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주택가에 불법 사설 경마장…“판돈 26조 원”

입력 2017.02.03 (08:34) 수정 2017.0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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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터넷 사설 경마를 해보라는 스팸 문자, 한 번쯤 받아 본 분들 많으시죠.

경기 침체를 틈타 한탕을 부추기는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정상적으로 마권을 구입해 경마에 참여하는게 아니라 업자들이 만든 인터넷 불법 사이트에 돈을 거는 구조입니다.

판돈의 제한도 없고 정부의 감독에서 벗어나 버젓이 탈세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주택가 한복판에서 불법 사설경마장을 운영한 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그 운영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단 사흘간 오간 판돈이 무려 5,040억 원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이 업체 한 곳이 관리한 판돈이 1년에 26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역대 최대 규몬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광주시의 한 다세대 주택.

44살 남성 최 모 씨와 37살 여성 박 모 씨가 이 집에 이사 온 건 지난 2015년 12월이었습니다.

처음엔 두 사람을 부부 사이로 여겼던 이웃들.

하지만 1년 넘게 사는 동안 이들은 의문투성이였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A (음성변조) : “거의 밤에 다니시는 것 같던데. 밤에 다니시고 새벽에 다니고 이래서…….”

<녹취> 이웃 주민 B (음성변조) : “부부 사이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대부분 부부면 뭐 이렇게 신혼 사진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 그런 얘기는 했어요.”

더구나 부유해 보이는 이들의 행색은 주변 이웃들과 사뭇 달랐다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옷차림은 좋았었어요. (잘) 사시는 분들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아 그렇구나. 그런데 왜 여기 와서 살지?’ 이렇게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오가며 안부를 묻고 지내면서도 이웃 사람 가운데 누구도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지방에 땅이 되게 많아서 고구마도 심고 뭐도 심어야 한다고 같이 농사지으러 가자고 막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이웃들 사이에 최 씨의 집은 여느 집과는 달리 유독 낯선 손님들의 방문이 잦았던 것으로 기억됐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모르는 사람 여기에 막 왔다 갔다 하면 물어보게 된다고. 어디 왔냐고 하면 항상 위에 올라간다고만 이야기를 하니까 ‘위에 사무실을 차린 거구나. 차려서 손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비밀스러운 집의 정체가 드러난 건 지난달 말이었습니다.

급히 최 씨의 집으로 들이닥치는 사람들.

한국마사회 사이버 단속팀과 경찰이 최 씨의 집을 급습한 건데요.

방 안에는 여느 가정집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컴퓨터 여러 대와 모니터 10개가 방안 가득히 놓여있습니다.

<녹취> “아, 안 했다니까요. (뭘 안 해. 손 빼요. 손 빼.)”

경찰 조사결과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인터넷 사설 경마장 운영자들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쯤 주택가 안에서 사설 경마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장 탐문과 잠복근무 끝에 이들을 붙잡은 겁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배팅을) 하고 있을 때 현장을 급습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그 주택 안에서 눈치채지 않도록 현장 확인도 하고 탐문 수사도 하고 잠복 수사를 해서 진행했습니다.”

최 씨와 동거녀 박 씨 그리고 최 씨의 친구까지 모두 세 사람이 이곳에서 인터넷 사설경마장을 운영해 왔다는데요.

허술해 보이는 사무실 모습에 비해 운영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 사설 경마장에서 지난달 20일부터 단 사흘간 오간 판돈이 무려 5,040억 원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까지 적발된 사설경마장 단속 금액 중 최대 규모입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이 조직이 관리한 판돈이 1년에 26조 원, 천문학적인 규모로 추산됩니다.

<녹취> 한국 마사회 관계자 (음성변조) : “경마가 주 3일 있거든요. 3일이면 한 주니까 연간 52주로 쳐서 곱하면 26조가 나오는 거거든요.”

최 씨 등 일당은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사설경마장 운영은 모르는 일이라고 끝까지 잡아떼고 있지만 현장은 평범한 가정집이라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현장에서 현금 1억 4천만 원 정도가 압수됐고 장부, 현금을 셀 수 있는 계수기 등이 확인이 됐기 때문에…….”

경찰은 이미 사설경마장 운영으로 실형까지 살았던 최 씨가 동거녀 박 씨와 친구 허 씨와 함께 인터넷 사설경마장을 운영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자 일부러 조용한 가정집을 골라 사설경마장 사무실을 차린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사설 경마장을 운영하기 위해서 집을 얻은 거로 생각이 됩니다. 노출을 꺼렸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거나 이러지는 않았던 거로 (보입니다.)”

이들은 고객 모집 역시 은밀하게 진행했습니다.

우선 불특정 다수에게 인터넷 경마장 광고 문자를 보낸 뒤 연락이 오는 이들에게만 돈을 받고 접속 프로그램과 인증번호를 넘겨줘 사설 경마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인증번호, 그리고 아이디, 비밀번호 이런 것을 문자로 보내줍니다. 그래서 각자 PC에서 접속하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접속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속해서 이용을 할 수 있게끔…….”

합법적으로 경마를 할 경우 최대 10만 원 밖에 베팅할 수 없지만 인터넷 접속으로 이곳에 배팅하면 사실상 금액 제한이 없습니다.

게다가 실제 금액보다 20% 저렴하게 마권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 이용자들은 쉽게 유혹에 빠졌습니다.

경찰은 최 씨 일당이 운영한 사설경마장을 이용한 사람이 무려 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실제로 경마를 하는 그런 장면을 촬영해서 운영자들한테 송출을 해주면요. 실시간으로 보면서 경마를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며 덩치를 줄이고 주택가까지 숨어들고 있는 사설 경마.

매년 1백 건 넘게 불법 경마 조직이 붙잡히고 있는데도 사설 경마장은 오피스텔, 당구장 등 예상치 못한 곳으로까지 파고들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불법 경마에 천문학적인 검은돈이 오가면서 이로 인한 탈세액도 수조 원에 달할 걸로 추산됩니다.

<녹취> 한국마사회 관계자 (음성변조) : “사이버로 하다보니까 이제 조직이 ‘크다, 작다’ 개념보다는 아예 변질이 된 거죠. 온라인화 되고 사이버화 되면서 좀 더 지능화되고 좀 더 단속이 어려워지고…….”

경찰은 불법 도박의 경우 운영자뿐 아니라 도박에 참여한 사람까지 모두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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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주택가에 불법 사설 경마장…“판돈 26조 원”
    • 입력 2017-02-03 08:39:19
    • 수정2017-02-03 09: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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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터넷 사설 경마를 해보라는 스팸 문자, 한 번쯤 받아 본 분들 많으시죠.

경기 침체를 틈타 한탕을 부추기는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정상적으로 마권을 구입해 경마에 참여하는게 아니라 업자들이 만든 인터넷 불법 사이트에 돈을 거는 구조입니다.

판돈의 제한도 없고 정부의 감독에서 벗어나 버젓이 탈세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주택가 한복판에서 불법 사설경마장을 운영한 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그런데 그 운영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단 사흘간 오간 판돈이 무려 5,040억 원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이 업체 한 곳이 관리한 판돈이 1년에 26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역대 최대 규몬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광주시의 한 다세대 주택.

44살 남성 최 모 씨와 37살 여성 박 모 씨가 이 집에 이사 온 건 지난 2015년 12월이었습니다.

처음엔 두 사람을 부부 사이로 여겼던 이웃들.

하지만 1년 넘게 사는 동안 이들은 의문투성이였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A (음성변조) : “거의 밤에 다니시는 것 같던데. 밤에 다니시고 새벽에 다니고 이래서…….”

<녹취> 이웃 주민 B (음성변조) : “부부 사이 같아 보이진 않는다고. 대부분 부부면 뭐 이렇게 신혼 사진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 그런 얘기는 했어요.”

더구나 부유해 보이는 이들의 행색은 주변 이웃들과 사뭇 달랐다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옷차림은 좋았었어요. (잘) 사시는 분들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아 그렇구나. 그런데 왜 여기 와서 살지?’ 이렇게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오가며 안부를 묻고 지내면서도 이웃 사람 가운데 누구도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지방에 땅이 되게 많아서 고구마도 심고 뭐도 심어야 한다고 같이 농사지으러 가자고 막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이웃들 사이에 최 씨의 집은 여느 집과는 달리 유독 낯선 손님들의 방문이 잦았던 것으로 기억됐는데요.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모르는 사람 여기에 막 왔다 갔다 하면 물어보게 된다고. 어디 왔냐고 하면 항상 위에 올라간다고만 이야기를 하니까 ‘위에 사무실을 차린 거구나. 차려서 손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비밀스러운 집의 정체가 드러난 건 지난달 말이었습니다.

급히 최 씨의 집으로 들이닥치는 사람들.

한국마사회 사이버 단속팀과 경찰이 최 씨의 집을 급습한 건데요.

방 안에는 여느 가정집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컴퓨터 여러 대와 모니터 10개가 방안 가득히 놓여있습니다.

<녹취> “아, 안 했다니까요. (뭘 안 해. 손 빼요. 손 빼.)”

경찰 조사결과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인터넷 사설 경마장 운영자들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쯤 주택가 안에서 사설 경마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현장 탐문과 잠복근무 끝에 이들을 붙잡은 겁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배팅을) 하고 있을 때 현장을 급습하는 게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그 주택 안에서 눈치채지 않도록 현장 확인도 하고 탐문 수사도 하고 잠복 수사를 해서 진행했습니다.”

최 씨와 동거녀 박 씨 그리고 최 씨의 친구까지 모두 세 사람이 이곳에서 인터넷 사설경마장을 운영해 왔다는데요.

허술해 보이는 사무실 모습에 비해 운영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 사설 경마장에서 지난달 20일부터 단 사흘간 오간 판돈이 무려 5,040억 원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까지 적발된 사설경마장 단속 금액 중 최대 규모입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이 조직이 관리한 판돈이 1년에 26조 원, 천문학적인 규모로 추산됩니다.

<녹취> 한국 마사회 관계자 (음성변조) : “경마가 주 3일 있거든요. 3일이면 한 주니까 연간 52주로 쳐서 곱하면 26조가 나오는 거거든요.”

최 씨 등 일당은 경찰에 붙잡힌 뒤에도 사설경마장 운영은 모르는 일이라고 끝까지 잡아떼고 있지만 현장은 평범한 가정집이라고는 볼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현장에서 현금 1억 4천만 원 정도가 압수됐고 장부, 현금을 셀 수 있는 계수기 등이 확인이 됐기 때문에…….”

경찰은 이미 사설경마장 운영으로 실형까지 살았던 최 씨가 동거녀 박 씨와 친구 허 씨와 함께 인터넷 사설경마장을 운영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경찰의 단속을 피하고자 일부러 조용한 가정집을 골라 사설경마장 사무실을 차린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사설 경마장을 운영하기 위해서 집을 얻은 거로 생각이 됩니다. 노출을 꺼렸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거나 이러지는 않았던 거로 (보입니다.)”

이들은 고객 모집 역시 은밀하게 진행했습니다.

우선 불특정 다수에게 인터넷 경마장 광고 문자를 보낸 뒤 연락이 오는 이들에게만 돈을 받고 접속 프로그램과 인증번호를 넘겨줘 사설 경마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인증번호, 그리고 아이디, 비밀번호 이런 것을 문자로 보내줍니다. 그래서 각자 PC에서 접속하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접속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속해서 이용을 할 수 있게끔…….”

합법적으로 경마를 할 경우 최대 10만 원 밖에 베팅할 수 없지만 인터넷 접속으로 이곳에 배팅하면 사실상 금액 제한이 없습니다.

게다가 실제 금액보다 20% 저렴하게 마권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 이용자들은 쉽게 유혹에 빠졌습니다.

경찰은 최 씨 일당이 운영한 사설경마장을 이용한 사람이 무려 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영란(경기 광주경찰서 사이버팀장) : “실제로 경마를 하는 그런 장면을 촬영해서 운영자들한테 송출을 해주면요. 실시간으로 보면서 경마를 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며 덩치를 줄이고 주택가까지 숨어들고 있는 사설 경마.

매년 1백 건 넘게 불법 경마 조직이 붙잡히고 있는데도 사설 경마장은 오피스텔, 당구장 등 예상치 못한 곳으로까지 파고들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불법 경마에 천문학적인 검은돈이 오가면서 이로 인한 탈세액도 수조 원에 달할 걸로 추산됩니다.

<녹취> 한국마사회 관계자 (음성변조) : “사이버로 하다보니까 이제 조직이 ‘크다, 작다’ 개념보다는 아예 변질이 된 거죠. 온라인화 되고 사이버화 되면서 좀 더 지능화되고 좀 더 단속이 어려워지고…….”

경찰은 불법 도박의 경우 운영자뿐 아니라 도박에 참여한 사람까지 모두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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