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들의 맛 좀 볼까?

입력 2017.01.26 (15:49) 수정 2017.01.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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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도 맛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음식과 요리에는 도시 고유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이 담겨 있다. 식문화가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도시의 탄생은 곧 맛의 탄생이었고 각 도시의 맛은 그곳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요리하는 PD' 이욱정이 이번엔 도시로 탐험을 떠났다. 음식에 담긴 도시의 코드를 읽어내기 위해서다. '도시 관상학자' 이욱정 PD와 함께 미국 뉴욕과 러시아 남부에 인접한 국가, 조지아 트빌리시로 맛 여행을 출발한다.



이민자들의 도시 '샐러드 볼' 뉴욕


저마다 성공을 꿈꾸는 이민자들이 모여 세운 도시 뉴욕. 인종·문화 등 여러 요소가 각각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뒤섞인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음식 문화 역시 다양한 이민자들의 요리가 각기 특색을 가지고 혼재돼 있다.


특히 이민자들이 고향의 맛을 전파해온 푸드트럭에는 아메리칸 드림이 담겨 있다. 과거 고국의 음식을 저렴하게 맛보던 푸드트럭은 현재 '움직이는 레스토랑'이라 불릴 정도로 진화했다. 고층 빌딩에서 내려오는 데만 30분이 걸린다는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도시에 사는 뉴요커들에게 딱 맞는 레스토랑이다. 또 뉴욕에서 인기가 높은 중국 음식은 미국식 중화요리 '제너럴 쏘 치킨(Geners Tso Chicken)'으로 탄생해 뉴욕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냈다.


뉴욕 중심 맨해튼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이민자들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났다. 이들을 가장 먼저 환대하는 곳, 브롱크스다. 소수 민족의 음식까지 보존돼 있는 브롱크스는 뉴욕의 탄생을 고스란히 새겨놓은 기억의 지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 역시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차량 없이는 신선한 채소를 구입할 수 없는 '식품 사막(Food Desert)'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롱크스 사람들은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교사 스티븐 리츠는 학교에 직접 텃밭을 꾸렸다. 버려진 음식을 재활용해 요리를 만드는 '덤스터 다이빙(Dumpster Diving)'도 유행이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료품이 쓰레기가 돼 길거리에 쌓이는 현실에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 이처럼 사회 변화의 시작은 부엌에서, 작은 요리와 함께 시작되기도 한다.



조지아의 전통 만찬 '수프라'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온 곳,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코카서스 산맥에 자리 잡은 나라, 조지아는 음식 신화의 땅이다. 신이 조지아의 저녁 만찬 '수프라(supra)'에 반해 가장 비옥한 땅을 선물했다는 탄생 설화가 전해질 정도다. 그러나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는 역사 대부분을 투르크, 아랍, 몽골, 러시아 등 수많은 외세의 침입과 지배 속에서 살아왔다.


그 와중에도 조지아인이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수프라'라 불리는 조지아의 전통 만찬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 적까지도 우호적 관계로 바꾼 문화적 생존의 힘, 무수한 외세 침입에서도 민족 정체성을 지켜준 그 힘이 음식에 담겨 있다.


한 손에는 와인잔,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조지아 어머니상을 보면 알 수 있듯, 수프라의 핵심 요소는 와인이다. 조지아는 와인 문명의 발상지라 불리며 고대 수도원에서부터 크베브리라 불리는 거대한 항아리로 와인을 만드는 독특한 방법이 전해져 내려왔다.

조지아의 전통 수프라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고기 역시 필요하다. 트빌리시에서 200km 떨어진 코카서스 중턱의 오지 마을, 스바네티. 이곳에는 사냥과 훈제염장 등으로 고기를 저장하는 중세의 습성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양질의 고기를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식문화 탐방에서 벗어나 식문화의 트렌드와 음식에 담긴 지구적 이슈, 도시와 인간에 관한 인류학적 정보까지를 담은 KBS 1TV '요리인류-도시의 맛'은 이욱정 PD가 떠난 6개 도시 중 2곳을 먼저 공개한다. '뉴욕'편은 1월 27일(금) 밤 10시에, '트빌리시'편은 1월 28일(토) 밤 9시 40분에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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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6 15:49:34
    • 수정2017-01-26 15: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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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도 맛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음식과 요리에는 도시 고유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이 담겨 있다. 식문화가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도시의 탄생은 곧 맛의 탄생이었고 각 도시의 맛은 그곳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요리하는 PD' 이욱정이 이번엔 도시로 탐험을 떠났다. 음식에 담긴 도시의 코드를 읽어내기 위해서다. '도시 관상학자' 이욱정 PD와 함께 미국 뉴욕과 러시아 남부에 인접한 국가, 조지아 트빌리시로 맛 여행을 출발한다.



이민자들의 도시 '샐러드 볼' 뉴욕


저마다 성공을 꿈꾸는 이민자들이 모여 세운 도시 뉴욕. 인종·문화 등 여러 요소가 각각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뒤섞인 '샐러드 볼(Salad Bowl)'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음식 문화 역시 다양한 이민자들의 요리가 각기 특색을 가지고 혼재돼 있다.


특히 이민자들이 고향의 맛을 전파해온 푸드트럭에는 아메리칸 드림이 담겨 있다. 과거 고국의 음식을 저렴하게 맛보던 푸드트럭은 현재 '움직이는 레스토랑'이라 불릴 정도로 진화했다. 고층 빌딩에서 내려오는 데만 30분이 걸린다는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도시에 사는 뉴요커들에게 딱 맞는 레스토랑이다. 또 뉴욕에서 인기가 높은 중국 음식은 미국식 중화요리 '제너럴 쏘 치킨(Geners Tso Chicken)'으로 탄생해 뉴욕만의 독특한 맛을 만들어냈다.


뉴욕 중심 맨해튼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이민자들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났다. 이들을 가장 먼저 환대하는 곳, 브롱크스다. 소수 민족의 음식까지 보존돼 있는 브롱크스는 뉴욕의 탄생을 고스란히 새겨놓은 기억의 지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 역시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차량 없이는 신선한 채소를 구입할 수 없는 '식품 사막(Food Desert)'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롱크스 사람들은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교사 스티븐 리츠는 학교에 직접 텃밭을 꾸렸다. 버려진 음식을 재활용해 요리를 만드는 '덤스터 다이빙(Dumpster Diving)'도 유행이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료품이 쓰레기가 돼 길거리에 쌓이는 현실에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 이처럼 사회 변화의 시작은 부엌에서, 작은 요리와 함께 시작되기도 한다.



조지아의 전통 만찬 '수프라'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온 곳,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의 코카서스 산맥에 자리 잡은 나라, 조지아는 음식 신화의 땅이다. 신이 조지아의 저녁 만찬 '수프라(supra)'에 반해 가장 비옥한 땅을 선물했다는 탄생 설화가 전해질 정도다. 그러나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는 역사 대부분을 투르크, 아랍, 몽골, 러시아 등 수많은 외세의 침입과 지배 속에서 살아왔다.


그 와중에도 조지아인이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수프라'라 불리는 조지아의 전통 만찬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 적까지도 우호적 관계로 바꾼 문화적 생존의 힘, 무수한 외세 침입에서도 민족 정체성을 지켜준 그 힘이 음식에 담겨 있다.


한 손에는 와인잔,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는 조지아 어머니상을 보면 알 수 있듯, 수프라의 핵심 요소는 와인이다. 조지아는 와인 문명의 발상지라 불리며 고대 수도원에서부터 크베브리라 불리는 거대한 항아리로 와인을 만드는 독특한 방법이 전해져 내려왔다.

조지아의 전통 수프라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고기 역시 필요하다. 트빌리시에서 200km 떨어진 코카서스 중턱의 오지 마을, 스바네티. 이곳에는 사냥과 훈제염장 등으로 고기를 저장하는 중세의 습성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양질의 고기를 얻을 수 있다.



단순한 식문화 탐방에서 벗어나 식문화의 트렌드와 음식에 담긴 지구적 이슈, 도시와 인간에 관한 인류학적 정보까지를 담은 KBS 1TV '요리인류-도시의 맛'은 이욱정 PD가 떠난 6개 도시 중 2곳을 먼저 공개한다. '뉴욕'편은 1월 27일(금) 밤 10시에, '트빌리시'편은 1월 28일(토) 밤 9시 40분에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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