다고나 할까? 키세노사토는 이번이 첫 우승으로 요코즈나의 자격 조건인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요건을 채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최다승을 기록했고, 이번 대회 학구호를 꺽고 우승했기 때문에 '요코즈나' 등극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분위기다.

이번 대회에서 학구호 외에 다른 2명의 요코즈나가 끝까지 시합을 완주하지 못하는 등 다른 대회보다 경쟁이 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주 일부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아직 심사도 통과하지 않았지만, 이미 일본 언론은 19년 만의 자국 출신 '요코즈나(천하장사)'의 탄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스모는 아직도 대회장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찰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여기에 자국 출신 스타까지 등장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일본 스모계 관계자는 일본 출신 요코즈나의 탄생을 계기로, 일본 유소년층에서 스모를 지원하는 선수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업팀 명맥도 잇기 힘든 우리 씨름계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됐든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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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모에서 몽골 이기다”…19년 만에 일본 환호
    • 입력 2017-01-23 16:15:52
    • 수정2017-02-01 17:51:50
    특파원 리포트
학구호(白鵬). 10년 간 일본 '스모계'를 지배한 최강자다. 지금까지 우승 횟수가 37회에 달하는 현역 최고의 스모 선수다. 우승 횟수에서 2위를 달리는 선수가 8번 우승, 3위가 3번 우승이니 그가 얼마나 최강의 레이스를 달렸는지 알 수 있다. 22일 일본은 최강자 학구호가 쓰러지는 장면에 환호했다. 학구호를 쓰러트린 선수는 키세노사토(稀勢の里).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의 모습은 NHK의 메인 뉴스를 장식했고 모든 신문은 1면에 그의 우승 소식을 전했다. □ '몽골의 벽을 깨뜨리다' 일본 신문들이 1면에만 이 소식을 다룬게 아니다. 스포츠면에 보통 2개 면을 할애하고, 사회면에 관련 기사를 또 실었다. 성장사와 좌절, 부모와 은사의 이야기까지...그야말로 난리 법석이다. "몽골의 벽을 깨뜨리다." 유력지인 마이니치 신문의 사회면 톱 기사의 제목이다. 일본 신문이 이렇게 학구호를 꺽은 키세노사토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이 제목 하나에 모두 함축돼 있다. 학구호는 몽골 출신. 키세노사토는 일본 출신이다. 일본의 스모는 일종의 계급제다. 제일 상위, 천하장사에 해당하는 요코즈나가 있고, 그 밑에 요코즈나에 도전하는 오오제키가 있다. '요코즈나'는 단순히 한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주어지는 호칭이 아니다. 현재 규정을 보면 2개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그에 준하는 성적을 냈을 때 스모협회의 심사를 거쳐 그 칭호가 주어지도록 되어 있다. 1회 우승만으로 요코즈나가 된다면 오히려 그 숫자가 많을테지만 꾸준히 호 성적을 내야하는 만큼 현역 요코즈나는 학구호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3명이 모두 '몽골' 출신이라는데 일본 스모계가 안고 있는 딜레마가 숨어 있다. □ 19년 만의 일본인 '요코즈나' 탄생 요코즈나는 명예와 부를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자리다. 연간 6번 열리는 스모대회의 우승상금은 1억 원 정도. 하지만 이 수입은 부수입이라 불릴 정도로 요코즈나에게 푼돈에 불과하다. 기업이 요코즈나에게 일종의 격려금, 선물금 형식으로 건네는 돈만 연간 5억 원이 넘고, 여기에 광고수입 등까지 합치면 연 수입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그러한 요코즈나 자리에 자국 출신 선수가 한명도 없는 게 현재 일본 스모계의 현실이다. 일본인 천하장사가 배출된 것은 지난 99년이 마지막. 그 뒤로 배출된 4명의 요코즈나 가운데 1명은 미국 국적, 그리고 4명은 몽골 국적이었다. 현재 가장 강력한 스모꾼으로 칭해지는 학구호의 경우도 10대 때 몽고에서 스모를 하기 위해 건너와 일본에서 스모 선수로 성장한 경우다. 몽골에도 우리 씨름과 비슷한 '몽골 씨름'이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북방 계통의 강한 기골과 체력을 가지고 있어 일본 스모계에서는 일찍부터 유망한 어린 몽골 선수를 스카웃해 스모계에 투입해왔다. 그 결과 일본의 전통 스포츠인 스모는 '몽골' 선수들의 각축장이 돼 버리고 말았다. 그런 스모판에 일본 출신의 키세노사토가 학구호를 꺽고 우승하면서 '요코즈나' 심사에까지 오르게 되자 일본 전체가 흥분했다고나 할까? 키세노사토는 이번이 첫 우승으로 요코즈나의 자격 조건인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요건을 채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최다승을 기록했고, 이번 대회 학구호를 꺽고 우승했기 때문에 '요코즈나' 등극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분위기다. 이번 대회에서 학구호 외에 다른 2명의 요코즈나가 끝까지 시합을 완주하지 못하는 등 다른 대회보다 경쟁이 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아주 일부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아직 심사도 통과하지 않았지만, 이미 일본 언론은 19년 만의 자국 출신 '요코즈나(천하장사)'의 탄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스모는 아직도 대회장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찰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여기에 자국 출신 스타까지 등장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일본 스모계 관계자는 일본 출신 요코즈나의 탄생을 계기로, 일본 유소년층에서 스모를 지원하는 선수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업팀 명맥도 잇기 힘든 우리 씨름계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어찌됐든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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