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 ATM(현금지급기) 취급당하는 팬들

입력 2017.02.03 (17:16) 수정 2017.02.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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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람이 'ATM'이랑 연애를 해요"

MBC-TV '세 가지 색 판타지-우주의 별이'(극본·연출 김지현)에 등장하는 매니저의 대사다. 대사의 'ATM(현금지급기)'는 팬을 의미한다.

기획사 대표가 "야 너. 혹시 걔(팬)랑 연애하냐?"고 묻자 옆에 있던 매니저는 "아 무슨 사람이 ATM(팬)이랑 연애를 해요"라며 손사래 쳤다. 이외에도 해당 드라마에는 팬을 가리켜 '빠순이', 'ATM', '조공' 등으로 묘사한 단어가 여러 번 등장했다.

또한 극 중 가수 조이나(레이디제인 분)가 "하긴 '빠순이(지우)'면 쉬웠겠다. 띨띨해 가지고는 밀당 없어, 갖다 바쳐. 공 안 들여도 자달라면 자주고"라는 대사를 내뱉었다. '우주의 별이'는 톱스타 우주(수호 분)와 열성 팬 별이(지우 분)의 러브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로, 지우는 극 중 미성년자다.

사진출처 : MBC 화면 캡쳐사진출처 : MBC 화면 캡쳐

이에 인터넷에서 드라마의 여러 대사와 상황이 팬을 비하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성년자이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팬층의 주를 이루는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20대 사회초년생을 'ATM', '자달라면 자주는 사람'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우주의 별이'는 지난해 11월에도 구설에 오른 적 있다. 엑소 수호의 팬들 200명을 보조 출연자로 무보수로 동원해 총 17시간 동안 밤샘 촬영을 진행했다. 동원된 팬들은 스태프들이 질서 정연하게 있는 자신들에게 반말, 막말했고 툭하면 '이러시면 수호 얼굴에 먹칠하고 다니는 겁니다'라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김지현 PD는 "팀 내 일부 스텝들의 팬들을 향한 언행과 태도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라며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비난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진출처 : 김지현 PD SNS사진출처 : 김지현 PD SNS

드라마의 대사 표현 문제만이 아니다. 팬들은 드라마 대사가 반영한 현실을 지적했다.

팬클럽 엑소 플래닛(Exo Planet)에서 활동하는 B씨는 "드라마에서 팬을 'ATM'으로 묘사하는 게 놀랍지 않다. 실제로 그런 생각이 이 업계에 만연해 있으니 드라마 작가도 그런 대사를 썼을 거다"고 말했다.

B씨는 "공개방송이나 콘서트, 음악방송 출퇴근길 등만 가봐도 알 수 있다. 한번은 연예인 출근길에 줄을 서 있는데 경호원이 와서 왜 앞으로 나와 있느냐고 소리 지르더라. '서 있으라는데 서 있는 건데요'라고 했더니 욕할 기세로 째려봤다. '생전 모르는 경호원한테 잘못하지도 않은 내가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 때 본 일부 소속사 직원들도 팬들에게 반말로 지시하더라.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팬들은 새벽에 연예인들이 출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린다.팬들은 새벽에 연예인들이 출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린다.

인기 댓글 중 "드라마가 팩트폭력(사실을 정확히 지적함)이다"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일부 지나친 행동을 해 비난을 산 사생 때문에 더 그런 비판이 쏟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팬 대부분은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고 질서를 지키며 활동한다. 우리도 평범한 대학생이고 직장인이다. 어찌 됐든 그런 시선은 있을 수 있지만 팬을 주 타겟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조공', 'ATM'과 같은 단어도 팬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현재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팬들 사이에선 '조공'이 나쁜 의미가 아니다. 돈을 모아 선물을 구매한 후 리더가 회계장부를 '조공내역'이라고 써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소속사나 방송 관계자 입장에서 우리는 연예인의 앨범,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는 고객이다. 어느 기업이 고객을 'ATM'이라고 표현하냐. 해당 드라마의 주 타켓도 팬들인데 어떻게 저런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지현 PD는 제작발표회 때 "팬심에 대한 존중을 주제로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결국 팬들의 비난은 해당 드라마와 그 너머 그런 현실을 만든 소속사와 제작사를 향한 것이다.

김영란법이 생기며 고가의 선물이나 도시락을 받지 않는 소속사, 스타가 늘었지만 아직 팬의 마음을 존중하는 소속사나 제작사는 많지 않은 듯하다.

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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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3 17:16:46
    • 수정2017-02-03 17: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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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람이 'ATM'이랑 연애를 해요" MBC-TV '세 가지 색 판타지-우주의 별이'(극본·연출 김지현)에 등장하는 매니저의 대사다. 대사의 'ATM(현금지급기)'는 팬을 의미한다. 기획사 대표가 "야 너. 혹시 걔(팬)랑 연애하냐?"고 묻자 옆에 있던 매니저는 "아 무슨 사람이 ATM(팬)이랑 연애를 해요"라며 손사래 쳤다. 이외에도 해당 드라마에는 팬을 가리켜 '빠순이', 'ATM', '조공' 등으로 묘사한 단어가 여러 번 등장했다. 또한 극 중 가수 조이나(레이디제인 분)가 "하긴 '빠순이(지우)'면 쉬웠겠다. 띨띨해 가지고는 밀당 없어, 갖다 바쳐. 공 안 들여도 자달라면 자주고"라는 대사를 내뱉었다. '우주의 별이'는 톱스타 우주(수호 분)와 열성 팬 별이(지우 분)의 러브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로, 지우는 극 중 미성년자다. 사진출처 : MBC 화면 캡쳐 이에 인터넷에서 드라마의 여러 대사와 상황이 팬을 비하하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성년자이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팬층의 주를 이루는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20대 사회초년생을 'ATM', '자달라면 자주는 사람'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우주의 별이'는 지난해 11월에도 구설에 오른 적 있다. 엑소 수호의 팬들 200명을 보조 출연자로 무보수로 동원해 총 17시간 동안 밤샘 촬영을 진행했다. 동원된 팬들은 스태프들이 질서 정연하게 있는 자신들에게 반말, 막말했고 툭하면 '이러시면 수호 얼굴에 먹칠하고 다니는 겁니다'라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김지현 PD는 "팀 내 일부 스텝들의 팬들을 향한 언행과 태도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라며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비난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진출처 : 김지현 PD SNS 드라마의 대사 표현 문제만이 아니다. 팬들은 드라마 대사가 반영한 현실을 지적했다. 팬클럽 엑소 플래닛(Exo Planet)에서 활동하는 B씨는 "드라마에서 팬을 'ATM'으로 묘사하는 게 놀랍지 않다. 실제로 그런 생각이 이 업계에 만연해 있으니 드라마 작가도 그런 대사를 썼을 거다"고 말했다. B씨는 "공개방송이나 콘서트, 음악방송 출퇴근길 등만 가봐도 알 수 있다. 한번은 연예인 출근길에 줄을 서 있는데 경호원이 와서 왜 앞으로 나와 있느냐고 소리 지르더라. '서 있으라는데 서 있는 건데요'라고 했더니 욕할 기세로 째려봤다. '생전 모르는 경호원한테 잘못하지도 않은 내가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 때 본 일부 소속사 직원들도 팬들에게 반말로 지시하더라.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생각하니 그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팬들은 새벽에 연예인들이 출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린다. 인기 댓글 중 "드라마가 팩트폭력(사실을 정확히 지적함)이다"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일부 지나친 행동을 해 비난을 산 사생 때문에 더 그런 비판이 쏟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팬 대부분은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고 질서를 지키며 활동한다. 우리도 평범한 대학생이고 직장인이다. 어찌 됐든 그런 시선은 있을 수 있지만 팬을 주 타겟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그런 표현을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조공', 'ATM'과 같은 단어도 팬들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현재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에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팬들 사이에선 '조공'이 나쁜 의미가 아니다. 돈을 모아 선물을 구매한 후 리더가 회계장부를 '조공내역'이라고 써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소속사나 방송 관계자 입장에서 우리는 연예인의 앨범,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는 고객이다. 어느 기업이 고객을 'ATM'이라고 표현하냐. 해당 드라마의 주 타켓도 팬들인데 어떻게 저런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지현 PD는 제작발표회 때 "팬심에 대한 존중을 주제로 이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결국 팬들의 비난은 해당 드라마와 그 너머 그런 현실을 만든 소속사와 제작사를 향한 것이다. 김영란법이 생기며 고가의 선물이나 도시락을 받지 않는 소속사, 스타가 늘었지만 아직 팬의 마음을 존중하는 소속사나 제작사는 많지 않은 듯하다. K스타 강지수 kbs.kangj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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