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무실에 ‘처칠 두상’이 다시 진열된 까닭은?

입력 2017.01.23 (16:34) 수정 2017.01.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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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가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첫 업무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 때와 비교할 때 커튼 색깔이 달라지고, 벽에 걸린 몇몇 그림과 의자가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언론의 가장 시선을 끈 변화는 집무실 책상 바로 옆 보조 테이블에 진열된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의 두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고 그 옆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큰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 왼쪽 중앙에 새로 진열된 처칠 두상이 보인다. (사진=EPA)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고 그 옆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큰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 왼쪽 중앙에 새로 진열된 처칠 두상이 보인다. (사진=EPA)

미국의 CNN과 영국의 가디언 등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은 '처칠 두상'이 다시 백악관 집무실로 돌아온 건 트럼프가 취임과 동시에 친영국 행보에 나선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처칠 두상'을 놓고 미.영 두 나라 간 어떤 일이?

지난 2001년 7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두 나라 간 우호의 상징으로 영국의 유명 조각가가 만든 '처칠 두상'을 빌려주었다. 당시는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을 영국이 지지하면서 두 나라는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시절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2009년 1월까지 처칠 두상을 집무실에 진열했다.

2001년 7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집무실에 진열된 처칠 두상을 바라보고 있다.2001년 7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집무실에 진열된 처칠 두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 처칠 두상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사라진 건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였다. 집권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집무실을 새로 꾸미면서 처칠 두상 대신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 흉상을 들여 놓았다.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처칠 두상에 논란의 불을 집힌 건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밋 롬니였다. 밋 롬니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처칠 두상을 다시 백악관 집무실에 진열하겠다고 밝혔다. 밋 롬니 발언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원들은 물론 보수적인 평론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오바마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집무실에서의 처칠의 추방'은 가장 가까운 동맹인 영국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지어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냐 출신의 할아버지를 박해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오바마의 반감이 작용했다는 비난까지 쏟아부었다.

논란이 일자 당시 백악관 선임 고문이었던 댄 파이퍼는 "백악관은 1960년부터 처칠 두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토니 블레어 총리가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에 그와 비슷한 처칠 두상을 빌려줬다. 토니 블레어가 빌려준 처칠 두상은 부시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백악관 집무실에 진열됐다. 2009년 1월 20일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늘 그러했듯이 부시 대통령의 집무실 장식을 위해 빌린 예술품들은 큐레이터에 의해 모두 옮겨졌다."고 해명했다.

댄 파이퍼 고문은 그러면서 "처음부터 백악관이 갖고 있던 처칠 두상은 지금도 백악관 주거 공간에 진열돼 있다. 영국에 대한 반감 때문에 오바마가 처칠 두상을 돌려줬다거나 전시하기를 거부했다는 건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도시를 떠도는 괴담일 뿐이다."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가 처칠 두상을 살펴보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0년 7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른쪽)이 백악관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왼쪽)와 함께 처칠 두상을 살펴보고 있다.2010년 7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른쪽)이 백악관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왼쪽)와 함께 처칠 두상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영국을 방문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또다시 처칠 두상을 집무실에 진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명을 해야 했다.

"백악관 집무실에 두상을 놓을 테이블이 많지는 않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동의할 것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내가 첫 흑인 대통령이 될 때까지 정말 많은 어려운 일을 한 사람들을 되새기기 위해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흉상을 집무실에 진열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미국과의 협상 순위에서 줄 뒤에 서게 될 것'이라며 브렉시트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영국의 브렉시트는 투표는 가결됐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트럼프 당선 직후 영국에서 브렉시트 찬성 운동에 참여했던 영국 독립당의 나이젤 패라지 전 대표는 트럼프를 만나 처칠 두상을 다시 집무실에 배치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처칠 두상을 집무실에 다시 진열했다.

패라지는 21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며 트럼프 시대의 새로운 미국과 영국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는 27일 테리사 메이는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백악관 집무실에 다시 진열된 처칠 두상을 지켜보게 된다. 2차 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세계화를 이끌었던 미국과 영국 두 나라가 이제는 각각 'EU 탈퇴'와 '미국 우선주의'라는 고립주의를 내걸고 마주 앉은 모습을 처칠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연관 기사] ☞ 트럼프, 처칠 두상을 다시 집무실로 옮기다(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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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3 16:34:44
    • 수정2017-01-23 17:24:00
    취재K
지난 20일(현지시각)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가 공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첫 업무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 때와 비교할 때 커튼 색깔이 달라지고, 벽에 걸린 몇몇 그림과 의자가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언론의 가장 시선을 끈 변화는 집무실 책상 바로 옆 보조 테이블에 진열된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의 두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있고 그 옆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큰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 왼쪽 중앙에 새로 진열된 처칠 두상이 보인다. (사진=EPA)
미국의 CNN과 영국의 가디언 등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은 '처칠 두상'이 다시 백악관 집무실로 돌아온 건 트럼프가 취임과 동시에 친영국 행보에 나선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처칠 두상'을 놓고 미.영 두 나라 간 어떤 일이?

지난 2001년 7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두 나라 간 우호의 상징으로 영국의 유명 조각가가 만든 '처칠 두상'을 빌려주었다. 당시는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을 영국이 지지하면서 두 나라는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시절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2009년 1월까지 처칠 두상을 집무실에 진열했다.

2001년 7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집무실에 진열된 처칠 두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 처칠 두상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사라진 건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였다. 집권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집무실을 새로 꾸미면서 처칠 두상 대신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 흉상을 들여 놓았다.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처칠 두상에 논란의 불을 집힌 건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밋 롬니였다. 밋 롬니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처칠 두상을 다시 백악관 집무실에 진열하겠다고 밝혔다. 밋 롬니 발언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원들은 물론 보수적인 평론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오바마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집무실에서의 처칠의 추방'은 가장 가까운 동맹인 영국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지어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냐 출신의 할아버지를 박해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한 오바마의 반감이 작용했다는 비난까지 쏟아부었다.

논란이 일자 당시 백악관 선임 고문이었던 댄 파이퍼는 "백악관은 1960년부터 처칠 두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토니 블레어 총리가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에 그와 비슷한 처칠 두상을 빌려줬다. 토니 블레어가 빌려준 처칠 두상은 부시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백악관 집무실에 진열됐다. 2009년 1월 20일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늘 그러했듯이 부시 대통령의 집무실 장식을 위해 빌린 예술품들은 큐레이터에 의해 모두 옮겨졌다."고 해명했다.

댄 파이퍼 고문은 그러면서 "처음부터 백악관이 갖고 있던 처칠 두상은 지금도 백악관 주거 공간에 진열돼 있다. 영국에 대한 반감 때문에 오바마가 처칠 두상을 돌려줬다거나 전시하기를 거부했다는 건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도시를 떠도는 괴담일 뿐이다."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 캐머런 총리가 처칠 두상을 살펴보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0년 7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른쪽)이 백악관을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왼쪽)와 함께 처칠 두상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영국을 방문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또다시 처칠 두상을 집무실에 진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해명을 해야 했다.

"백악관 집무실에 두상을 놓을 테이블이 많지는 않습니다. 영국 사람들이 동의할 것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내가 첫 흑인 대통령이 될 때까지 정말 많은 어려운 일을 한 사람들을 되새기기 위해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흉상을 집무실에 진열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미국과의 협상 순위에서 줄 뒤에 서게 될 것'이라며 브렉시트를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영국의 브렉시트는 투표는 가결됐고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트럼프 당선 직후 영국에서 브렉시트 찬성 운동에 참여했던 영국 독립당의 나이젤 패라지 전 대표는 트럼프를 만나 처칠 두상을 다시 집무실에 배치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처칠 두상을 집무실에 다시 진열했다.

패라지는 21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며 트럼프 시대의 새로운 미국과 영국 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는 27일 테리사 메이는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백악관 집무실에 다시 진열된 처칠 두상을 지켜보게 된다. 2차 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세계화를 이끌었던 미국과 영국 두 나라가 이제는 각각 'EU 탈퇴'와 '미국 우선주의'라는 고립주의를 내걸고 마주 앉은 모습을 처칠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연관 기사] ☞ 트럼프, 처칠 두상을 다시 집무실로 옮기다(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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