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믿었다가…사고 영상만 없다고?

입력 2017.02.03 (11:50) 수정 2017.02.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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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시 상황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자료가 되는 게 블랙박스다. 그런만큼 운전자들에게 블랙박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장비가 됐다.

그런데 블랙박스가 정작 사고 순간에 작동이 되지 않아 영상을 남기지 못하는 등의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업체들은 소비자 관리 소홀이나 사용설명서에 기재된 '책임 없음' 조항 등을 근거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 장면만 못 찍는 무용지물 블랙박스, KBS '똑똑한 소비자리포트'가 취재했다.

사라진 사고 영상…관리 잘못한 소비자탓?

지난 1월 1일, 김효진(가명) 씨는 해돋이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3중 충돌 사고를 겪었다. 당시 보수작업으로 차로가 하나로 줄어든 상황에서 앞차가 순식간에 빠져나가자 김 씨는 또 다른 차를 피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사고 후 블랙박스로 시시비비를 가리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고 순간이 담긴 영상은 남아있지 않았다. 사고가 난 순간을 전후로 1분 32초 분량이 사라지면서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은 사고 전 주행 상황에서 순식간에 앞차와 충돌 직후 화면으로 넘어갔다. 운행 중 가벼운 충격이나 충돌이 있을 때 별도로 영상을 녹화해 저장하는 이벤트 폴더에도 사고 영상은 없었다.


그러나 SD 카드를 분석한 블랙박스 업체는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을 내놓았다. 정품 SD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포맷을 하지 않아 사고 영상이 녹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가의 블랙박스, 사고 순간엔 무용지물

사고시 생길 수 있는 사각지대를 방지하고자 구입한 고가의 블랙박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 본인 가게 앞에서 추돌사고를 당한 박상목 씨. 당시 박 씨는 주차한 차를 빼려 했고 다른 차가 그 자리에 주차하려고 뒤에서 비상등을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추월을 시도한 또다른 차량이 주차 대기 중이던 차에 가려진 박 씨 차량을 미처 보지 못하고 충돌했다.


박 씨는 본인 차량 뒤에 주차 대기 중인 차가 있었음에도 중앙선을 넘어 추월한 가해 차량에 100% 과실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 보험회사 측은 오히려 박 씨가 후방 주시 의무에 소홀했다며 20% 과실을 물었다. 억울했던 박 씨는 블랙박스를 확인했지만 사고 당시 영상인 2분 24초는 보이지 않았다. 인근 가게 CCTV 3대 영상을 모았지만 당시 상황을 정확히 가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 과실보다 박 씨를 화나게 한 건 198만원이나 주고 산 블랙박스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도 해봤지만, 해당 업체는 기계의 구조적 문제일 수 있고 설명서에 '미녹화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블랙박스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로?

사라진 블랙박스 영상으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될 뻔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박하진(가명) 씨는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뒷차가 급정거를 하면서 박 씨의 차를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박 씨가 앞 트럭을 들이 받는 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경찰이 도착하자 뒷차 운전자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박 씨가 이미 사고를 냈고 본인은 2차로 박 씨 차와 충돌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이다. 차에 부착돼 있는 블랙박스를 떠올린 박 씨는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경찰서에서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면 금세 밝혀질 일이었다.

그런데 블랙박스 녹화본 어디에도 사고 당시 장면은 기록돼 있지 않았다. 순식간에 사고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의심받게 된 박 씨는 3시간이나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박 씨는 억울한 마음에 현장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다행히 사고 현장 건너편에 있는 CCTV 덕분에 박 씨는 가해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CCTV 속에 남겨진 사고 영상이 박 씨가 명백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려줘서다. 박 씨는 "믿고 있던 블랙박스가 교통사고 증거물 확보용이 아닌 애물단지밖에 더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통사고 순간을 기록해 진위를 밝히는 데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되는 차량용 블랙박스. 믿고 있는 당신의 블랙박스는 지금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2월 3일(금) 오후 7시 35분 KBS 1TV '똑똑한 소비자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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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박스 믿었다가…사고 영상만 없다고?
    • 입력 2017-02-03 11:50:14
    • 수정2017-02-03 11: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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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시 상황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자료가 되는 게 블랙박스다. 그런만큼 운전자들에게 블랙박스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장비가 됐다.

그런데 블랙박스가 정작 사고 순간에 작동이 되지 않아 영상을 남기지 못하는 등의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업체들은 소비자 관리 소홀이나 사용설명서에 기재된 '책임 없음' 조항 등을 근거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 장면만 못 찍는 무용지물 블랙박스, KBS '똑똑한 소비자리포트'가 취재했다.

사라진 사고 영상…관리 잘못한 소비자탓?

지난 1월 1일, 김효진(가명) 씨는 해돋이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3중 충돌 사고를 겪었다. 당시 보수작업으로 차로가 하나로 줄어든 상황에서 앞차가 순식간에 빠져나가자 김 씨는 또 다른 차를 피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사고 후 블랙박스로 시시비비를 가리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고 순간이 담긴 영상은 남아있지 않았다. 사고가 난 순간을 전후로 1분 32초 분량이 사라지면서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은 사고 전 주행 상황에서 순식간에 앞차와 충돌 직후 화면으로 넘어갔다. 운행 중 가벼운 충격이나 충돌이 있을 때 별도로 영상을 녹화해 저장하는 이벤트 폴더에도 사고 영상은 없었다.


그러나 SD 카드를 분석한 블랙박스 업체는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을 내놓았다. 정품 SD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포맷을 하지 않아 사고 영상이 녹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가의 블랙박스, 사고 순간엔 무용지물

사고시 생길 수 있는 사각지대를 방지하고자 구입한 고가의 블랙박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 본인 가게 앞에서 추돌사고를 당한 박상목 씨. 당시 박 씨는 주차한 차를 빼려 했고 다른 차가 그 자리에 주차하려고 뒤에서 비상등을 켜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추월을 시도한 또다른 차량이 주차 대기 중이던 차에 가려진 박 씨 차량을 미처 보지 못하고 충돌했다.


박 씨는 본인 차량 뒤에 주차 대기 중인 차가 있었음에도 중앙선을 넘어 추월한 가해 차량에 100% 과실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 보험회사 측은 오히려 박 씨가 후방 주시 의무에 소홀했다며 20% 과실을 물었다. 억울했던 박 씨는 블랙박스를 확인했지만 사고 당시 영상인 2분 24초는 보이지 않았다. 인근 가게 CCTV 3대 영상을 모았지만 당시 상황을 정확히 가늠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 과실보다 박 씨를 화나게 한 건 198만원이나 주고 산 블랙박스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도 해봤지만, 해당 업체는 기계의 구조적 문제일 수 있고 설명서에 '미녹화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블랙박스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로?

사라진 블랙박스 영상으로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될 뻔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박하진(가명) 씨는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뒷차가 급정거를 하면서 박 씨의 차를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박 씨가 앞 트럭을 들이 받는 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경찰이 도착하자 뒷차 운전자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박 씨가 이미 사고를 냈고 본인은 2차로 박 씨 차와 충돌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 것이다. 차에 부착돼 있는 블랙박스를 떠올린 박 씨는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경찰서에서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면 금세 밝혀질 일이었다.

그런데 블랙박스 녹화본 어디에도 사고 당시 장면은 기록돼 있지 않았다. 순식간에 사고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의심받게 된 박 씨는 3시간이나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박 씨는 억울한 마음에 현장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다행히 사고 현장 건너편에 있는 CCTV 덕분에 박 씨는 가해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CCTV 속에 남겨진 사고 영상이 박 씨가 명백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려줘서다. 박 씨는 "믿고 있던 블랙박스가 교통사고 증거물 확보용이 아닌 애물단지밖에 더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교통사고 순간을 기록해 진위를 밝히는 데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되는 차량용 블랙박스. 믿고 있는 당신의 블랙박스는 지금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2월 3일(금) 오후 7시 35분 KBS 1TV '똑똑한 소비자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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