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돈이 아니어도”…재능을 나누는 사람들

입력 2017.01.31 (08:33) 수정 2017.01.3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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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나눔이 꼭 돈이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재능기부 이제는 익숙한 말이죠.

그런데 재능을 기부한다고 하면 특별한 지식과 거창한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하지만 재능 기부가 가진 재능보다 나누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한 여고생들은 멀리 사할린에서 이주해 온 동포 어르신들에게 한글과 우리 역사를 알려주는가 하면, 전신마비라는 장애를 가진 가수 김혁건 씨는 장애인들을 위한 오디오북을 만들어 전신마비에도 굴하지 않은 자신의 용기를 나눴습니다.

오늘은 재능 나눔의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마을 경로당에서 한글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바로 사할린 강제 징용자와

그 후손들입니다.

<녹취> 봉사학생 : “눈이란 단어를 (공부)했는데 생각나세요?”

<녹취> 할머니 : “사람 눈,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

동음이의어를 배우는가 하면,

<녹취> “김태희 이번에 결혼했는데 사진 봤냐? 완전 세젤예”

<녹취> “완전 세젤예. 뭘까요?

<녹취> “잘났단 말이지?”

<녹취>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까지 열심히 배웁니다.

대부분 2009년, 2010년에 영주 귀국한 분들로 그간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남모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인터뷰> 김용생(사할린 이주 동포) : “처음 왔을 때는 뭐 한국말이 좀 부족해서 아주 어려웠습니다. 매점 가도 뭐 물어볼 때도 부담됐고. 그리고 또 뭐 한국인하고 토론하고 그리고 또 대화할 때도 어려웠습니다.”

러시아에서도 한국말을 하긴 했지만 현지에서 쓰는 말과 많이 다른 게 현실.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나선 게 바로 율하고등학교 학생들입니다.

<인터뷰> 김민서(율하고등학교 2학년) : “저희가 뭐 큰 걸 해드릴 순 없지만 저희가 가장 잘하는 게 한글이니까 그거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2011년부터 맺어온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벌써 7년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학생들.

오늘은 설을 맞아 전통 놀이인 윷놀이를 준비했습니다.

<녹취> “가위바위보”

어르신들 윷놀이는 난생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대결에선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녹취> “그럼 이겼잖아. 와~”

놀이가 끝나자 이번엔 할머니들이 분주해집니다.

러시아에서 명절에 가족들과 즐겨 먹던 음식을 학생들에게 대접하려는 건데요.

사실 매년 이맘때면 러시아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립기 마련 학생들의 방문이 더 반가운 이윱니다.

<인터뷰> 유순희(사할린 이주 동포) : “러시아에 있을 때는 거기서 늘 (가족과) 같이 만나서 같이 시간도 보내고 하는데 우리 자손들을 못 만났기 때문에 이 학생들하고 같이 있으니까 (가족들) 생각나서 좀 기뻤어요.

<인터뷰> 이귀진(율하고등학교 2학년) : “할머니들이 외로우실 거란 생각이 많이 들어서 더욱더 친근하게 다가가서 더 좋은 손자 손녀가 되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의 한 사진관에 곱게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사진 촬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진00(지적장애인) : “저희 집에 가족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가족사진 찍으러 왔어요.”

<인터뷰> 지00(지적장애인) : “좋아요. 다 같이 찍는 거 좋아요.”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장애인 돌봄 시설에서 한가족처럼 지내며 자활을 준비 중인데요.

오늘은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촬영 비용은 전액 무료.

누군가 촬영을 하고 가면, 어려운 이웃 한 가정이 무료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한 특별한 사진관 덕분입니다.

사진 한 장이 뭐 그리 대단할까도 싶지만 이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자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인터뷰> 박소영(사회복지사) : “어제부터 들떠 있었거든요. 와서 직접 이렇게 촬영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참 흐뭇해요. 평소에 막 힘들고 어려웠던 그런 기분이 싹 사라지고 힐링하고 가는 느낌이에요.”

나눔이 가능한 이 사진관은 대표를 맡고 있는 나종민 씨가 한 장애 아동을 만난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나종민(사진관 대표) : “뇌병변장애 아이는 사진관 가기가 무척 어려운 거죠.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는 친구니까 (사진관에) 가면 찍기 어렵고. 또 사진사 분이 잘 해주시겠지만, 어머니 입장에서 불편하시고 하니까 저같이 장애인분들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다면 가시겠다고……”

사진 한 장 찍을 여유가 이웃들에게 삶의 쉼표를 주고 싶은 맘에 시작한 사진관.

사연이 알려지자 나눔에 동참하고자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종민(사진관 대표) : “멀리서도 오시거든요. 동네 근처에도 사진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 오세요. 그 이유는 이런 형태의 좋은 뜻에 동참하시겠다는 뜻에서 오신 거거든요.”

또 다른 재능 나눔의 현장.

이곳에선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바로 가수 김혁건 씨.

과거 더크로스라는 락 그룹으로 활동했던 김혁건 씨는 지난 2012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라는 시련을 겪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혁건(가수) : “의사가 다시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고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다시 노래하는 거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어요. 노래도 할 수 없고 어떤 악기도 만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더는 살아가는 의미가 없었어요.”

하지만 혁건씨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고통스러운 재활 시간을 견디고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해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죠.

<녹취> 김혁건(가수) : “좋은 음악과 가까이 일할 수 있었다 ‘ㄹ’발음이 꼬였으니까 늘 LP로부터 다시 해 볼게요.”

혁건 씨는 이제 또 다른 도전 중인데요.

시각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이웃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혁건(가수) : “저 같은 중증 장애인들은 책장을 넘기지도 못해요. 책을 볼 수도 없고요. 다들 시각 장애인들만 책을 볼 수 없을 거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병원에 누워있는 장애인들은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는 분들이 정말 많이 계세요.”

혁건씨는 자신처럼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고, 혁건씨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후원이 모아져 오디오북 제작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혁건(가수) : “오디오북을 통해서 비록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힘든 시간들을 용기를 가지고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포기하지 마시고 계속 도전하시다 보면 분명히 웃는 날도 좋은 날도 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따뜻한 삶의 가치를 나누는 사람들,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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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돈이 아니어도”…재능을 나누는 사람들
    • 입력 2017-01-31 08:38:35
    • 수정2017-01-31 08: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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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나눔이 꼭 돈이 아니라도 가능하다는 재능기부 이제는 익숙한 말이죠.

그런데 재능을 기부한다고 하면 특별한 지식과 거창한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하지만 재능 기부가 가진 재능보다 나누려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한 여고생들은 멀리 사할린에서 이주해 온 동포 어르신들에게 한글과 우리 역사를 알려주는가 하면, 전신마비라는 장애를 가진 가수 김혁건 씨는 장애인들을 위한 오디오북을 만들어 전신마비에도 굴하지 않은 자신의 용기를 나눴습니다.

오늘은 재능 나눔의 현장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마을 경로당에서 한글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바로 사할린 강제 징용자와

그 후손들입니다.

<녹취> 봉사학생 : “눈이란 단어를 (공부)했는데 생각나세요?”

<녹취> 할머니 : “사람 눈,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

동음이의어를 배우는가 하면,

<녹취> “김태희 이번에 결혼했는데 사진 봤냐? 완전 세젤예”

<녹취> “완전 세젤예. 뭘까요?

<녹취> “잘났단 말이지?”

<녹취>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까지 열심히 배웁니다.

대부분 2009년, 2010년에 영주 귀국한 분들로 그간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남모를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인터뷰> 김용생(사할린 이주 동포) : “처음 왔을 때는 뭐 한국말이 좀 부족해서 아주 어려웠습니다. 매점 가도 뭐 물어볼 때도 부담됐고. 그리고 또 뭐 한국인하고 토론하고 그리고 또 대화할 때도 어려웠습니다.”

러시아에서도 한국말을 하긴 했지만 현지에서 쓰는 말과 많이 다른 게 현실.

그 틈을 메우기 위해 나선 게 바로 율하고등학교 학생들입니다.

<인터뷰> 김민서(율하고등학교 2학년) : “저희가 뭐 큰 걸 해드릴 순 없지만 저희가 가장 잘하는 게 한글이니까 그거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2011년부터 맺어온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벌써 7년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학생들.

오늘은 설을 맞아 전통 놀이인 윷놀이를 준비했습니다.

<녹취> “가위바위보”

어르신들 윷놀이는 난생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대결에선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녹취> “그럼 이겼잖아. 와~”

놀이가 끝나자 이번엔 할머니들이 분주해집니다.

러시아에서 명절에 가족들과 즐겨 먹던 음식을 학생들에게 대접하려는 건데요.

사실 매년 이맘때면 러시아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립기 마련 학생들의 방문이 더 반가운 이윱니다.

<인터뷰> 유순희(사할린 이주 동포) : “러시아에 있을 때는 거기서 늘 (가족과) 같이 만나서 같이 시간도 보내고 하는데 우리 자손들을 못 만났기 때문에 이 학생들하고 같이 있으니까 (가족들) 생각나서 좀 기뻤어요.

<인터뷰> 이귀진(율하고등학교 2학년) : “할머니들이 외로우실 거란 생각이 많이 들어서 더욱더 친근하게 다가가서 더 좋은 손자 손녀가 되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의 한 사진관에 곱게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사진 촬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진00(지적장애인) : “저희 집에 가족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가족사진 찍으러 왔어요.”

<인터뷰> 지00(지적장애인) : “좋아요. 다 같이 찍는 거 좋아요.”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장애인 돌봄 시설에서 한가족처럼 지내며 자활을 준비 중인데요.

오늘은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촬영 비용은 전액 무료.

누군가 촬영을 하고 가면, 어려운 이웃 한 가정이 무료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한 특별한 사진관 덕분입니다.

사진 한 장이 뭐 그리 대단할까도 싶지만 이들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자 소중한 추억이 됩니다.

<인터뷰> 박소영(사회복지사) : “어제부터 들떠 있었거든요. 와서 직접 이렇게 촬영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참 흐뭇해요. 평소에 막 힘들고 어려웠던 그런 기분이 싹 사라지고 힐링하고 가는 느낌이에요.”

나눔이 가능한 이 사진관은 대표를 맡고 있는 나종민 씨가 한 장애 아동을 만난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나종민(사진관 대표) : “뇌병변장애 아이는 사진관 가기가 무척 어려운 거죠.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는 친구니까 (사진관에) 가면 찍기 어렵고. 또 사진사 분이 잘 해주시겠지만, 어머니 입장에서 불편하시고 하니까 저같이 장애인분들 위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다면 가시겠다고……”

사진 한 장 찍을 여유가 이웃들에게 삶의 쉼표를 주고 싶은 맘에 시작한 사진관.

사연이 알려지자 나눔에 동참하고자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나종민(사진관 대표) : “멀리서도 오시거든요. 동네 근처에도 사진관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 오세요. 그 이유는 이런 형태의 좋은 뜻에 동참하시겠다는 뜻에서 오신 거거든요.”

또 다른 재능 나눔의 현장.

이곳에선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바로 가수 김혁건 씨.

과거 더크로스라는 락 그룹으로 활동했던 김혁건 씨는 지난 2012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마비라는 시련을 겪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혁건(가수) : “의사가 다시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고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고, 다시 노래하는 거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어요. 노래도 할 수 없고 어떤 악기도 만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더는 살아가는 의미가 없었어요.”

하지만 혁건씨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고통스러운 재활 시간을 견디고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해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죠.

<녹취> 김혁건(가수) : “좋은 음악과 가까이 일할 수 있었다 ‘ㄹ’발음이 꼬였으니까 늘 LP로부터 다시 해 볼게요.”

혁건 씨는 이제 또 다른 도전 중인데요.

시각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이웃을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혁건(가수) : “저 같은 중증 장애인들은 책장을 넘기지도 못해요. 책을 볼 수도 없고요. 다들 시각 장애인들만 책을 볼 수 없을 거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병원에 누워있는 장애인들은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이는 분들이 정말 많이 계세요.”

혁건씨는 자신처럼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고, 혁건씨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후원이 모아져 오디오북 제작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혁건(가수) : “오디오북을 통해서 비록 책을 읽을 수는 없지만 힘든 시간들을 용기를 가지고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포기하지 마시고 계속 도전하시다 보면 분명히 웃는 날도 좋은 날도 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따뜻한 삶의 가치를 나누는 사람들,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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