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파국…‘빚더미’ 경전철

입력 2017.02.01 (21:35) 수정 2017.02.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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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교통난 해소 대안이라며 도입한 경전철이 지자체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의정부 경전철 운영사의 파산 신청한 것은 물론 용인과 김해 등 전국에서 곳곳에서 수천억원 대의 예산 낭비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노림수와 맞물려 수요예측를 부풀려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떤 방법이 동원됐는지 양성모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개통 5년째로 접어든 의정부 경전철.

출근 시간대지만 승강장은 한산하고, 열차 안 자리도 듬성듬성 비었습니다.

<인터뷰> 박재홍(의정부 경전철 승객) : "출퇴근 시간대는 좀 많이 이용하는 거 같은데 그 외 시간은 좀 휑하다는 느낌..."

총 사업비 5,400억 원이 들어갔지만 지난 4년간 2,200억 원의 적자가 누적됐고 운영하면 할수록 더 큰 손실이 예상됩니다.

운영사는 결국 지난 11일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인터뷰> 이상철((주)의정부경전철 관리이사) : "향후 25년 6개월 동안 사업을 진행할 시에는 약 1조 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됩니다)."

이런 부실의 원인은 엉터리 교통수요예측량입니다.

운행 첫해인 2012년 하루 평균 승객을 7만9천 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5%에 불과한 만2천 명에 그쳤습니다.

지난해에도 이용 승객은 3만5천 명으로 예상치의 30% 수준.

용인 경전철도 이런 엉터리 수요예측을 근거로 건설되다 보니 부실에 따른 파국은 예고돼 있었고 결국 7천700억원을 운영사에 물어줬습니다.

특히 김해-부산 경전철은 지자체가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는 MRG 협약을 맺고 있어 앞으로 15년 동안 2조 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인터뷰> 최승섭(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 부장) : "수요예측은 결국 MRG(최소운영수입보장)의 기준일 수밖에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수요예측이 부풀려졌을 경우에는 지자체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수요예측을 어떻게 부풀렸을까?

우선, 역까지의 이동 시간.

제가 서있는 이곳은 역에서 반경 500m 지점입니다.

직접 시간을 재면서 걸어가보겠습니다.

예측 수요는 역 반경 500m 내에서 역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2분 30초로 가정해 산정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지만 역 입구까지 약 8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역사로 이동하는 평균 시간을 너무 짧게 잡아 경전철 이용률을 최대 8%포인트 늘린 겁니다.

게다가 승강장 대기 시간과 도착역에서 목적지까지의 이동시간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습니다.

경전철 이용 예상 지역을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의정부 1동과 2동 사이를 이동할 때엔 경전철을 이용할 필요가 없지만 모두 수요에 포함시켰습니다.

<인터뷰> 이연수(의정부 2동 주민) : "(의정부 2동에서 1동 가실때 경전철 이용하시나요?) 2동에서 1동은 경전철 이용 않죠."

지자체장 선거 등 정치적인 목적에 맞춰 끼워 맞추기식 조사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상국(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인구의 증가와 그 도시의 발전 계획을 최상의 수준에 맞춰놓고 계획을 세웠다는 것. 그 다음에, 정치적으로 하기로 결정해놓고 그것을 짜맞추는 것입니다."

의정부 경전철 수요를 예측한 한국교통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조차 분실한 상태.

<인터뷰>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 : "(최종 보고서) 자료는 저희는 없고, 저희 도서관에 검색해도 없고, 그 당시 그거 했던 분은 이미 돌아가셔서..."

파산 선고가 내려질 경우 의정부시가 운영사에 물어줘야 할 돈은 2천억 원이 넘습니다.

의정부시는 파산을 막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인터뷰> 이의환(의정부경전철시민모임 정책국장) : "시장, 지역 정치인들, 이 사업에 관련돼 있는 직간접적인 모든 사람들이 아무도 이 사업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엉터리 수요예측과 선심성 공약으로 결국 혈세를 쏟아 부어야할 처지에 놓인 경전철.

지난 4.13 총선에서도 관련 공약은 전국적으로 60여개나 쏟아졌습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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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고된 파국…‘빚더미’ 경전철
    • 입력 2017-02-01 21:36:10
    • 수정2017-02-01 21:40:40
    뉴스9(경인)
<앵커 멘트>

교통난 해소 대안이라며 도입한 경전철이 지자체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의정부 경전철 운영사의 파산 신청한 것은 물론 용인과 김해 등 전국에서 곳곳에서 수천억원 대의 예산 낭비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노림수와 맞물려 수요예측를 부풀려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떤 방법이 동원됐는지 양성모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개통 5년째로 접어든 의정부 경전철.

출근 시간대지만 승강장은 한산하고, 열차 안 자리도 듬성듬성 비었습니다.

<인터뷰> 박재홍(의정부 경전철 승객) : "출퇴근 시간대는 좀 많이 이용하는 거 같은데 그 외 시간은 좀 휑하다는 느낌..."

총 사업비 5,400억 원이 들어갔지만 지난 4년간 2,200억 원의 적자가 누적됐고 운영하면 할수록 더 큰 손실이 예상됩니다.

운영사는 결국 지난 11일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인터뷰> 이상철((주)의정부경전철 관리이사) : "향후 25년 6개월 동안 사업을 진행할 시에는 약 1조 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됩니다)."

이런 부실의 원인은 엉터리 교통수요예측량입니다.

운행 첫해인 2012년 하루 평균 승객을 7만9천 명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5%에 불과한 만2천 명에 그쳤습니다.

지난해에도 이용 승객은 3만5천 명으로 예상치의 30% 수준.

용인 경전철도 이런 엉터리 수요예측을 근거로 건설되다 보니 부실에 따른 파국은 예고돼 있었고 결국 7천700억원을 운영사에 물어줬습니다.

특히 김해-부산 경전철은 지자체가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는 MRG 협약을 맺고 있어 앞으로 15년 동안 2조 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인터뷰> 최승섭(경실련 국책사업감시팀 부장) : "수요예측은 결국 MRG(최소운영수입보장)의 기준일 수밖에 없고요 그렇기 때문에 수요예측이 부풀려졌을 경우에는 지자체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는..."

수요예측을 어떻게 부풀렸을까?

우선, 역까지의 이동 시간.

제가 서있는 이곳은 역에서 반경 500m 지점입니다.

직접 시간을 재면서 걸어가보겠습니다.

예측 수요는 역 반경 500m 내에서 역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균 2분 30초로 가정해 산정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지만 역 입구까지 약 8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역사로 이동하는 평균 시간을 너무 짧게 잡아 경전철 이용률을 최대 8%포인트 늘린 겁니다.

게다가 승강장 대기 시간과 도착역에서 목적지까지의 이동시간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습니다.

경전철 이용 예상 지역을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의정부 1동과 2동 사이를 이동할 때엔 경전철을 이용할 필요가 없지만 모두 수요에 포함시켰습니다.

<인터뷰> 이연수(의정부 2동 주민) : "(의정부 2동에서 1동 가실때 경전철 이용하시나요?) 2동에서 1동은 경전철 이용 않죠."

지자체장 선거 등 정치적인 목적에 맞춰 끼워 맞추기식 조사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인터뷰> 김상국(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인구의 증가와 그 도시의 발전 계획을 최상의 수준에 맞춰놓고 계획을 세웠다는 것. 그 다음에, 정치적으로 하기로 결정해놓고 그것을 짜맞추는 것입니다."

의정부 경전철 수요를 예측한 한국교통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조차 분실한 상태.

<인터뷰>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 : "(최종 보고서) 자료는 저희는 없고, 저희 도서관에 검색해도 없고, 그 당시 그거 했던 분은 이미 돌아가셔서..."

파산 선고가 내려질 경우 의정부시가 운영사에 물어줘야 할 돈은 2천억 원이 넘습니다.

의정부시는 파산을 막아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습니다.

<인터뷰> 이의환(의정부경전철시민모임 정책국장) : "시장, 지역 정치인들, 이 사업에 관련돼 있는 직간접적인 모든 사람들이 아무도 이 사업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엉터리 수요예측과 선심성 공약으로 결국 혈세를 쏟아 부어야할 처지에 놓인 경전철.

지난 4.13 총선에서도 관련 공약은 전국적으로 60여개나 쏟아졌습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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