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수술 잘못됐다”…병원 협박한 중국 관광객

입력 2017.02.02 (08:32) 수정 2017.02.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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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해 말 강남의 성형외과 앞에 한 중국인 남성이 나타나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렇게 한글은 물론 중국어로도 자신의 사연을 적어 입간판까지 만들었는데요.

내용을 한번 살펴보면 해당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는데 눈 밑이 부어오르고 피부가 벌게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병원에선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남성.

병원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블랙 컨슈머였습니다.

성형 시술엔 문제가 없었음에도 국내 병원을 돌아다니며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건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

수술대에서 일어난 한 남성이 의료진을 거칠게 밀칩니다.

뭔가 따지는듯하더니 베개를 집어 던지는 남성.

계속해서 진정시키려 하지만, 좀처럼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칠게 집기를 내던집니다.

간호사가 빌기도 하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데요.

대체 이유가 뭘까?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우리가 필러 시술이라고 미용 성형이라고도 많이 하죠. 이러한 시술을, 수술이라기보다는 시술을 했어요. 시술 자체도 특별한 문제 없이 아주 정상적인 과정으로 진행됐어요.”

중국인 남성 30살 리 모 씨가 병원을 찾아온 건, 지난해 연말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중국인터넷 TV 출연자라고 하면서 단순하게 필러를 좀 넣어서 어려 보이고 TV 화면에서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이런 목적으로 저한테 상담을 받고 시술을 하게 됐었습니다.”

상담을 거쳐 필러 시술을 받기로 한 남성.

사건 당실, 시술도 별문제 없이 끝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술이 끝난 직후부터 남성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시술이 잘못됐다면서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직원들한테 아주 날카로운 여러 가지 기계, 기구 이런 걸 집어던지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 직원 두 명이 그 자리에서 바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직원들이 진정시키려고 해도 남성의 난동은 계속됐습니다.

당황한 병원 직원들은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요.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새벽 3시, 거의 3시에서 3시 반까지 세 차례나 경찰에서 출동했지만 별로 진정되는 건 없고 별의별 요구를 그때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남성의 요구는 돈이었습니다.

자신이 시술로 피해를 입었으니, 시술비를 돌려주고, 위자료까지 달라는 것.

어떤 성형시술이라도 부작용을 알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시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돈을 요구한 겁니다.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요즘 나오는 필러들은 다 녹여낼 수 있거든요. 바로. 그럼 바로 녹여내면 되는데 “비대칭이니까 녹여달라.” 부터 시작을 하는 게 아니고 바로 돈부터 달라는 거였어요. 수술비를 내주고 비행기 편을 대주고 숙식비를 대주고 또 자기한테 응대를 못 한 직원들의 급여 반을 깎아서 자기한테 줘야 하고 또 거기다가 위자료를 줘야 하고.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요.”

병원 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남성은 일주일 뒤, 입간판 들고 나타나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병원 이름을 넣은 입간판에는 실제로 이뤄진 시술과는 상관도 없는 피해 사실이 적혀 있었고,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턱에는 필러를 시술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턱이 마비됐다는 거예요.”

남성은 1인 시위 도중 직원들에게 침을 뱉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1인 시위가 약 2주 동안 이어지자 결국, 병원은 남성을 경찰에 고소했는데요.

알고 보니, 문제의 중국 남성을 고소한 건 이 병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정우(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 경사) : “강남권 성형외과 병원의 원장들이 한 중국인으로부터 공갈,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해서 확인해보니 주변 병원들도 연계돼서 피해를 본 사실이 확인되어 같이 병합하여 수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문제의 중국 남성이 지난해 11월부터 약 두 달간, 모두 성형외과 3곳과 비뇨기과 1곳에서 이 같은 행동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A00(피해 성형외과 원장) : “11월 말쯤 왔었고요. 우리 병원은 수술도 안 했어요, 심지어는. 수술도 안 했고 상담만 받았어요. 수술도 안 했는데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더라고요.”

한 성형외과의 경우 찾아와 상담만 하고 갔을 뿐인데, 며칠 후부터 병원 앞에서 병원이 불친절하다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드문드문 나타나던 남성은 어디서 수술을 받았는지 어느 날은 붕대를 감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인터뷰> A00(피해 성형외과 원장) : "며칠 지나서 어디서 수술했는지 붕대를 칭칭 감고 왔더라고요. 붕대를 칭칭 감고 이 앞에서 피켓 시위하니까 꼭 우리 병원에서 수술한 것 같잖아요. 우리는 그냥 마냥 당하고 있었던 거죠."

남성은 병원들을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했고 한국관광공사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병원 두 곳에선 이런 협박에 못 이겨, 합의금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남성은 천만 원가량을 받아 챙겼다는데요.

<인터뷰> 이종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장) : “병원 측 입장에서는 본인들 영업 마케팅, 소위 말해서 손실이 커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얼른 합의하고 받았던 치료비를 돌려주고 정상적인 영업을 해서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합의해 준 것으로……."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실제로, 수술이나 시술에 문제가 있던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종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장) : “육안으로 봤을 때도 아주 잘 된 수술로 보일 정도로 얼굴에 아무런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게 수술이 잘 된……."

같은 인물이 강남의 여러 병원에서 범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병원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남성은 중국에서부터 한국 유명 병원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미리 범행을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정우(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 경사) : “인터넷 등을 통해서 어떤 병원을 가서 의료사고를 주장하면 합의금을 쉽게 받아낼 수 있다. 이런 것을 입국하기 전부터 이미 확인을 했고요. 한국에 들어와서도 같은 중국인들끼리 호텔에 묵으면서 1층 로비 등에서 만나서 이런 병원들에 대해서 서로 상의를 하고 대화를 한 것으로……."

경찰은 중국인 리 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의사협회에 피해사례 자료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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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수술 잘못됐다”…병원 협박한 중국 관광객
    • 입력 2017-02-02 08:33:03
    • 수정2017-02-02 10: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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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강남의 성형외과 앞에 한 중국인 남성이 나타나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렇게 한글은 물론 중국어로도 자신의 사연을 적어 입간판까지 만들었는데요.

내용을 한번 살펴보면 해당 병원에서 시술을 받았는데 눈 밑이 부어오르고 피부가 벌게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병원에선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남성.

병원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블랙 컨슈머였습니다.

성형 시술엔 문제가 없었음에도 국내 병원을 돌아다니며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건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

수술대에서 일어난 한 남성이 의료진을 거칠게 밀칩니다.

뭔가 따지는듯하더니 베개를 집어 던지는 남성.

계속해서 진정시키려 하지만, 좀처럼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칠게 집기를 내던집니다.

간호사가 빌기도 하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데요.

대체 이유가 뭘까?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우리가 필러 시술이라고 미용 성형이라고도 많이 하죠. 이러한 시술을, 수술이라기보다는 시술을 했어요. 시술 자체도 특별한 문제 없이 아주 정상적인 과정으로 진행됐어요.”

중국인 남성 30살 리 모 씨가 병원을 찾아온 건, 지난해 연말이었습니다.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중국인터넷 TV 출연자라고 하면서 단순하게 필러를 좀 넣어서 어려 보이고 TV 화면에서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이런 목적으로 저한테 상담을 받고 시술을 하게 됐었습니다.”

상담을 거쳐 필러 시술을 받기로 한 남성.

사건 당실, 시술도 별문제 없이 끝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술이 끝난 직후부터 남성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시술이 잘못됐다면서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직원들한테 아주 날카로운 여러 가지 기계, 기구 이런 걸 집어던지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 직원 두 명이 그 자리에서 바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직원들이 진정시키려고 해도 남성의 난동은 계속됐습니다.

당황한 병원 직원들은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요.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새벽 3시, 거의 3시에서 3시 반까지 세 차례나 경찰에서 출동했지만 별로 진정되는 건 없고 별의별 요구를 그때부터 하기 시작했어요.”

남성의 요구는 돈이었습니다.

자신이 시술로 피해를 입었으니, 시술비를 돌려주고, 위자료까지 달라는 것.

어떤 성형시술이라도 부작용을 알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시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돈을 요구한 겁니다.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요즘 나오는 필러들은 다 녹여낼 수 있거든요. 바로. 그럼 바로 녹여내면 되는데 “비대칭이니까 녹여달라.” 부터 시작을 하는 게 아니고 바로 돈부터 달라는 거였어요. 수술비를 내주고 비행기 편을 대주고 숙식비를 대주고 또 자기한테 응대를 못 한 직원들의 급여 반을 깎아서 자기한테 줘야 하고 또 거기다가 위자료를 줘야 하고.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요.”

병원 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남성은 일주일 뒤, 입간판 들고 나타나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병원 이름을 넣은 입간판에는 실제로 이뤄진 시술과는 상관도 없는 피해 사실이 적혀 있었고,

<인터뷰> 박영진(피해 성형외과 원장) : “턱에는 필러를 시술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턱이 마비됐다는 거예요.”

남성은 1인 시위 도중 직원들에게 침을 뱉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1인 시위가 약 2주 동안 이어지자 결국, 병원은 남성을 경찰에 고소했는데요.

알고 보니, 문제의 중국 남성을 고소한 건 이 병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이정우(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 경사) : “강남권 성형외과 병원의 원장들이 한 중국인으로부터 공갈,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해서 확인해보니 주변 병원들도 연계돼서 피해를 본 사실이 확인되어 같이 병합하여 수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문제의 중국 남성이 지난해 11월부터 약 두 달간, 모두 성형외과 3곳과 비뇨기과 1곳에서 이 같은 행동을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A00(피해 성형외과 원장) : “11월 말쯤 왔었고요. 우리 병원은 수술도 안 했어요, 심지어는. 수술도 안 했고 상담만 받았어요. 수술도 안 했는데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더라고요.”

한 성형외과의 경우 찾아와 상담만 하고 갔을 뿐인데, 며칠 후부터 병원 앞에서 병원이 불친절하다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는 겁니다.

드문드문 나타나던 남성은 어디서 수술을 받았는지 어느 날은 붕대를 감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인터뷰> A00(피해 성형외과 원장) : "며칠 지나서 어디서 수술했는지 붕대를 칭칭 감고 왔더라고요. 붕대를 칭칭 감고 이 앞에서 피켓 시위하니까 꼭 우리 병원에서 수술한 것 같잖아요. 우리는 그냥 마냥 당하고 있었던 거죠."

남성은 병원들을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했고 한국관광공사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병원 두 곳에선 이런 협박에 못 이겨, 합의금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남성은 천만 원가량을 받아 챙겼다는데요.

<인터뷰> 이종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장) : “병원 측 입장에서는 본인들 영업 마케팅, 소위 말해서 손실이 커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얼른 합의하고 받았던 치료비를 돌려주고 정상적인 영업을 해서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합의해 준 것으로……."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실제로, 수술이나 시술에 문제가 있던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종현(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장) : “육안으로 봤을 때도 아주 잘 된 수술로 보일 정도로 얼굴에 아무런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게 수술이 잘 된……."

같은 인물이 강남의 여러 병원에서 범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병원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남성은 중국에서부터 한국 유명 병원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미리 범행을 철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이정우(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팀 경사) : “인터넷 등을 통해서 어떤 병원을 가서 의료사고를 주장하면 합의금을 쉽게 받아낼 수 있다. 이런 것을 입국하기 전부터 이미 확인을 했고요. 한국에 들어와서도 같은 중국인들끼리 호텔에 묵으면서 1층 로비 등에서 만나서 이런 병원들에 대해서 서로 상의를 하고 대화를 한 것으로……."

경찰은 중국인 리 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의사협회에 피해사례 자료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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