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 수학 방정식이 애니메이션으로…영화가 된 과학

입력 2017.01.28 (08:58) 수정 2017.01.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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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그래픽에서 가장 재현하기가 힘든 분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물이나 불, 눈처럼특정한 형태가 없이 움직이는 유체다. 그래서 '난제'로 불리기도 하는데, 유체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한 해결사로 '수학계 난제'로 꼽히는 방정식이 활용되고 있다.

'난제'를 '난제'로 풀었다는 얘기인데 주인공은 바로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이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를 비롯해 겨울마다 '엘사 열풍'을 몰고오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들여다보면 그 비밀이 풀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에는 수학자가 참여해 실제와 가까운 컴퓨터 그래픽 구현에 나섰다.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에는 수학자가 참여해 실제와 가까운 컴퓨터 그래픽 구현에 나섰다.

'모아나'는 저주에 걸린 섬을 구하기 위한 소녀의 운명적인 모험을 다루고 있다. 배경은 대부분 바다인데 아주 리얼하다. 파도가 출렁이다가 쩍 갈라지고 물방울이 산산이 흩어지기도 한다. 미국 UCLA의 수학자 조셉 테란 교수(연구 그룹 사이트)는 '모아나'의 바다, 그리고 전작인 '겨울왕국'의 눈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물체의 밀도나 부피, 점성 등 물리적 성질을 기초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수학 방정식을 개발했다.

난제로 꼽히는 수학 방정식 덕분에 자연과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난제로 꼽히는 수학 방정식 덕분에 자연과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기반이 된 수식이 바로 흐르는 물이나 공기 같은 유체의 움직임을 모사하는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이다. 밀도와 속도, 압력 등으로 이뤄진 짧은 방정식 하나가 대기나 대양의 흐름과 복잡한 난기류들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데, 덕분에 효율성 높은 항공기 디자인이나 날씨 예보도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은 해가 없다. 그러나 오차가 존재하는 '근사해'만으로도 자연과 거의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속 풍경은 실제와 가깝게 진화하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물리학자 킵 손 교수는 영화사상 가장 리얼한 블랙홀과 웜홀 재현에 기여했다는 평가다.영화 '인터스텔라'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물리학자 킵 손 교수는 영화사상 가장 리얼한 블랙홀과 웜홀 재현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공상과학(SF) 영화 속 장면도 나날이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과거에는 못생긴 외계인 등 다소 황당한 스토리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영화인지, 다큐인지 구분하기 힘들 만큼 과학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엄청난 관객몰이에 성공한 최근의 SF영화 2편에는 모두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과 맞먹을 정도로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킵 손 교수(캘리포니아공대)는 '인터스텔라'의 자문으로 활약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먼 은하계로 이동하는 통로인 '웜홀' 이론을 처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한데, 덕분에 헐리우드 역사상 처음으로 가장 사실적인 블랙홀과 웜홀이 탄생했다. 물론 시나리오 작가는 킵 손 교수를 찾아가 무려 4년간 상대성 이론부터 공부했다고 한다.

영화 '마션'의 생생한 화성 탐사 재현에는 국제우주정거장 체류 경험이 있는 실제 NASA의 우주비행사들이 참여했다.영화 '마션'의 생생한 화성 탐사 재현에는 국제우주정거장 체류 경험이 있는 실제 NASA의 우주비행사들이 참여했다.

또 화성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냈던 영화 '마션'에는 실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행성과학자인 짐 그린 박사가 함께 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아니라 과학이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완벽한 영화로 평가받은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화성 탐사에 사용되는 헤르메스 우주선,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지구와 통신 등 대부분 사실에 기반해 제작됐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나리오 작가와 전화를 하면서 이뤄낸 결과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와 NASA의 과학자는 왜 영화 제작에 참여한 걸까? 본인의 연구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말이다. 킵 손 교수와 제임스 그린 박사는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아시모프의 공상과학소설, 십대 때 처음으로 본 '스타워즈' 시리즈에 매료되면서 우주에 대한 꿈을 꾸게 됐고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자문으로 참여한 이론물리학자 킵 손 교수영화 '인터스텔라' 자문으로 참여한 이론물리학자 킵 손 교수

킵 손 교수는 "상대성 이론을 수식이 아닌 이미지로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극장에 온 관객 1000만명 중 1%만이라도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미래에 10만명의 과학자를 얻게 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수식이 아닌 이미지로 전달되는 '나비에-스톡스 방정식'과 상대성 이론이라면 지금처럼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나 '과포자'(과학을 포기한 사람)가 많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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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제’ 수학 방정식이 애니메이션으로…영화가 된 과학
    • 입력 2017-01-28 08:58:45
    • 수정2017-01-28 22:55:47
    취재K
[연관기사] ☞ [뉴스9] 영화 속 과학…수학 방정식부터 블랙홀까지 컴퓨터 그래픽에서 가장 재현하기가 힘든 분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물이나 불, 눈처럼특정한 형태가 없이 움직이는 유체다. 그래서 '난제'로 불리기도 하는데, 유체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한 해결사로 '수학계 난제'로 꼽히는 방정식이 활용되고 있다. '난제'를 '난제'로 풀었다는 얘기인데 주인공은 바로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이다. 최근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를 비롯해 겨울마다 '엘사 열풍'을 몰고오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들여다보면 그 비밀이 풀린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에는 수학자가 참여해 실제와 가까운 컴퓨터 그래픽 구현에 나섰다. '모아나'는 저주에 걸린 섬을 구하기 위한 소녀의 운명적인 모험을 다루고 있다. 배경은 대부분 바다인데 아주 리얼하다. 파도가 출렁이다가 쩍 갈라지고 물방울이 산산이 흩어지기도 한다. 미국 UCLA의 수학자 조셉 테란 교수(연구 그룹 사이트)는 '모아나'의 바다, 그리고 전작인 '겨울왕국'의 눈을 실제에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물체의 밀도나 부피, 점성 등 물리적 성질을 기초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수학 방정식을 개발했다. 난제로 꼽히는 수학 방정식 덕분에 자연과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기반이 된 수식이 바로 흐르는 물이나 공기 같은 유체의 움직임을 모사하는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이다. 밀도와 속도, 압력 등으로 이뤄진 짧은 방정식 하나가 대기나 대양의 흐름과 복잡한 난기류들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데, 덕분에 효율성 높은 항공기 디자인이나 날씨 예보도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나비에-스톡스 방정식'은 해가 없다. 그러나 오차가 존재하는 '근사해'만으로도 자연과 거의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속 풍경은 실제와 가깝게 진화하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물리학자 킵 손 교수는 영화사상 가장 리얼한 블랙홀과 웜홀 재현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공상과학(SF) 영화 속 장면도 나날이 사실성을 더하고 있다. 과거에는 못생긴 외계인 등 다소 황당한 스토리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영화인지, 다큐인지 구분하기 힘들 만큼 과학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엄청난 관객몰이에 성공한 최근의 SF영화 2편에는 모두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과 맞먹을 정도로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킵 손 교수(캘리포니아공대)는 '인터스텔라'의 자문으로 활약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먼 은하계로 이동하는 통로인 '웜홀' 이론을 처음 만든 주인공이기도 한데, 덕분에 헐리우드 역사상 처음으로 가장 사실적인 블랙홀과 웜홀이 탄생했다. 물론 시나리오 작가는 킵 손 교수를 찾아가 무려 4년간 상대성 이론부터 공부했다고 한다. 영화 '마션'의 생생한 화성 탐사 재현에는 국제우주정거장 체류 경험이 있는 실제 NASA의 우주비행사들이 참여했다. 또 화성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냈던 영화 '마션'에는 실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행성과학자인 짐 그린 박사가 함께 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아니라 과학이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완벽한 영화로 평가받은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화성 탐사에 사용되는 헤르메스 우주선,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 지구와 통신 등 대부분 사실에 기반해 제작됐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나리오 작가와 전화를 하면서 이뤄낸 결과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와 NASA의 과학자는 왜 영화 제작에 참여한 걸까? 본인의 연구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말이다. 킵 손 교수와 제임스 그린 박사는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아시모프의 공상과학소설, 십대 때 처음으로 본 '스타워즈' 시리즈에 매료되면서 우주에 대한 꿈을 꾸게 됐고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자문으로 참여한 이론물리학자 킵 손 교수 킵 손 교수는 "상대성 이론을 수식이 아닌 이미지로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극장에 온 관객 1000만명 중 1%만이라도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우리는 미래에 10만명의 과학자를 얻게 된 셈"이라고 강조했다. 수식이 아닌 이미지로 전달되는 '나비에-스톡스 방정식'과 상대성 이론이라면 지금처럼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나 '과포자'(과학을 포기한 사람)가 많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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