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 기타의 신 ‘제프 벡’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입력 2017.01.23 (17:39) 수정 2017.01.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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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선율의 블루스 록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무대에는 흰색 셔츠가 반사되어 하얗게 빛을 내는 제프 벡(Jeff Beck·72)이 서 있었다. 세우지 않은 덥수룩한 머리와 눈이 보이지 않는 검은 알의 선글라스, 사진 속 제프 벡의 모습 그대로였다.

제프 벡은 1월 22일(일) 잠실 올림픽홀에서 3번째 내한공연을 열었다. 6년 만에 발매한 11번째 정규앨범 '라우드 하일러'(LOUD HAILER)의 월드투어 일환이다.

제프 벡은 2017년 1월 22일(일) 잠실 올림픽홀에서 3번째 내한공연을 열었다. 제프 벡은 2017년 1월 22일(일) 잠실 올림픽홀에서 3번째 내한공연을 열었다.

제프 벡은 이번 앨범에 수록된 '더 레볼루션 윌 비 텔레바이즈드'(The Revolution Will Be Televised)로 공연을 시작했다. 강한 비트 소리가 배경으로 깔렸지만 제프 벡은 강한 비트에 밀리지도, 한 음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멜로디를 리드했다. 이어 '프리웨이 잼'(Freeway Jam), '커즈 위브 엔디드 애즈 러버스'(Cause We've Ended as Lovers), 유 노우 유 노우(You know You know)등 신곡과 과거 히트곡을 적절히 섞어 총 19곡을 100여 분 동안 연주했다.

제프 벡은 올해 72세다. 솔로 데뷔만 50년 차인 그는 아직도 "나는 음악밖에 모른다. 집 의자 주변에 항상 기타를 놔두고 손이 갈 때마다 친다. 안 그러면 손이 물러져 연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연습 덕분인지 그의 음악적 감각은 세월을 거스른다. 공연 내내 그는 헤비메탈에선 강하게 소리치다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힘을 빼고 블루스로 넘어가 사람들을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보컬 로지 본즈(Rosie Bones)보컬 로지 본즈(Rosie Bones)

특히 이번 공연엔 그룹 웻 윌리(Wet Willie)의 보컬 지미 홀(JIMMY HALL), 그룹 본즈(Bones)의 보컬 로지 본즈(Rosie Bones)가 참여해 재즈 록부터 펑키 록까지 다양한 시도를 감행하며 젊은 팬층을 사로잡았다.

웻 윌리는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카우보이모자에 탬버린과 하모니카 연주를 곁들여 컨트리 락 분위기를 가미했고, 로지 본즈는 청청패션에 멜빵, 발목을 덮는 워커를 신고 펑키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스탠딩 콘서트가 아닌 게 안타까운지 사람들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이고 손을 흔들었다.

    보컬 웻 윌리가 제프백의 새 앨범 '라우드 하일러'에 수록된 'Morning Dew'를 불렀다.

    보컬 로지 본즈가 제프백의 새 앨범 '라우드 하일러'에 수록된 'Live in the Dark'를 불렀다.

이번 앨범에 대해 제프 벡은 "기타리스트처럼 풀어내기보다는 합주자로 참여해보고 싶었다. 기타를 주축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도 내게 큰 만족감을 주지만 내가 진정으로 즐기는 기타 연주자의 모습, 보컬을 동반하는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바람대로 이번 공연에선 밴드 구성원들과 보컬의 조화가 돋보였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은 솔로를 주고받으면서도 아무도 미묘한 리듬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리더 제프벡은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음을 끌었다가 놓으며 리듬을 갖고 놀았다.

왼쪽부터 론다 스미스, 제프 벡, 조나단 조셉, 카르멘 반덴베르왼쪽부터 론다 스미스, 제프 벡, 조나단 조셉, 카르멘 반덴베르

지난해에 새롭게 합류한 새로운 기타리스트 카르멘 반덴베르(Carmen Vandenberg)는 리듬에 맞춰 가느다란 체구를 움직이며 음악에 완전히 동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솔로를 시작하자 객석에선 함성이 쏟아졌다.

카르멘의 외모도 한몫했다. 짧은 숏컷과 작은 체구를 지닌 그는 연주 도중 짧은 머리를 손으로 긁적이며 중성적인 매력을 풍겼고, 관중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주위에서 "저 여자 베이스 연주자 좀 봐", "진짜 멋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쉴 틈 없이 드럼을 두드리는 조나단 조셉(Jonathan Joseph)은 공연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땀에 흠뻑 젖었다. 공연이 무르익을수록 그의 드럼 사운드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며 음악에 녹아들었다.

검정 나시에 헐렁한 바지가 힙합 댄서를 연상시키는 론다 스미스(Ronda Smith)는 이전에도 제프벡과 함께 내한한 베이스 연주자다. 솔로면 솔로, 코러스면 코러스, 뭐 하나 빠뜨리지 않고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멤버들의 활약이 펼쳐질 때마다 제프 벡은 특별한 멘트대신 흡족한 미소로 화답했다. 구성원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연주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제프 벡의 배려가 돋보였다.

제프 벡 그룹은 17곡의 연주를 마친 후 "Thank you"라는 말 한마디를 하고 내려갔지만, 앉아있던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멈추지 않자 다시 무대로 올라와 'Goin' down', 'A day in the life' 두 곡을 더 연주했다.

공연이 다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아쉬워하며 무대 주변을 서성거렸다. 이에 제프 벡 멤버들은 다시 무대에 나와 인사하며 무대 아래의 관객들과 악수를 했다. 드럼 연주자 조나단은 자신의 드럼 스틱을 주기도 했다.

100여 분의 공연 중 제프 벡 그룹은 어떤 멘트도 이벤트도 하지 않았다. 100분을 1분의 쉬는 시간도 없이 음악으로만 채웠다. 모든 곡에 온 힘을 다했기 때문일까, 어떤 곡도 밋밋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10분이 30분, 30분이 1시간처럼 흘렀다. 떠나고 싶지 않은 공연이었다.

제프 벡(Jeff Beck)제프 벡(Jeff Beck)

제프 벡은 1965년 야드버즈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후임으로 영입되면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야드버즈는 1963년 결성된 잉글랜드의 록 밴드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제프 벡(Jeff Beck), 지미 페이지(Jimmy Page)를 배출한 전설적인 그룹이다. 이중 제프 백은 벡 야드버즈 시절부터 밴드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멤버다.

제프 벡은 1967년에 야드버즈를 탈퇴한 후, 보컬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를 영입해 제프 벡 그룹을 결성했다. 제프벡 그룹은 차세대 하드록의 음악적 기준이 된 앨범 'Truth'와 'Beck-Ola'를 발매해 미국과 영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제프 벡은 '롤링 스톤'지에서 발표한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연주자 100명'에서 14위로 선정되었다.

그는 지금도 블루스, 재즈록, 펑크 등 한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타 표현법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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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3 17:39:23
    • 수정2017-01-23 17: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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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선율의 블루스 록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고, 무대에는 흰색 셔츠가 반사되어 하얗게 빛을 내는 제프 벡(Jeff Beck·72)이 서 있었다. 세우지 않은 덥수룩한 머리와 눈이 보이지 않는 검은 알의 선글라스, 사진 속 제프 벡의 모습 그대로였다.

제프 벡은 1월 22일(일) 잠실 올림픽홀에서 3번째 내한공연을 열었다. 6년 만에 발매한 11번째 정규앨범 '라우드 하일러'(LOUD HAILER)의 월드투어 일환이다.

제프 벡은 2017년 1월 22일(일) 잠실 올림픽홀에서 3번째 내한공연을 열었다.
제프 벡은 이번 앨범에 수록된 '더 레볼루션 윌 비 텔레바이즈드'(The Revolution Will Be Televised)로 공연을 시작했다. 강한 비트 소리가 배경으로 깔렸지만 제프 벡은 강한 비트에 밀리지도, 한 음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멜로디를 리드했다. 이어 '프리웨이 잼'(Freeway Jam), '커즈 위브 엔디드 애즈 러버스'(Cause We've Ended as Lovers), 유 노우 유 노우(You know You know)등 신곡과 과거 히트곡을 적절히 섞어 총 19곡을 100여 분 동안 연주했다.

제프 벡은 올해 72세다. 솔로 데뷔만 50년 차인 그는 아직도 "나는 음악밖에 모른다. 집 의자 주변에 항상 기타를 놔두고 손이 갈 때마다 친다. 안 그러면 손이 물러져 연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연습 덕분인지 그의 음악적 감각은 세월을 거스른다. 공연 내내 그는 헤비메탈에선 강하게 소리치다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힘을 빼고 블루스로 넘어가 사람들을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보컬 로지 본즈(Rosie Bones)
특히 이번 공연엔 그룹 웻 윌리(Wet Willie)의 보컬 지미 홀(JIMMY HALL), 그룹 본즈(Bones)의 보컬 로지 본즈(Rosie Bones)가 참여해 재즈 록부터 펑키 록까지 다양한 시도를 감행하며 젊은 팬층을 사로잡았다.

웻 윌리는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카우보이모자에 탬버린과 하모니카 연주를 곁들여 컨트리 락 분위기를 가미했고, 로지 본즈는 청청패션에 멜빵, 발목을 덮는 워커를 신고 펑키한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스탠딩 콘서트가 아닌 게 안타까운지 사람들은 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썩이고 손을 흔들었다.

    보컬 웻 윌리가 제프백의 새 앨범 '라우드 하일러'에 수록된 'Morning Dew'를 불렀다.

    보컬 로지 본즈가 제프백의 새 앨범 '라우드 하일러'에 수록된 'Live in the Dark'를 불렀다.

이번 앨범에 대해 제프 벡은 "기타리스트처럼 풀어내기보다는 합주자로 참여해보고 싶었다. 기타를 주축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도 내게 큰 만족감을 주지만 내가 진정으로 즐기는 기타 연주자의 모습, 보컬을 동반하는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바람대로 이번 공연에선 밴드 구성원들과 보컬의 조화가 돋보였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은 솔로를 주고받으면서도 아무도 미묘한 리듬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리더 제프벡은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음을 끌었다가 놓으며 리듬을 갖고 놀았다.

왼쪽부터 론다 스미스, 제프 벡, 조나단 조셉, 카르멘 반덴베르
지난해에 새롭게 합류한 새로운 기타리스트 카르멘 반덴베르(Carmen Vandenberg)는 리듬에 맞춰 가느다란 체구를 움직이며 음악에 완전히 동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솔로를 시작하자 객석에선 함성이 쏟아졌다.

카르멘의 외모도 한몫했다. 짧은 숏컷과 작은 체구를 지닌 그는 연주 도중 짧은 머리를 손으로 긁적이며 중성적인 매력을 풍겼고, 관중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주위에서 "저 여자 베이스 연주자 좀 봐", "진짜 멋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쉴 틈 없이 드럼을 두드리는 조나단 조셉(Jonathan Joseph)은 공연한 지 30분도 되지 않아 땀에 흠뻑 젖었다. 공연이 무르익을수록 그의 드럼 사운드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며 음악에 녹아들었다.

검정 나시에 헐렁한 바지가 힙합 댄서를 연상시키는 론다 스미스(Ronda Smith)는 이전에도 제프벡과 함께 내한한 베이스 연주자다. 솔로면 솔로, 코러스면 코러스, 뭐 하나 빠뜨리지 않고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멤버들의 활약이 펼쳐질 때마다 제프 벡은 특별한 멘트대신 흡족한 미소로 화답했다. 구성원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연주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제프 벡의 배려가 돋보였다.

제프 벡 그룹은 17곡의 연주를 마친 후 "Thank you"라는 말 한마디를 하고 내려갔지만, 앉아있던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멈추지 않자 다시 무대로 올라와 'Goin' down', 'A day in the life' 두 곡을 더 연주했다.

공연이 다 끝난 후에도 관객들은 아쉬워하며 무대 주변을 서성거렸다. 이에 제프 벡 멤버들은 다시 무대에 나와 인사하며 무대 아래의 관객들과 악수를 했다. 드럼 연주자 조나단은 자신의 드럼 스틱을 주기도 했다.

100여 분의 공연 중 제프 벡 그룹은 어떤 멘트도 이벤트도 하지 않았다. 100분을 1분의 쉬는 시간도 없이 음악으로만 채웠다. 모든 곡에 온 힘을 다했기 때문일까, 어떤 곡도 밋밋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10분이 30분, 30분이 1시간처럼 흘렀다. 떠나고 싶지 않은 공연이었다.

제프 벡(Jeff Beck)
제프 벡은 1965년 야드버즈의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후임으로 영입되면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야드버즈는 1963년 결성된 잉글랜드의 록 밴드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제프 벡(Jeff Beck), 지미 페이지(Jimmy Page)를 배출한 전설적인 그룹이다. 이중 제프 백은 벡 야드버즈 시절부터 밴드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멤버다.

제프 벡은 1967년에 야드버즈를 탈퇴한 후, 보컬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를 영입해 제프 벡 그룹을 결성했다. 제프벡 그룹은 차세대 하드록의 음악적 기준이 된 앨범 'Truth'와 'Beck-Ola'를 발매해 미국과 영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제프 벡은 '롤링 스톤'지에서 발표한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연주자 100명'에서 14위로 선정되었다.

그는 지금도 블루스, 재즈록, 펑크 등 한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타 표현법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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