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스티브 배넌?

입력 2017.02.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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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린 삽화이다. 얼굴 아랫부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얼굴 윗부분에는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려 온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 스티브 배넌을 합성해 그려 놓았다.

뉴욕 타임스는 이 삽화와 함께 '배넌이 대통령인가?'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 사설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역대 많은 대통령에게 유명한 정치 참모들이 있었고, 그들 중 일부는 배후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스티브 배넌처럼 '뻔뻔스럽게' 권력을 강화한 참모를 본 적이 없다. 또 자신이 모시는 보스의 인기나 능력자 이미지를 그렇게 빨리, 그렇게 엄청나게 훼손한 참모도 없다. 배넌은 자신이 운영했던 대안 우파 매체에서 하던 주장을 그대로 트럼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으로 반복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어 " 국가 안보 정책 결정을 정치적 논쟁거리로 삼는 새로운 행정 명령은 배넌이 자신을 단순히 '스벵갈리'가 아니라 사실상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영국계 작가 조르즈 뒤 모리에의 소설 '트릴비'(1895)에서 등장하는 스벵갈리는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최면술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배넌이 '배후 조종자'가 아닌 실질적인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는 강력한 비판인 셈이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로이터,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대부분 언론은 지난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계속 발표된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장벽 건설, 시리아 등 중동 7개 국가 출신에 대한 90일간의 입국 금지 등의 행정 명령을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슬람교도 전면 입국금지'라는 과거 자신의 공약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상황인데도 이슬람 국가 출신들의 입국 금지 행정명령이 이렇게 빨리 내려진 건 이민정책에 매우 강경한 입장인 배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배넌을 중심으로 한 백악관 소수 참모 그룹이 국방부, 국토안보부, 국무부 등 관련 부처를 배제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슬람 7개국 출신의 미국 영주권자는 배제해야 한다는 국토안보부의 의견조차 무시될 만큼 그의 영향력이 컸다고 뉴욕 타임스(NYT)는 전했다.

지난해 트럼프 진영에 합류한 스티브 배넌은 자신이 창업한 브레이트바트뉴스를 통해 이민반대와 유대인·이슬람 반대 등을 표방하며 이른바 '대안 우파'로 부르는 극우 운동의 선봉에 서왔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거 캠프 CEO였던 스티브 배넌과 함께 게티즈버그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P)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거 캠프 CEO였던 스티브 배넌과 함께 게티즈버그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P)

배넌, 국가 안보 회의(NSC) 당연직 위원으로 합류

스티브 배넌은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 등 트럼프 정부의 국정 전반에 관여할 수 있을 만큼 입지를 굳혔다. 주요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 안보회의(NSC)에도 '상임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반이민 행정 명령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배넌을 NSC의 상임 구성원으로 임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 회의에 백악관 수석 고문이 참석한 적은 있었지만, 상임 구성원이 아닌 옵서버 자격이었다.

이에 따라 스티브 배넌은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에너지장관, 국토안보장관, 유엔 대사, 국가안보보좌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외교 안보 총 사령탑인 NSC 상임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은 배넌의 NSC 합류를 두고 "본 적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NSC 보좌관도 "완전히 미친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같은 일주일간에는 모두 배넌의 흔적이 담겨있다"며 "배넌의 NSC 입성은 국가안보에 있어 커진 영향력뿐만 아니라 정치·이념적 이슈에 있어 그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어 "배넌에게 국가안보 정책 결정에서 공식적인 역할을 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전통을 깬 정도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정치화하는 위험을 받아들이거나 그렇게 한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 '대통령 배넌'의 첫 한 주일은 대단히 파괴적이었다"는 제하의 기고를 싣는 등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 스티븐 배넌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바로 가기] ☞ 배넌이 대통령인가?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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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스티브 배넌?
    • 입력 2017-02-01 14:56:35
    취재K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린 삽화이다. 얼굴 아랫부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얼굴 윗부분에는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려 온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 스티브 배넌을 합성해 그려 놓았다.

뉴욕 타임스는 이 삽화와 함께 '배넌이 대통령인가?'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 사설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역대 많은 대통령에게 유명한 정치 참모들이 있었고, 그들 중 일부는 배후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스티브 배넌처럼 '뻔뻔스럽게' 권력을 강화한 참모를 본 적이 없다. 또 자신이 모시는 보스의 인기나 능력자 이미지를 그렇게 빨리, 그렇게 엄청나게 훼손한 참모도 없다. 배넌은 자신이 운영했던 대안 우파 매체에서 하던 주장을 그대로 트럼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으로 반복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어 " 국가 안보 정책 결정을 정치적 논쟁거리로 삼는 새로운 행정 명령은 배넌이 자신을 단순히 '스벵갈리'가 아니라 사실상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영국계 작가 조르즈 뒤 모리에의 소설 '트릴비'(1895)에서 등장하는 스벵갈리는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최면술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배넌이 '배후 조종자'가 아닌 실질적인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는 강력한 비판인 셈이다.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로이터,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대부분 언론은 지난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계속 발표된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장벽 건설, 시리아 등 중동 7개 국가 출신에 대한 90일간의 입국 금지 등의 행정 명령을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이슬람교도 전면 입국금지'라는 과거 자신의 공약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상황인데도 이슬람 국가 출신들의 입국 금지 행정명령이 이렇게 빨리 내려진 건 이민정책에 매우 강경한 입장인 배넌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배넌을 중심으로 한 백악관 소수 참모 그룹이 국방부, 국토안보부, 국무부 등 관련 부처를 배제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슬람 7개국 출신의 미국 영주권자는 배제해야 한다는 국토안보부의 의견조차 무시될 만큼 그의 영향력이 컸다고 뉴욕 타임스(NYT)는 전했다.

지난해 트럼프 진영에 합류한 스티브 배넌은 자신이 창업한 브레이트바트뉴스를 통해 이민반대와 유대인·이슬람 반대 등을 표방하며 이른바 '대안 우파'로 부르는 극우 운동의 선봉에 서왔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거 캠프 CEO였던 스티브 배넌과 함께 게티즈버그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P)
배넌, 국가 안보 회의(NSC) 당연직 위원으로 합류

스티브 배넌은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 등 트럼프 정부의 국정 전반에 관여할 수 있을 만큼 입지를 굳혔다. 주요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 안보회의(NSC)에도 '상임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반이민 행정 명령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배넌을 NSC의 상임 구성원으로 임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 회의에 백악관 수석 고문이 참석한 적은 있었지만, 상임 구성원이 아닌 옵서버 자격이었다.

이에 따라 스티브 배넌은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에너지장관, 국토안보장관, 유엔 대사, 국가안보보좌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외교 안보 총 사령탑인 NSC 상임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됐다.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은 배넌의 NSC 합류를 두고 "본 적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NSC 보좌관도 "완전히 미친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같은 일주일간에는 모두 배넌의 흔적이 담겨있다"며 "배넌의 NSC 입성은 국가안보에 있어 커진 영향력뿐만 아니라 정치·이념적 이슈에 있어 그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어 "배넌에게 국가안보 정책 결정에서 공식적인 역할을 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전통을 깬 정도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정치화하는 위험을 받아들이거나 그렇게 한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 '대통령 배넌'의 첫 한 주일은 대단히 파괴적이었다"는 제하의 기고를 싣는 등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 스티븐 배넌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바로 가기] ☞ 배넌이 대통령인가?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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